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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영국의 브렉시트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지금의 세계가 영국이란 나라가 없었다면 성립되지 않았을 것은 모두가 잘 안다. 의회민주주의와 산업혁명으로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세계를 근대로 이끌었다. 영국은 1500년대 이전까지 유라시아대륙 서쪽 끝의 변방 섬나라에 불과했다.

변방의 조그만 나라가 칭기즈칸 제국을 능가하는 대영제국이 되고, 현재 인류가 누리는 각종 유산을 생산한 것은 지정적 위치에 힘입은 바 크다. 영국은 1400년대 프랑스에서 벌어진 백년전쟁에서 물러나면서, 분쟁이 일상화된 유럽 대륙에서 한발 빼게 됐다. 또 지리적 조건에 힘입어, 유럽 대륙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외침의 우려가 적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지상군 전력을 양성할 필요를 줄였고, 대신 그 재원을 해군력 강화에 돌릴 수 있었다. 1500년대를 전후해 이뤄진 아메리카대륙 발견과 바스쿠 다가마의 아시아 직항로 개척 등 지리상의 발견은 영국을 가장 유력한 수혜자로 만들었다.

   
▲ REUTERS
1588년 영국 본토를 침공하려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패퇴시키면서 영국은 해양세력의 대표 주자로 질주했다. 1500년대 이후 유럽대륙 국가들이 30년 전쟁 등 간단없는 전쟁에 시달렸지만, 영국은 그동안 바다로 나가면서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식민지를 개척했다. 유럽에서 나폴레옹전쟁은 영국을 부동의 해양 패권세력과 유럽 최고 국력의 나라로 부상시켰다. 나폴레옹전쟁 이전에 영국은 미국 독립전쟁에서 패퇴한데다, 네덜란드나 프랑스 등의 도전으로 결코 압도적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나폴레옹전쟁 초기, 프랑스는 유럽대륙 제패를 노리며 육군력에 집중하고 해군력 육성을 방기했다. 프랑스는 당시 해군력에서 영국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다. 영국은 트라팔가르 해전(1805년)에서 프랑스를 격퇴하고, 워털루 전투(1815년)에서 최종적으로 나폴레옹을 제거함으로써 마지막 경쟁자를 물리쳤다.

영국 해군 로열네이비는 세계의 항로를 지키는 경찰이 됐다. 나폴레옹전쟁을 계기로 유럽 전체에서 세력 균형 수호자 구실이 더 강해졌다. 유럽대륙에서 압도적인 패권국이 출현해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할 경우, 영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개입하는 ‘영예로운 고립’ 노선을 채택했다. 산업혁명과 방대한 식민지 확보로 세계 최고의 국력을 가진데다 해로까지 장악해, 유럽대륙에서 세력 균형 조정자로 그 개입 시기와 규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의 고립 노선은 유럽대륙에서 현존하고 급박한 안보 위기가 닥칠 때까지는 개입을 자제하는 오불관언 노선이기도 했다. 특히 나폴레옹전쟁을 전후해 유럽의 세력 균형 위협자인 프랑스를 견제하는 데 주력하다가 독일의 부상을 부추기거나 방치하는 실수를 했다. 1871년 프랑스와의 전쟁에 승리한 프로이센이 독일 통일을 이루면서 유럽 질서는 급변했다. 통일 독일은 그때부터 영국을 능가하는 국력을 갖추고 결국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세력이 됐다.

양차 세계대전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유럽 밖 세력의 개입으로 제어됐다. 영국은 패권국에서 추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유럽 통합은 유럽이 고질적 분쟁을 해결하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존재 앞에 생존하려는 자구책이었다. 유럽 통합에 1973년 뒤늦게 합류한 영국이 2016년 6월 다시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즉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라는 홍역을 치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여파는 유럽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더욱 쇠퇴시키고 독일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슬람국가(IS),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과 함께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현재 세계 질서의 혼란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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