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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우파의 저항 직면한 세계화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은 진보·좌파의 오랜 단골 비판 메뉴였다.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을 대중에게 일깨운 2000년대 초 독일 언론인들의 탐사보도 저서 <세계화의 덫>이 전한 메시지인 ‘20 대 80 사회’라는 양극화는 세계화에 대한 진보·좌파 진영의 오랜 비판적 주장이자 인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세계화는 그동안 지지 내지 침묵을 지키던 우파 세력에 의해 심각한 위협과 도전을 받고 있다. 정확히는 우파 포퓰리즘 세력이다. 거침없이 달리던 세계화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자유무역협정 재고 공약으로 처음으로 역류하고 있다.

   
▲ REUTERS
그 동력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공화당의 백인 중·하류층 보수우파 유권자, 영국에선 이민 반대 등을 내세운 독립당 등 우파 민족주의 세력이다. 이 우파는 그동안 세계화를 추동하던 1%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던 사람들이었다. 우파 민초들의 반란은 결국 보수우파 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주지 못한 결과이다.

우파들이 주도하는 세계화 역류는 위험스런 함정이 있다. 세계화가 ‘우리’와 ‘그들’이라는 양극화를 불렀다는 인식에서는 좌파와 동일하다. 하지만 우파가 주장하는 그들이란 상위 1%가 아니라 힘없는 이민자, 소수인종, 소수집단 쪽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우파들에 의한 세계화 역류가 두드러지는 것은 이민 문제가 우파 민초들의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반면 남미에선 좌파들에 의한 세계화 거부 움직임이 주도되고, 유럽에서도 그리스나 스페인에선 좌파 세력이 반세계화의 선봉에 서 있다. 남미는 선진국에 비해 이민이 대중 정서를 자극하는 사회문제가 아니고, 스페인이나 그리스도 이민보다는 구제금융을 둘러싼 경제적 피폐가 대중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진보·좌파가 세계화 조류에 별 힘을 쓰지 못한 것은 대안의 부재도 한몫했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는 그동안 진보 진영이 세계화에 맞서 인위적 소득 이전 외에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세계화의 핵심인 자유로운 자본이동은 1980년대 이후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일조한 결과이기도 하다. 라위 압델라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화를 결정적으로 추동한 유럽연합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유로운 자본이동은 자유시장 이데올로그들뿐만 아니라 자크 들로르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앙리 샤브랑스키 등 유럽의 좌파 정치인이나 지식인에 의해 진전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케인스 좌파들에 의해 금융규제 완화가 진전됐다.

프랑스의 사회당 쪽은 1980년대 초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의 케인스파 정책이 실패하자 금융의 세계화 외에 대안이 없다고 보고, 미국과 독일에 의해 금융 세계화를 주도당하지 않으려 범유럽 혹은 세계적 차원의 금융 세계화 규율과 정책에 선수를 쳤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진보좌파 진영에서 반세계화 담론이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거다.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는 국가 차원에서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이에 대처할 다양한 정책 메뉴들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세계화 주도의 이론가이자 대표적 주류 경제학자인 브래드 들롱, 로런스 서머스 등이 사회 인프라와 그린이코노미에 대한 장기적 공공투자 등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를 정력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세계경제와 자본주의를 구한 것은 케인스주의,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내놓은 진보 진영이었다. 진보 진영은 다시 과거처럼 역사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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