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비즈니스
     
[Business] 추락하는 프랑스 영화엔 날개가 없다
흔들리는 프랑스 영화산업
[76호] 2016년 08월 01일 (월) 마르크 슈발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제작 늘었지만 점유율 곤두박질…
카날플뤼스 등 방송사 판권 선구매 꺼려 수익성도 빨간불

프랑스 영화산업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관람객과 영화 제작 편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자국 영화 점유율은 크게 줄었다. 영화의 질이 떨어지고 제작 편수가 많아지다보니 개봉관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영화산업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프랑스는 국내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TV 방송사들이 프랑스 영화를 선구매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화보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방송사들이 영화 선구매를 꺼림에 따라 영화산업의 재정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 최대 방송사업자이자 영화업계의 큰손인 카날플뤼스가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다가 세계 4대 영화제인 칸영화제도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마르크 슈발리에 Marc Cheval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6년 5월22일, 2주 동안 프랑스 휴양도시 칸을 뜨겁게 달군 칸영화제가 내년을 기약하며 성황리에 폐막했다. 그러나 2017년 5월에도 칸영화제가 축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실 이보다 더 불확실한 질문은 없다. 영화산업의 공급과 수요는 점점 더 따로 놀고, 프랑스 영화의 재원 마련 걱정은 커졌다. 특히 프랑스 최대 방송사업자 카날플뤼스(Canal+)의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프랑스 영화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 프랑스의 최대 방송사업자 카날플뤼스(Canal+)의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프랑스 영화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파리의 카날플뤼스 본사. REUTERS
프랑스 영화계는 지난 20년 동안 관람객이 33% 이상 증가했다. 극장의 규모나 수를 봐도 어떤 유럽 국가보다 영화산업 기반이 잘 구축됐고 영화 관람객 연령도 낮아졌다. 프랑스 영화산업은 이제 꽃길을 걸을 일만 남은 것 같다. 영화 제작도 정점을 찍고 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 자료를 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극장 상영을 승인받은 프랑스 영화는 총 300편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영화산업의 활기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제작 편수가 늘어난 상황이 점유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극장 매출액 대비 프랑스 영화 비율은 2014년 44.5%에서 2015년 35.5%로 크게 줄었다. 입장 수입 기록을 보면 상황은 더욱 명백해진다. 2015년 프랑스 입장 수입 상위 10에 이름을 올린 프랑스 영화는 <벨리에 가족>과 <알라딘의 새로운 모험>, 단 2편에 불과했다. 미국 영화는 7편이나 순위에 들었다.

물론 프랑스 영화의 시장점유율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몇 편 개봉하느냐에 따라 해마다 크게 변동한다. 예로, 2015년 프랑스 영화와 미국 영화를 통틀어 어떤 영화도 2014년 개봉해 1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히트를 기록한 <컬러풀 웨딩스>에 미치지 못했다. 프랑스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영화산업 상황이 월등히 나은 것도 맞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자국 영화 시장점유율은 프랑스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봉 편수는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했을 정도로 프랑스 영화산업이 황금기를 구가한 1980년대 초에 비하면 현재 성과는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프랑스 유력 영화사 MK2그룹의 창업주 마랭 카르미츠 같은 이들은 영화의 질이 양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공급과잉 상태의 영화산업

영화 제작 편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일 수 있다. 개봉 편수가 늘어나면 영화가 오랫동안 극장에 걸릴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개봉관이 50개 미만인 영화는 약 8% 늘어났고, 50~199개인 영화는 27% 이상 급증했다. 반면 2015년 개봉관을 200개 이상 확보한 영화는 고작 41편에 지나지 않았다. 이 수치는 최근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관객을 1만 명도 동원하지 못한 영화가 같은 기간 25% 증가했다. 이렇게 볼 때 프랑스 영화산업이 공급과잉 상태임은 분명한 것 같다.

누군가는 영화 수익이 개봉 수익만을 의미하지 않으니 개봉 성적만을 기준으로 영화산업의 수익성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영화 개봉 성적이 저조해 손해를 보더라도 DVD나 주문제작 방식의 블루레이 판매 수익, TV 방영권 선판매, 수출, 기타 콘텐츠 관련 수익 덕분에 최종적으로 손익 균형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부수적 수익의 원천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예로 비디오 판매 수익은 계속 감소하는데, 비록 블루레이 판매가 급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DVD 시장의 위축을 상쇄할 정도로 늘어난 것은 아니며, 텔레비전에서도 영화는 힘을 못 쓰고 있다. 2015년 텔레비전 시청률 상위 100개 프로그램 중 단 10편만 영화였다. 드라마는 54개나 이름을 올려 영화보다 압도적 우위를 기록했다. 경제학자 올리비에 봄셀은 장차 프랑스 영화산업의 수익이 비용을 충당하기에 한참 모자랄 거라고 주장한다.

   
▲ 프랑스 영화산업이 침체에 빠져 세계 4대 영화제인 칸영화제도 힘을 잃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이 2016년 5월 제69회 칸영화제에서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REUTERS
2013년 제작자 뱅상 마라발이 프랑스 유명 영화배우들의 엄청난 출연료를 비판하며 논쟁에 불을 붙이기 전까지 ‘메이드 인 프랑스’ 영화의 수익성 문제가 제기된 적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프랑스에서 대박인 해와 쪽박인 해를 평균 내더라도 영화 제작비의 40% 정도는 확실히 회수되기 때문이다. 즉 입장료에 부가되는 일련의 영화발전기금, 비디오 판매 수익, 유료 및 무료 텔레비전 방송 판매 수익, 포털 사이트 판매 수익이 상당하지만 무엇보다 TV 방송사들이 프랑스 영화의 TV 방영권을 선구매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시스템 덕분에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 영화산업 수익 구조에서 TV 선판매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을 예로 들면 35.5%였을 정도로 단연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은 10여 년 전부터 고착됐다.

프랑스 영화의 TV 선판매 시스템은 1980년대 영화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도입된 뒤 꾸준히 강화됐다. 물론 이 시스템이 프랑스 영화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TV 선판매 시스템 덕분에 프랑스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무차별 공세에 맞서 ‘영화의 다양성’이란 제목을 달고 강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심지어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프랑스 영화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자국 영화산업의 부흥을 위해 프랑스의 전략을 일부 모방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날 이 시스템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는 영화 제작 편수 증가, 수익성 악화, 소비자 취향 변화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프랑스 TV 방송사를 둘러싼 환경이 격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방송의 비약적 발전은 공중파 민영방송의 시청률을 잠식했고 이는 해당 방송사의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비록 공영방송은 민영방송보다 광고 의존도가 낮다고 해도 예산 감축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TV 방송사들이 수익성이 거의 없는 콘텐츠에 투자하기 꺼리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흔들리는 자금조달 시스템

   
▲ 프랑스 영화가 할리우드 등 외국 영화에 밀려 자국 내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프랑스 영화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 파리 외곽의 한 영화관. REUTERS
더구나 프랑스 최초 민영방송사이자 2015년 한 해에만 1억7800만유로(약 2300억원)를 투자해 프랑스 영화를 선구매했을 정도로 영화산업의 큰손인 카날플뤼스가 현재 그야말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카날플뤼스가 2016년 칸영화제 취재에 예년보다 적은 예산과 인원을 배정한 사실만도 영화인들에게는 좋지 않은 징조이다.

최근 본격적으로 생존경쟁에 뛰어든 카날플뤼스는 극장용 영화에 투자하는 만큼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방송사에 강제되는 프랑스 영화 선구매 의무는 카날플뤼스를 점점 더 옥죄고, 카날플뤼스는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대중의 선호가 영화에서 드라마로 옮겨간 상황을 감안하면 입법 당국도 TV 방송사에 부과한 의무의 일부를 드라마 제작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은 영화계의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되면 그동안 미국·영국, 북유럽 드라마의 위세에 가려 뒤처졌던 프랑스 드라마 제작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TV 방송사가 프랑스 영화의 돈줄 구실을 한다는 게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예로, 영국 방송 <BBC>를 비롯한 외국 경쟁사와 달리 프랑스 TV 방송사들은 자사가 돈을 댄 프로그램이라도 외국에 판매할 때 지분을 챙길 수 없다. 그러다보니 수출용 프로그램을 제작할 유인이 없다.

비록 <프랑스 마을> <악순환> <레전드 지부> 등 몇몇 드라마가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했지만, 프랑스 드라마는 작품성과 시즌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각 시즌 사이 기간이 1년이 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이것은 프랑스 드라마 업계가 2007년 처음 선보인 뒤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1천 회를 돌파한 <삶보다 아름다운>의 제작 방식과 유사한,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진정한 산업조직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극장용 영화든 TV 방영용 영화든 전통적으로 프랑스 영화의 약점으로 꼽혀온 시나리오 집필 단계를 구조화하고 강화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이런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든 적극적으로 주도하든, 카날플뤼스가 디지털 콘텐츠 제왕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든 실패하든, 프랑스 영화산업이 장차 업계 전체를 관통할 태풍 전야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6월호(제358호)
La crise couve dans le cinéa franéis
번역 박수현 위원
 

새로운 수익모델 필요한 카날플뤼스

오늘날 카날플뤼스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개국 이래 유료 방송을 실시하는 카날플뤼스 가입자 수는 2012년을 기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카날플뤼스가 보유한 6개 채널은 2016년 1분기에만 18만3천 명의 가입자를 잃어 현재 총 가입자 수는 827만6천 명에 이른다. 그 결과 4년 전부터 누적된 적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카날플뤼스는 2016년 4억1천만유로(약 53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2015년 카날플뤼스가 미디어그룹 비방디(Vivendi)에 인수된 뒤 두 그룹의 감사위원장으로 취임한 뱅상 볼로레가 전면에 나서 프로그램 편집권을 장악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심지어 카날플뤼스의 간판 프로그램 <르 그랑 주르날>의 시청률이 급락한 걸 보면 반전은커녕 더 악화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카날플뤼스가 확고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카날플뤼스의 24시간 뉴스 채널 <I-텔레>가 매물로 나왔다는 루머가 돌았다. 카날플뤼스의 또 다른 간판 프로그램 <르 프티 주르날>의 제작자이자 연출자 이안 바르테스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카날플뤼스를 떠나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사 <TF1>로 자리를 옮겼다. 그뿐만 아니라 뱅상 볼로레는 2016년 4월 비방디 주주총회에서 카날플뤼스가 계속 손실을 본다면 아예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볼로레의 발언은 정말 방송사를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재 카날플뤼스가 카타르 방송사 <알자지라>에 거액의 협상안을 제시하며 진행 중인 종합 스포츠 채널 <베인 스포츠>(BeIN Sports)의 프랑스 독점방영권을 따내기 위해 정부 경쟁 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 것이다.

카날플뤼스가 다시 가입자 수를 늘리려면 지금까지 카날플뤼스의 힘이자 정체성을 구성했던 두 축인 스포츠 및 영화·드라마 부문에서 일종의 독점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제왕 넷플릭스(Netflix)처럼 탄탄한 재정을 기반으로 프랑스 시장을 잠식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 때문에 드라마 부문에선 그야말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시즌4 방영권을 카날플뤼스에 팔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은 드라마 방영을 놓고 방송사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카날플뤼스도 손 놓고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날플뤼스는 특히 유럽의 드라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베르사유> 같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드라마들을 새로 선보였고, 스페인 밤부(Bambu), 영국 서니마치(Sunny March), 어번미스(Urban Myth)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 제작사에 자본 참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드라마 제작 부문에 뛰어들었다. 특히 어번미스는 인기 드라마 <멀린> 시리즈를 제작했다. 또한 비방디그룹은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전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미디어그룹 미디어셋(Mediaset)과 협약을 맺고 ‘인터넷 TV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르크 슈발리에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