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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마켓', 불신의 낙인 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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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2010년 10월 01일 (금) 이인전 economyinsight@hani.co.kr

이인전 HK유카 대표

13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거래 규모를 가진 중고차 시장은 매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수년 내로 25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시장은 두 가지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자동차 매매업을 등록한 자를 통해 중고차를 거래하는 ‘사업자 거래’와 개인 간 거래·증여·상속 등을 포함하는 ‘당사자 거래’로 구분된다. 전체 중고차 거래 중 사업자 거래 비중은 55% 정도에 달한다. 거래 규모가 큰 만큼 영세한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 외에도 수많은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한국에서 중고차 거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1990년대에는 차량의 평균 교체 주기가 짧지 않았고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거래 문화로 인해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고차 차령이 높았고, 중고차는 ‘헌 차’라는 인식으로 인해 중고차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의 발달로 인해 자유로운 정보 공유가 가능하고 자동차 교체 주기가 3~5년이 된 최근에도 중고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져왔으나 중고차 거래 시장이 여전히 과거의 낙후된 시스템과 서비스를 답습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고차 거래 소비자 불만 증가세 
국내에서 중고차 소비자는 중고차를 구입할 때 여전히 불안에 떨어야 하고, 중고차의 구매와 관련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 주변에서 중고차를 산 지인들과 중고차 시장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적잖은 불만·피해 사례를 접할 수 있다. 2010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이 공동으로 운영 중인 소비자상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1분기에 2177건이던 중고차 중개·매매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 상담이 2분기에는 2658건(상담 다발 품목 3위)으로 늘었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피해 사례는 구매자가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의 싸고 좋은 미끼성 허위 매물에 현혹돼 차량을 구입하러 매장을 방문했을 때 해당 차량이 아닌 타 차량을 강매당하는 경우와, 판매자가 차량의 하자 부분을 구매자에게 고지하지 않는 경우다.
미끼성 허위 매물로 인한 피해 사례는, 판매자가 여러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싼 가격으로 등록하고 고객이 문의를 해오면 매물이 있다고 속여 일단 매장으로 방문을 유도한 뒤 “해당 매물은 이미 팔렸다. 더 좋은 차량이 있다”고 다른 매물을 소개하는 식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중고차 허위 매물’ ‘중고차 낚시광고’ 등으로 검색해보면 수많은 피해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막기 위해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안에 중고차 판매자가 실제로 중고차를 판매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제공하는 중고차 사이트 회사들도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매물 등록시 성능상태점검 기록부나 실제 차량번호 등을 강제 입력하도록 하고, 허위 매물을 등록한 회원에 대한 제명·벌금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 매물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허위 매물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구매자가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차량등록증과 성능상태점검 기록부를 팩스 등으로 확인하거나, 구입하려는 중고차량의 시세 등을 최대한 조사해 시세보다 저렴한 차량은 더욱 조심하는 방법으로 피해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끼성 허위 매물 피해 많아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의 자동차 중개 서비스와 관련해 가장 많이 접수된 피해 유형은 성능·품질 불량과 사고 여부 허위 고지다. 대부분의 중고차 구매자는 차량을 세밀하게 관찰하더라도 전문 지식이 부족해 성능 이상이나 사고 여부를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구매자가 사고 이력과 차량 점검 내역을 고지하지 않거나 허위로 고지해 판매하는 경우 구매자가 차량의 성능기록부와 카히스토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성능상태점검 기록부를 아예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카히스토리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만,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해당 차량의 전 차주가 보험을 통해 차량 수리를 처리하지 않았다면 사고 이력이 카히스토리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많은 피해 유형은 주행거리 조작이다. 자동차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거리를 실제보다 적게 조작해 판매하는 것인데,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차량등록증을 확인하는 것이다. 차량등록증상에 기재된 차량 정기검사시의 주행거리보다 계기판상의 주행거리가 적은 경우에는 주행거리 조작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 외에도 표준 주행거리(1년 2만km)를 계산해보는 방법이 있다. 표준 주행거리의 2분의 1 이하라면 자동차의 사용 목적상 주행거리가 상식적인 수준보다 너무 적으므로 일단 주행거리 조작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계기판의 주행거리계를 확인해 수리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일반 구매자가 이 부분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앞서 언급한 대안들은 구매자가 좋은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완벽하다고 볼 수 없고 양심적인 중고차 판매자를 만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피해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는 국내 중고차 시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판매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기업형 중고차 회사가 등장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기업형 중고차 회사는 많다. 하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은 기업은 많지 않다. 2000년부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엔카는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을 이겨내고 전국에 매장을 열어 안정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인 SK네트웍스는 전국 700여 개 자동차 정비 거점을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2008년부터 ‘2년 4만km 무상 품질보증’이라는 기존에는 없던 파격적인 보증상품을 선보이면서 공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고차연합회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해 “기존 중고차 종사자의 영역 침범”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현재 중고차연합회는 성능 점검을 통한 ‘1개월 2천km’의 법정 품질보증만을 실시하고 있다.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점점 더 중요한 상황인 만큼 법정 품질보증 이외에 별도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중고차연합회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
   
 

일본 ‘인증 중고차’ 제도 활성화
물론 중고차 시장 규모가 매우 커졌기 때문에 일부 기업형 중고차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나 중고차 거래 문화를 바꾸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자리잡았고 최근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는 ‘인증 중고차’라면 중고차 시장을 선진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증 중고차(Certified Pre Owened Vehicle)란 차량을 제조한 메이커가 차량 정보, 사고 경력, 품질 및 소모품 상태 등을 직접 확인·보증하는 자동차로, 각 제조사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차량이다. 외국에서는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많이 활성화됐으며, 한국에서는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현재 BMW·푸조·포르셰 3개의 수입차 메이커에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를 구입할 때 보증수리, 기본점검 서비스와 같은 혜택 외에도 신차와 비슷한 수준의 할부금융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인증을 거친 차량들은 대부분 출고된 지 2년 이내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는 신차 수준의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고, 보증수리 연장, 긴급출동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입차 메이커의 인증 중고차는 극단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를 가진 차량들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신차 보증 기간과 인증 중고차의 보증 기간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완전 무결한 차량들에만 인증을 적용해 인증 중고차 대수가 많지 않았으므로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GM대우ㆍ르노삼성 인증제 시행
국내차 메이커로는 2009년부터 GM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가 각각의 인증 중고차인 ‘유트러스트’(U-Trust)와 ‘퍼펙트 초이스’(Perfect Choice) 사업을 SK엔카와 함께 시작했다. SK엔카는 GM대우 중고차 중 ‘5년 10만km 이내’, 르노삼성 중고차 중 ‘4년 8만km 이내’의 차량들에서 기준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을 선정해 인증 과정을 거친다. 선정된 인증 중고차는 인증 매장을 통해 판매되며, 이들은 부분적인 일반 부품과 엔진·미션을 1년 2만km까지 GM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직접 보증하기 때문에 신차에 준하는 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SK엔카에서 판매하는 직영차들은 SK엔카 자체적으로 수리 보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반면에 이번 GM대우와 르노삼성 인증 중고차는 신차 메이커에서 중고차의 품질에 대한 인증을 해주고 신차와 같은 보증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신차 메이커들의 자사 중고차 보증은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고, 홍보 부족과 자동차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영업이 힘든 중고차 시장이기에 파급효과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신차 메이커들이 직접 중고차 보증에 나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신차 메이커들의 보증은 곧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로 이어질 수 있고, 일물일가의 특성을 가진 중고차 가격에 대한 의심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증 중고차는 일반 중고차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신차 메이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신뢰를 감안할 경우 1~2% 더 높은 중고차 가격은 소비자가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중고차를 구입할 때 인증 중고차 구입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의 가격을 더 내야 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고차 구매시의 불안감을 없애주고 구매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인증 중고차의 장점을 소비자가 크게 받아들일수록 ‘다소 높은 가격’이라는 약점은 극복될 수 있다. 국내 신차 메이커들이 자신이 예전에 만들었던 중고차에 대해 보증해주고 그 유통 과정에도 적극 나선다면 국내 중고차 시장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중고차 시장도 커지고,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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