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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노사 모두 살린 독일의 최저임금 인상
독일의 최저임금 ‘윈윈게임’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아르노 르슈발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정부가 처음으로 임금정책 주도…
임금 인상이 내수 진작과 고용 증가로 선순환 유도

독일이 2015년 1월에 도입한 시간당 8.5유로(약 1만1600원)의 최저임금은 독일의 사회정책 역사상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전까지 전적으로 노사 협상에 일임됐던 임금 결정에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최초로 정부가 임금정책의 핵심 주체로 떠오른 것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장차 전체 임금노동자 중 17%가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현재 인플레이션 위협이 없는 만큼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 증가와 임금 인상은 내수를 진작시켜 오랫동안 수출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던 독일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르노 르슈발리에 Arnaud Lecheva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5년 1월1일 독일의 사회정책에서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독일 사회정책 사상 처음으로 시간당 8.5유로(약 1만1600원)라는 최저임금이 도입된 것이다. 이는 기존 노동정책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조치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독일에서는 이른바 ‘교섭 자율주의’(Tarifautonomie)가 금과옥조의 원칙이었다. 교섭 자율주의, 혹은 노사 자치주의는 국가가 노사 간 단체협상에 개입할 수 없고, 임금과 고용 조건은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법정 최저시급 도입’은 노사 협상에 전적으로 일임됐던 임금 결정에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처음으로 정부가 임금정책의 핵심 주체로 부상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이 이처럼 역사적인 방향 전환을 단행한 이유는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 수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협약의 힘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2017년 전까지 최저시급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최저시급이 인상되더라도 노사와 양쪽이 임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인상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법적으로는 2015년 1월1일 최저임금이 도입됐지만, 2년의 유예기간을 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2017년 1월1일에야 비로소 최저임금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더욱이 유예기간 자체가 없는 예외규정도 존재한다. 즉 최저임금은 직업훈련을 받지 않은 18살 미만 노동자, 비임금노동자, 특정 고용정책 수혜자, 수습직원, 일부 인턴사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장기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했을 경우, 법적으로 처음 6개월 동안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독일 최저임금 EU 회원국 평균보다 낮아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2016년 3월3일 뮌헨의 한 화학회사에서 연구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은 2015년 1월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임금 결정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REUTERS

최저임금 도입은 다양한 법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중 두 가지는 특별히 중요하다. 노동시간과 보수 결정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우선 최저임금과 관련해 실제 노동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기 시간, 이동 시간, 탈의실에서 유니폼 등을 갈아입는 시간 등을 배제하면 고용주가 공식적으로 당국에 신고하는 유급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형식적으로 준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을 제한하기 위해 법에서는 몇몇 특정 부문을 지목해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히 월급 상한 450유로(약 61만원)의 소액 임금을 받는 이른바 ‘미니잡’(minijob)에만 종사하거나 다른 직업과 더불어 미니잡을 ‘투잡’으로 가진 노동자와 관련 있다. 우선 미니잡 노동자는 사회복지 부담금 납부 의무에서 면제된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재임 시절 노동유연성 확대를 목표로 추진된 ‘어젠다 2010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하르츠(Hartz)법’에 따라 비정규직, 미니잡 관련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그때까지 미니잡에 적용되던 주당 15시간의 최대 노동시간 규정이 폐지됐고, 미니잡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들이 받는 임금도 하락했다. 그 결과 일주일에 몇 시간도 일하지 못하고 극히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논쟁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고려해야 할 보수 요소를 규정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즉, 최저임금에 각종 보너스와 수당을 모두 포함한다면 고용주는 기본급 인상 없이도 시급 8.5유로라는 법정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와 관련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당 8.5유로라는 독일의 최저임금 수준은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 최저임금보다 낮다. 한 예로 2015년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9.61유로였고,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는 9.2유로였다. 반면 8유로인 영국과 3~4유로 정도인 남유럽 국가의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물가수준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명목임금이 아닌 구매력을 고려해 독일 최저임금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독일의 최저임금은 프랑스보다는 낮지만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EU 회원국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과 그 효과는 무엇보다 이 제도의 수혜 노동자들이 노동계층 내에서 어떤 위치에 속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독일에서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절반에 해당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근접한 수준이다. 반면 프랑스의 최저임금(SMIC)은 중위임금의 61% 수준으로 독일의 최저임금보다 중위임금에 훨씬 더 가깝다.

최저임금 도입으로 우선 370만 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입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혜 인구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7%에 해당하는 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중 27%는 옛 동독 지역 노동자다. 한편 전일제(풀타임) 노동자 중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계층은 10%에 불과하지만 미니잡 종사자의 50% 이상, 단시간(파트타임) 노동자의 약 16.7%가 최저임금의 수혜 계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주로 저숙련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도입의 영향을 받게 된다. 2015년 산별노조 협상에서 임금 인상은 2014년보다 상승폭이 작았지만, 최저임금 도입은 사실상 임금 인상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옛 동독에 속했던 주(州·란트)들에서 농·식품업, 외식산업, 보안업 등 몇몇 저임금 부문의 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발·미용업이나 청소업 같은 다른 저임금 부문에서도 최저임금이 도입될 것이라는 예상만으로도 임금이 크게 올라 저숙련 노동자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1분기 물가 상승률이 0.4%를 기록했을 정도로 저물가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도입은 과일·채소, 택시, 신문 배달 같은 몇몇 부문을 제외하면 물가수준에 어떤 특별한 영향을 초래하지도 않았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도입은 독일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실질임금이 크게 인상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저임금 도입으로 고용률도 증가  

   
▲ 독일에선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고용 감소 대신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자동차 생산공장. REUTERS

그렇다면 실질임금 상승이 독일에서 고용 증가를 저해했을까. 독일의 총고용 수준은 2003년 말 최저점을 찍은 뒤 크게 증가했다. 2014년 말까지 36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돼 해당 기간 고용 증가율은 9.3%에 이른다. 독일 고용노동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실업자 수는 약 200만 명 감소했다. 특히 장기 실업자 수가 80만 명 감소했다. 하르츠 개혁이 도입된 뒤 2003~2005년 경기가 회복되면서 비임금·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문제의 미니잡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무엇보다 다른 직업 없이 오직 미니잡에만 종사하는 노동자 수가 2003~2006년 43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후 고용 증가를 주도한 것은 임금의 일부가 사회복지 부담금 명목으로 공제되는 일자리, 그중에서도 계약직의 증가였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계약직 일자리가 거의 400만 개나 늘어났다. 그런데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5~2014년 독일 경제에서 연간 노동시간이 약 4%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전체적으로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90% 이상은 단시간 노동직이었다.

따라서 최저임금 도입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독일 국내 대부분의 평가도 고용 손실 쪽으로 기울어진다. 물론 손실 폭은 정부의 자문 역할을 담당하는 공식 ‘자문위원회’가 예상한 10만 개부터 독일 뮌헨에 위치한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연구소 IFO(소장 한스 베르너 진·경제학자)가 예측한 150만 개 손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최신 발표된 통계 자료에 근거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총고용이 2015년 3분기 말까지 연 2%라는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심지어 미니잡의 경우, 13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 1.7%의 감소율을 기록했음에도 임금 고용은 약 70만 개나 증가했다. 최저임금 도입 이후, 특히 전체 일자리 대비 미니잡의 비중이 매우 큰 서비스 업종에서 고용이 증가했다. 최저임금 도입은 사실상 월급 450유로 상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노동시간을 주당 12시간, 최대 53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고용주가 미니잡을 사회복지 부담금을 납부하는 ‘정상적’ 일자리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마찬가지로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5년 1~9월 실업자 수는 40만 명 줄었다.

이러한 고용 증가와 임금 인상은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동력을 전환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제 독일 경제의 성장은 가계 소비가 이끌고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 도입은 독일에서 고용과 임금 불평등 감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지만 독일이 오랫동안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을 실시해온 바람에 유로 지역 내부에서 발생한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1월호(제3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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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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