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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안보냐 산업이냐 ‘뭣이 중헌디?’
<포켓몬 고> 열풍으로 본 구글 지도 반출 논란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이경탁 economyinsight@hani.co.kr

정부와 국내 기업 “안보 저해와 시장 독점 우려”…
구글 “한국, 글로벌 경쟁력 뒷걸음”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강원도 속초로 빨아들였다. 구글지도 기반의 게임에 국내 지역 중 속초만 운 좋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 지도 데이터를 받지 못해 이 게임을 국내에 제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구글에 국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는 것이 맞는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내 인터넷업계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얻으려면 국내에 서버를 두고 세금을 내 공정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한국 소비자들이 서비스 이용에 제한받고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반박한다. 정치권은 “지도는 정보주권의 대상이며 우리 이익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경탁 <아이티투데이>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로 인해 국내 정보통신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 문제와 맞물려서다. 구글은 <포켓몬 고>와 지도 반출 신청은 전혀 별개 문제고, 전세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구글이 <포켓몬 고> 인기를 틈타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성공한다면 위치 기반 광고사업과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을 독점하고 안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포켓몬 고> 게임 이용자가 현금자동지급기를 이용하는 여성의 등쪽을 향해 휴대전화를 갖다 대자 액정 화면에 게임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포켓몬 고> 게임은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논란을 촉발했다. REUTERS
<포켓몬 고>는 구글의 자회사였던 나이언틱이 닌텐도와 함께 개발한 게임이다. 현재는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나이언틱의 지분 상당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켓몬 고>는 구글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서비스 초기에 한국에서 이용할 수 없자 국내 여론은 과거 아이폰 출시가 늦춰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포켓몬 고>가 실행될 수 없는 국내 법과 시스템은 후진적이라는 질타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구글 저격 발언 이후 여론은 구글에 점점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 의장은 2016년 7월15일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는 불공정 게임이다. 한국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세금부터 제대로 내야 한다”고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2016년 8월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권범준 구글지도 서비스 프로덕트 매니저가 참석해 막판 여론 돌리기에 힘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유명한 다음소프트가 최근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을 분석한 결과 지도 데이터 반출 반대는 42%인 데 비해, 찬성은 5%에 불과했다.

나이언틱의 <포켓몬 고> 서비스 구역 설정에 따라 국내 지역 중 강원도 속초만 운 좋게 게임이 실행된다. 다만 국내 구글지도 서비스가 완전치 못해 세부적인 길 찾기가 불가능해 서비스를 100% 즐길 수 없다. <포켓몬 고>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더라도 구글지도의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게임이 되는 것이다.
 
지도 연결 안 되면 반쪽짜리 <포켓몬 고>

관련 업계 일부에선 현재 구글지도 수준으로도 한국에서 게임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지만 구글의 지도 반출 목적에 맞춰 나이언틱이 고의적으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이언틱은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공간정보 구축 관리 법률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 지도-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할 수 없다. 현재 정부는 보안시설과 군사시설 등을 삭제 처리하면 반출을 허용하겠다는 자세다. 구글은 반출 허가를 신청한 5천 분의 1 배율 지도 데이터는 어떠한 민감 정보도 포함하지 않고 국내 지도 데이터 배급업체에서 구매한 데이터로 국내에서 이미 사용되는 지도라고 주장한다. 이미 위성사진을 통해 안보시설이 다 공개된 상황에서 안보를 이유로 지도 반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얘기다. 또한 전세계 데이터센터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데이터가 한곳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도 데이터 반출만 허용되면 국내에도 얼마든지 서버를 둘 수 있다는 태도다.

구글은 2016년 6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국외 반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를 논의하기 위해 2016년 8월12일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 2차 비공개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들이 현안에 대한 문제를 더 검토하기 위해 회의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 서버를 국내에 설치하면 되는데 세금을 내기 싫어 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인터넷업계는 구글이 국내에 서버 두기를 꺼리는 핵심 이유가, 세금 문제보다 서버를 국내에 둘 경우 검찰 수사 때 압수수색을 받아 더 큰 화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본다.

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구글 때리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구글지도 반출 이슈를 꺼낸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2016년 8월4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구글 등 일부 기업은 현행 법에 따라 충분히 지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국외 반출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국익을 우선시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주권 대상인 지도의 생성, 유통, 저장 등과 관련해서는 타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리의 이익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권은 정밀지도가 드론(무인항공기),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성장 중인 공간정보산업의 핵심 자원이라고 설명한다. 특정 기업만을 위한 지도 데이터 반출로 인해 시장 공정성과 기업 간 형평성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5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디지털 지도를 활용한 위치 기반 서비스 세계시장 규모’ 자료를 보면, 2014년 83억달러(약 9조800억원), 2015년 113억달러(약 12조3천억원), 2016년 157억달러(추정·약 17조1700억원)로 매년 30% 이상 성장세를 보일 만큼 그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구글은 정치권의 이런 주장에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지도 데이터 반출이 제한됨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사용자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에 제약이 따르고,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에게 유용한 지도와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서버를 국내에 두고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장이 ‘네이버 스토리’를 주제로 특강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버 위치에 대한 국내 규제로 인해 글로벌 지도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글로벌 지도 솔루션과 연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 ‘모두의 주차장’ 강수남 대표는 “글로벌 데이터를 수집해서 해외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지도를 두 가지 버전으로 운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해외시장 서비스 진출 계획은 있으나 아직 능력이 충분치 않은 상태다. 지금 상황에서는 국내 지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려면 다시 개발해야 한다. 만약 글로벌한 지도에 기반해 개발했다면 데이터만 넣으면 바로 해외로 나갈 수 있었던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권범준 구글지도 서비스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은 전세계에서 제공하는 혁신적 지도 기반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제공하고 싶다. 이는 구글 지도데이터 API(운영체제 등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응용프로그램에서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 -편집자)를 활용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가치와 이들의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러시아, 북한에서도 자동차나 도보로 길 찾기 기능이 제공되는데 한국에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활용한 혁신 도입이 늦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한국만 제외하고 전세계 40여 개국에 론칭한 ‘안드로이드 오토’(구글이 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 -편집자) 기반의 현대자동차가 그 일례다.”

시민단체·학계, 찬반 의견 엇갈려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통한 구글지도의 한국 서비스가 또 다른 한류 트렌드 아이템으로 창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녹색소비자연대는 구글이 오만함에 빠져 있다고 비난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공식 성명에서 “한국 법에 따라 국내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MS 빙’ 지도와 ‘애플맵’ 서비스는 충분히 구글맵 한국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국내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한 ‘김기사’ 같은 벤처사업자도 존재한다. 구글맵의 한국 서비스가 도리어 이런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의 국내시장 기반을 무너뜨릴 요소로 작용하며 구글맵 한국 서비스가 한국의 스타트업을 세계시장의 한류로 만들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학계에선 구글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안보 상황이 엄중한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아주 많은 새 서비스가 구글지도에 기반해 발전하고, 전세계 시민들은 구글지도 하나로 모든 교통 관련 서비스를 해결하고 있다. 정부가 전향적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6년 8월24일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11월23일까지 더 논의한 뒤 구글의 지도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kt87@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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