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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중국에서 되살아난 독일 ‘전설의 차’
파산 자동차 기업 ‘보르크바르트’의 중국 부활기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벤츠·BMW 등과 어깨 나란히 하다 1961년 파산…
중국 포톤자동차가 인수해 부활

벤츠, BMW 등과 함께 독일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이끌다 자금난으로 파산한 보르크바르트가 중국에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최대 상용차 회사 포톤자동차가 1961년 파산한 뒤 껍데기만 남은 브랜드 보르크바르트를 500만유로(약 66억원)에 인수해 ‘명가 재건’에 나선 것이다. 포톤자동차는 보르크바르트 인수를 계기로 승용차 생산 자격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고급 승용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이미 2016년 4월 중국 베이징모토쇼에서 보르크바르트 브랜드의 스포츠실용차(SUV)를 내놓았다. 2017년까지 155개 주요 도시에 진출하고 2020년까지 판매량 8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독일 ‘전설의 자동차’ 보르크바르트의 중국 부활기를 소개한다.

안리민 安麗敏 <차이신주간> 기자
 
벤츠와 BMW, 아우디로 이뤄진 ‘3대 독일 명차’는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왕진위 포톤자동차(福田汽車·FOTON) 총경리조차 자신을 독일 자동차의 열렬한 추종자라고 소개했다. 산둥성에서 기반을 잡은 왕진위 총경리는 농업용 차량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4년 베이징자동차그룹(北京汽車集團)이 그가 소속된 포톤자동차를 인수했고 이후 사업구조를 전환해 소형 트럭과 중형 트럭 등 상용차에 집중했다.

승용차는 왕진위 총경리가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중국 최대 상용차 기업인 포톤자동차는 2007년 다목적차량(MPV) ‘MP-K’를 내놨고 다음해 미니밴(CDV) ‘미디’(迷迪·Midi)를 선보였다. 하지만 포톤자동차는 승용차 생산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규정을 피해다녀야 했고 10년 넘는 세월 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왕진위 총경리는 세 가지 선택이 가능했다. 첫째, 다임러와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합자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 것처럼 외국 자동차 기업과 협력하는 방법이었다. 그다음은 외국의 우수 업체에 설계를 맡기고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치루이자동차(奇瑞汽車)와 이스라엘의 협력이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은 인수·합병이었다.

2016년 5월4일 공업신식화부(중소기업 정책 등을 담당하는 중국 중앙정부 부처 -편집자)가 발표한 신규 차량 생산 기업 명단에 ‘베이징보르크바르트자동차유한공사’(北京寶沃汽車有限公司)의 이름이 올랐다. 2016년 1월18일 설립된 이 회사는 주요 업종이 자동차(소형 승용차) 제조업이고 포톤자동차가 유일한 투자자다.

   
▲ 중국 최대 상용차 회사 포톤자동차가 1961년 파산한 독일의 보르크바르트를 500만유로(약 66억원)에 인수해 ‘명가 재건’에 나섰다. 2016년 4월25일 베이징모터쇼에 공개된 보르크바르트의 첫 번째 스포츠실용차(SUV) BX7. EPA 연합뉴스
1919년 독일 브레멘에서 탄생한 자동차 회사 보르크바르트는 1950년대까지 독일 자동차 산업계를 휘어잡았던 전설적 기업이다. 벤츠, BMW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1961년 자금 부족으로 파산했고 브랜드만 유지하는 ‘강시 기업’(좀비 기업)이었다. 포톤자동차의 2014년 재무보고서에는 2014년 1월 500만유로(약 66억2천만원)를 투자해 보르크바르트그룹(BorgwardAG)의 지분 100%를 인수한 것으로 나온다. “500만유로는 이름값이다. 50년 전에 파산한 회사가 무슨 자산이 남아 있겠나?” 이번 인수에 참여했던 한 내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베이징보르크바르트 관계자는 “포톤자동차는 독일 보르크바르트자동차의 투자자이자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독일 브랜드와 중국 기술의 만남

어찌됐든 왕진위 총경리는 2년 만에 ‘독일 명차’에 대한 동경과 승용차를 생산하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 2016년 4월25일 베이징모터쇼에서 보르크바르트의 첫 번째 스포츠실용차(SUV) BX7이 공개됐다. 판매가격은 30만2800위안(약 5400 만원)이었다. SUV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한 상황에서 50년 전에 파산한 독일 자동차 브랜드와 중국 포톤자동차의 기술력이 만나 남다른 창업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50년 전 파산한 보르크바르트에 유용한 특허 기술이나 실질적 자산은 남아 있지 않았다. 포톤자동차의 2014년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인수 당일 보르크바르트그룹은 30만위안 상당의 장부상 자산이 있었는데 무형자산이 29만위안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포톤자동차는 2010년부터 상용차에서 승용차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그해 10월 상하이자동차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웨이옌친이 포톤자동차 부총재로 자리를 옮겨 승용차 개발을 주도했다. 2014년 상하이GM캐딜락 시장마케팅부 부장이던 천웨이쉬도 합류해 베이징포톤자동차 부총재 겸 승용차 사업 부총재에 취임했다.

웨이옌친을 따라 상하이자동차 직원 여러 명이 포톤자동차로 자리를 옮겼고 왕진위 총경리는 그들의 신차 개발 경험과 인맥 자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새로 영입한 직원들이 포톤자동차의 승용차 개발과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믿었다.

베이징보르크바르트는 베이징에 있는 포톤자동차의 다목적자동차 공장에 자리잡았다. 2010년 착공해 다음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건물이다.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자 포톤자동차는 조용히 승용차 사업을 시작했다. 다임러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상대방은 신규 브랜드 개발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해외 자동차 브랜드 인수를 위해 사브(SAAB)와도 접촉했지만 베이징자동차그룹이 사브의 일부 자산을 인수한 뒤 양쪽 협상은 결렬됐다.

그러자 포톤자동차는 두 번째 노선을 탐색했다. 설계는 외국 업체에 맡기고 생산만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방법이었다. 포톤자동차는 신규 브랜드 로고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조사까지 했다.

소리 없이 승용차 사업을 진행하던 중 보르크바르트를 알게 됐고 인수·합병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자동차 개발의 평균 소요 기간이 36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2014년은 포톤자동차가 신차 양산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2년 전 포톤자동차를 떠난 한 관계자는 “회사를 떠날 때 사업의 대부분이 완료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포톤자동차 쪽은 “보르크바르트와 포톤자동차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포톤자동차 쪽은 2016년 5월5일 투자자 질문에 답변하면서 “포톤자동차는 보르크바르트의 재무투자자고 아직까지 보르크바르트의 투자자는 포톤자동차가 유일하다. 하지만 앞으로 상장 등의 방법을 통해 다른 투자자를 모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포톤자동차의 2014년 재무보고서를 보면 500만유로를 투자해 보르크바르트그룹을 인수한 것으로 나온다. 보르크바르트그룹은 2015년 7월 베이징에 보르크바르트차이나를 설립했다. 포톤자동차의 2015년 재무보고서에는 보르크바르트차이나가 포톤자동차의 100% 출자로 설립한 자회사라고 명시됐다. 베이징보르크바르트는 2016년 1월 설립됐고 포톤자동차가 유일한 투자자다. 한 포톤자동차 관계자는 “포톤자동차와 보르크바르트가 일부러 선을 긋는 이유는 포톤자동차의 상용차 제조사 신분이 보르크바르트의 고급차 브랜드 구축에 가져올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판단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포톤자동차는 2015년 재무보고서에서 2016년 상용차 판매량이 328만 대로 2015년 대비 5% 하락할 것이라는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예측을 인용해 향후 5년 동안 상용차 판매량의 증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승용차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포톤자동차는 사업구조를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포톤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승용차 시장을 개척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톤자동차의 전신인 산둥두청엔진차량공장(山東都城機動車輛廠)은 농업용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1994년 베이징자동차그룹 산하 베이징자동차오토바이연합제조공사(北京汽車摩托車聯合製造公司)로 귀속돼 베이징자동차두청차량공장(北京摩都城車輛廠)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 뒤 1996년 포톤자동차를 설립했고 1998년 상장했다.
 
마침내 이뤄진 승용차 사업의 꿈

   
▲ 2016년 5월 보르크바르트 동호회 회원들이 독일 브레멘에서 보르크바르트의 대표 브랜드인 ‘이사벨라’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19년 브레멘에서 탄생한 보르크바르트는 1950년대까지 독일 자동차 산업계를 휘어잡았다. DPA 연합뉴스
포톤자동차는 베이징자동차그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몇 년 전 포톤자동차가 주최한 행사에서 쉬허이 베이징자동차그룹 회장과 왕진위 포톤자동차 총경리가 나란히 축사를 마친 뒤 각자 다른 방향으로 연단에서 내려왔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비화’가 떠도는 것은 포톤자동차가 베이징자동차그룹에 소속된 다른 자회사와 달리 독립적 행보를 유지한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이 지배주주인 베이징자동차주식유한공사는 베이징자동차 승용차 사업의 중심이다. 고급형 합자 브랜드와 중고급 합자 브랜드, 중고급 고유 브랜드, 실용형 고유 브랜드 등 다양한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포톤자동차가 승용차 분야에 진출하면 그룹 내부에서 경쟁해야 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동업 경쟁의 부담 때문에 포톤자동차가 제출한 승용차 생산 자격 신청은 수락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년 10월 상황을 전환할 기회가 찾아왔다. 포톤자동차가 2차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승용차 사업 진출과 동업 경쟁 문제 해결에 관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베이징자동차그룹에 동업 경쟁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 안건은 동업 경쟁이 발생할 경우 베이징자동차그룹이 다음의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먼저 베이징자동차주식유한공사가 포톤자동차의 승용차 등 동업 경쟁을 유발한 사업을 인수하거나 베이징자동차주식유한공사가 포톤자동차를 흡수합병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베이징자동차그룹이 지정한 다른 주체가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내용을 실시하거나 베이징자동차그룹과 그가 지정한 기타 주체가 다른 적당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포톤자동차는 바라던 대로 승용차 분야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평가했다. “양쪽이 타협한 결과다. 이 안건은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이익을 보장했고 포톤자동차도 독립적으로 승용차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동업 경쟁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보르크바르트를 대상으로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있을까? 베이징자동차그룹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 뒤 포톤자동차의 승용차 생산 자격 신청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2016년 2월26일 ‘승용차 기술개조 사업 신청 보고’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5월4일 베이징보르크바르트자동차유한공사는 공업신식화부 홈페이지에 발표된 ‘도로 주행 전동차량 생산 기업 및 제품 공고’(284호)에서 허가 예정인 신규 차량 생산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포톤자동차는 조만간 승용차 생산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앞서 상용차 제조사 신분으로 승용차 분야에 진입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중국 SU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창청자동차(長城汽車)는 픽업트럭으로 기반을 닦았고 장화이자동차(江淮汽車)도 트럭을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창청자동차와 장화이자동차는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성공한 후발주자로 자리잡았고, 특히 창청자동차는 매출과 이윤 모두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2015년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760억위안(약 13조5천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창청자동차와 장화이자동차가 내놓은 승용차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고 SUV만 성공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우톈룽 UBS증권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결국 시기 선택의 문제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SUV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일련의 신차를 출시한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포톤자동차는 승용차 부품을 공급해주는 협력사와 판매사를 모집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브랜드가 없어 부품 공급사와 협상 과정에서 가격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금형 개발비 등 부품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지급했다고 전했다. 또 수준 높은 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해 과거 포톤자동차 판매 업체의 참여를 배제했지만 기준에 부합하는 판매사를 찾지 못하자 기존 판매사의 참여를 일부 허용했다. 하지만 보르크바르트차이나는 포톤자동차 판매사의 참여를 부인했고 대형 합자 브랜드나 고급형 자동차를 판매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르크바르트차이나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판매망 구축을 위한 1단계 사업으로 54개 중점도시를 공략할 예정이다. 그 뒤 점차 범위를 넓혀 2017년까지 155개 주요 도시에 진출할 계획이다. 보르크바르트차이나는 앞으로 해마다 두세 종의 신차를 출시하고 2020년까지 전세계 판매량 8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소비자에게 생소한 신규 브랜드로선 모든 판돈을 걸고 도전하는 도박이었다.

ⓒ 財新週刊 2016년 20호
德國汽車品牌中國復活記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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