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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스타트업의 천국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한·중·일 스타트업 성지를 가다- ②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 ‘중국 선전’
[73호] 2016년 05월 01일 (일) 김정필 economyinsight@hani.co.kr

시드스튜디오·잉단·스타지크,
자금 조달부터 제품 설계 및 시제품 생산까지 원스톱 지원

중국 선전에는 도시를 본격 개발하기 시작한 1980년부터 2015년까지의 변화상이 담긴 1층짜리 도시계획전시실이 있다. 입구 왼쪽 벽면부터 시작하는 경제개발 변천사 띠는 시계 방향으로 전시실을 한 바퀴 휘둘러 입구 오른쪽 벽면에서 2015년이란 숫자로 매듭을 짓는다. 각 연도마다 이정표가 될 만한 역사적 사실이 나열돼 있다. 2016년 이후는 당연히 비어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도시인 선전은 과거 형성된 제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오늘날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발돋움했다. 선전 사람들은 말한다. 스타트업에 기반한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라면 도시계획전시실의 2016년 이후 빈 공간이 어떻게 채워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선전(중국) =김정필 부편집장
 
2016년 3월6일 일요일 오후 중국 선전의 롄화산공원은 봄볕을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롄화산공원에는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가 있다. 바로 동산을 굽이굽이 돌아 정상에 오르면 나타나는 덩샤오핑 동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집권 뒤 첫 지방 시찰로 선전을 방문해 덩샤오핑 동상 앞에서 절을 했다.

힘차게 발걸음을 옮기는 형상의 덩샤오핑은 바로 앞 전망대 아래 펼쳐진 중심가의 스카이라인과 컨벤션센터를 흐뭇한 표정으로 굽어보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데리고 온 이추안은 딸에게 덩샤오핑과 선전의 인연을 소개하느라 바빴다.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덩샤오핑은 선전의 아버지다.”

   
▲ 중국 선전의 롄화산공원 전망대에 있는 덩샤오핑 동상을 배경 삼아 한 가족이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시원지로 선전을 선택했다. 김정필 부편집장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체제 개혁 및 개방 정책’을 천명한 뒤 1980년 첫 번째 경제특구로 선전을 지정했다. 중국 광둥성 남부의 늪지대에 불과하던 선전은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개방의 시원지로 등장한다. 덩샤오핑은 1992년 88살 노구에 기차를 타고 남쪽 도시를 순방하는 이른바 ‘남순강화’에 나섰다. 그는 선전의 놀라운 발전을 확인하고 개혁·개방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선전이 최근 ‘창조 혁신의 메카’란 닉네임을 얻으며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른 배경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자리잡고 있다.

35년이란 시간은 선전을 조용한 농어촌 마을에서 세계 창업 공간의 중심지로 바꿔놨다. 선전은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까닭에 IT 제품 제조의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공장간 클러스터를 형성해 낮은 가격에 품질이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제품 생산 기간을 단축해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제조업 생태계가 ‘A부터 Z’까지 갖춰져 있는 것이다. 창업 아이템으로 머리에 그린 제품을 일주일 만에 생산할 수 있는 선전의 인프라는 스타트업에 천국과 다름없다. 각국 스타트업들의 선전행 러시는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공장형 스타트업 도우미 ‘SEEED STUDIO’

선전의 면적은 서울의 3.2배다. 이 중 5분의 1이 경제특구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선 내·외국인 관계없이 경제특구에서 외화 수입이 발생하면 세금이 아예 면제되며, 토지 사용 임대와 매매도 가능하다. 중국 정부가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수많은 사람이 창업하고 창조와 혁신에 임해야 한다)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선전은 중국 최고의 창업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이하 코트라) 선전무역관 자료를 보면, 선전의 창업기업 수는 인구 100명당 1명이다. 2017년에는 스타트업만 1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의 창업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업체만도 약 100개사(외국 업체 비중 10%)에 달한다. 선전에는 스타트업보다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다는 얘기도 있다. 세계적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핵셀러레이터’(HAXLR8R)는 2013년 본사를 선전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시드스튜디오(SEEED STUDIO)는 선전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다. 각 액셀러레이터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식이 다른데, 시드스튜디오는 원스톱으로 설계부터 제품 생산까지 해주는 공장형 창업지원센터다. 시드스튜디오는 선전 난산구 신위 석령공업단지의 허름한 공장 건물 4층과 5층에 있다. 4층은 제품 생산 공장, 5층은 사무실이다. 1층에는 로비도 없이 엘리베이터 한 대만 휑하니 있다.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건물 외견과는 달리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개방형 사무실 공간이 펼쳐졌다. 린옌더 시드스튜디오 PR매니저는 “건물이 낡고 좁아 올해 6월 회사를 큰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드스튜디오는 2008년 료워이 최고경영자(CEO) 등 4명이 함께 설립했다. 대학에서 전자전기학과를 전공한 료워이 CEO는 졸업 뒤 대기업에 다니다 흥미를 잃고 무작정 퇴사했다. ‘밥이야 굶겠나’라는 호기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그는, 세계적인 유명 하드웨어 업체 아루디노(ARUDINO)가 자신들의 하드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해 예술학원 학생들이 구상 중인 아이템을 제작하도록 도움을 줬고, 실제 완성된 제품을 판매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료워이 CEO는 “누구나 기본 모듈같은 하드웨어를 활용하면 실생활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쉽게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서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료워이 CEO는 시드스튜디오를 한마디로 규정해달라는 질문에 “미생의 과학자와 스타트업자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시드스튜디오가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생산하는 과정은 이렇다. 제품 아이디어를 가진 홍길동이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낸다. 현재 시드스튜디오에 등록한 예비 스타트업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 시드스튜디오 연구원들이 이를 심사해 제품화 여부를 결정한다. 시드스튜디오는 자사가 보유한 하드웨어 모듈을 활용해 4~5개 버전의 제품을 만들어 검증한다. 엔지니어 샘플이 완성되면 스타트업에 보내 만족한다는 확인을 받은 뒤 시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이후 최종 디자인 작업을 거쳐 시장에서 판매할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하나가 완성되는 기간은 21일에 불과하다. 료워이 CEO가 말했다.

“스타트업은 이런 시스템 덕분에 리스크와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여러 방안으로 시도해봤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시드스튜디오가 1년에 생산하는 제품은 100~200개 정도 된다.”

시드스튜디오는 스타트업으로부터 각 공정에 따른 최소의 비용만 받는다. 스타트업이 자본이 없을 경우 대출 형식으로 생산 공정비용을 투자하고 판매 수익이 발생하면 상환받는다. 낮은 비용으로 소량의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선전에 전자제품의 모든 부품이 있을 정도로 완벽한 제조업 공급 사슬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액셀러레이터 ‘잉단’의 1층 로비 전시장 입구에서 인공지능 로봇 두 대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잉단은 스타트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1만여 개 협력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정필 부편집장

스웨덴 스타트업인 크레이지플라이(Crazyflie)는 시드스튜디오 시스템 덕을 톡톡히 본 사례다. 크레이지플라이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초소형 드론 제조업체다. 애초 크레이지플라이는 추운 스웨덴 날씨 탓에 사람들이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드론에서 제품을 착안했다. 하지만 스웨덴에는 시제품을 소량생산할 공장이 없었고 제작비용도 부족했다. 수소문 끝에 시드스튜디오에 SOS를 보낸 뒤 설계부터 제조, 마케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세계 최초의 미니 드론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2013년 판매를 시작한 크레이지플라이 드론은 지금까지 1만 대 이상, 부속품은 수만 개가 팔렸다.

료워이 CEO는 단일 제품의 대량생산에서 복합 제품의 소량생산으로 제조업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량생산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는 개성이 있으면서도 질이 좋은 제품을 원한다. 이제는 여러 종류의 제품을 소량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업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소량생산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해 고객의 눈을 사로잡을지도 중요하다. 차별화, 소량생산,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 환경의 3박자 ‘공급사슬, 파이낸싱, 디자인’

선전 난산구 중국지질대학 산업연구기지에 있는 액셀러레이터 잉단(硬蛋·IngDan) 건물 1층 현관으로 들어가자 전시장이 바로 나타났다. 전시장 초입에 있던 인공지능 로봇이 “누구 얘기할 사람 없나. 아, 심심해”라며 눈을 반짝인다. 잉단이 키운 스타트업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다. 사람과 대화하고 감정을 느끼며 노래도 한다. 이 로봇의 가격은 2천위안(약 35만원)이다. 전시장에는 잉단의 액셀러레이터 시스템을 통해 성공적으로 출시한 스타트업 제품이 진열돼 있다. 2016년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중국 슬립에이스(Sleepace)의 수면 도움 전구, 2016년 춘절 축제 때 540대가 합동공연을 해 유명해진 로봇 등이 눈에 띈다.

잉단은 제조업 사슬의 허브 구실을 하는 곳이다. 창업 아이디어만 갖고 오면 잉단의 엄청난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 생산 단계 별로 필요한 공급망을 한번에 연결해준다. 설계, 디자인, 부품사 연결, 제조, 마케팅, 유통에 필요한 업체를 소개해주는 것이다. 잉단의 모회사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2조원대 기업인 오픈마켓 코고바이(Cogobuy)다. 주요 협력사는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샤오미, 삼성 등 대기업을 포함해 1만여 개에 달 한다. 잉단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연결해 자금을 조달하는 파이낸싱 역할도 한다. 장원옌 잉단 마케팅&미디어 담당자는 “잉단이란 뜻은 하드웨어를 가리키는 ‘딱딱한 달걀’이다. 우리가 그 단단한 껍질을 깨서 소중하게 잉태한 스타트업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 공급사슬을 제공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잉단은 선전(본사)과 베이징, 상하이, 충칭, 홍콩에 사무실이 있고 해외 지사는 미국과 이탈리아, 이스라엘에 있다. 직원은 총 130명이다.

잉단의 가장 큰 특징은 1천만 명의 제품평가단이다. 스타트업이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전 이들 평가단의 품평과 보완 작업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이 과정을 통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장원옌 담당자는 “과거에 선전은 ‘세계 제조업의 공장’이라 불리며 단순히 주문생산만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선전 스타트업이 독창적인 브랜드를 갖고 세계로 나아가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선전에 축적된 제조업 생태계는 엄청난 밑거름이다”라고 말했다.

선전 난산구 소프트웨어 산업기지에 있는 액셀러레이터 스타지크(STARGEEK)는 도심의 초고층 빌딩숲에 둘러싸여 있다. 바로 옆엔 인터넷 기업 텅쉰(騰訊·텐센트)이 새로 짓고 있는 본사 건물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왕쥔 레전드스타 운영총감은 “이곳이 스카이라인으로 바뀐 것은 불과 4년밖에 안 됐다. 그 전에는 여기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스타지크는 교육사업 등을 하는 레전드스타의 자회사이며, 레전드스타의 모기업은 레노버그룹이다.

스타지크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 및 대출하는 업무를 주력으로 한다. 스타지크는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심사할 때 1년 가까이 검토한다. 스타트업의 운영 방식과 능력, 핵심 기술, 구성원의 이력 및 가족관계까지 꼼꼼히 검증한다. 왕쥔 운영총감은 “우리의 주업무는 스타트업 지분 투자지만 대출도 해준다. 모기업인 레노버그룹의 금융 계열사가 파이낸싱을 해준다”고 말했다. 스타지크는 향후 선전에 스타트업 자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왕쥔 운영총감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선전은 기름진 토양을 갖고 있다. 자금 조달이 수월한 베이징에서 스타트업을 설립한 뒤 제품을 생산해야 할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선전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전의 공식 인구는 1077만 명이지만 선전 바오안공항이 집계하는 비공식 유동 인구는 2100만 명이다. 평균연령은 29살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곳에도 이처럼 젊은 도시는 없다. 이 때문에 선전은 디자인산업이 유명하다. 선전의 제조업 인프라와 스타트업 정신은 디자인으로 날개를 단다.

시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 선전산업디자인협회 (SIDA)는 선전 디자인 네트워크의 구심점이다. 선전 푸톈구면세구역 디귿(ㄷ)자 모양의 건물 1층에 있는 SIDA에는 중국 10대 디자인 컨설팅그룹인 뉴플랜을 비롯해 핀란드와 이탈리아, 미국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 사무실이 집결해 있다. SIDA의 역할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가능성 있는 디자인업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한다. 시정부가 한해 지원하는 예산만 10억위안(약 1780억원)이다. 둘째, 회원사(6천 개 업체)인 선전의 대표적 디자인업체를 세계에 알린다. 국제 디자인 대회가 있을 경우 시정부 예산으로 무료 출전시킨다. 셋째, 외국의 디자인 주문을 적극 유치해 회원사와 연결해준다. SIDA는 개인도 하나의 메이커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제조업 디자인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훵창훙 SIDA 부회장은 “디자인은 제조업보다 앞서 나아가야 한다. 제조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도 마지막 디자인이 중요하다. 제조업이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은 ‘0부터 1까지’고, ‘1부터 1000까지’ 다양하게 하려면 디자인이 예뻐야 한다”고 말했다.

SIDA는 선전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훵창훙 SIDA 부회장은 “우리 건물 6층에는 시정부가 지원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입주해 있다. 유명 디자이너 한 명당 선전 디자이너 20~30명이 딸려 있다. 우리가 국내외 디자인 주문을 받아 이들 업체에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선전 디자이너들은 밑에서 일을 배우며 노하우를 쌓고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크블록, 제2의 마윈을 꿈꾼다

   
▲ 왕첸쥔 메이크블록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현관 안내데스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2년 무일푼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한 그는 3년 만에 연매출 70억여원을 올렸다. 김정필 부편집장

금속 레고 모양의 크고 작은 로봇들이 사무실을 휘젓고 다닌다. 차량 로봇은 자동으로 검은색 레일 위를 오가고, 미니 공장 로봇은 소규모 컨베이어 위를 이동하는 물건을 자동으로 내려주고, 3D 제조 로봇은 입체 모형에 그림을 그려넣는다. 화가 로봇은 바닥에 놓인 한지에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 사무실 한쪽에서 연구원들이 온갖 로봇을 만들어 실험하는 이곳은 조립형 금속로봇 생산업체인 메이크블록(MAKEBLOCK)이다.

선전 난산구 스마트산업단지의 한적한 길가 건물 3·4층에 들어선 메이크블록은 2012년 3월 설립한 회사다. 직원은 150명이다. 정형화된 금속부품을 갖고 소비자가 창의적인 기능과 모양의 여러 로봇을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 메이크블록의 꿈이다. 왕첸쥔 메이크블록 설립자이자 CEO는 “금속부품은 로봇의 뼈대, 그 부품을 연결해주는 모듈은 신경 및 오감, 외관은 근육이다. 우리는 DIY를 강조한다. 우리가 만든 400여 가지의 정형화된 금속부품으로 수십, 수백 가지의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로봇 레고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메이크블록은 매출이 2013년 300만위안(약 5억3천만원)에서 2014년 2500만위안(약 44억1500만원), 2015년은 4200만위안(약 74억1800만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매출의 70%는 북미, 유럽 등 해외시장이 차지한다. 2016년에는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을 세워 매출 1억2천만위안(약 212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왕첸쥔 CEO는 1985년생이다. 2016년 31살의 그가 혈혈단신으로 설립 3년여 만에 회사를 이렇게 키운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어릴 때부터 로봇 마니아였지만 항상 부품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서 사업 아이템을 착안한 그는 중국 시안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10년 선전으로 와 회사를 다니다가 1년 만에 사표를 내고 사업 준비에 나섰다. 액셀러레이터인 ‘헥스’는 그가 시제품을 생산하도록 지원했고, 스타트업 후원업체인 ‘킥스타터’로부터 18만5천달러(약 2억11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왕첸쥔 CEO는 “스타트업을 준비하며 내가 쓴 돈이라고는 생활비 10만위안(약 1700만원)이다. 헥스는 해외사업 관련 정보는 물론 유통과 고객, 마케팅 관련 협력업체를 전부 소개해줬다. 창업 노하우도 전해줬다”고 말했다. 시정부도 스타트업을 금전적으로 적극 돕고 있어 2015년 메이크블록에 80만위안(약 1억4천만원)의 지원금을 줬다.

메이크블록은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회사 인력의 40%가 연구·개발 연구원이며, 영업이익의 40%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하려고 근무시간과 근무형태도 직원의 자율에 맡긴다. 왕첸쥔 CEO는 이렇게 밝혔다. “우리의 생명은 제품 개발이다. 처음에는 로봇 DIY 마니아나 제조업체가 주로 부품을 구입했지만, 최근에는 학교에서 단체 교육용 교재로 많이 사간다. 가정용으로 자녀에게 선물하려는 부모도 많다. 그동안 해외시장을 공략했는데 2016년부터는 인구 13억 명의 내수를 공략할 계획이다.”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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