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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전통에 갇힌 독일 맥주, 길을 헤매다
독일 맥주순수령 ‘그것이 알고 싶다’
[73호] 2016년 05월 01일 (일) 닐스 클라비터 economyinsight@hani.co.kr

500년간 이어져온 맥주 성분 규제 탓에 신제품 개발 제한…
미국 수제맥주는 고속성장


1516년 독일 바이에른 공작이 제정한 ‘맥주순수령’은 식료품업계에서는 신화적 존재다. 먹고 즐기는 맥주를 놓고 ‘그 성분은 무엇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성문법에 담은 엄격함은 ‘맥주의 고향은 독일’이라는 독일 맥주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맥주순수령은 양질의 맥주를 생산하려는 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규제가 아니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귀중한 밀을 빵 제조에만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맥주 양조에는 보리만 넣게끔 법으로 제한한 것이다. 맥주순수령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다른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좀더 다양한 맥주 맛을 바라는 사람들은 맥주 순결주의로 인해 천편일률적인 맥주만 양산된다고 불만이다.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2016년 2월 마지막 주. ‘독일맥주순수령’(맥주의 품질을 보존하기 위해 성분을 물·보리·홉·효모 4가지로만 제한한 독일 법령 -편집자)에 마치 새로운 성분이 하나 추가된 것 같았다. 뮌헨환경연구소가 여러 맥주 종류에서 물과 보리, 홉, 효모 이외에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를 검출한 것이다.

맥주순수령의 신화는 이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 2006년 독일 월드컵 유치 비리와 더불어 독일 맥주도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닌가.

제초제 성분이 함유된 맥주를 매일 1천ℓ씩 마셔야 신체에 위험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독일 맥주 애호가들의 야단법석은 잠잠해졌다. 이어 독일 언론에는 ‘안심하고 맥주를 마시자’는 논조의 기사들이 잠시 나왔다. 그렇게 맥주 제초제 파동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전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식품법인 맥주순수령의 영광은 아무 상처 없이 보존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맥주순수령을 둘러싸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맥주에서 검출된 제초제 성분의 농도는 극히 낮았다지만 맥주 원료가 된 보리의 제초제 농도는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맥주 원료로 사용되는 보리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많은 화학 처리를 거쳐야 하는 것일까? 문제가 되는 성분들도 적당히 덮어버리는 맥주순수령은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기에 사실 썩 좋은 타이밍은 아니다. 맥주순수령은 2016년 4월23일 제정 500주년을 맞았다. “맥주를 주조할 때 정제수(물)와 맥아(보리), 홉만 사용하라”(훗날 효모가 추가됨 -편집자)고 1516년 4월23일 공표한 바이에른 공작 빌헬름 4세는 순수한 독일 맥주와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4월 하순부터 맥주순수령 500주년을 기념해 독일 전역에서 전시회 및 맥주축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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