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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책] 콘텐츠 홍수의 시대 문화산업의 블랙박스를 열다
<박스오피스 경제학>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김윤지 economyinsight@hani.co.kr

박민지 편집자
 
1천만 관객 영화가 줄줄이 등장하고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는 한류 상품이 탄생하는 ‘콘텐츠의 시대’. 그러나 여전히 문화산업 분야에선 종사자들의 ‘감’에 기대어 성공을 점치고 ‘운’에 기대어 흥행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막연한 ‘감’ 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하고 싶어하는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문화산업이라는 풀리지 않는 블랙박스의 비밀을 탐사해 왔다. 예측과 분석이 어려워 ‘숫자가 통하지 않는 산업’으로 악명 높은 업계지만, 최근 이들의 노력과 함께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조금씩 축적되면서 ‘운’의 영역이 ‘확률’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은 숫자와 데이터로 무장하고 ‘대중과 제작자들이 만들어낸 선택의 함수’에 도전한 경제학자들의 분투를 담은 책이다.

   
▲ <박스오피스 경제학>김윤지 지음 | 어크로스 펴냄 | 1만5천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문화콘텐츠 산업과 경제정책을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운칠기삼의 비즈니스’로 여겨지는 문화산업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수익과 그만큼 손실이 나기도 하는 산업인 만큼 더욱 객관적이고 산업적인 접근과 이해가 필요한 분야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문화상품과 경제학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감’을 믿는 제작자, ‘숫자’를 따지는 투자자 사이에 논리와 데이터라는 다리를 놓는다. 투자자를, 그리고 소비자를 설득할 콘텐츠를 기획하려 한다면 영화, 드라마, 아이돌그룹이 어떤 원리로 대박을 치거나 혹은 망했는지를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나 노래 <강남스타일> 같은 한류 콘텐츠의 수출 파급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직접 추정해 보여준다. “한국 홍보 등 경제적 효과…”와 같이 모호하게 포장되거나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리라고 막연하게 추정되던 부분을 직접 계량적으로 확인하려 나선 것이다. 저자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92개국에 수출된 한류 콘텐츠의 수출액을 집계하고, 제품을 선택할 때 ‘취향’의 영향을 받는 소비재, 의류나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액을 집계해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연구 결과, 문화콘텐츠 수출이 100달러 늘어날 때 소비재 수출이 약 412달러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또한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투자하는 것과 영화의 마케팅비에 투자하는 것 중 어느 편이 수익률이 높은지, 팬덤형 아이돌과 대중형 아이돌 가운데 생존율이 높은 쪽은 어느 그룹인지, 한류 드라마를 즐겨보는 해외 팬들은 어떤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를 많은 학자들의 논문과 연구를 통해 보여주며 ‘물음표’ 상태에 머물러 있던 문화산업 이해를 한 걸음 전진시킨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은 이처럼 ‘도박판’이 연상되는, ‘정통한 꾼들의 세계’처럼 여겨지던 문화산업 분야를 새롭게 바라볼 근거를 공급해준다. 급성장하는 추세에 비해 정교하고 엄밀한 분석이 부족했던 분야인지라 이러한 반격이 더욱 반갑고 귀하게 다가온다.

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취향의 지도’를 그려나가려는 제작자, 금융경제학 이론을 가져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대중의 마음을 포착한 경제학자, 해체와 솔로활동을 두고 고민하는 아이돌 그룹에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경제학의 거장까지 우리의 눈을 속이는 숫자들을 걷어내고 작은 실마리를 따라 현상의 본질로 파고들어간 경제학자들의 끈질긴 추적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전해준다.

문화산업 분야를 다루지만, 책이 전하는 영감은 전 산업 분야로 확장 가능한 것들이다. 소비자나 제작자가 어떤 욕망 속에 무엇에 흔들리며 결국 어떤 결정으로 나아가는지, 그 선택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품들 사이에서 특정 상품을 고르게 만드는 유인을, 소비자의 선호가 ‘가’에서 ‘나’로 바뀌는 흐름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시장에 대한 반가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문에서 밝히듯, 저자가 이 작업을 통해 다가가려는 것은 결국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다.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선택, 사람들을 움직이고 결정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를 탐구하는 작업은 복잡다단한 인간의 마음과 세상에 대한 해석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화산업 역시 인간이 만들어내는, 특히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 산업이기에, 산업의 이해를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이해의 틀 가운데, 경제학은 꽤 쓸 만한 틀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프의 미세한 기울기 변화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하듯,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는 산업에서도 숨겨진 숫자들의 욕망을 읽어낼 수 있어야 세상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문화산업에서, 영화관에서 경제학을 읽어내는 일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세상을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그 전면적 모습을 쉽게 드러내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박스오피스 경제학> 서문 중에서)

minji@across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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