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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보수의 ‘불패 신화’가 흔들리다
4·13 총선 표심 읽기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윤희웅 economyinsight@hani.co.kr

공천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3 국회의원선거(총선)가 여당의 참패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보수정권 집권 기간 중 각종 선거를 돌이켜보면 새누리당은 거의 압승을 해왔다. 그 밑바탕에는 경제와 안보의 안정성을 기대하는 보수 지지층의 새누리당에 대한 믿음, 즉 ‘신화’가 깔려 있었다. 4·13 총선은 ‘보수의 신화’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단을 보여줬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 특히 대구에서조차 20~40대에서 야당에 밀린 결과는 보수 집권세력에겐 뼈아팠다. 다만 야당에 쏠린 표심이 절대적 지지를 의미한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당도 지금부터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보수의 절대적 우위 사회였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잦아지면서 대외적 불안정성이 높아진 이후 이 분위기는 더 심화됐다. 보수와 진보가 맞붙는 사회적 쟁점의 결과는 항상 보수의 기조대로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선거들에서도 잇따라 보수정당이 승리했다. 2012년 국회의원선거(총선), 2012년 대통령선거,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여러 재·보궐 선거에서 보수정당은 출혈 없이 안정적으로 승리해왔다.

그 배경엔 단단하게 고정된 든든한 보수 성향 지지층이 있다고 봐왔다. 보수 지지층은 선거 등 정치적 대결의 장에서 보수정당을 결코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여의도에 항상 존재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버티고 있는 보수층의 결집도가 약해지리라고 보는 이는 별로 없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도 전적으로 박 대통령 때문이라기보다 견고성이 강화된 보수 성향층의 존재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

   
▲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왼쪽)과 원유철 원내대표(가운데) 등 지도부가 2016년 4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총선 투표 종료와 동시에 공개된 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2016년 4·13 총선은 이런 통념을 상당 부분 흔들어놨다. 진보와의 경쟁에서 보수가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꼽힌 이른바 ‘보수의 신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던 보수의 위상이 이제 ‘권좌’에서 내려와 진보와 중도 등과 함께 테이블에 같은 높이로 둘러앉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보수 성향층은 절대 분열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던 대구에선 새누리당이 12석 중 30%에 달하는 4석이나 놓치는 결과가 나왔다. 4명의 당선자는 새누리당 소속이 아니었다. 현재 이 지역 출신 대통령이 재임 중인 상황에서 상당한 이탈이 표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영남 지역의 새누리당 정당득표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정당득표율은 대구에서 66.5%였으나,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53.1%로 13%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부산의 경우 19대 총선에서는 51.4%였지만, 20대 총선에선 41.2%로 40%선도 위태로울 정도로 낮아졌다.

연령대를 구분해보면,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영남권에서 20대·30대·40대의 경우 다른 야당 득표율의 합에 미치지 못했다. 영남권에서도 세대별로 지지 성향이 갈리는 세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 지역의 전통적 정치 정서를 뛰어넘었다.

우리나라 전체 세대별 특성에서도 보수의 균열 현상이 확인된다. 60살 이상은 흔들림이 별로 없지만 50대의 경우 제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51.5%의 정당득표율을 얻은 반면, 제20대 총선에선 39.9%로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20대·30대·40대에서는 4년 전 총선에 비해 정당득표율이 10%포인트 내외 낮아졌다. 20·30대에서는 득표율이 20% 아래로 떨어졌고, 40대에서도 20.7%에 그쳤다.
 
   
 
경제 역량 어필 실패, ‘북풍’도 무용지물

둘째, ‘안보는 보수를 결집한다’는 신화도 먹히지 않았다. 이번 선거 기간 내내 북한 관련 뉴스가 많이 생산됐다. 연초부터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빈번하게 미사일 발사 실험을 결행했다. 선거 막판엔 북한 해외 식당의 종업원 집단 탈북 소식이 전해졌다. 또 북한군 간부가 탈북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뉴스들은 이완돼 있던 보수층을 불러모으는 데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셋째, ‘경제는 보수 정치세력이 더 잘할 것’이라는 신화도 효과가 없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 국민 사이에 경제 분야만큼은 보수 정치세력이 더 역량이 있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었다. 대한민국 경제를 성장시킨 산업화를 주도한 정치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진보 정치세력이 복지와 분배를 의제로 삼으면서 경제에 대해 더욱 보수 정치세력이 독점하는 흐름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보수정권 8년을 경험하면서 보수 정치세력이 경제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이 서서히 약화된 것이다.

야당이 승리하면 다시 경제위기가 온다거나 여당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구호는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야당이 제기한 ‘경제 실정 심판론’에 대중이 더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강력하게 존재한 경제에서의 보수 신화가 흔들린 것이다.

넷째, ‘혼란스러운 사회를 안정화하는 데는 보수 정치세력이 낫다’는 신화도 흔들렸다. 보수를 상징하는 단어는 ‘질서’와 ‘안정’이다. 보수정당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이로 인한 혼선을 잘 관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인식이 사람들의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었다. 보수정당이 야당과 달리 내부 대립이 별로 없고 선거를 앞두고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온 것도 이런 신화를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다른 정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부 권력 다툼에 매몰됐다. 당대표가 당무를 거부할 정도였다. 당의 선거를 주도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콘셉트인지, 전략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사실상 아노미 상태로 선거를 치르는 모습은 사회 혼란을 관리하고 안정에 기여하는 세력이라는 신화를 흔들리게 했다.

두 번의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이제 보수가 평가받고 심판받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대중이 보수 정치세력에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과거 강고하게 형성된 ‘보수의 신화’에도 균열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고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 야당의 노선 등에 대한 절대적 선호와 지지로의 전환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긴 어렵다. 앞으로는 정당들이 막연한 신화나 막연한 심판론으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 지향과 정책이라는 ‘콘텐츠’를 갖고 정면 대결하는 정상적인 모습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waymaker@opinionlive.co.kr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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