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 Culture & Biz
     
[Culture & Biz] 나의 출판시장 탐독기
구전효과와 책 판매량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김윤지 economyinsight@hani.co.kr

‘이 책은 과연 언제까지, 얼마나 팔릴까.’ 대개 출판, 음반, 영화 등 문화상품의 경우 판매가 시작되면 짧은 시간 안에 판매량이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줄어든다. 하지만 언론이 보도하고, 인터넷서점(또는 음반·영화 예매 사이트)에 소개되고, 파워 블로거가 호평을 올리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이른바 구전효과에 힘입어 서서히 판매량이 늘어나 정점을 찍고 완만하게 내려온다. 물론 구전효과가 클수록 판매량은 늘지만 언제 정점을 찍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5주 안에 최대 판매량을 찍고, 독일은 10주에서 30주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드커버, 문고본, 전자책 등 하나의 책이 여러 형태로 출판되는 일본의 경우는 좀더 복잡하다. 뻔한 얘기지만, 여하튼 독서인구가 늘어야 판매량도 늘고 오래 팔린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태어나서 출판시장 동향을 이토록 세심하게 살핀 적이 없었다. 2016년 6월 필자의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전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쓴 책이 한두 권 있기는 했지만, 오롯이 내 이름만을 걸고 쓴 책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배포 첫 주 많은 신문사들이 책 소개 기사로 내 책을 다뤄줬다. 기사로 많이 다뤄진 것을 보니 책의 콘셉트나 방향이 나쁘지 않다는 점은 확인된 것 같았다. 기사들 덕분인지, 출판사의 공덕 덕분인지 출판과 함께 유명 인터넷서점 두 군데의 메인 화면에 일주일간 책 소개가 들어서는 귀한 기회까지 얻었다.

발매 첫 주 언론 보도와 인터넷서점 소개, 여기에 여러 지인들의 우정 구매까지 곁들여져 출간 다음주의 인터넷서점 책 판매 순위는 아주 괜찮았다. 그러나 출간 2~3주에 들어서자 서점 판매 순위가 슬금슬금 내려가는 게 보였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아무리 그럴듯한 제목을 내건다 해도, 국내 신인 저자의 경제 관련 책이니 높은 판매 부수를 기대하는 건 무리인 듯했다. 그런데 그때 한 언론에 저자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저자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쓴 기사라 이전 책 소개 기사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때맞춰 유명 파워 독서 블로거가 호평 섞인 글도 썼다. 대략 책 소개 기사를 읽고 책을 골라 읽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평가를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거짓말 같게도 그때를 기점으로 다시 판매 순위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 그래봤자 경제 분야의 가장 작은 카테고리 안에서 몇 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정도였지만, 다시 치고 올라간 순위를 전보다는 오래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순위 밖으로 쭉쭉 내려가던 때와는 달리 내려가는 속도가 조금 더딘 것처럼 느껴진다.
 
발매 5주 내 판매 부수가 정점

   
▲ 2016년 5월17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점원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판산업 연구 자료를 뒤져보니 이런 현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발견했다. 음악이나 영화, 책과 같은 문화상품은 대개 판매가 시작되면 짧은 시간 안에 정점을 찍고 다시 빠르게 줄어든다.

이와 달리 조금 더 천천히 판매량이 증가하다 ‘피크’를 치고 다시 완만하게 내려오는 포물선 모양의 판매 곡선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은 보통 ‘구전효과’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선도자’들이 호평을 전파하면서 책 판매량이 늘어나 정점을 찍고 다시 완만하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선도자들의 효과에는 신문의 책 서평이나 유명 블로거들의 서평, 온라인 댓글이 모두 포함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의 호평뿐 아니라 악평도 책 판매를 늘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출판시장 연구에선 대부분의 책들이 이렇게 판매를 늘리다 출판 5주 안에 기간별 판매 최대량을 찍었다.

이런 내용을 하나의 간결한 틀로 묶어 이론화하는 데는 좀 어려움이 있다. 선도자 수와 그들의 추천 강도, 또 이질적인 소비자들의 반응 정도에 따라 판매 포물선이 얼마나 높이 올라갈지, 얼마나 길게 늘어질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독일 출판시장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소설책들의 총 판매 기간은 50주에서 80주까지 다양했다. 몇 년이 넘도록 꾸준히 판매되는 책들도 있으니 평균기간을 산출하는 일이 조금 힘들어 보인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소설책 몇 권을 선별해 선도자와 추천 수 등 변수를 변화시키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더니 책 총판매량의 75%에 도달하는 시점이 10주에서 30주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선도자가 많고 추천 수가 많을수록 판매량은 늘어났지만, 언제 판매 정점을 찍고 판매가 종료되는지 등은 이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뮬레이션 방법은 특정 모형을 만들어놓고 분석하려는 수치에 영향을 주는 변수량을 조절하면서 아주 많은 수를 반복 시행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실험할 수 없는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 변수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제 수치를 검증하지 않고 가상의 숫자를 반복 시행해 나타나는 패턴을 설명하는 것이라 이론 도출이나 예측에는 쓰이지 않는다. 주로 각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미쳐 어떤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 설명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래서 이 연구 역시 ‘내 책은 과연 언제까지, 얼마나 팔릴까’라는 질문에 큰 답을 주지 못했다. 대략 예상할 수 있는 건 길어야 1년 또는 80주 뒤에는 내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 전체 판매량의 75%가 2개월 반 내지는 7개월 안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 정도였다.

다른 분석은 없을까 찾아보다 책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분석한 연구에 눈길이 갔다. 마침 한국과 가까운 일본 출판시장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그런데 일본 출판시장은 한국 시장과 큰 차이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동일한 책에 대해서도 하드커버 시장과 문고본 시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국에도 하드커버 서적이 간혹 있지만 일반적인 소설류나 사회과학 책들은 대부분 문고본 형태로 출판된다. 일본에서는 책을 출간할 때 먼저 고가의 하드커버 버전을 내놓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가의 문고본 버전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하드커버-문고본-전자책 판매량 상관관계

   
▲ 일본에서는 하나의 책이 하드커버, 문고본, 전자책 등 여러 형태로 출판된다. 도쿄의 한 서점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REUTERS
이 연구에선 문고본 버전의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다양하게 측정하고자 했다. 한국 출판시장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향후 전자책이 더 대중화된다고 생각하면 하드커버 버전과 문고본 버전의 관계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바꿔 생각해본다는 측면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 출판시장은 크게 3개 시장으로 나뉜다. 먼저 하드커버로 책을 출간한 뒤 문고본을 내는데 두 버전의 출간 간격은 평균 2년 정도다. 또 하드커버 버전과 전자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는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일본에선 문고본 출간 뒤 몇 달 혹은 1년 정도가 지나야 전자책을 출간한다. 이렇게 시차를 둔 이유는 각 버전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드커버가 가장 비싸고 문고본, 전자책 순서인데, 대부분의 경우 문고본 버전이 나오면 하드커버 버전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 따라서 하드커버 버전을 충분히 팔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문고본 버전을 출간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2010년에서 2013년까지의 오리콘(일본 최고 권위의 음반·출판 판매 조사 차트 -편집자) 베스트셀러 차트 200위권에 든 문고본 소설책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서로 출판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책 수로는 총 254권이었다. 이 가운데 하드커버 버전이 있는 책은 143권, 하드커버 버전이 없는 책은 111권으로 하드커버 버전이 있는 책이 더 많았다.

하드커버 버전이 있는 경우 하드커버 버전과 문고본 버전의 출간 간격은 평균 2.5년으로 일반 책들보다 조금 더 길었다. 전자책 버전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35.4%인 90권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전자책의 출간 비율이 낮은 이유는 일본 유명 저자들은 아직도 전자책 출간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드커버 버전의 평균가격은 1595엔(약 1만8천원)이었고, 문고본 버전의 평균가격은 하드커버의 40% 수준인 671엔, 전자책 가격은 문고본의 약 85% 수준인 554엔이었다. 가격 차이는 하드커버와 문고본이 더 높은 셈이다.

분석 결과 하드커버 버전의 책 판매량이 높았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으로 쓰인 소설이 문고본에서도 판매량이 높았다. 그런데 하드커버 버전과 문고본 버전의 출간 간격이 너무 길어지면 문고본의 판매 부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고본 버전을 기다리다 지친 독자들이 하드커버를 샀거나, 혹은 문고본을 기다리다 그 책의 존재 자체를 잊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간격을 얼마로 해야 책의 총판매액이 가장 높아지는지는 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드커버나 전자책 버전이 아예 없을 때 문고본의 책 판매량이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포맷이 공존할 경우 서로 시장을 갉아먹는 단점이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전자책에 의한 문고본 판매 감소보다는 하드커버로 인한 감소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과 문고본의 경합 관계는 하드커버와 문고본에 비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출판사분들에게는 조금 인사이트를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 연구로도 나의 관심사는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나라 출판 통계를 보면서 더 큰 문제점을 깨달았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6623원,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은 역대 최저인 9.1권이다. 이렇게 책들을 읽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책이 나온다 한들 판매량을 어찌 늘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yzkim@koreaexim.go.kr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 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윤지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