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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힘 빠진 성장주, 부활하는 가치주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증시 패러다임의 변화
[74호] 2016년 06월 01일 (수) 나윤정 economyinsight@hani.co.kr

가치주 최근 2년 부진 딛고 수익률 약진…
“금리 인상 땐 가치주가 증시 주도”

가치주가 2016년 1분기 높은 수익률을 내며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근 2년간 성장주에 비해 크게 소외됐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가치주펀드도 덩달아 선전하고 있다. 가치주펀드는 본래 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싼 종목을 발굴해 적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보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다. 주로 주가수익비율(PER) 혹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거나 고배당 종목, 시장지배력이 높은 종목에 투자한다.

나윤정 <머니투데이> 온라인총괄부 기자
 
주식시장이 대외 악재 탓에 장세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변동성을 보이자 가치주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고속 질주하던 대형 성장주들이 최근 주춤하는 사이 가치주가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가치주펀드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다. 가치주펀드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실적이나 자산보다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알짜 기업’을 발굴하는 것으로 유명한 가치주펀드 운용사들이 어떤 종목을 선택했는지 투자자 입장에서 참고할 만하다. 국내 최초로 한 펀드만을 10년간 운용한 대표 펀드매니저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다시 가치주가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선 성장주에 자금이 몰리지만, 하반기에는 이런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패러다임이 순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주식시장이 대외 악재 탓에 장세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변동성을 보이자 가치주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의 곰(약세장 상징)과 황소(강세장 상징) 동상 뒤로 코스피지수 시세판이 보인다. 연합뉴스
성장주는 그 회사의 미래 가치가 부각되는 종목들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업의 미래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성장주의 인기가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시황이 나쁠 때 투자자들이 안정적 투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종목이 가치주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투자자들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옮겨가고 있다”며 “가치주 중에서도 현금 성격이 강하거나 강해지는 기업이 더욱 부각된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성장주 상승이 돋보인 것과 달리 2016년 들어서는 가치주 강세가 뚜렷하다. 2015년 말까지 2년여의 기간은 가치주 투자를 하는 운용사로서는 어려운 시기였다. 거시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성장에 목이 말랐고 그 결과 성장주에 대해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됐다. 바이오, 화장품, 제약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 지표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성장주 강세 흐름은 2016년 1분기에 접어들면서 변화가 생겼다. 숨죽이고 있던 가치주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치주와 성장주의 PER를 비교해보면 2015년 말까지 2년 정도 PER 괴리도가 지속적으로 벌어지다가 2016년 1분기부터 좁혀졌다. 다시 말해 가치주가 성장주 대비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투자 판단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며 “성장주가 각광받아온 최근 수년간의 증시 흐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부 가치주펀드 4개월 새 9% 수익률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가치주펀드 가운데 2016년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한국투자거꾸로증권투자신탁 1(A)’이다. 이 펀드는 4월 말 기준으로 무려 8.98%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1%대에 그쳤다. 이 밖에 가치주 종목으로 구성된 ‘한국투자롱텀밸류증권자투자신탁 1(A)’(8.45%),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6.44%), ‘프랭클린선택과집중증권투자신탁(Class C)’(5.76%) 등도 5% 넘는 고수익률을 기록했다.

10년 이상 장기 수익률을 놓고 보더라도 가치주펀드의 성과가 눈부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C)’은 10년 수익률이 190%에 달했다. 해마다 19%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연평균 4% 오르는 데 그쳤다. 설정액이 1조3천억원이 넘는 이 펀드는 투자자의 60% 가까이가 7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펀드 운용 기간이 10년을 넘긴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C)’는 10년 수익률 152.2%를 기록했다. 이 밖에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128.7%),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1(C)(111.3%), ‘한화Value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1(B)’(94.9%), ‘프랭클린지속성장증권투자신탁(C)’(80.1%) 등도 10년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뛰어넘는 이익을 거뒀다.

   
▲ 금융투자인의 잔치인 ‘제10회 불스레이스 마라톤대회’가 2016년 4월2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앞줄 왼쪽)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슈더 리 대만거래소 이사장 등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별 종목을 놓고 보더라도 2016년 들어 가치주들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등 전통적 가치주의 상승률이 도드라졌다. 반면 성장주들은 2016년 들어 낙폭을 키웠다. 특히 2015년 말 하락장에서도 선방을 했던 제약, 바이오 등 헬스케어 업종 주가가 크게 빠졌다. KRX헬스케어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4월 말 기준 12.4%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0.56%)와 코스닥(-4.3%)의 낙폭보다 월등히 높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문제, 내달 예정된 브렉시트 국민투표, 6∼7월 그리스 채권 만기 도래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기간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여건에서 지수 상승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면 조정장에선 전통적 가치주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해외 증시에서도 가치주가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세계적 유통기업 월마트는 2015년 3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반면 온라인 업체 아마존은 최대 실적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주가 흐름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2016년 4월 말 기준으로 아마존 주가는 16% 하락한 반면 월마트 주가는 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성장주가 2015년 크게 오르면서 더 이상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소외됐던 가치주들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재만 연구원은 “2015년처럼 국제 유가와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때는 저성장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에 성장주에 프리미엄이 붙지만 2016년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치주펀드의 약진은 2016년 1월 중순을 기점으로 원자재 가격과 신흥국 통화가 강세 반전하면서 가치주 투자 심리가 빠르게 살아난 덕분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라며 “특히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가치주와 성장주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금리 흐름도 가치주에 긍정적이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가치주가 시장을 이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식의 적정 가치를 산정할 때 금리가 상승하면 가치주보다 성장주의 가치 하락이 크다”며 “금리 인상 여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가치주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실제 2000년대 들어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시기마다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더 좋은 실적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2016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장기 금리 상승과 함께 한국 장기 금리도 1분기를 바닥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땐 가치주 상승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단기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특정 펀드에 집중하기보다 확고한 운용 철학을 유지하는 펀드에 장기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펀드의 운용 철학과 운용 전략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수익을 내는 가치주펀드에 선별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주 위주의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중소형주가 약진해 가치주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불안 요인이 제거되고 장이 상승세로 바뀌면 대형주가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어 가치주가 계속 선두를 유지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hoic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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