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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Ⅱ] 더 쓸 카드 없는 ECB… 시장은 냉랭
바닥 드러낸 ECB의 통화정책- ① 통화정책은 무력한가?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증시 하락과 유로화 가치 급등이라는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냈 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경기 부양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함께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까지 제기된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로 ECB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 시장 신뢰마저 잃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CB는 침체에 허덕이는 유럽 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을 없애기 위해 추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한계론만 커지는 상황이다. _편집자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부양책 내놨지만 부작용 커져 통화정책 한계론 확산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확대 정책은 기대했던 결과를 낳지 못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동안 디플레 억제와 유로존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왔다. 경기 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다 동원한 셈이다. 하지만 ECB 정책이 얼마나 목표 달성에 기여했는지는 뚜렷하지 않다. 통화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에 걸맞은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럽 각국의 긴축정책 기조는 ECB의 확대 정책 기조와 맞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효과적인 통화정책은 없는 것일까?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16년 1월21일 “ECB는 통화정책에 한계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 발언으로 드라기 총재는 유럽의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준비가 돼 있음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한편으로, 이 발언은 ECB가 현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고백한 거나 다름없다. 사실 ECB는 그동안 디플레이션(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 -편집자) 억제를 위해 경제성장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경제주체가 예상하는 물가상승률로 이 수치가 낮으면 경제주체는 향후 물가 하락을 기대하며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늦추기 때문에 수요가 감소해, 실제로 물가가 하락하고 이는 다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낮춰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한번 방향을 타기 시작하면 고착화하는 경향이 강해 통화 당국이 역전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 당국의 선제적 방어가 중요하다. -편집자)을 높이려고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쳐왔다.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우선 2015년 한 해 동안 유로 지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3%나 하락했는데,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 가격을 제외해도 0.7% 하락했다. 그렇다고 2016년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실제 2월14일 발표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유로 지역의 물가상승률은 고작 0.5%에 그치고 경제성장률도 1.7%를 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향후 몇 년 동안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ECB의 정책 목표인 2%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유럽이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어떤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통화정책이 금융 거품을 키우고 있다며 조만간 거품이 터지면 금융위기가 2008년처럼 전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2016년 3월10일 ECB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ECB 통화정책을 재검토하고 나아가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을 재검토·재정의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무엇을 하기 위한 재검토, 재정의인가. 만약 현재와 동일한 통화정책을 규모만 늘려 시행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다른 길도 존재한다. 이 길은 좀더 어렵고 변수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ECB가 과연 어디까지 ‘한계를 두지 않을 것’인지 예상하는 것보다는 ECB의 현 통화정책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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