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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급추락하는 월가 헤지펀드
헤지펀드의 위기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윤석천 economyinsight@hani.co.kr

금융이 새로운 성장 도구로 자리잡은 20세기 후반부터 헤지펀드는 호황기를 누려왔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들까지 이 펀드로 몰려들면서 황금기를 구가했다. 유동성 공급의 원천이었다. 금융위기 때마다 주범으로 비난받아왔지만 이들은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힘을 가졌다. 그러나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헤지펀드가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헤지펀드는 최근 빈약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채권시장에서 폭발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채권을 사던 헤지펀드들이 가격이 하락하자 이젠 거의 투매를 한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유동성 절벽’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동시에 금융시장의 위험성도 커졌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유동성은 언제나 시장을 지배하는 힘이다. 그것은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을 원활하게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유동성이 풍부해야 매도자는 매수자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역으로 매수자 또한 언제든 매도자에게 매물을 넘길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은 안정적이다. 한데 유동성이 고갈되면 시장은 극히 불안정해진다. 유동성이 고갈된 상태의 시장을 생각해보자. 매도자가 많을 경우 매도자는 그들의 주문 가격을 누군가 기꺼이 살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역으로 매수자가 많을 때엔 매수자는 매도자가 만족할 수준까지 가격을 충분히 올려야 한다. 극단적 하락과 상승이 빈발하는 변동성 폭발이 발생한다. 시장의 안정성이 급격히 훼손되는 것이다.

   
▲ 최근 헤지펀드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금융시장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2016년 1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시세판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미국 월가는 헤지펀드의 고난에 주목하고 있다. 거대 은행의 최고경영자들까지 이 현상에 우려를 표한다. 2008년 금융위기 전만 해도 시장엔 두 개의 든든한 버팀목이 존재했다. 바로 은행과 헤지펀드였다. 하나, 위기의 단초가 된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은 이제 더 이상 시장의 구원자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능력을 잃었다. 과격한 매도세나 난폭한 변동성을 흡수할 힘이 없다. 결국 부담은 헤지펀드가 안게 되었다. 침체 이후의 세계에서 시장 조성자 혹은 최후의 매수자 역할은 헤지펀드에 집중됐다.

그런데 헤지펀드마저 무너지고 있다. 물론 일부 헤지펀드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나, 전체적으로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헤지펀드리서치사가 발표하는 ‘HFRX 글로벌헤지펀드인덱스’는 2015년 3.6% 하락한 뒤 2016년에도 평균 3.8% 하락했다. 헤지펀드 대부분이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상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베스트먼트(eVestment)에 따르면 2016년 1월 헤지펀드들은 투자자에게 215억달러(약 25조6천억원)를 상환했다. 이는 2009년 이래 월별로 가장 큰 금액이다. 상환 금액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은 하나다. 위험자산에서 벗어나는 길뿐이다. 헤지펀드들은 현재 위험자산이란 배에서 탈출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거대 펀드의 폐쇄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15년 12월 중순 정크본드에 주로 투자하던 서드애비뉴매니지먼트(Thirde Avene Management) 펀드가 폐쇄됐다. 이런 사태는 의외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최근 연구에서 펀드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강한 매도세’로 인한 리스크와 그것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10년 만에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했다. 서드애비뉴와 같은 거대 펀드가 환매 압력을 받으면서 헤지펀드들은 시장 대응 양태를 바꾸고 있다. 리스크 자체를 기회로 인식하기보다는 시장 탈출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일반 투자자에겐 더 가혹한 시련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 한두 달은 조용히 지나갈 수 있다. 하나, 이런 종류의 변동성과 유동성 리스크는 점차 심해질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최근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돌발 변수로 금융시장이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대량 매도의 가능성과 그 위험성에 대한 연구였다. 결론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대량 매도와 전염 리스크

   
▲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오른쪽)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지난 10년의 그 어느 때보다 펀드 폐쇄로 인한 손실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펀드 간 전염 가능성 역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모든 투자자들은 높은 경각심을 갖고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가볍게 볼 결론이 아니다. 사실 이런 대량 매도의 가능성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펀드에도 ‘얼리 버드’(early bird)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적용된다. 위기시엔 펀드에서 가능하면 일찍 돈을 빼내는 것이 유리하다. 이른 시기의 환매 요구는 소액인 경우가 많다. 이때 펀드는 유동성 버퍼를 이용해 초기 환매에 대응한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피할 수가 있다. 하나, 상환 압력이 커져 유동성 버퍼를 초과하게 되면 펀드는 보유 자산을 팔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한데, 비유동성 자산의 경우 처분이 쉽지 않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헤지펀드는 큰손이다. 큰손이 파는 마당에 그 매도세를 정상적으로 받아줄 매수 세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환매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강제된 자산 청산은 매도 가격의 하락을 불러온다. 이것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환매를 요구하는 투자자는 더욱 많아진다. 결국 나중에 환매 요구를 하는 투자자들은 첫 번째로 환매받은 투자자보다 더 낮은 가격에 자기 몫을 돌려받게 된다.

이 강제된 청산은 다른 펀드매니저들에게도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수익성이 떨어진 펀드는 상당한 환매 요청을 받게 된다. 해당 펀드는 환매 요청을 충족하기 위해 채권 1, 2, 3, 4를 매도한다. 이들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대부분의 펀드는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펀드 B와 C 역시 채권 2, 3에 대규모 포지션을 갖고 있다. 펀드 B, C의 수익성도 급속히 하락한다. 이는 환매 요청을 가중한다. 펀드 간 전염이 극심해지면서 펀드매니저들은 되도록 빨리 자신의 포지션을 청산하려 한다.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하락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2015년 12월 실제로 이런 일이 시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서드애비뉴 펀드는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를 청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곤 마침내 펀드 폐쇄를 결정했다. 이것은 정크본드 시장에 혼란을 불러왔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란 걱정에 휩싸였다. 그 결과 고수익을 좇아 C급 채권시장에 투자했던 펀드들이 혼란에 빠졌고 전체 채권시장은 매도 열풍에 휩싸였다.

연준 보고서는 이런 혼란에 주목한다. 그리고 비교적 명확한 결론을 내린다. 이른바 전염 리스크가 지난 1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 설명이다.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뮤추얼펀드(특히 채권을 취급하는 펀드)가 2009년 이래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는 데 있다. 펀드의 규모는 커졌다. 이들은 고수익을 얻기 위해 안전자산보다는 C급의 비유동성 채권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극도의 저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초보 투자자들이 시장에 급속히 참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초보자는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겁 많은 투자자란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금융위기 때 손실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소심해져 자기 몫을 청산하는 데 더 빠르게 행동하게 됐다. 이에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더 많은 액수의 청산이 이뤄지고 있다. 대규모 펀드들은 고수익을 좇아 비유동성 자산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했다.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전염 가능성도 더 커졌다. 한 펀드의 매도세는 다른 펀드로 쉽게 전염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상당히 더 높은 수준이다.”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순자산가치(NAV)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고 레버리지가 없는 공개 투자펀드의 경우 펀드런의 가능성이 낮아 자산의 대량 매도는 없다고 한다. 펀드 자산 가치의 하락은 펀드 주식의 비례적 하락 정도로 나타날 뿐이다. 펀드 자산 가치가 10% 하락하면 펀드 주식 또한 그 언저리 정도까지 하락한다는 게 전통 이론이었다. 하지만 이 이론은 불완전하다.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을 무시한 것이다. 펀드 자산 가치의 하락은 큰 폭의 펀드 주식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심한 경우 펀드런이 발생해 특정 펀드의 폐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이는 급속히 다른 펀드로 전염돼 시장에 매도자만 있고 매수자는 거의 찾을 수 없는 공동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오늘날 금융시장에선 거대 공룡들이 움직인다. 이는 강세장일 때 그 추세를 증폭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하나, 반대의 경우엔 시장을 일시에 침몰시킬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한다. 소수의 개미들이 시장에서 빠져나온다고 해서 시장은 급변하지 않는다. 하나, 거대 공룡이 발을 빼면 시장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금융시장은 그래서 위험하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금융시장에 걸친 일반적인 현상이다.

maporiver@gmail.com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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