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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물 건너간 3% 성장… 곳곳이 ‘지뢰밭’
2016년 하반기 정부 경제정책 방향 점검
[76호] 2016년 08월 01일 (월) 노현웅 economyinsight@hani.co.kr

브렉시트 불확실성과 구조조정 여파 감안해 하반기 ‘20조원+α’ 투입

정부는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잡았던 3.1%에서 2.8%로 낮췄다. 성장률 2.8%는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와 견줘 그나마 하반기 상황을 밝게 본 것이다. 수출 성적은 갈수록 부진하고,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및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리스크가 하반기 예고돼 있다. 이에 정부는 10조원 수준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20조원 이상 재정 보강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10조원 이상 추경 편성은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정부 공언대로 재정 건전성과 경기 부양의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엔 재정 보강 규모가 애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현웅 <한겨레> 기자

기획재정부는 2016년 6월2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정책 방향은 경기 활력을 높이고 신산업 성장동력을 마련하며 민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로, 산업통상자원부·국토해양부·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의 정책 수단을 총괄해 기획재정부가 반기마다 발표한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 역시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를 연령대와 가구 형태, 기업 규모별로 구분해 각각 다른 맞춤 정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반찬 가짓수 자랑하는 한정식집일수록 마땅히 젓가락 갈 곳 없다는 사실을, 이미 국민은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거시 전망과 재정 정책, 소비 대책 등 각 영역별로 핵심이 되는 정책 키워드를 소개해, 정부가 내놓은 패키지 상품의 핵심을 되짚어본다.
 
성장률 2.8%의 의미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8%로 0.3%포인트 낮췄다. 상반기 주요 경제지표 개선세가 예상보다 미약한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6년 4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2%로 하향 조정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 정부는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으로 7월부터 석 달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 구입 때 가격 10%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대형 할인점 직원들이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2016년 들어 정부가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핵심 지표인 고용과 투자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1분기 설비투자 실적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4.5% 감소세를 보였고,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1% 상승률을 기록해 사실상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낳았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세우는 고용률도 1분기 기준 65.1%를 기록해 전년 실적 65.7%를 밑돌았다. 국내 경기 회복 신호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수출 실적도 부진했다. 수출은 2015년에도 2014년보다 8% 감소했는데, 2016년 1분기엔 -13.3%를 기록하며 하락폭이 더 커졌다. 더구나 이들 지표에는 조선·해운 업종의 구조조정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하반기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 전망치는 여전히 주요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낙관적이다.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로 2.7%를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2.6%로 전망했고, 민간 연구소들은 2.4~2.6%를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2016년 4월 정부와 같은 2.8%를 전망치로 제시했지만, 7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물론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는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성장률이 0.2~0.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그마저 낙관적으로 전망한 2.8% 성장률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며칠 앞두고 터진 ‘브렉시트’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브렉시트 변수는 세계경제에 장기적 불확실성을 가중하기 때문에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 2차적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하반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등 정치 현안이 결부되면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번 전망에 브렉시트를 반영하지 않았지만 하방 위험 요인이 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률 2.6%를 밑도는 실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경제는 확실한 저성장 터널에 진입했다”며 “앞으로 경제성장률 수치에 ‘3’자를 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는 하반기 10조원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20조원 이상 재정 보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사회보장성기금 운용 방식을 변경하고,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지원 및 공기업의 투자 확대 등 재정 보강 방안이 나열됐지만, 가장 관심을 끈 내용은 역시 ‘10조원 수준’이라는 추경 편성이었다.

정부가 편성한 10조원 수준의 추경은 2016년 들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초과 세수와 2015년 남은 세계잉여금(정부 예산을 초과한 세입과 예산 가운데 쓰고 남은 세출불용액을 합한 금액 -편집자) 등이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는 ‘7월 재정 동향’ 자료를 보면, 2016년 5월까지 정부가 거둔 세금은 112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93조7천억원에 비해 19조원 늘었다. 정부가 올해 걷기로 한 목표 세금(222조9천억원) 대비 실제 국세 수입을 비교하는 국세 진도율은 5월 기준 50.6%를 기록해 1년 전보다 7.2%포인트 높아졌다. 정부는 시뮬레이션 결과, 하반기 소비 감소 등으로 국세 수입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초과 세수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추경 규모는 10조원 안팎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현재까지 세수 추계로 볼 때 10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하기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경제정책 운용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일종의 ‘절충안’임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직전까지 추경 편성을 두고 내부 토론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먼저 동남권에서만 발생한 국지적 실업이 국가재정법에서 정하는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논쟁은 국가채무 비율로 번졌다. 적자예산 운용과 추경 편성으로 2010년 30% 초반에 머물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5년 37.9%까지 치솟았다.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어설 경우,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10조원 수준’이라는 추경 규모는 이런 고심의 결과물로 나온 어정쩡한 절충안으로 보인다.

10조원 추경 규모를 두고는 경기 부양 효과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채 발행 없는 추경 편성으로 재정 건전성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들었지만, 어정쩡한 규모 탓에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4천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후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17조3천억원,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11조6천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대규모 추경 편성이 연례행사처럼 굳어진 지금, 10조원 수준의 재정 보강이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내수 진작 방안

   
▲ 2016년 6월28일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등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추경 편성만큼 내수 진작 정책에도 공들였다. 친환경 소비 촉진을 위한 노후 경유차 교체 및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 구입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먼저 2006년 12월31일 이전에 등록한 노후 디젤 차량을 폐차 등 말소 등록하고 신규 승용차를 구입할 경우 개별소비세를 70%(100만원 한도, 5%→1.5%) 깎아주기로 했다. 자동차 가격이 3천만원을 넘을 경우 100만원 이상 혜택을 보게 된다. 개별소비세에 연동돼 부과되는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도 함께 감액되는 효과를 감안하면 총 143만원의 혜택을 본다. 정부는 이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제품 가격의 10%가량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냉장고·김치냉장고·에어컨·텔레비전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품목당 최대 20만원, 가구당 최대 4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인센티브 및 세제 혜택은 ‘친환경·에너지효율’을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고가의 가전제품과 자동차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내수 진작용 정책들이다. 실제 정부는 자동차·가전·유통업계에 각종 할인행사를 병행토록 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세금과 보조금, 할인행사까지 가용 자원은 모두 동원하는 것이다. 르노삼성 등 일부 완성차 업체는 노후 디젤 차량 교체 때 소비자가 부담할 나머지 개별소비세 30%를 면제해주겠다며 각종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전업체들도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이 구체화되길 기다려 각종 할인행사 등 프로모션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이처럼 내수 소비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나마 민간 소비의 경기 제고 효과가 높은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내수 소비는 재정 투입 등 다른 정책 수단과 비교해 승수(소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높다. 2016년 들어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에 따라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가 급증함으로써 고용과 투자 등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제조업 생산은 ‘나 홀로 성장세’를 유지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친환경 소비 혜택 말고도 2016년 9월 말로 예정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각종 소비 진작 대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통해 가계소득을 뒷받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런 노력으로 거둔 가계소득 증가분이 소비 심리 개선을 통해 전 산업으로 퍼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구실”이라고 말했다.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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