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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정비기술 배우고 싼값에 차 고치고
실업 해소의 모범 사례 ‘자동차 공동정비소’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필리프 프레모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의 재취업 촉진 위한 자동차 공동정비소, 재활훈련기관으로 자리매김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프랑스 사회에서 저소득층에게 싼값에 자동차를 수리해주는 공동정비소가 실업 해소의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공동정비소는 실업자 재취업 촉진을 위한 자동차 정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저소득층이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재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자동차를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정비해줌으로써 이들의 재취업에도 힘을 보탠다. 공동정비소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그 설립 목적에 공감한 민간기업의 지원이 있다. 지역사회에 안착한 공동정비소는 이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필리프 프레모 Philippe Fréea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오늘날 저소득층의 자동차 수리 및 유지 비용을 절감해주는 공동정비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2014년 4월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도시 발랑시엔에 들어선 에노(Hainaut) 공동정비소는 설립 배경으로 보나 수익모델로 보나, 두루두루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주민의 대부분이 시내에 일자리를 갖고 있는 발랑시엔시(市)는 나라의 경제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바뀌는 탈산업화로 인해 시의 경제활동인구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다.

발랑시엔에 거주하는 친구들인 수피안 이퀴우상과 아나 리프키, 네이마 라즈렉은 이 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체념해버리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시민행동협회를 설립했다.

   
▲ 프랑스의 재취업 촉진을 위한 자동차 공동정비소가 실업 해소의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직원이 차량을 수리하고 있다. REUTERS
세 사람이 처음 시민행동협회를 세운 지역은 구직자의 32%가 운전면허증이 없고, 29%가 아무런 이동 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곳이다. 그러나 발랑시엔처럼 철강이나 석탄 같은 과거 산업화의 일익을 담당했던 산업이 사라지면서 도시화 과정이 이뤄진 지역에선 일자리를 찾고 유지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바로 자동차 보유다. 수피안 이퀴우상 에노 공동정비소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에노 정비소는 두 가지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실업자와 재취업 훈련 중인 노동자들의 자동차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정비해주고 수리해줌으로써 이들의 기동성을 높여 재취업을 도와주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에노 정비소에서 정비 기술을 익힌 뒤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실업자 재취업 위한 재활훈련소

에노 공동정비소의 운영 방식은 단순하다. 기업·경쟁·소비·노동·고용 지역본부(DIRECCTE)로부터 ‘노동자재활훈련소’(ACI) 승인을 받은 에노 공동정비소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자동차 정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다원적공조협회’에는 현재 노동자 22명이 등록돼 있는데, 그중 16명은 드냉과 앙쟁에 있는 두 훈련소에서 재취업 훈련을 받고 있다.

특히 드냉은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진 프랑스 제철회사 위지노르(Usinor)의 옛 제철소 부지이자 현재는 점토석 비누 제조가 핵심 경제활동인 지역이다. 협회는 사회복지 인력 2명도 고용해서 건강이 좋지 않고 알코올·약물 중독 문제와 실업을 동시에 겪고 있는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돕고 있다. 또한 항시적으로 접수·견적·수납을 담당하는 인력과 기술지원 인력도 고용하고 있다.

“다른 재활훈련소라면 훈련생 15명당 1명꼴로 관리 인력이 있어도 충분하지만, 우리 훈련소에선 안전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여기에서는 보통 기계 관련 자격증이나 경력이 없는 재취업 노동자와 경력·자격이 있지만 사고로 경력이 단절돼 다시 취업 전선에 나가려면 지원이 필요한 노동자를 한 팀으로 묶어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피안 이퀴우상 대표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재취업 훈련 중인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물론 작업장이 노동자재활훈련소 승인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노동자의 저생산성을 상쇄하도록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원금은 공동정비소의 주 고객인 저소득층이 부담 없이 정비소를 이용할 수 있게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실제 일반 정비소들은 보통 시간당 60유로(약 8만원) 내지 80유로를 받지만 에노 공동정비소는 시간당 20유로를 이용료로 책정했다. 에노 공동정비소가 이렇게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저소득층에게 기동성을 제공한다는 공동정비소의 설립 목적에 공감한 여러 단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에노 공동정비소는 이퀴우상 대표를 중심으로 외부 협력 전담 부서를 만들고 고용 당국뿐만 아니라 푸조-시트로앵 재단, 자동차 정비 및 타이어 업체인 노로토(Norauto)그룹, 보험회사 MACIF 등 민간단체들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는 프랑스 대중교통 운영사업자인 트란스데브(Transdev)도 지역에서 사회적책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에노 정비소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협력관계는 지역 기업들이 주도한다.

노로토그룹 올노이레발랑시엔 지사의 올리비에 엘루아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에노 공동정비소에 소모성 부품을 원가에 제공하기 때문에 에노 정비소는 노로토그룹이 공급업체에 지급하는 것과 동일한 가격으로 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며 “에노 정비소에 기술 자문이나 작업장 조직 방식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부품 판매업체인 오토디스트리뷰션(Auto-distribution)의 발랑시엔 지사도 에노 공동정비소가 프랑스에 시판되는 모든 자동차 모델의 부품을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오토시모’(Autossimo)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허가하고 공동정비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한다.
 
푸조-시트로앵 등 민간 지원 활발

   
▲ 프랑스의 자동차 공동정비소는 푸조-시트로앵 등 지역 기업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맺은 덕분에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안착했다. 파리의 푸조-시트로앵 대리점. REUTERS
에노 공동정비소는 지역 기업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맺은 덕분에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었다. 더구나 공동정비소는 설립 때부터 프랑스 고용청, 지역 고용 및 재취업 센터나 지역위원회 같은 사회복지 당국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게만 자동차 수리·정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에노 공동정비소는 고용 당국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실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동정비소 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용 가능 고객층을 확실히 차별화함으로써 공동정비소는 주변 일반 정비소들로부터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원성을 듣지 않게 됐다. 어차피 에노 공동정비소 고객은 일반 정비소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어서 일반 정비소와 공동정비소의 고객층이 겹칠 수도 없었다.

이에 대해 이퀴우상 대표는 “우리 정비소는 불법 정비업체와 경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에노 공동정비소는 자동차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물질 배출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환경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에노 공동정비소는 기본 설비만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수리와 정비 작업만 직접 처리하고 좀더 규모가 큰 작업은 노로토그룹 발랑시엔 지사처럼 저소득층을 위해 이용 가격을 낮추는 데 동의한 주변 정비소에 위탁한다. 이를 통해 에노 공동정비소는 정비소에서 재취업 훈련 중인 노동자들의 잠재적 고용주가 될 수도 있는 기업들과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 결과 에노 공동정비소는 꾸준히 60%에 가까운 재취업률을 기록하며 지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노동자재활훈련소 중 하나가 되었다.

에노 공동정비소의 2016년 예산은 75만유로(약 10억원)에 달한다. 이 중 40% 정도가 자동차 수리·유지 서비스 비용이다. 자동차 수리 1건당 소요되는 평균비용은 300유로 안팎에 그쳐 이것만 봐도 에노 공동정비소의 조직 구조가 대단히 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공동정비소는 직원이 고객의 자동차를 정비·수리해주는 유료 서비스 외에, 토요일 아침마다 정비소를 개방해 시민행동협회에 가입한 누구라도 전문가의 지도 아래 자신의 자동차를 정비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정비 셀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부받은 중고 자동차를 정비한 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그런데 고객들이 중고차 판매 정책에 폭발적 반응을 보이면서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자 공동정비소는 대기업들과 제휴해 물량을 확보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공동정비소는 드라이 세차(물을 사용하지 않는 세차 -편집자) 서비스를 시작했고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 대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에노 공동정비소 설립자들은 장차 이 정비소의 수익모델이 주변 지역 전체로, 특히 랑스리에뱅, 에넹카르뱅, 베튄브뤼아 지역에 보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처음부터 에노 공동정비소 설립을 지켜본 이네디컨설팅의 자크 파랑 연구원은 “에노 정비소의 수익모델이 보급되면 공동정비소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며 “장기적 목표는 프랑스의 모든 공동정비소를 일종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모범 사례’를 보급하고 정부 당국이나 지역 기업들과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에노 공동정비소는 아브르 지역의 LH 모빌리테나 최근 코르시카섬 칼비에 설립된 아텔뤼 무빌리타 등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단체들과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요컨대 공동정비소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5월호(제357호)
Quand mobilitérime avec insertion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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