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환경
     
[Environment] ‘씨 말리는’ 종자회사들의 특허 전쟁
특허로 위협받는 종자시장
[76호] 2016년 08월 01일 (월) 플로랑 데트루아 economyinsight@hani.co.kr

다국적기업 치열한 경쟁이 생물다양성 감소 불러 식량 안전 위협

농화학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2015년 12월 미국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했고, 2016년 2월에는 중국화공이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 제약그룹 바이엘이 미국 최대 종자기업 몬샌토를 사겠다고 나섰다. 기술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국적기업이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세계 종자시장을 장악한 다국적기업들은 종자 특허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몇몇 다국적기업이 독점적으로 종자를 개발하고 특허권을 소유해 종자 가격이 올라가고 토종 종자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는 곧 생물다양성 감소로 이어져 식량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다준다.

플로랑 데트루아 Florent Detroy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6년 5월23일, 독일의 세계적인 제약·농화학 그룹 바이엘(Bayer)은 세계 최대 종자회사 몬샌토(Monsanto)에 인수 제안을 했다. 이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종자시장의 기업 집중은 한층 더 심화될 전망이다. 물론 몬샌토는 바이엘의 620억달러(약 71조7천억원)짜리 인수 제안에 퇴짜를 놓았지만 결국 바이엘에 먹힐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날 중국화공(ChemChina)은 세계 3위 종자회사 스위스 신젠타(Syngenta)그룹과 인수 협상이 종결됐다고 발표했다.

   
▲ 환경단체 회원이 2016년 1월 프랑스 리옹의 몬샌토 프랑스법인 본사 앞에서 몬샌토 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일부 다국적 종자회사가 특허권을 독점하면서 종자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REUTERS
중국화공의 신젠타그룹 인수 금액은 무려 430억달러(약 49조7천억원)에 이른다.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던 신젠타그룹은 반드시 인수자를 찾아야 했고, 결국 2016년 2월 중국화공의 제안을 수락했다. 당시 몬샌토도 신젠타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자금력 싸움에서 중국화공에 밀렸고 신젠타는 더 유리한 제안을 한 중국화공을 선택했다. 세계 종자업계 2위와 5위인 미국의 다우케미컬(Dow Chemical)과 듀폰(DuPont)은 이미 2015년 12월 합병을 결정한 바 있다.

세계 농화학 시장의 초대형 인수·합병 열풍은, 30여 년 전 시작돼 업계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생명공학 기술과 관련이 깊다. 1980년대 이후 생명공학 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종자 선별 기술의 출현을 가능케 했고, 특히 1990년대 출현한 유전자 이식 기술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유전자 이식이란 한 유기체의 유전자를 다른 유기체에 넣는 것을 뜻한다. 이 기술에 힘입어 유전자변형식품(GMO)이 탄생했다.

급증하는 종자회사 인수·합병

생명공학 기술이 농업에 적용되면서 종자회사들과 비료·농약 등 기타 농업 원료 생산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크게 증가했다. 1996~2009년 미국에서만 200개 넘는 독립 종자 생산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됐다. 그리고 유럽 의회 내 녹색당 그룹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4위 종자회사인 프랑스의 리마그랭(Limagrain)도 1990~2012년 종자회사 15개를 인수했다. 국제 환경·문화 단체 ‘ETC그룹’은 1970년대만 해도 7천 개 내지 8천 개가 넘었던 종자회사가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고 2013년에는 세계 종자시장의 63%가 6대 종자회사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지적한다.

세계 유명 종자회사들은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힘입어 GMO 종자와 일반 종자를 막론하고 농업 생산성이 뛰어난 품종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품종들은 농약 내성이 뛰어나 농약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그것도 해당 품종을 개발한 회사들이 판매하는 농약과 말이다. 예로, 몬샌토가 개발한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는 다름 아닌 몬샌토의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가진 GMO 옥수수이다. 세계 1위 종자회사 몬샌토는 농화학 분야에서도 매출액 기준 세계 5위의 대기업이다.

종자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여 생명공학 기술에 투입된 천문학적 수준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적재산권이 종자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강화되도록 1980년대부터 엄청난 로비를 벌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미국에선 이미 1930년대 ‘식물특허법’(Plant Patent Act)이 도입돼 무성생식에 의한 식물 품종 특허가 인정되는 상황이었다. 이 법은 종자를 구입한 농부가 그 종자를 수확 뒤 되팔 목적으로 재배하는 것은 금지했지만, 농부가 순수하게 경작을 목적으로 종자를 재사용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 결과 식물 육종가도 해당 종자를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80년 미국 특허국은, 당시 과학자 아난다 차크바라티가 원유 분해 기능이 있는 유전자변형 세균 슈도모나스의 특허 등록을 거부당하자 대법원에 제소해 승소한 것을 계기로, 살아 있는 생물도 특허 대상으로 공식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기존 식물특허법과 달리 새로운 특허법은 다른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종자의 자유로운 활용을 전면 금지했다. 심지어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다. 농부들도 수확 뒤 종자를 회수해 다시 파종할 수 없었다.

종자회사들은 이 특허 시스템 덕분에 식물 육종가의 품종 연구를 원천 봉쇄할 수 있었고, 필요하다면 소송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농부들의 종자회사 의존도가 크게 늘었다. 프랑스의 GMO 반대 시민단체 ‘InfOGM’의 조사를 보면, 몬샌토는 1997~2010년 지적재산권 위반을 내세워 144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며 700건의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법의 보호 아래 GMO 품종, 그중에서도 농부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몇몇 품종은 GMO 작물 수입 허가국에서 빠른 속도로 보급될 수 있었다. 예로, 199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던 GMO 옥수수와 GMO 대두가 오늘날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 품종의 89%와 대두 품종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GMO 작물 사용을 금지한 유럽은 종자회사들이 개발한 품종 보호가 목적인 특허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도 미국의 옛 식물특허법과 유사한 식물 지적재산권 보호제도가 있다. 바로 1961년 도입된 ‘식물 품종 허가제’(COV)다. 물론 1990년대부터 종자회사들의 융단폭격으로 농부의 수확 뒤 종자 재사용 권리는 상당히 축소됐지만, 그럼에도 COV는 유럽에서 여전히 유효한 시스템이다. 네덜란드 식물육종기업연합회 플랜텀(Plantum) 대표 닐스 라우바르스는 정보통신 분야의 오픈소스 시스템에 빗대어 유럽의 COV는 ‘일종의 공개 혁신(open innovation)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생물다양성 악화하는 품종 획일화

   
▲ 독일 제약그룹 바이엘이 미국 최대 종자기업 몬샌토 인수에 나서는 등 농화학 업계에선 대규모 인수·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부퍼탈의 바이엘 공장. REUTERS
그런데 2015년 3월 유럽특허청(EPO) 재심위원회가 영국 기업 플랜트바이오사이언스(Plant Bioscience)에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유효한 특허를 부여하기로 결정하면서 COV의 본질이 심각하게 훼손당했다. 플랜트바이오사이언스가 특허를 획득한 식물 품종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브로콜리로 유전자표지(Gene Tagging) 기술을 이용해 유용 유전자를 추출한 다음, 이 유전자를 잡종 교배해 브로콜리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변형 유전자가 투입된 브로콜리는 기존 브로콜리보다 더 많은 항산화 성분을 생산한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유전자표지 비용이 하락하면서 유럽에서는 이런 유형의 특허가 급증했다. 그래서 많은 환경단체가 유럽특허청에 특허 재심을 신청한 상황이다. 청구자들은 유럽특허청이 브로콜리의 항산화 유전자처럼 원래부터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천연 유전자’에 특허를 부여함으로써 유럽특허조약(European Patent Convention)의 잡종 교배나 육종 같은 식물 품종 특허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종자시장의 기업 집중은 종자회사들의 특허·기술 사용료 전쟁과 맥을 같이한다. 두 흐름은 식량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 사실 소수의 생산성 높은 잡종 품종에 연구를 집중하는 것은 재배 작물의 다양성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두고 프랑스 생물다양성 보호단체 ‘농민 종자 네트워크’(Semences paysannes)의 설립자 기 카스틀레는 이렇게 걱정한다. “종자회사들은 어떤 작물이 어떤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작물이 같은 비료와 같은 농약에 적응할 수 있게 변형한다. 이제는 프랑스에서 루마니아까지 모두 똑같은 품종의 옥수수를 재배할 날도 멀지 않았다.”

품종 획일화로 이득을 보는 건 종자회사뿐이다. 품종 획일화는 안 그래도 감소한 생물다양성을 더욱 악화한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농업의 기후변화 적응 능력과 미래 식량 수요 대처 능력이 저하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6월호(제358호)
Les brevets pièent les semances
번역 박수현 위원
 

GMO 아닌 GMO 같은 너!

현재 종자회사들은 이른바 ‘신식물육종기술’(New Plant Breeding Techniques)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한다. 신식물육종기술을 이용하면 DNA 분자를 삽입하지 않아도 식물의 유전형질을 변형시킬 수 있다. 유럽법은 DNA 분자의 삽입 여부로 유전자변형식품(GMO)을 규정한다. 따라서 신식물육종기술로 탄생한 식물 품종은 법적으론 GMO가 아니다. 종자회사들은 이런 법의 맹점을 이용해 GMO를 유럽에 도입했다. 유럽은 공식적으로 GMO 생산과 수입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환경단체 출신 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생산된 종자는 결국 GMO와 다를 바 없다며 사실상 GMO라고 주장한다. 이런 유형의 종자도 유럽연합의 GMO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곧 신식물육종기술 식물의 성질이 무엇인지 결정 내릴 예정이다. 유럽 외부에서도 신식물육종기술 식물을 둘러싼 논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관련 규제는 나라별로 다른데, 예로 뉴질랜드에서 신식물육종기술 작물은 GMO로 분류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플로랑 데트루아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