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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책] 괴짜 경영자의 유작 인간존중 경영의 길
<생각 좀 하고 살아라>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남혜림 economyinsight@hani.co.kr

남혜림 번역자

2007년 여름 국내 한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국에서도 일약 ‘괴짜 경영자’로 등극한 일본 미라이 공업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 후줄근한 러닝셔츠에 사각팬티와 맨발로 회사를 누비던 그의 충격적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부를 때면 앞에 ‘고’(故)를 붙여야 한다. 2014년 여름 야마다 아키오는 83살을 일기로 타계했다. 사인은 다발성장기부전.

최첨단 하이테크 제품이나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닌, 한 시골 중소기업 짠돌이 경영자의 죽음이었다. 그가 직원들과 함께 일군 미라이공업에 따라붙는 각종 수식어는 그 어떤 추도사보다 그의 기업가로서의 인생을 분명히 대변해주고 있다. ‘직원들의 천국’ ‘직원들이 가장 행복한 회사’ ‘가장 소중히 하고픈 회사’.

종신고용제, 구조조정 금지, 육아휴직 3년, 오후 5시대 퇴근, 타사 대비 월급 10% 추가 지급 등 요즘 세상에 이처럼 꿈같은 근무환경이 이 회사에서는 당연한 것이라니, 일본의 ‘야마다 아키오 팬’들이 그의 가는 길을 애도할 법도 하다. 단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을 뿐이고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한국에선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직원과 하청업체에 ‘갑질’ 하는 악덕 기업, 극심한 취업난에 심신이 말라 가는 청춘, 언제 구조조정될지 모르는 파리 목숨 월급쟁이. 한국 노동시장의 자화상이 일본과 ‘평행우주’ 수준으로 닮아 있어서는 아닐까?

   
▲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야마다 아키오 지음 | 남혜림 옮김 | 처음북스 펴냄 | 1만5천원
어떤 이의 죽음에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을 때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은 그가 남긴 말과 글이다. 인터넷에서는 야마다 아키오가 생전에 남긴 명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단편적인 것이 많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는 야마다의 유작으로 1965년 미라이공업을 설립한 뒤 2014년 6월 대표직을 넘기기까지 반세기에 걸쳐 그가 터득해온 ‘일’에 관한 노하우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집대성돼 있다.

일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지만 단순히 업무 요령이나 테크닉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일만 하다가 인생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메시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일과 함께 인생이 즐거워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은 그것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중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한 권의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천차만별이지만 옮긴이로서 느낀 점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야마다 아키오가 무엇보다 강조하려 했던 것은 우선 ‘작은 생각이 갖는 위력’이다. 그는 생전에 ‘항상 생각하라’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그 지론은 변함없다. ‘의심하는 힘’ ‘발상력’ ‘역발상’ 등 책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항상 생각하기’는 사실 그다지 참신할 것이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매번 빠지는 함정이다. 야마다 아키오식대로 표현하자면 “그건 ~해서 안 돼”라며 해보지도 않고 대뜸 부정부터 하는 유형, 장사 안 되는 것을 리먼 사태 탓으로 돌리던 시골 다방 주인처럼 사소한 개선은 안중에 없는 유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라’다. 계산원 없는 구내식당, 일부러 여유있게 지급하는 출장비, 최대한 높게 매기는 제품 가격, 협력업체에 대한 역접대 등은 결국 모두 사람 심리에 대한 이해의 발로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 말하는 ‘이해’란 무조건적인 자비심이나 퍼주기와는 다르다. ‘상대의 생각은 이러이러할 것’을 미리 계산해서 그 한두 수 앞까지 두는, 말하자면 바둑 전략에 가깝다. 다만 얄미울 정도로 철저히 계산된 그의 관심법도 바탕에는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음을 주목하자.

사람, 심지어 한솥밥 먹는 사람을 대하면서도 믿음없이 계산만 남은 회사를 요즘 일본에서는 ‘블랙기업’이라고 한다. 블랙기업 춘추전국시대에 미라이공업이 독야청청하며 ‘원조 화이트기업’으로 칭송받고 각종 영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런 ‘믿음’과 ‘계산’이 적절히 배합된 황금 레시피에 있지 않을까.

미라이공업의 대표이사는 현재 고인의 아들인 야마다 마사히로가 맡고 있다.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스스로 생각하기’ ‘합리적인 선택을 하되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기’와 같은 고인의 유 지도 계승했으면 하는 것이 옮긴이의 바람이다. 그 유지가 이 책을 통해 한국 독자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작업대는 ‘스탠딩 책상’이다. 요통과 어깨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미련하게 책상에 앉아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다가 <생각 좀 하고 살아라>에서 문 손잡이를 떼어내 근무환경을 바꾼 일화를 읽고 내 작업환경에 ‘항상 생각하기’를 직접 적용해봤다. ‘책상이 꼭 앉아서 일하는 도구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 결과는 대만족이다. 지금은 요통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상태로 훨씬 능률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과도한 직립 노동으로 이번엔 하지정맥류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저자의 말대로 ‘원래대로 되돌리면 그만’이다. 저자가 생존해 있다면 포상금 신청에 도전해볼 만도 할 텐데 아쉽다.

lethe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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