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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국제 행복의 날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2016년 3월20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행복의 날’이었다. 유엔 총회는 2012년 6월28일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이날을 국제 행복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행복의 날을 제정한다고 행복이 증진될 리는 없다.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나,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행복의 날 제정의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행복의 날 제정은 인류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재고를 촉구한다. 그동안 모든 국가와 국제사회의 첫 번째 목표였던 성장 자체가 아니라 그 성장이 인류에게 삶의 행복을 줄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행복의 날은 인도 고아 출신인 제이미 일리언이라는 경제학자의 노력이 시발이다. 인도 콜카타의 빈민가에 버려진 그는 유명한 테레사 수녀의 자선단체에 의해 구조돼, 미국의 싱글맘에게 입양됐다. 그는 성장해서 유엔 자문관이자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경제학자들’이란 비정부단체 대표로 일했다. 이 단체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아마르티아 센 등 17명의 노벨상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모여 성장 위주의 기존 경제정책을 재고하자는 모임이다. 이 단체가 행복의 날 제정의 개념을 제공했다.

행복의 날 유엔결의안은 행복의 추구를 인간의 권리이자 ‘근본적인 인류의 목적’으로 인정한다. 이 결의안은 앞서 2012년 4월2일 부탄에서 열린 ‘행복과 참삶: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정의’에 관한 고위급 회담에서 구체화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세 가지 축 사이의 균형을 인정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사회, 경제적 웰빙을 분리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회의가 부탄에서 열린 것은 이 나라가 1970년대 초반부터 국민총생산(GNP) 지수보다 국민총행복(GNH) 지수를 채택하면서, 국민 소득이라는 양적 성장 지수보다 국민 행복이라는 질적 평가 지수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루 할렘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가 주도한 1987년의 브룬틀란 보고서, 인간개발지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만든 경제업적 및 사회진보측정위원회 등도 물질적 부만으로 성공을 측정하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중미의 소국 코스타리카도 환경에 중점을 둔 총체적인 개발의 전형으로 유명하다.

소득이 비슷한 나라에 비해, 코스타리카는 인간개발에서 상위이며 평화와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꼽힌다. 현재 영국에서도 통계 당국은 ‘국민 웰빙’ 개념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국내총생산과 그 너머’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국제 행복의 날 제정 공식기구가 발간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국가별 행복 순위에서 한국은 47위를 기록했다. 46위가 일본이고, 1위 스위스를 비롯해 10위까지는 북구 및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가 올랐다. 물질적 부만으로 측정한 잣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이 과연 일본과 비슷한 행복지수를 느끼는지, 또 마약 전쟁이 벌어지는 멕시코가 14위에 오른 것이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순위 자체를 우리의 기존 관념을 버려야 하는 지수로 일단 받아들여보자.

전세계적으로 성장이 정체되는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절실함은 커진다. 예를 들어 주문하자마자 달려오는 ‘총알 배송’이 결국 공급하는 판매자뿐만 아니라 주문하는 소비자 모두를 한계로 내몰고 있다.

국제 행복의 날 제정은 물질적 부만으로 성공을 측정하는 우리의 잣대를 바꿔보자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제 행복의 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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