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흐름
     
[세계는 지금] 서남아시아의 싱가포르를 꿈꾼다
중진국 도약을 노리는 스리랑카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고원철 economyinsight@hani.co.kr

스리랑카의 청정 자연환경은 세계적인 ‘실론 홍차’를 탄생시켰다. 신이 내린 자연환경은 차와 함께 관광수입이라는 선물도 안겨줬다. 그동안 관광객의 주머니에 기대 나라 살림을 꾸려온 스리랑카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정부는 대외 원조와 외국 투자 유치를 통해 거대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한 최적의 환경 조성으로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싱가포르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대규모 건설 수주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유망 업종으론 의료기기와 자동차 부품이 꼽힌다.

고원철
KOTRA 스리랑카 콜롬보무역관 관장

스리랑카는 2015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뤘다. 정권 교체 뒤 여러 국책사업이 재검토되거나 보류돼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교역 규모가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국민은 이런 현상이 전 정권의 부패 척결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외형적으로 활발한 새 정부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스리랑카 국민의 경제성장 열망은 아직 낮다. 2016년 1월15일 스리랑카의 전통 종교 신도들이 수도인 콜롬보의 한 사원에서 ‘퐁갈 축제’(추수 감사 축제) 기간 중에 기도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AP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은 일자리 100만 개 창출, 소득 증대, 농촌 경제 개발, 토지 소유권 보장, 중산층 확대다. 이를 둘러싼 비판과 요구는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6년에는 공정한 과세제도 수립, 우선순위에 따른 정부 지출 확립, 중산층에 토지 및 주택 공급 확대, 효과적인 연금제도 감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임금정책 수립을 정책 목표로 내걸고, 더 민주적이고 시장경제적인 국가를 건설하려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장려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정부는 국책 프로젝트를 추진해 20년 뒤 선진화된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한 시장거래 확립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수출을 육성하는 야심찬 계획도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2015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800억달러(약 93조8800억원), 1인당 GDP 3800달러(약 445만원)를 눈앞에 두고 있어, 이제 막 중진국에 진입한 나라다. 인구는 2080만 명이며, 최근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해 서남아시아의 선도 국가다. 물론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이 중심으로, 제조업이 24%에 불과한 약점을 안고 있지만 물류적·지정학적 위치가 유리하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의료와 통신 환경이 좋다. 거대 시장인 인도와 인접해 있고, 영어 사용이 보편화돼 있으며, 서구화된 제도 때문에 비즈니스 환경도 잘 조성된 편이다.

관광산업에서 제조업으로 경제 기틀 전환 시도

관광 관련 산업이 스리랑카 경제 발전의 견인차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청정 자연환경을 무기로 매년 관광객이 25% 증가하고 있는데, 관광객 수요는 2016년 220만 명, 2020년 4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도 스리랑카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최근 환율이 2015년 초 대비 10% 오르고 경제성장률도 7%대 이하로 떨어졌지만, 급등했던 물가가 차츰 정상화되고 수출 경기는 2016년에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유럽 수산물 금수 조처가 풀리고 봉제의류의 GSP(선진국이 후진국 제품 수입에 대해 부과하는 특혜 관세 -편집자) 공여 혜택이 재개되는 것은 수출 경기에 호재다.

스리랑카 정부는 향후 제조업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청(BOI)과 수출개발청(EDB)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울러 국제무역청(ITA)을 신설해 주요 수출품인 의류, 차, 고무제품, 신발산업 등의 해외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2016년 체결될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중국 제조업의 스리랑카 진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외국채는 2015년 말 기준 450억달러(약 52조8천억원)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어 ‘빚으로 경제 발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래도 현재 추세로라면 어떤 식으로든 스리랑카 경제가 성장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스리랑카가 견실한 중진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국민 정서의 변화나 인적자원의 획기적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스리랑카는 소량 주문 시장, 브랜드 선호 시장, 저가품 시장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저변에 한류 인기가 높으나 아직 비즈니스로 연결될 정도는 아니다. 소득수준에 비해 웰빙 용품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주요 수출품인 봉제의류는 미국과 유럽 수출용으로 그동안 힘겹게 경쟁력을 유지해오다 최근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가 올라갔다. 투자 경쟁국인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과 노사 갈등 문제가 대두된 탓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존 투자 기업들은 여전히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노동력 확보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단 재조성, 근로 의욕 고취 교육 등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의료기기와 자동차 부품 시장 주목

   
▲ 스리랑카 건설 노동자들이 2015년 6월 콜롬보에서 고속도로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세계은행으로부터 향후 5년간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의 건설비용을 빌리기로 했다. REUTERS

의료기기와 자동차 부품 시장은 향후 한국 기업이 주목할 분야다. 스리랑카 딜러들은 중국과 인도의 의료기기 제품 성능에 실망한 뒤 한국 의료기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심 품목도 다양하고 실제 무역관에 문의가 잦아졌다. 스리랑카에서 의료기기를 수입하려면 반드시 에이전트를 통해야 하는데, 한국 기업과 거래하려는 에이전트가 많아졌다. 자동차 부품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트럭과 버스는 인도 및 중국 제품이, 승용차와 스포츠실용차(SUV)는 일본 및 독일 제품이 대부분인 반면, 한국산 점유율은 3%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최근 한국산 완성차 비중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와 타이어, 윤활유 등 범용성이 있는 부품도 한국산으로 대체하거나 합작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 밖에 화학제품과 소형 가전, 보안제품 등도 점차 거래량이 늘어날 품목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계류와 전자제품은 거래처가 중국으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면 중국의 기술 발전이 스리랑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국 제품은 성능이 매우 높게 알려져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인도와 중국에 밀린다. 다만 고가이더라도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바이어도 없지는 않다.

스리랑카는 매년 20억달러(약 2조3200억원)의 무상원조(ODA)를 받고 있다. 중국, 일본,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등이 주요 자금원이다. 주요 투자는 항만과 주거, 도시 기반, 도로, 발전소, 교육시설 등에 집중돼왔다. 최근에는 소각로 및 소각발전, 신재생에너지,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자동차, 테마파크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최근 3년간 연간 목표치 20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 새 정부가 강력한 투자 유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5년 FDI 업종을 보면 호텔과 대형 레스토랑, 대형 건축물, 항만, 통신업 비중이 높다.

스리랑카 새 정부는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위급으로 구성된 투자사절단을 각국에 파견하고 대형 투자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에도 투자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런 투자 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심 투자는 아직 제한적이다. 최근 열린 ‘스리랑카 투자 비밀회의’ 참석자들은 중동 일부 국가와 기존 투자기업인 유럽 일부 국가의 특정 업종이었으며, 중국과 인도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리랑카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고 중국과 일본, 인도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외형적 발전은 분명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경제성장 의지 부족

새 정부가 최근 발표한 ‘메가폴리스 프로젝트’는 한국에 매력적인 수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메가폴리스 프로젝트는 스리랑카의 네곰보와 베루웰라를 잇는 약 4천km² 지역을 대규모 국제도시로 육성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400억달러(약 46조9천억원)가 소요되며 이 중 300억달러(약 35조2천억원)는 직접투자로 유치하려 한다. 이를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해 연평균 8%대의 GDP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 신재생에너지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대중교통과 주거 및 편의 시설,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첨단 도시 계획이다. 앞서 스리랑카 콜롬보 차원의 ‘항구도시 프로젝트’(Port City Project)가 추진되고 있었으나, 메가폴리스 프로젝트에 흡수돼 더 큰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한국 기업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인구 2천만 명 시장인 스리랑카는 무시할 수 없는 국가다. 향후 제2의 싱가포르가 될지, 현재 수준의 정체된 국가가 될지는 미지수다. 단기적으로 볼 때, 정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기회에는 한국 기업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향후 동남아처럼 거대한 프로젝트 발주처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의 국가 발전에 대한 표면적인 의지는 분명하다. 전략이나 계획 역시 적절해 보인다.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국민 개개인의 경제성장을 향한 의지 변화에 달려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전세계 ‘비즈니스 환경’ 순위에서 107위를 기록한 것은 이미 서남아에서조차 하위권이다. 개개인의 경제성장 의지도, 상생 정신도 미흡해 보인다. 이는 스리랑카 정부가 단기적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대목이다. FDI 유치가 난관에 부닥치는 배경에는 이처럼 스리랑카 국민의 성장에 대한 소극적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정부의 지속적인 교육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여기에 스리랑카의 미래가 달려 있다.

wckoh1919@kotra.or.kr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원철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