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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판 커지는 저비용항공사 ‘공중전’
새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 운항 개시
[76호] 2016년 08월 01일 (월) 이현호 economyinsight@hani.co.kr

6년 만에 신규 진입으로 경쟁 심화…
안전 우려 불식이 과제

국내 여섯 번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이 2016년 7월11일 첫 비행을 했다. 6년 만에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 간 고객 확보전이 심화될 것이다. 동북아 지역 저비용항공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업계와의 공중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항공권 판매 외에 기내면세점과 서비스 유료화 등 다양한 수익 활로를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에 맞춰 안전 우려를 불식해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현호 <서울경제> 산업부 기자
 
#회사원 정○○(38)씨는 8월에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떠날 해외여행을 생각하며 한껏 들떠 있다. 무엇보다 예전과 달리 힘들게 여행사를 찾아다니지 않고도 집에서 인터넷으로 손쉽게 싼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정씨가 여행 경비로 책정한 400만원 가운데 비행기 삯이 130만원을 넘지 않았다. 여름철 특수를 겨냥해 저가항공사가 내놓은 초저가 항공권을 구입한 덕분이다. 하와이 왕복 항공권이 1인당 42만원 정도다. 예상보다 저렴하게 구입해 전체 여행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국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가 첫 비행을 한 지 11년 만에 누적 승객 1억 명을 넘어서며 훨훨 날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 등의 통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가 처음 취항한 2005년 8월 이후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운임을 낸 누적 승객은 1억1479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인 1인당 최소 2차례 타고 하늘을 다닌 것이다.

   
▲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이 2016년 7월11일 취항함에 따라 진에어·제주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5곳이던 국적 저비용항공사는 6년 만에 6곳으로 늘어났다.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계류장에서 저비용항공사 여객기들이 운항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5월 기준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의 국내선 점유율은 56.1%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친 점유율(43.9%)을 앞지르고 있다. 국제선의 점유율은 17.5%로 아직은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에 많이 밀린다. 그러나 국제선 여객 운송량은 2015년보다 40.4% 증가해 성장세가 강하다. 항공 전문가들은 5년 내에 국제선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실 초창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2005년 8월31일 국내 최초 저비용항공사 한성항공의 ATR 72-200이 승객 46명을 태우고 청주공항을 이륙한 것이 첫 비행이다. 당시 한성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ATR 72-200은 프로펠러와 제트엔진이 동시 장착된 터보프롭형 항공기로 1995년 제작돼 요즘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구형 항공기다. 이듬해 6월 취항한 제주항공 역시 터보프롭형 항공기 봄바디어사 Q400으로 첫 비행을 했다.
 
김포∼제주 9900원 등 초저가 경쟁

이처럼 초창기에는 대형항공사와 비교하면 서비스와 안전성이 떨어지면서 한 해 승객이 100만 명 수준에 그치며 적자에 허덕였다. 초기 멤버인 한성항공과 영남에어는 결국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하지만 2008년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자회사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만들어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2009년 저비용항공 승객이 500만 명을 넘고, 2011년 1천만 명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저비용항공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규모도 대형항공사와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첫 취항 이후 11년째인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현재 5개사 보유 항공기는 82대로 국내 두 번째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대수(84대)와 엇비슷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기에 증가하는 항공 수요를 고려해 신규 취항과 항공기 추가 도입을 예정하고 있어, 2016년 안에 100대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 10년은 저비용 업계가 성장하는 디딤돌을 형성하고 성공적 안착을 위한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국내외 대형항공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하는 기간”이라며 “가격경쟁력이 앞서는 업체들이 계속 우수 인력 유치와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면 충분히 승산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국적 저비용항공 업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5곳이던 국적 항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첫 비행을 시작한 에어서울 출범으로 6곳이 되었다. 6년 만에 신규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업체 간 고객 확보전이 심화될 것이다. 여기에 동북아 지역 저비용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저비용항공사, 기존 대형항공사와의 공중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국적 저비용 업계는 에어서울이 가세하면서 기존 체제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에어서울은 우선 김포~제주 구간 운항을 시작으로 10월부터는 일본과 중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5개국 16개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국적 저비용항공사 간 국제선 항로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고객 유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여름 성수기를 맞아 김포~제주 구간이 최저 9900원 등 초저가 항공권이 대거 쏟아지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외국계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동북아 지역은 항공시장에서 저비용 업체 비중이 20%에 못 미쳐 40%를 넘는 미주와 유럽 지역, 동남아 등과 비교하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행 노선을 지속적으로 늘리는데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한 아시아 최대 에어아시아그룹 역시 동남아 각국의 자회사를 통해 국내에 잇따라 취항하고 있어 국적 저비용항공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맞춰 국적 항공사들도 항공기 대수 늘리기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매출 1위 제주항공은 2016년 2월 올해 첫 신규 항공기인 B737-800을 도입한 데 이어 항공기 5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진에어도 2016년 4월 B737-800을 포함해 연내 3대를 추가한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도 항공기를 각각 17대, 16대로 늘릴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노선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제선 분담률이 계속 높아지며 저비용항공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를 충당하기 위해 당분간 업체 간 항공기 도입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저비용항공 업계가 외형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반드시 호황기라고 할 수는 없다.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지만 저가를 앞세운 출혈경쟁으로 적자 노선이 속출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항공권 판매를 통한 수익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기내면세점과 서비스 유료화 등 다양한 수익 활로를 찾고 있다.

유료 서비스 확대로 수익 활로 모색

   
▲ 저비용항공사는 양적 성장과 함께 안전 우려를 불식해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제주항공 여객기의 장비 및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은 넓은 좌석이나 옆좌석 공석을 원하는 승객을 위한 유료 판매에 들어갔다. 수하물 대기시간을 줄이는 우선 수하물 처리 서비스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은 유럽이나 미주 노선에 일반화된 기내식 유료화도 도입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에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기내면세점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은 8월부터 대한항공에 위탁해온 기내면세점을 자체 운영하기로 했다. 기내면세점을 자체 운영하는 것은 에어부산에 이어 두 번째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승객이 기내에서 면세품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퍼스널 쇼퍼’(쇼핑 도우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은 GS리테일(GS25)과 제휴해 연말 기내 편의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대인 제주항공은 1인당 항공권 가격 대비 부가 매출 비중이 7% 수준으로 유럽 최대인 라이언에어의 30%와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며 “국적 저비용항공사들이 악화되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내면세점 등 유료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거리 노선의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저비용항공사 간 공동운항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김포~타이베이 노선에서 실시하는 공동운항을 6월부터 5개 노선으로 확대했다. 공동운항이란 상대 항공사의 일정 좌석을 자사의 항공편명으로 판매해 운항편 확대 효과를 거두는 제휴 형태를 말한다. 인터라인(노선 위탁판매)을 통해 해외 노선을 늘리는 저가항공사도 등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6년 12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인터라인 협정을 맺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해외 대형항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양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안전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다. 업계의 안전 불감증 문제는 최근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15년 12월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비행 중 기내 압력 조절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돼 1만8천 피트에서 8천 피트로 급강하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6년 1월에는 세부 막탄공항에서 이륙해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진에어 여객기가 출입문을 덜 닫은 채 운항하다 굉음이 들리는 바람에 회항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저비용항공사가 대형항공사보다 안전 문제가 더 잦다고만 볼 수는 없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사고·준사고 발생 빈도를 비교하면 대형항공사는 운항 1만 회당 0.153건이고 저비용항공 5사는 0.133건으로 오히려 적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최근 증가하는 항공 수요에 발맞춰 저비용항공사들이 잇따라 저가 상품을 내놓고 고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우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하면 지속적 성장을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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