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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대기업의 시내면세점 패자부활전?
‘오락가락’ 정부의 면세점 허용 정책
[74호] 2016년 06월 01일 (수) 노현웅 economyinsight@hani.co.kr

적정 사업자 수 놓고 정부 셈법 그때그때 달라 혼란 가중…
사업자 선정 과정 특혜 시비 잡음도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대기업 계열 면세점의 한 해 매출은 수조원에 달할 정도다. 각 기업들이 사업자 선정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다. 정부는 2015년 11월 최대치라며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3곳을 추가로 선정해놓고는, 2016년 4월에는 해를 넘기기 전에 4곳을 더 뽑겠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가 적정 면세점 사업자 수를 두고 횡설수설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과 함께 나오지 말아야 할 수군거림도 들려온다. 사업자 선정 과정이 의심스럽다거나 사업자 확대가 2015년 경쟁에서 탈락한 대기업을 배려한 조처라는 것이다.

노현웅 <한겨레> 기자
 
정부가 2016년 서울에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면세점 업계의 ‘새판짜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성에 성공한 신세계와 두산은 오너 일가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박서원 두산 전무가 각각 면세점 시장 진입을 진두지휘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면세점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손잡은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갤러리아면세점63 등도 승부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더구나 추가 면세점 선정에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재계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춘추전국’을 방불케 하는 열기다. 문제는 이 열기가 시장의 판단이 아닌, 오락가락 정부 정책에 따라 조성된 ‘과열 양상’에 가깝다는 점이다. 시내면세점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이유다.

관세청 등 정부 당국은 2016년 4월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울 지역에 4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가운데 1곳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만 특허권을 발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은 “추가 시내면세점 특허 개수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두 고려하고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산출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3~5개 특허권 발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4곳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시내면세점 매출액이 연평균 20%씩 증가했고, 관광객 수도 3년 평균 14%씩 증가하는 등 시내면세점 시장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 2016년 4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 면세점이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정부는 면세점 사업자 4곳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실제 관세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07년 645만 명 수준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014년 1420만 명으로 7년 새 2배 넘게 늘어났다.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액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관세청은 2012년 25억달러(약 2조9천억원)를 기록한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액이 2015년 44억달러(약 5조2천억원)로 성장했고, 2016년 말엔 53억달러(약 6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매해 7~40%에 이르는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외국인 고객 수도 2012년 301만 명에서 2015년 559만 명으로 늘었다.

수조원 매출에 특허료는 1천여만원

이처럼 세세한 정부 설명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책 추진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시내면세점 매출액 추이 등은 2015년에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는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조정하면서 사업자로 대기업 2곳과 중견·중소기업 1곳만 추가했다. 추가된 3장의 특허권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인 ‘갈등 비용’이 무색해진 것이다. 2015년 새로 특허를 얻은 한 면세점의 임원은 “이럴 거였으면 2015년에 특허 7개를 추가하는 게 옳았다. 당분간 추가 특허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기업들마다 사활을 건 특허 전쟁을 치렀는데 허탈하다. 지난해 세운 투자계획과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거세다. 2015년 특허 갱신에 실패한 대기업 계열 시내면세점에 ‘패자부활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정부는 2015년 11월 특허가 만료된 서울 시내면세점 3곳(롯데 소공점·롯데 월드타워점·SK네트웍스 워커힐점)을 운영할 새 사업자를 발표했는데, 롯데 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에, SK네트웍스 워커힐점 특허는 신세계에 넘어갔다. 기존 사업자가 특허 갱신에 실패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던 면세점 시장에 유례없이 재벌 대기업 사업자가 탈락하더니, 불과 6개월여 만에 새로운 특허권 카드가 등장한 꼴이다.

특히 현재 시내면세점 사업에 도전 의사를 드러내는 기업은 롯데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3곳이 대표적이라는 점에서 이들 기업이 특허를 가져갈 경우 특혜 시비는 불가피해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2015년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갱신을 안 해준 것일 텐데 불과 6개월 만에 그 결정이 뒤집어지게 됐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면세점을 둘러싼 정부 정책은 그동안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해왔다. 1962년 처음 도입된 면세점은 관세법에 따라 ‘허가’ 업종으로 운용됐다. 정부의 특허를 받아야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독과점 시장이란 뜻이다. 그러다 1984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면세점을 확대하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내면세점 29곳, 출국장면세점 4곳 등으로 우후죽순 난립했다. 시장 규모에 맞지 않는 출혈경쟁에 더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면세점 시장은 롯데와 신라를 중심으로 한 독과점 체계로 굳어졌다.

문제는 2000년대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 시장은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실제 2008년 4992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한 롯데의 서울 시내면세점은 2011년 1조2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3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롯데와 신라 면세점의 총 연간 매출액은 2008년 2조1555억원에서 2011년 4조400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런데 두 업체가 독과점의 대가로 낸 면세점 특허 이용료는 한 해 1200만원에 불과했다. 특허권의 대가를 규정한 ‘관세법 시행규칙’이 1993년 이후 그대로 유지돼, 몇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면세점도 사업장 면적에 비례해 몇십만원 수준의 사용료만 내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무대응으로 재벌 대기업만 특혜를 보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면세점 제도 정비를 촉구하며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 법은 2013년 국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홍종학법’이다. 이 법은 면세점 특허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특허 기간이 종료된 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자동 갱신되던 것을 재심사 뒤 허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관세청은 2015년 이 법에 따라 롯데와 SK네트웍스의 기존 특허를 박탈했다. 이에 정부 당국은 현재 면세점 시장 혼란의 주범으로 ‘홍종학법’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 2016년 5월20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타면세점 개장 행사에서 박서원 두산 유통 전략담당 전무 등 임직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대기업 잔치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주먹구구·오락가락’ 정책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정부 당국이 보여온 ‘주먹구구’ 정책 운용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2015년 국내 3위 매장인 롯데 월드타워점과 서울 동부권 유일 면세점인 SK네트웍스 워커힐점을 탈락시키고, 유통 경험이 전혀 없는 두산에 면세점 특허를 준 당사자는 바로 관세청이다. 관세청은 당시 이런 심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객관적 근거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심사위원 명단과 점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형제의난’ 경영권 분쟁 등 여론의 향방을 정치적으로 고려한 심사 결과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었다.

또 정부는 2016년 3월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자동 갱신도 다시 허용하겠다며 ‘홍종학법’을 사실상 뒤집는 내용의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도, 논란의 핵심인 시내면세점 추가에 대한 판단은 ‘4·13 총선’ 뒤로 미룬 바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시장 혼란을 방치한 것이다. 당시 이름을 밝히지 않기 원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추가에 따른 반발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판단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정부 스스로 정부 정책을 부정하고 되돌리는 꼴이다”라고 말했다.

면세점 정책이 이처럼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2013년 관세법 개정 당시에는 재벌 대기업의 면세업 독과점 해소를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로 내세웠지만, 이번엔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첫손에 꼽았다. 3년 만에 바뀐 목표에 따라, 정책 방향도 극적으로 뒤집힌 것이다.

조춘한 한국유통학회 이사(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3년 전에는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이 이렇게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탓에 독과점 문제만 중시했던 것 같다. 앞으로 중국 관광객 눈높이 변화를 생각하면 관광산업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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