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대통령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제20대 국회, 개헌 논의 불 지피다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윤희웅 economyinsight@hani.co.kr

정세균 국회의장은 2016년 6월13일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개헌은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며 수면 아래에서 꿈틀대던 개헌론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개헌론의 뼈대는 역시 권력구조 시스템이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없앨 대안으로는 내각제와 대통령중임제, 이원집정부제가 꼽힌다. 어느 쪽으로 가닥이 잡힐지는 협치와 국민 설득에 달려 있다. 정치권은 차기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지금을 개헌의 적기로 꼽는다.

최근 개헌론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다. 헌법이 통치 구조와 국민의 기본권을 담고 있으니 기본권 관련 규정도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개헌론은 기본권 규정보다는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 5년 단임 대통령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개헌 고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력 인물마다 약간씩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개헌 시장’에 뛰어들겠지만 결국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계속해서 최고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각책임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국에서 내각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내각제 채택은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국민이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왕’을 직접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민주화 과정을 통해 힘들게 획득했는데 이를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니 국민이 반길 수 없다. 진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제2공화국의 혼란은 내각제에서 기인했다’는 취지의 역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다.

   
▲ 2016년 6월13일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헌론에 아직은 부정적이다. 연합뉴스
사실 국민적 공감대가 가장 높은 것은 4년 중임 대통령제다. 오래전부터 주장돼왔고 미국의 사례도 있다. 또 대통령에게 국정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조기 레임덕도 막을 수 있다. 5년 단임제에서는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차기 주자를 논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대통령의 리더십이 제약된다. 정권 후반기엔 대통령의 힘이 빠지면서 1년 넘게 정치적 허수아비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를 목도해온 국민들이 4년 중임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최근 개헌 논의는 이보다 더 나아가고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가 현 체제 문제의 소극적 보완이라면, 최근 논의는 보완을 넘어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통령 1인의 권력 독점을 제한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제에서 일상적인 여야 간 극한 대치 문제도 꼭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야당 입장에서는 여당 정부가 성공하면 안 된다. 실패한 정부가 돼야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로는 협력을 얘기하지만 실제 협력이 이뤄지기는 요원하다. 끝없이 반대하고 반대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 아래에선 권력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 때문에 내각제와 대통령중임제가 아닌 제3의 대안으로서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내란·전쟁 등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지만 평상시에는 총리가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행사한다. 대통령은 외교·국방 등의 권한만을 지닌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총리는 의회에서 선출하는데, 통상 다수당의 당수가 맡게 된다. 명칭은 이원집정부제, 준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혼합정부제, 반(半)의회제 등 다양하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면 국민적 호응을 더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란 용어를 선호한다.

분권형 대통령제 논의가 부상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익숙지 않은 새로운 제도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남북 간 대치 상황에서 내치와 외치를 구분해 각각 다른 인물에게 맡긴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비판론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가 다른 정파일 경우 상시적 충돌 우려도 씻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 대통령은 국민이 뽑지만 의회와 행정부 운영은 사실상 내각제로 운영된다는 공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 내각제에 부정적인 한국 국민의 정서와 충돌할 수도 있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입지를 수월하게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여기에 계파정치가 더 득세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올 게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추진하는 세력은 국회의원의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회 중심 국정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돌려놓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헌론에 우호적인 여야

지금 개헌 논의는 야권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개헌을 언급했고, 그간 개헌론 확산에 주력해온 더불어민주당 우윤근 전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으로 임명함으로써 개헌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개헌론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여권도 개헌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소극적이긴 했지만, 그간 여당 출신 국회의장들은 개헌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강창일, 김형오, 정의화 전 의장 모두 개헌 공론화를 시도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당대표도 개헌론을 꺼낸 바 있다.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도 공개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얘기했다. 방송 진행자의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시나리오에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엔 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종섭 의원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들 반전의 가능성도 있다.

사실 박 대통령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내심 반기고 있을 수 있다. 임기 후반부로 접어든 상황에선 퇴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제에서는 다음 대통령으로 모든 권력이 넘어가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는 의회 중심 통치 시스템이기 때문에 의회 내에 전직 대통령 지원 세력이 존재하면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관심이 갈 만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현 대통령제하에선 경선과 대선을 이겨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에선 반 총장 카드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개헌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국민적 호응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다음 정권 확보를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 압도적인 대통령 후보가 나타나면 개헌론의 실현 가능성은 사라진다. 후보 지지층이 대선 주자의 입장에 영향받기 때문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룰’에 대한 합의가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개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waymaker@opinionlive.co.kr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희웅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