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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짝퉁은 가라… 지리車 ‘창조 드라이브’
지리자동차의 승부수- ① 볼보 인수의 명암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바오즈밍 economyinsight@hani.co.kr

   
▲ REUTERS

중국의 토종 자동차 브랜드인 지리자동차의 성장이 눈부시다. 전반적인 자동차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2015년 20%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 스웨덴의 볼보 인수 이후 한동안 과도한 차입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차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외형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중국에서 ‘자동차에 미친 사람’으로 불리는 리수푸 창업자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관심을 끈다. 몇년 안에 한국차 수준의 품질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까. _편집자

해외파 인력 대거 영입해 연구·개발에 사활…
“이젠 자체 기술로 외국차와 승부”

중국 자동차 토종 브랜드의 경쟁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차를 베낀 ‘짝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 해외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영입해 자체 기술 개발에 힘쓰면서 외국차와 품질 면에서 격차를 많이 좁힌 상태다. 그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지리자동차다. 지리자동차는 일찌감치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기술 면에서는 토종 브랜드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바오즈밍
包志明 <차이신주간> 기자

2015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람은 옆에서 수행하던 리수푸(53) 지리그룹(吉利集團·GEELY) 회장이었다. 중국 자동차 회사 창업자 리수푸 회장은 조만간 런던에서 영국의 고급 택시인 ‘블랙캡’(Black Cab)을 대체할 친환경 택시를 출시할 예정이다.

5년 전 지리자동차가 스웨덴의 고급 승용차 생산업체 볼보를 인수했을 때 중국 타이저우 출신의 리수푸 회장이 처음으로 전세계 언론에 등장했다.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부르던 리수푸 회장은 영국 총리와 스웨덴 국왕, 아일랜드 대통령,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로부터 귀빈 대접을 받는 날이 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 택시 제조사 MBH(Manganese Bronze Holdings)와 오스트레일리아의 DSI,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2015년 자동차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다. 특히 내리막길을 걷던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22% 늘어난 51만 대를 팔았다. 중·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보루이’(博瑞)는 3만2600만 대가 팔렸다.

“자본을 기술과 바꾸는 전략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리수푸 회장은 다른 자동차를 ‘모방’하던 단계부터 볼보자동차 인수 뒤 양쪽이 공동으로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 플랫폼을 개발하기까지 지리자동차의 연구·개발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지리자동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렀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한 뒤 채무가 증가해 총부채는 700억위안(약 12조8천억원)이 넘었고, 부채비율은 74%에 달했다. 2014년 제품 세대교체와 마케팅 시스템 통합을 추진하는 사이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동반 하락했고 영업이익이 2013년 대비 46% 줄었다. 기술 개발 담당 자오푸취안 부총재와 브랜드 마케팅 담당 쑨샤오둥 부총재가 떠나자 많은 직원이 다른 국내 자동차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리자동차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15년 브랜드와 마케팅 시스템 통합 작업이 끝나자 자동차 생산과 판매, 영업이익이 호전됐고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이 돌아왔다. 다만 채무는 여전히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리자동차가 늘어난 재무비용을 감당하려면 더 많은 영업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와 연구·개발을 확대해 새 차를 출시하고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차 판매 실적이 괜찮으면 그 수익금으로 다음 단계 기술 개발을 시작해 선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대우차 부사장 영입해 전기 마련  

   
▲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1998년 처음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뒤 18년이 지난 현재어엿한 중견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차이나모토쇼에 전시된 지리자동차의 택시 모델. REUTERS

도전을 앞둔 리수푸 회장은 성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2016년부터 2020년은 지리자동차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과 미국, 서유럽 등 핵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시장 수요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그렇지만 우리 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앞으로도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훌륭한 새 차를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1998년 처음 자동차를 생산한 뒤 18년이 지나 어엿한 ‘성년’으로 성장한 지리자동차는 과거처럼 ‘바퀴 네 개에 소파를 얹은’ 저렴한 차량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연구·개발 수준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개선해 중·고급 자동차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가 리수푸 회장 앞에 놓여 있다.

독설을 아끼지 않는 비평가들조차 리수푸 회장이 시장 동향을 가장 민감하게 파악한 인물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의 창업 이력을 보면 사진관에서 시작해 냉장고와 알루미늄 판재,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 중국에서 가장 유망했던 사업을 거 쳤다.

중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던 1988년 8월 샤리 (夏利)자동차(일본 기술을 전수받아 톈진에서 조립·생산한 중국 자동차 -편집자)를 모방한 지리자동차의 첫 번째 승용차 ‘하 오칭’(豪情·Haoqing)이 탄생했다. 당시 리수푸 회장은 ‘중국에서 가장 값싼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하오칭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품질 검사에서 누수와 차문 표면 도색이 균일하지 않은 것 등 여러 문제점이 발견 됐고, 자동차 판매회사는 차량을 받지 않았다. 결국 처음 생산한 차량 100대를 모두 폐기했다. 다음해 리수푸 회장은 고급 승용차에 다시 도전했다.

그때만 해도 지리자동차 공장에는 프레스기가 한 대밖에 없었다. 설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차체를 손으로 두드려 만들어야 해서 가장 기본적인 차체 표면의 평면성 기준을 맞추기 힘들었다. 작업장에는 자동 조립라인이 없어 직원이 차체를 어깨에 짊어지고 날라야 해서 비효율적이었다.

상하이폴크스바겐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는 2003년 지리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좁은 작업장에 가득찬 직원들이 줄지어 일하고 있었는데 자동화 시설이 없어서 금속판 두드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그는 지리자동차의 생산공정과 설비가 상하이폴크 스바겐보다 10여 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생산공정과 공법은 뒤떨어졌지만 가격이 저렴했던 지리자동차는 샤리승용차의 지위를 위협했다. 2000년 지리자동차의 매출은 1억위안(약 183억원)을 돌파해 첫 수확을 거뒀다.

그 뒤 사이어우(賽歐·Sail)를 모방한 유리어우(優利歐)와 스포츠카 메이런바오(美人豹)를 개발할 때는 내부 인테리어 소재와 조합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하지만 전반적인 디자인과 제조 공법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졌고 사용자의 불만이 속출했다. 지리자동차에서 금형 작업을 맡았던 한 엔지니어는 “외국 유명 자동차의 외형을 따라하는 것은 차라리 쉬웠다. 내부 공정을 개선하려면 설비가 필요하고 실력있는 숙련공과 생산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 지리자동차는 조만간 런던에서 영국의 고급 택시인 ‘블랙캡’(Black Cab)을 대체할 친환경 택시를 출시할 예정이다. 리수푸 회장(왼쪽)이 2013년 11월 런던의 택시회사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UTERS

리수푸 회장도 그대로 베끼는 모방과 낙후된 제조 공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훗날 그는 다른 자동차를 모방했던 이유가 정부에서 공식 허가증을 받지 못해 은행 대출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에 국유기업처럼 완성된 플랫폼을 매입하지 못하고 최저 비용으로 직접 생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른 회사의 차량을 분해한 뒤 그대로 따라하는 방법이었다.

쯔유젠(自由艦)이란 새 차를 출시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지리자동차 직원들은 이 모델이 지리자동차의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2003년에는 한국 대우자동차와 협력해 개발 코드명이 ‘CK-1’인 신차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쯔유젠이다. 대우자동차가 차체 설계와 금속주형을 맡았고, 지리자동차는 생산을 책임졌다.

한국 협력사의 도움으로 지리자동차는 중국 닝보에 최초의 현대적 자동차 공장을 설립했고 기존 작업장도 개조했다. 프레스 작업장에서 수동 판금 작업을 없애 차체 표면의 평면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용접 작업장에는 용접용 로봇 4대를 도입했다.

다용도 프레스기와 용접용 로봇을 도입하고 표준 생산공정을 구축해 생산성과 제품 품질을 크게 개선했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쯔유젠의 차량 외관이 ‘싼티’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밖에 도요타 A8 엔진을 모방해 개발한 1.3ℓ 엔진과 독자적으로 개발한 4단 자동변속기를 쯔유젠에 적용했다. 덕분에 생산원가를 절감했다. 2005년 4월 쯔유젠을 출시했다. 판매가격이 6만위안(약 1100만원)으로 저렴했지만 외국 자동차 회사가 중국에 설립한 합자회사에서 생산한 차량과 비슷한 품질을 갖춘 이 차량은 시장에서 인정받았고, 1년 남짓한 기간에 10만 대가 팔려 한때 지리자동차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2015년형 쯔유젠이 판매되고 지금까지 66만 대 넘게 팔렸다.

성과를 맛본 지리자동차는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심봉섭 대우자동차 부사장 겸 기술연구소장과 자오푸취안 화천진베이(華晨金杯)자동차 부총재 겸 개발센터 총경리를 영입했다. 두 전문가는 지리자동차가 독자적인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기반을 제공했고, 지리자동차는 ‘모방’에서 ‘개발’로 전환했다.

2006년 리수푸 회장은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신차 15종, 엔진 8종, 수동변속기 6종, 자동변속기 6종, 전자식 가변변속기(EVT) 3종, 하이브리드 자동차 1종, 경주용 자동차 1종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2010년까지 100만 대, 2015년까지 200만 대를 생산하고 그중 3분의 2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5월 처음으로 가격이 7만위안(약 1300만원) 이상인 새 차 위안징(遠景)을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지리자동차는 ‘저가 전략’을 버리고 기술과 품질, 서비스를 개선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선언했다. 리수푸 회장은 360억위안(약 6조6천억 원)을 걸고 새로운 자동차 엠블럼을 공모했다. 새로운 엠블럼을 도입해 다른 차를 모방했던 마지막 흔적까지 깨끗하게 지워버리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2010년 지리자동차 판매량은 41만 5천 대로, 리수푸 회장이 2006년에 세웠던 목표 100만 대에 훨씬 못 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BYD와 치루이(奇瑞·Chery) 자동차는 각각 52만 대와 68만 대를 판매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리자동차가 실패한 원인으로 새로 출시한 차가 경쟁력이 없고 여전히 ‘싼티’를 벗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브랜드 고급화’의 선봉에 섰던 위안징은 치루이나 중화쥔제(中華駿捷), 사이어우 등 경쟁 차량의 협공 속에서 가격을 대폭 내려 가까스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2009년 상하이모터쇼에서 처음 출시한 고급형 자동차 GE는 외관이 롤스로이스 자동차와 흡사해 업계의 비웃음거리가 됐다. 리수푸 회장은 자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하긴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지리자동차는 외국 기업 인수에 나섰다.
 
‘양날의 칼’이 된 볼보차 인수

   
▲ 지리자동차는 2015년 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2% 늘어난 51만 대를 판매했다. 한 관람객이 2014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 차이나’에서 지리자동차의 GX7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2009년 지리자동차는 세계 2위 자동변속기 제조사인 오스트레일리아의 DSI를 인수해 6단 자동변속기 기술을 확보하고 고급 변속기 분야에 진입했다. 그뒤 국산화를 거친 6단 자동변속기는 지리의 ‘디하오(帝豪) EC8’과 보루이 등 중급형 차량에 적용됐다.

2013년 2월에는 영국 택시 제조사 MBH의 전체 지분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지리자동차는 재무구조와 급여 제도 등 외국 자동차 기업의 관리 시스템을 이해하고 배웠다. 또한 영국 고유의 ‘블랙캡 택시’를 국내에서 생산하게 됐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것이었다. 2010년 3월 지리자동차는 18억달러(약 2조1500억원)를 투자해 포드자동차 품에서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볼보자동차의 지분 100%를 인수해 전세계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산 상황을 보면 볼보자동차를 인수하기 전인 2008년 지리자동차의 매출은 42억 8900만위안이었고 볼보의 매출은 약 1천억위안이었다. 자사보다 매출이 20배나 많은 고급 승용차 제조사를 손에 넣자 평론가 들은 지리자동차를 ‘코끼리를 삼킨 뱀’으로 비유하면서 과연 코끼리를 소화할 능력이 있을지 의구심을 표현했다.

리수푸 회장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보자동차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먼저 볼보자동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내수시장에서 판매하면 매출을 늘려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볼보자동차의 핵심 기술과 지적재산권은 지리자동차가 품질과 기술 수준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리수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포드자동차는 중국에 합자회사 두 곳을 설립한 상태였기 때문에 포드그룹에 속한 볼보자동차를 중국에서 생산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중국 시장의 판매량이 연간 수천 대 정도로 적었다. 볼보자동차를 인수해 중국에서 생산하면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 분명한 기회라고 판단했다.”

인수 거래를 마친 지리자동차는 볼보의 국산화를 추진해 상하이에 중자자동차제조공사(中嘉汽車製造公司)를 설립했고 다칭과 청두에 공장을 짓는 작업도 일사분란하게 진행했다.

2011년 볼보자동차는 중국 지역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 청두와 다칭에 생산기지를, 상하이에 본사를 설립하고 2015년에 자동차 20만 대를 판매해 중국 고급형 승용차 시장의 20%를 차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볼보의 국산화는 정부의 인허가 단계에서 막혔고, 2013년 8월에야 국내 생산 허가를 얻어냈다. 2013년 말 첫 번째 국내 생산 모델인 볼보 S60L이 청두 공장에서 출시됐고, 2014년 말 두 번째 국내 생산 모델인 볼보 XC60이 다칭 공장에서 출시됐다.

국내 생산이 지연되자 20만 대 판매 목표의 달성 시기를 2020년으로 미뤘다. 2015년 국내 시장에서 8만1천 대를 판매했고 기대를 모았던 XC90 모델은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리수푸 회장은 볼보자동차의 글로벌 성장 목표를 기본적으로 달성했고 특히 유럽과 미국 지역에서 성장률이 높았지만 유독 중국 시장에서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전계획위원회에서 볼보의 국내 생산을 허가한 시기가 우리 계획과 어긋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결과 국내 생산이 2년 가까이 지연됐고 전체 계획이 엉망이 됐다.” 공장이 완공되고 협력업체도 선정하고 직원교육도 끝냈는데 인허가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계획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다. 결국 공장은 방치되고 직원들은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어 손실이 컸다.

볼보의 국내 생산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기술·개발 분야에서는 큰 성과를 거뒀다. 2013년 말 지리자동차와 볼보는 스웨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중급형 차량 기초 모듈 개발에 주력했다. 대표적인 성과로 모듈화 플랫폼 CMA를 공동 개발했다. 두 기업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차를 개발해 이르면 2016년 말 출시할 계획이다.

지리자동차는 피터 호버리 전 볼보 디자인 부문 수석부사장에게 디자인 업무를 맡겼다. 호버리 부총재의 주도로 새로운 고급차 ‘보루이’를 출시했다. 보루이는 외관 디자인과 동력, 기술 사양, 안전성 등 모든 분야에서 지리자동차의 기존 모델은 물론 동급 국산차의 수준을 넘어섰다.

   
▲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의 고급 승용차 생산업체 볼보를 인수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REUTERS

한 업계 관계자는 “보루이는 물론 지리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차들은 유럽 디자인하우스의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외국 디자인하우스에 외주를 줬지만 최종 제품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외국 디자인하우스팀과 중국 자동차 업체의 협력과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솥밥을 먹는 사이인 지리자동차와 볼보자동차는 설계와 생산 과정을 통합하기 수월했고 빈틈없이 협력할 수 있었다.

신차 출시의 힘으로 2015년 지리자동차는 51만 대를 팔아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났다. 지리자동차는 2015 년 11월 ‘블루액션’이란 제목의 신재생에너지 전략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을 전체 자동차 판매의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판매 비중을 65%, 전기차 판매 비중을 35%로 설정했다. 지리자동차 관계자는 볼보자동차와 2014년 인수한 ‘에메랄드 오토모티브’(Emerald Automotive)의 기술 지원을 고려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리수푸 회장은 “국유 자동차 기업이 시장과 기술을 바꿨지만 지리자동차는 자본과 기술을 바꾸는 노선을 선택했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신차 판매 실적이 향후 도약의 변수

볼보를 비롯한 외국 기업을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앞선 디자인과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지리그룹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뒤 지리그룹의 총부채는 2008년 86억위안에서 2010년 711억위안으로 급증했고, 2008년 64%였던 부채비율이 2010년에는 73.5%로 상승했다.

부채는 계속 늘어나 2012년과 2013년 각각 800억위안과 900억위안을 돌파했다. 2015년 상반기 지리그룹의 총부채는 1천억위안을 넘어 1041억위안에 달했고 부채비율이 75%로 상승했다. 특히 단기유동성부채(단기부채 또는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650억위안이나 됐다. 반면 2014년 순이익은 17억위안에 그쳤다. 이처럼 부채가 급증하자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자동차 업계에서 지리자동차의 부채비율은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 상하이자동차그룹(上海汽車集團)의 부채비율은 55.4%, 광저우자 동차그룹(廣州汽車集團)은 42%, BYD는 69%였다.

부채 문제 외에 볼보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힘을 빌려야 했다. 지리그룹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의 인수 주체인 상하이지리자오웬국제투자유한공사(上海吉利兆圓國際投資有限公司)는 지리그룹과 헤이룽장성 다칭시 국유자산 관리감독위원회, 상하이 자딩개발구(嘉定開發區) 및 자딩 국유 자산관리감독위원회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지리그룹은 41억위안을 출자했고 다칭시 국유자산위원회는 30억위안, 상하이 자딩개발구 및 자딩 국유자산위원회는 10억위안을 출자했다.

지방정부의 돈을 가져다 쓰려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다칭시 국유자산위원회는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리그룹과 지분 담보 설정 계약을 체결하고 지리그룹이 보유한 30억위안 상당의 지리자오웬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계약에서 지리그룹이 2016년 2월까지 해당 지분을 환매하도록 약정했다. 환매 금액은 30억위안이다. 만약 지리그룹이 약정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다칭시 국유자산위원회는 법적 절차에 따라 담보로 설정한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

지리자동차가 지분 담보 설정으로 인해 볼보자동차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진 않았지만 조만간 돈을 갚아야 했다. 지리자동차 내부 관계자는 “볼보를 인수한 뒤에도 채무가 증가한 것은 공장 설립과 연구·개발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야 가시적인 투자 수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과도기여서 인내심을 갖고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

닝보시 발전개혁위원회의 문건에서 확인한 결과 2015년 지리자동차는 춘샤오(春曉) 완성차 공장 2기 사업과 지리자동차 7단 듀얼클러치 DCT 생산사업, 지리-볼보 중국 디자인·테스트 센터 건설 사업이 잇따라 착공됐다. 앞으로 오랫동안 기반시설 투자가 줄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리수푸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볼보자동차를 인수하고 5년 동안 연구·개발에 100억달러 넘는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지리자동차 자체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 2015년에 60억위안을 투자했고, 2016년에는 투자 금액이 1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다.” 지리자동차 내부 관계자는 “자동차는 자본집약형 산업이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국유 자동차 기업처럼 정부 수혈을 받을 수 없어 레버리지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높은 레버리지는 거액의 재무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이 비율을 낮추려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을 확대해 새 차를 출시하고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 “새 차 판매 실적이 괜찮으면 그 수익금으로 다음 단계 기술·개발을 시작해 선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지리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차의 판매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며 “최근 보루이의 실적을 보면 리수푸 회장이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16년 7호
吉利: 超越廉價車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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