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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진국 도약의 성장엔진을 찾아라
기로에 선 에티오피아 경제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윤태웅 economyinsight@hani.co.kr

아프리카 동부 고원지대에 자리잡은 에티오피아는 과거 ‘가난’과 ‘기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긴 내전 끝에 새로 들어선 현 정부는 경제개발의 기치를 내걸고 매진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이제 ‘빈곤 탈출’이란 1차 목표 달성에 안주하지 않고, 독자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통한 ‘중진국’ 진입을 향해 뛰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대외 원조와 외국인 투자에 종속된 경제 체질이 발목을 잡고 있다. 자생적인 경제력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에티오피아가 ‘홀로서기’의 성장통을 겪고 중진국으로 도약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윤태웅 KOTRA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무역관장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에티오피아 경제의 지속적인 고속성장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억 명에 달하는 인적자원의 잠재력으로 무엇인가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기대만 있었을 뿐, 주변 동부 아프리카 국가에 넘쳐나는 석유 등 부존자원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아프리카 대륙의 ‘기회의 땅’ 에티오피아는 다시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2011년 에티오피아 정부는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최빈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국가성장계획(GTP·Growth and Transformation Plan)에 마지막 희망을 걸며 전력을 쏟아부은 것이다. GTP는 2002년부터 추진해온 지속 가능한 개발 및 빈곤 탈출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으로, 중진국 소득수준 진입을 목표로 한 국가개발 계획이다. 2011년 1차 추진에 이어 2016년부터는 2020년까지 5개년의 2차 계획이 진행될 예정이다.

2차 GTP의 세부 목표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11%대로 유지하고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1177달러(약 135만원) 수준으로, GDP 대비 수출과 수입의 비중을 각각 20.6%, 32.3%까지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는 현재 10%인 GDP 증가율을 1%포인트 늘린 11%로 소폭 상향 조정하고, 691달러(약 80만원)인 소득수준을 2배 늘리는 것이다. GDP 대비 9.7%에 그친 수출 비중을 2배 넘게 증대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다.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영국 가죽 제조 회사 피타스(Pittards) 공장에서 직원들이 장갑을 손질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외국인 투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고용 창출 등 경제지표는 제자리걸음이다. REUTERS
에티오피아는 1차 GTP 중 가장 성공적으로 추진된 인프라 구축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동안 에티오피아는 내륙에 갇힌 특성 탓에 물류비가 많이 들어 교역 증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도로와 철도 인프라가 계획대로 완공됐고, 2016년 하반기에는 총 756km의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가 완공될 예정이어서 만성 적체에 시달려온 물류 시스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가장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는 나일강에 건설 중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이다. 2011년 3월 제나위 전 에티오피아 총리의 강력한 추진력에 힘입어 시작한 GERD는, 총예산 41억달러(약 4조7200억원)를 100% 에티오피아 재원으로 건설하는 아프리카 최대의 랜드마크 사업이다. 총 1800m 길이, 175m 높이로 연간 총전력생산량이 6천MW에 달해, 완공될 경우 에티오피아의 총전력생산량은 1만MW에 이를 전망이다. 에티오피아는 이를 통해 전력 분야에서 수출 대상국과 전력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은 외국인 투자

데르그(Derg·임시군사행정위원회) 공산정권 기간 중 에티오피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년 평균 약 5900만달러(약 679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집권당인 에티오피아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들어선 이후에는 FDI가 1년 평균 2억7천만달러(약 3108억원)로 데르그 공산정권 때보다 무려 4.6배나 많아졌고, 2014년에는 아프리카에서 FDI가 8번째 많은 국가로 급부상했다.

에티오피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부의 강력한 산업화 추진 의지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통한 중진국 소득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일괄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매력적인 인센티브 이외에도 ‘안정적인 치안’을 강조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차별성으로 치안 유지를 내세운 것이다.

외국인 투자 분야를 살펴보면 70.6%가 제조업이고, 서비스와 농업이 각각 10.7%, 8.7%를 차지한다. 최근 에티오피아로 투자를 늘리는 주요 국가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 터키 등 신흥개발도상국이다. 중국의 투자 규모는 다른 국가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인데, 단독투자와 합작투자를 통한 제조업 진출이 중국 전체 투자의 60%에 달한다. 반면 인도와 터키는 농업, 화훼, 목화, 직물 등 자국이 특화한 분야로 진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중국은 에티오피아의 주요 인프라 건설에서 절대적인 강자다. 통신 부문에서는 ZTE(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 -편집자)가 화웨이와 함께 약 156억달러(약 17조9600억원)를 투자하는 ‘에티오피아 텔레콤 프로젝트’(3G/4G 네트워크)가 진행 중이고, 전력발전 분야에서는 현재 50% 공정을 마친 GERD 프로젝트에 10억달러(약 1조1513억원) 상당의 발전기가 공급될 예정이다.

도로 및 철도 인프라에서는 중국이 약 2천km 이상의 도로를 건설하는 등 60% 이상을 수주했는데, 이는 낮은 입찰가격과 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정치적 힘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완공된 아디스아바바 시내 경전철과 완공이 예정된 아디스아바바~지부티 간 철도 건설에 중국 수출입은행의 개발차관으로 44억7천만달러(약 5조1463억원)가 지원되고 있고, 향후 GTP II(2016∼2020) 기간 중에도 총 14억달러(약 1조6118억원)의 차관이 제공될 예정이다.

2015년 하반기 아디스아바바무역관은 에티오피아 산업 중 5대 유망 분야를 선정했다. 바로 섬유와 가죽·피혁, 의약품·의료기기, 인프라 건설, 폐기물 처리 시설이다.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인프라 건설과 폐기물 처리 시설을 들 수 있다.

인프라 건설 분야에선, 1997년부터 에티오피아 정부의 주도로 국가 도로 건설 계획에 따른 도로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로영역개발프로그램’(RSDP·Road Sector Development Program) 사업으로 2015년까지 총 10만 1414km 도로를 건설했고, 현재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산업용 신규 고속도로 건설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도로 입찰의 경우 80% 이상을 중국 기업이 수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은 주요 고속도로 건설의 타당성 조사와 설계, 감리 사업 수주에 머물고 있으며, 그나마 2016년 수출입은행 개발차관으로 수주에 성공한 메키~즈웨이 구간도 규모 면에서 중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인프라 건설 수주와 관련해선 한국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 방안으로는, ‘수출입은행의 개발차관 유상 원조’와 ‘해외건설협회의 해외시장 개척자금을 활용한 사전타당성 조사 확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건설의 사전타당성 조사를 수주할 경우 발주처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당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도록 공격적인 영업이 필요하다.

폐기물 처리 시설 분야에선, 에티오피아가 최근 환경법을 개정해 공공 유해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해 폐기물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시설 건립 계획이 여럿 있다. 건립 계획과 함께 다수의 발주 프로젝트가 나왔지만, 이 역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대부분 싹쓸이하고 있다.
 
   
▲ 에티오피아 베니샨굴구마즈주에 건설 중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에티오피아는 자체 재원으로 이 댐 건설에 41억달러(약 4조7200억원)를 투자한다. REUTERS
고빗길에 선 에티오피아 경제

에티오피아의 수입 품목 중 77%는 경제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전략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외채 의존도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외부의 변화에 많이 노출돼 취약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주요 투자국인 중국, 터키, 인도로부터 빌린 재원이 각각 176억달러(약 20조2628억원), 30억달러(약 3조4539억원), 10억달러(약 1조1513억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최근 4년간 정부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만 해도 60억달러(약 6조9078억원)에 이른다. 2015년 초에는 유로본드에 15억달러(약 1조7269억원) 상당의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고, 연간 30억달러가 매년 원조자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수출은 기존 30억달러에서 2015년 25억달러(약 2조8782억원)로 감소했고, 매년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20억달러(약 2조3026억원)나 된다. 자생적인 경제력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중국, 터키, 인도로부터 유입되는 투자액의 71%가 제조업 성장에 쓰여 겉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일자리 창출과 기술이전, 수출기여도 등 실질적인 경제지표를 따져보면 이들 국가의 제조업 투자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고민이 깊은 대목이다.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에티오피아 총리는 2016년 경제성장률이 지난 12년간 지속된 두 자릿수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도 한때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상품 수입이 무려 75%에 달한 적이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장기적인 성장전략에 반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때가 왔다. 최근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숙련된 노동력이 증가하는 현실은 희망적인 요소다.

에티오피아 속담 중 “용기와 연기는 절대 가던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에티오피아가 중대 기로에서 용기 있는 행동으로 난관을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twyoun@kotra.or.kr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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