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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책] 기적이 일어난 듯 느껴지면 내 관념의 오류를 따져보자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74호] 2016년 06월 01일 (수) 전대호 economyinsight@hani.co.kr

전대호 번역자
 
알파고(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가 한창 화제였을 때, 한 친구는 “바야흐로 통계학의 시대다”라고 논평했다. 다들 막연히 인공지능을 주목했지만, 역시 전문가답게 그는 알 파고의 작동 원리인 통계학적 추론을 지목한 것이다. 알파고는 국면마다 모든 가능한 행마의 귀결을 마지막까지 일일이 검토하지 않는다. 대신 몇몇 행마를 선택하고 그것들의 귀결을 적당히 분석함으로써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될 법한 행마를 찾아낸다. 한마디로 알파고는 표본을 추출하고 확률을 계산하는 통계학 프로그램인 것이다.

훨씬 더 사소한 일이겠지만, 지금 과학 출판 시장에서 데이비드 핸드의 저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가 꽤 큰 호응을 얻는 것도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상당한 재미와 깊이를 느끼긴 했지만 대중의 반응이 이만큼 좋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통계학의 시대가 맞기는 한 모양이다.

   
▲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핸드 지음 |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펴냄 | 1만7천원

실용적 측면에서 통계학이 가르쳐주는 것은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방법이다. 정보가 완벽하게 갖춰졌다면 통계학은 무의미하다. 어떤 사건을 거론하든지, 그것의 실현 여부를 확언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전통적으로 신은 완벽한 정보의 보유자로 여겨졌다. 신의 관점에서 임의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0(절대로 일어나지 않음) 또는 1(반드시 일어남), 두 가지뿐이다. 반면에 인간은 완벽한 정보를 보유하는 경우가 없다시피 하다. 우리는 늘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결정을 내리면서 산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사건들 가운데 확률이 0이거나 1인 경우는 거의 없다.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확률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등장하며, 굳이 도박사가 아니더라도 늘 그런 상황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인간의 처지가 통계학을 낳았다. 이런 의미에서 통계학은 무척 인간적인 분야다.

통계학에서 정보와 확률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은 우연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숱한 우연을 경험한다. 주사위를 던지면 우연히 6이 나온다. 그 원인을 알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경우 우연 이란 원인이 없는 사건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데이비드 핸드의 책에도 나오듯이(95쪽), 아인슈타인은 존재론적 우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모든 사건에 원인이 있다는 고전과학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반면 양자물리학은 실재하는 세계에 우연성이 내재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반투명 거울을 향해 날아간 광자 하나가 그 거울을 통과할지, 아니면 반사할지는 우연히 결정된다. 만일 반사한다면, 그 원인은 없다! 다만 우리는 아주 많은 광자가 날아갈 경우 그중 절반은 통과하고 나머지 절반은 반사한다는 통계학적 진술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의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실재하는 세계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요컨대 양자물리학은 우연의 몫을 존재 차원에서 인정하는 통계학적 세계관을 요구한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에서 저자인 데이비드 핸드의 주요 관심사는 우리가 통계학적 추론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들이다. 특히 그는 확률이 희박하다고 여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보이는 호들갑을 차분한 분석과 오류 수정을 통해 잠재우려 한다. 핸드는 이른바 ‘기적적 사건’은 애당초 우리가 확률 계산에서 오류를 범했기 때문에 그렇게 평가했을 뿐이지 실은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었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기적 같은 사건이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통계학자 핸드가 권하는 대응은 그 사건이 ‘기적 같다’는 우리의 선입견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즉, 기존 통계학적 추론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핸드가 설득력 있게 보여주듯이, 흥미롭게도 우리는 일부 사건들의 확률을 실제 값보다 훨씬 더 낮게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발생하면 혼란에 빠지거나 비합리적 믿음에 귀의하곤 한다. 내가 보기에 이런 반응은 스토리를 추구하는 경향과 관련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잘 짜인 스토리를 마음에 품고 그것을 현실의 전부로 여기면서 그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들을 아예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누구에게나 이 경향은 불가피하지만, 핸드의 말마따나 기적 같은 일이 툭하면 일어나 우리가 품은 스토리를 위협할 때, 더 성숙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 핸드의 책은 그런 대응 방법을 권하고 가르친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매길 만하다.

확률이 희박하다고 여긴 사건의 발생을 기적으로 치부하는 대응은 기존 스토리를 고수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사건을 스토리 바깥의 예외로 내치는 셈이니까 말이다. 또한 그 사건을 기존 스토리 안에서 완벽하게 설명해내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한 대응은 아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품은 스토리의 불완전성을 인정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스토리를 위협하는 우연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연을 포함한 스토리를 늘 새롭게 다듬어가라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핸드의 책에서 읽은 교훈이다.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대세로 부상 중인 통계학적 세계관의 실천적 지침이 아닐까 싶다.

daehojo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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