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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민의 외화벌이, 김정은을 살찌우다
북한의 국외 파견노동자 실태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앙겔라 쾨크리츠 등 economyinsight@hani.co.kr

노예노동에 시달리고도 급여는 북한 중앙당의 스위스 계좌로 송금…
월 2만원 손에 쥐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뒤 해외 자금을 통치 수단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전세계 곳곳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이주시킨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처가 시행된 뒤 국외 이주노동자 수는 부쩍 늘고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연합(EU)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폴란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국외 이주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은 열악하다. 매일 13시간 노동에, 외부 접촉은 일체 차단돼 있다. 북한 중앙당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이들이 제공한 노동의 대가는 대부분 평양에서 관리하는 은행 계좌로 흘러간다. 이 돈은 김정은이 사치 생활을 즐기는 데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이주노동자들이 체류 중인 국가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며 이를 용인하고 있다. 북한 이주노동자들은 인건비가 싸고 성실하기 때문이다. 굳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해 민감한 벌집을 건드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앙겔라 쾨크리츠 Angela Kökritz <차이트> 기자
바바라 페트루레비츠 Barbara Petrulewicz 독일국제정치안보연구소 연구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인구 600여 명의 소도시 피오트로비체는 조용한 전원마을이다. 아무 집이나 노크하고 들어가 낮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연금생활자인 아담 발레프스키(65)는 단 한순간도 자신의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하는 비밀을 알고 있다. 그는 피오트로비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토마스 코시셰프스키의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아시아인들의 정체만은 도무지 알아낼 수 없었다. 피오트로비체에서 이들 아시아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것은 노파심으로 언론에 실명 공개를 꺼린 발레프스키만이 아니다. 피오트로비체의 대다수 주민들은 토마토 농장의 담장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주민들은 토마토 농장을 가리켜 ‘강제노동수용소’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발레프스키와 이웃 주민들이 남의 일에 간섭이나 하는 한가한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아시아인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북한의 이주노동자라는 끔찍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해외로 파견해 노예처럼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과 인권단체, 강제노동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북한 이주노동자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북한 이주노동자들은 시베리아에서 벌목을 하고, 쿠웨이트와 오만에서 집과 도로를 건설하며, 리비아와 앙골라에서 3D 업종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

그런 북한 노동자들이 폴란드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고? 유럽연합(EU) 한복판에 있는 폴란드에서? 해진 갈색 스웨터를 입은 발레프스키가 고물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있다. 퇴직한 그는 시간이 아주 많다. 그는 이웃 주민으로 잘 아는 사람인 코시셰프스키의 토마토 농가에 대한 조사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발레프스키는 코시셰프스키의 토마토 농장에서 베일에 싸인 아시아 노동자들을 처음 본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코시셰프스키의 온실에서 토마토 농가는 다소 떨어져 있다. 토마토 농장 주위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고, 철조망 앞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하나 있다. 아시아 노동자들은 2~3명씩 짝지어 토마토 농장에서 일한다고 발레프스키는 말했다. 어느 때는 더 많은 아시아 노동자들이 토마토 농장을 드나든다고 한다. “그들은 아주 젊고,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발레프스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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