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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안으로 곪고 밖으로 썩는 프랑스 농업
위기에 봉착한 프랑스 농업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이코노미 economyinsight@hani.co.kr

고용 감소, 환경오염, 농민 간 불평등 심화로 위기 봉착…
농업 수지 불균형도 심각

프랑스 농업이 고용 감소, 환경오염, 농업 생산자 간 불평등 심화로 위기에 봉착했다. 농민 1인당 평균 농업소득은 증가했지만 이는 농업 종사자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업은 살충제 살포에 따른 수질 오염 등 생태계 균형 파괴의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농업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류·유제품·곡물 세 부문을 제외하면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6년 2월27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테 베르사유에서 제53회 농업박람회가 열렸다. 농업박람회는 매년 방문객만 70만 명이 넘는 프랑스 농업인들의 최대 축제이자 프랑스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박람회이기도 하다. 2016년 박람회의 주제는 ‘농업과 국민 식생활’로 선정됐다. 시사성을 고려하면 더 나은 주제를 택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그럴듯한 축사와 코르시카산 베이컨 판세타나 몽브리송산 혹은 바아르마냑산 블루치즈 시식회 같은 이벤트의 홍수 속에서 이번 농업박람회가 프랑스 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계약’의 성질에 대해 진실로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이 사회적 계약은 농업보조금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최근 양돈 농가가 처한 어려움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프랑스 농업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2016년 1월 발표된 ‘2015년 프랑스 국민계정 농업통계’에 따르면 전일농업인구 1인당 실질 평균소득은 지난 30년 동안 70%나 증가했고 최근 10년만 따져도 17% 정도 증가했다. 더구나 시장 규제 완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잦은 폭락과 폭등에도 불구하고 농업소득은 꾸준히 증가했다.

   
▲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6년 2월 파리에서 열린 농업박람회에 참석해 축산업 종사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농업은 고용 감소, 환경오염 등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REUTERS

농업통계망에 공개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프랑스에서 전문농업인(프랑스는 중·대규모 영농사업자를 전문농업인으로 규정하는데 프랑스 농업 생산량의 97%를 이들이 생산한다 -편집자)의 수는 29만9천 명이고, 전일농업인구 1인당 평균 세전 경상이익은 2만5100유로(약 3300만원)였다. 같은 해 농업보조금은 중소 규모 이상 농장에서 경상이익의 평균 95%를 차지했는데, 농장이 아닌 일반 농가에서 경상이익 대비 농업보조금 비율은 그보다 더 높았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정부 개입이 농업생산자들의 소득을 보장해준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학자 장크리스토프 뷔로, 리오넬 퐁타네, 세바스티앙 장이 경제분석위원회(CAE)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처럼 정부가 매년 90억유로(약 11조9천억원)에서 100억유로나 지급하는 농업보조금은 농업생산자들 간에 존재하는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생산자들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참고로 정부의 농업보조금 규모는 15년 동안 변화가 없다.
 
농민 1인당 세전 경상이익 3300만원

게다가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농업고용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00년만 해도 38만6천 명이었던 프랑스 전문농업인 수는 오늘날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농업인들의 평균소득이 증가한 것은 생산자 수가 나눠먹을 파이의 크기보다 더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농업 부문 전체의 부가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그렇다고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산량은 수량 기준으로 보든 판매액 기준으로 보든 모두 증가했다. 그런데도 농업의 부가가치가 하락한 이유는 연료, 비료, 사료 같은 중간소비재의 비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농업고용은 총고용의 3.3%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높은 실업률과 한정된 공적자금을 감안할 때, 현행 농업보조금제도의 근본적 개혁 없이 이 정도 규모의 보조금을 기계적으로 계속 지급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결국 현행 제도하에서 매년 6천 개의 농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상당 비중의 농업인구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농업은 질소비료와 살충제 살포로 인한 수질 오염, 유기물 함량 감소와 침식으로 인한 토질 저하, 화학물질 오염과 경관의 획일화에 따른 수많은 동식물종의 감소와 멸종 등 다양한 환경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 최근 프랑스 농업은 전체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류·유제품·곡물 세 부문을 제외하면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파리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 REUTERS

현재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사례가 점점 더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식량 생산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농업보조금을 환경보호와 연동시킬 목적으로 여러 조치가 도입됐지만 이 조치들은 실제 보조금 수급자들의 영농 방식 변화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장크리스토프 뷔로, 리오넬 퐁타네, 세바스티앙 장의 지적처럼, 2014년 프랑스 정부는 유기농산물 보조금 같은 이른바 ‘환경농업’ 육성 정책에 농업생산자 직접보조금 총액의 4%에 불과한 3억8800만유로(약 5100억원)만 할애했을 뿐이다. 물론 가장 최근에 개정돼 2014년부터 적용 중인 유럽연합(EU) 공동농업정책(PAC)은 농업보조금 지급에 새로운 환경 조건을 강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예전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농업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그래도 농업보조금 덕분에 프랑스 농산물 수출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 않느냐고 위안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농업수지는 2011년 이후 꾸준히 100억유로(약 13조3천억원) 수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의 무역 적자가 250억유로인 상황과 비교하면 분명히 고무적인 수치이기는 하다. 그러나 단순히 수치만이 아니라 그 이면을 좀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생각보다 장밋빛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농업수지 흑자가 유제품·곡물·주류의 특정 세 부문에 점점 더 집중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자면 단연 주류인데, 주류 부문의 흑자는 2000년 72억유로에서 2014년 105억유로(약 13조9천억원)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 2014년 주류 부문이 속한 농산물 가공업의 흑자는 91억유로였다. 이는 앞의 세 부문을 비롯한 몇몇 부문은 흑자를 보고 있지만, 여타 농업 부문에서 적자 누적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과일·채소 부문과 육류·육가공품 부문의 수지 불균형이 심각하다. 과일·채소 부문의 적자는 같은 기간 18억유로에서 32억유로로 늘어났고, 2000년 3억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던 육류·육가공품 부문은 2014년 13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돼지나 소 등 살아 있는 상태의 가축 교역에서는 프랑스가 여전히 초강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마치 기초 원자재를 수출하고 가공제품을 수입하는 저개발국의 상황과 유사하지 않은가.
 
주류·유제품·곡물에 집중된 흑자

둘째, CAE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농업 흑자는 다른 EU 회원국과 비교할 때 점점 더 한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2000년 이후 프랑스의 농업 수출은 연평균 3.3%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독일의 농업 수출은 프랑스보다 두 배나 더 높은 6.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구나 2007년을 기점으로 세계 농산물 수출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전됐다. 한 예로 돼지고기의 경우 독일은 2014년 400만t을 생산해 2000년 대비 30%나 생산량이 증가한 반면, 같은 해 프랑스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200만t에 그쳐 생산량이 5%나 감소했다. 사실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가공 농산물 시장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농업 수출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이런 격차는 독일 농산물 산업의 저임금 노동자가 프랑스 동일 범주 노동자 임금의 75% 수준을 받는다는 사실과 독일 농업고용에서 파견노동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농산물 수출 부진은 단지 외국의 ‘소셜덤핑’(Social Dumping·국제 수준보다 낮은 임금을 유지해 제품을 싼값에 수출하는 행위 -편집자) 때문만은 아니다. CAE 보고서의 저자들은 프랑스 농산물 가공 업계가 전략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분석한다. 프랑스 농산물 가공 업계는 지리적 표시 제도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의 강화에 역점을 두고 투자를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틈새시장에서 팔리는 고급 농산물 부문만 육성하고, 일반 대중이 주로 소비하는 부문의 방어에는 소홀히 하는 바람에 해당 부문을 경쟁자에게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불행히도 대중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햄버거 패티, 치킨 너깃 같은 대량생산되는 가공육이지 AOC 인증을 받은 샤롤레산 특상품 쇠고기나 농산물 품질인증마크 레드 라벨이 부착된 방목식 사육 닭고기가 아니다.

   
▲ 2016년 2월 프랑스 북서부 렌에서 농민들이 정부의 농업정책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프랑스 농업은 최근 생산자 간 불평등의 심화로 농업 종사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REUTERS

프랑스가 일반 농산물 시장에서 상황을 역전시키려면 AOC 농산물이 아니라 위생과 환경보호에 더 신경 쓴 농산물을 팔아야 한다. 비유기농 제품을 포함해 모든 농산물 부문에서 복지사육(공장식·밀폐식 사육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동물 복지에도 관심을 두는 동물 친화적인 사육 형태 -편집자), 무항생제, 무성장촉진제, 저농약, 비유전자변형농산물(Non-GMO) 사료 원칙을 준수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환경농업 육성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다. 환경농업 육성이 대규모 영농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혁신 투자와 반드시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경작지의 면적, 범위, 형태 등을 드론(무인항공기)을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RTK(Real Time Kinematic) GPS’(이동 중 실시간 위치정보 시스템 -편집자) 첨단 시스템이 부착된 장비를 이용하면 토지에 뿌려지는 비료와 농약의 양을 최대한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흔히 생산제일주의 대규모 영농의 상징으로 인식되지만, 오히려 특정 조건만 지켜진다면 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명공학기술 연구도 마찬가지다. 모든 생명공학기술이 GMO 기술은 아니며, 어떤 기술은 공기 중 질소를 더 잘 흡수하거나 기후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품종 개발에 기여할 수도 있다.

장크리스토프 뷔로, 리오넬 퐁타네, 세바스티앙 장에 따르면 결국 수익, 환경, 경쟁력 목표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농업보조금을 필두로 기존 농업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프랑스에서 농업보조금은 경작지 면적을 기준으로 배분되는데 이것이 지대를 상승시키고 청년 영농인 육성을 저해한다.

따라서 명확한 환경 목표에 기초한 계약에 따라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고 농업보조금이 공공재 생산에 대한 보상이 아닌 경우에는 1인당 수급 한도를 제한해야 할 것이다. 유럽 공동농업 정책은 2014년 개정 이후 농업보조금 배분 방식에서 각 회원국에 상당한 자율을 부여했다. 그러나 다른 회원국처럼 프랑스도 넓어진 운신의 폭을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2월호(제354호)
La France verte dans le rouge
번역 박수현 위원

갈수록 커지는 농업소득 불평등

2014년 프랑스 전문농업인 중에서 소득하위 10% 계층은 농업보조금을 포함해 마이너스 소득을 기록했다. 6600유로(약 875만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또한 프랑스 농업인구 중 소득하위 50%의 연평균 소득은 1만9200유로(약 25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전문농업인 중 소득상위 10%는 평균 5만7200유로(약 7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부문에 따른 소득 편차도 뚜렷해, 해마다 변동이 심하다. 2014년 양돈인구 1인당 평균소득은 1만1900유로였지만,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에 속한 양돈인들은 2만4800유로의 손해를 보았다. 반면 곡물을 제외한 대규모 경작에 종사하는 영농인, 그중에서도 순무 재배 농가의 평균소득은 3만4천유로였고, 포도 재배 농가의 평균소득은 5만유로였다. 특히 소득 최상위 계층인 10분위에 속한 포도 재배 농가는 11만7900유로의 소득을 올렸다.

2014년 공동농업 정책이 개정됐음에도 농업보조금 제도는 이같은 소득 격차를 해소하지 못했다. 한 예로 평균적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대규모 포도 재배 농장들도 농업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고, 지급되는 보조금 액수도 여타 부문에 비해 정당한 근거 없이 아주 큰 편이기 때문에 농업 부문 간 소득 격차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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