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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융합 시너지” vs “독과점, 소비자 피해”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쟁점과 전망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박석철 economyinsight@hani.co.kr

이동통신·유료방송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 간 이종교배…
경쟁사업자·시민단체, 한목소리로 반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이슈가 방송통신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승인 여부의 칼자루를 쥔 정부 당국은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미디어 플랫폼 기업 간 인수·합병의 민감성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관철하려는 SK텔레콤과 이를 반대하는 경쟁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 변화, 합병에 따른 시장 파급효과, 소비자에게 끼칠 영향 등을 놓고 견해를 달리한다. 학계에선 SK텔레콤의 인수·합병이 당장 마무리되더라도 현재 국회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이 개정될 경우 또다시 손대야 할 개연성이 있는 만큼 승인 여부를 제20대 국회로 넘길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박석철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
 
2015년 12월1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신청서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방송통신 업계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SK텔레콤은 미디어 산업에서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당시 합병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기반을 다져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편집자)를 포함한 뉴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이겠다.”

   
▲ 2015년 12월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 합병 설명회에 참석한 이형희 SK텔레콤(SKT) 부사장(가운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의 발표 직후 경쟁 통신사업자는 물론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시민단체도 인수·합병을 절대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인수·합병이 허용될 경우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방송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집중되면서 통신뿐만 아니라 방송시장에서도 독과점을 고착시키고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요지다.

일반적인 기업결합과 달리 본건의 인수·합병이 승인되려면 신청인인 SK텔레콤은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사업자 합병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가, 방송법에 따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최대 출자자 변경 승인에 대한 미래부의 승인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 등이다.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 허용에는 통상 두 달이 걸리는데, 본건 인수·합병은 신청서를 제출한 지 넉 달이 지났음에도 인수·합병 승인 담당 부처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합병을 승인하거나 불허했을 경우 가까운 미래 또는 먼 훗날 미칠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담당 부처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기업끼리라도 동일 업종 간 인수·합병이었다면 승인 여부 판단이 비교적 쉬웠을지 모른다. 두 기업 간 인수·합병을 단순화해보면 통신기업 SK텔레콤이 케이블 종합유선방송국(SO) 기업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것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리 간단치 않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유·무선 인터넷,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미디어 기업이고, CJ헬로비전도 케이블방송이 주력 업종이지만 이동통신(알뜰폰)과 유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미디어 기업이다. 말하자면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미디어 플랫폼 기업 간 인수·합병인 것이다.

모바일·인터넷·유료방송 독식 우려

본건 인수·합병은 플랫폼 기업의 매도·매수(CJ헬로비전의 매도, SK텔레콤의 매수) 심사로만 끝나지 않는다. 본건은 대규모 기업집단 간 전략적 제휴를 시도하는 기업결합이라는 점에서 복잡함을 더한다. CJ헬로비전 지분 일부를 매각한 CJ오쇼핑이 합병법인에 대해서도 잔여 지분을 당분간 보유해 합병 법인의 2대 주주가 되기 때문에, 두 대규모 기업집단이 소유한 플랫폼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수직결합(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CJ E&M)된 상태로 방송통신 시장에서 전략적 제휴를 통한 경영전략 구사가 가능해진다. 경쟁 통신사업자와 유료방송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도 본건 인수·합병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승인되면 방송통신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시장에서 월등한 경쟁 우위에 있는 지배적 사업자들이다. 인수기업인 SK텔레콤은 2015년 8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 2866만 명(49.4%·1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494만 명(25.1%·2위), IPTV 가입자 349만 명(12.1%·유료방송 3위)을 확보한 방송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다. 피인수기업 CJ헬로비전 또한 알뜰폰 가입자 84만 명(15%·1위), 초고속인터넷 86만 명(4.3%·4위), 케이블TV 415만 명(14.4%·2위)을 확보한 유료방송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이자 통신서비스를 제공 중인 사업자다.

이처럼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두 기업이 합병하면, 합병기업 SK텔레콤은 기존 시장점유율(49.4%)에 CJ헬로비전이 확보한 모바일 알뜰폰 가입자(1.5%)를 흡수해 점유율 51%로 독보적인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합병기업 SK텔레콤의 점유율은 급격히 증가한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은 25.1%인데, CJ헬로비전이 확보한 가입자 88만7천 명(4.5%)을 포함하면 시장점유율은 29.6%가 된다. 결과적으로 1위 사업자와의 격차를 줄이고 3위 사업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유료방송 시장 구도도 획기적으로 재편된다.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SK텔레콤은 유료방송 점유율 2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케이블TV 가입자 415만 명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26.5%로, 1위 사업자 KT(29.0%)에 버금가게 된다. 케이블방송 권역별로는 CJ헬로비전 23개 서비스 권역에서 점유율 평균 60%를 넘어서는 압도적 1위 사업자가 된다.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SK텔레콤과 합병을 반대하는 경쟁 사업자들 간의 논쟁은 합병에 따른 시장점유율 변화에 대해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합병에 반대하는 경쟁 통신사업자들은 합병 뒤 이동통신 가입자 합계가 시장점유율 50%를 초과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방송통신 결합상품(이동전화+인터넷+TV)이 이동전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SK텔레콤은 통신시장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독과점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한다.

합병에 반대하는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케이블채널 사업자들은 합병 뒤 유료방송 시장에서 SK텔레콤의 강화된 지배력을 무기로 콘텐츠 사업자 배제와 차별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본건의 인수·합병은 플랫폼-콘텐츠로 수직계열화된 기업결합이기 때문에 SK텔레콤이 콘텐츠 공급 대가나 채널 배치에서 CJ 계열 콘텐츠 사업자(케이블채널)를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자는 차별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채널에 배치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평행선 달리는 SKT-경쟁사업자 대립

   
▲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방송통신실천행동’의 회원이 2016년 2월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앞에서 SKT를 형상화한 문어발을 내보이며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경쟁하려면 통신과 방송 간 융·복합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이번 인수·합병으로 국내 방송통신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동통신 3사 매출이 모두 감소하고 케이블TV 역시 매출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우, SK텔레콤이 이미 50% 가까이 점유한 상황에서 CJ헬로비전의 몇 안 되는 알뜰폰 가입자를 인수하더라도 점유율 변화에 큰 차이가 없다고도 한다.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된다는 우려도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동통신 중심의 결합상품 판매 비율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결합상품 시장은 여전히 유선인터넷과 TV(IPTV) 상품을 묶어 파는 것이 대세라서 이번 인수·합병은 시장지배력 전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두고 이처럼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탓에 현재 관련 부처는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합병의 성사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공정위가 합병을 불허할지 조건부로 승인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2000년 SKT와 신세기통신 합병, 2008년 SKT와 하나로텔레콤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으나, 이로 인해 통신시장의 독점이 고착화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신중한 태도다. 공정위가 5월 중 전체회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미래부와 방통위의 심사가 간단치 않아 최종 결론은 제20대 국회 원구성 이후인 7월까지 늦춰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변수는 새로 구성되는 제20대 국회가 인수·합병 건을 쟁점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든 이해당사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개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회는 IPTV와 케이블TV에 대해 각기 다른 법을 적용했던 유료방송 규제를 단일화하는 통합방송법 제정도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절차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공산이 크다.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 전국사업자인 SK텔레콤은 지역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데 제약이 있어 현행 법령 미비 상태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다.
 
승인 재량도, 사후 책임도 정부 손에

이제 이목은 관련 부처의 결정에 쏠려 있다. 합병 승인 여부는 정부의 재량권에 속한다. 비록 경쟁은 위축되더라도 낙수효과를 기대하면서 1등 사업자를 더 키워주는 것이 좋을지,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시장 구도를 만들지는 정부 손에 달렸다. 이용자가 떠안게 될 부담이나 혜택도 정부 결정에 달려 있다. 물론 모든 결과의 책임도 정부가 져야 한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중립적 위치에서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판단하기 어렵다면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로 승인 결정을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통합방송법 개정 시행 전 인수·합병을 허용할 경우 초과 지분 매각, 합병법인 분할 등 인수·합병 자체를 되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정 전까지 방송통신 시장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시장 독과점 고착, 경쟁사업자 배제, 이용자 선택권 제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scpar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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