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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과학출판계 화두 ‘오픈 사이언스’
새로운 수익모델 찾아나선 과학출판계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자비에 몰레나 economyinsight@hani.co.kr

도 넘은 게재비 요구와 구독료 인상에 학계선 오픈 액세스와 오픈 데이터로 맞서

세계 최대 과학학술지 전문 출판사 엘스비어(Elsvier)의 2014년 영업마진율은 무려 40%에 육박한다. 이는 엘스비어를 비롯한 거대 과학출판사들이 얼마나 수익을 많이 올리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은 학술지 시장의 특수한 구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사실상 공짜로 연구 인력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계에선 과학출판 업계가 갑의 위치에서 시장을 독점한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디지털 시대에 학술논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확대되면서 과학출판 업계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과학출판 업계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나서는 이유다.

자비에 몰레나 Xavier Moléna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매출액이 25억4천유로(약 3조4천억원)인데 영업이익이 9억4500만유로라면 영업마진율은 무려 37.2%가 넘는다. 그야말로 수많은 기업인들이 꿈에서나 그리는 실적이다. 어떤 기업이 이처럼 엄청난 마진율을 기록했을까? 페이스북 같은 잘나가는 인터넷 메이저 기업? 아니면 엑손모빌 같은 석유회사? 둘 다 아니다. 바로 세계적인 정보 솔루션 업체 웰렉스(Relx)그룹의 자회사이자, 세계 최대 과학학술지 출판사 엘스비어(Elsvier)의 2014년 실적이다.

   
▲ 학계에선 과학출판 업계가 갑의 위치에서 시장을 독점해 공짜로 연구 인력을 부린다고 비난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원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REUTERS

과학출판 부문은 30년 전만 해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학술지 출판사들이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1980년대 이후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급증한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학술지 출판시장이라는 특수한 구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선 과학학술지 출판사는 사실상 공짜로 인력을 부리고 있다. 학술지에 논문을 기고하거나, 이른바 ‘동료평가’(peer review) 과정에서 어떤 논문이 해당 학술지에 실릴 만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는 연구자들은 학술지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연구기관으로부터 보수를 받으며, 심지어 소속이 없는 경우엔 아예 보수를 받지 못한다.

또한 과학학술지 시장은 이른바 ‘전속 시장’(Captive Market)으로 제한된 공급자들의 제한된 상품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시장의 소비자에겐 사거나 사지 않거나 양자택일만 있을 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 예로 대학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학술지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속 연구원들이 전공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려면 학술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장엔 경쟁이 없다. 모든 학술지가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전부 다르다. 다루는 분야, 실리는 논문, 논문을 기고하는 연구자가 전부 다르고 학술지의 명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은 세상에 하나뿐이다. 따라서 더 저렴하거나 더 나은 <랜싯> 저널을 찾는 건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더구나 연구자의 실적을 유력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로 평가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과학학술지 출판사들은 ‘갑’의 위치를 차지하고 학술지 시장의 ‘을’들에게 조건을 강제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상위 4대 과학학술지 출판사들이 세계 학술지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지의 50%를 출판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됨에 따라, 가장 저명한 학술지들의 절반이 이들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것이다.
 
4대 과학지가 전체 시장의 25% 점유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기업 집중의 결과다. 엘스비어를 필두로 와일리블랙웰(Wiley-Blackwell), 테일러앤드프랜시스(Taylor & Francis), 슈프링거(Springer) 같은 대형 출판사들은 1990년대 말부터 중소 출판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고 학회들을 위한 출판 활동을 확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출판사에 따라서는 2천 종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학술지 카탈로그를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카탈로그에 포함된 모든 학술지는 전자책 버전이 따로 제작되고 출판사 자체 포털에 유상 공개된다. 결국 대형 학술지 출판사들의 수익모델이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학술지별 종이책 구독에 전자책을 옵션으로 선택하는 개별 학술지 구독이 주요 수익모델이었다면 지금은 여러 학술지를 묶어 판매하는 일괄 구독, 나아가 전체 학술지 카탈로그 전자책 구독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학술지 출판사들에 맞서 240개 연구소가 뭉쳐 구성된 컨소시엄인 쿠페랭(Couperin)의 상드린 말로토 협상대표는 “카탈로그 구독 시스템은 처음에는 출판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었다”며 “도서관은 약간의 구독료만 더 내면 예전에는 중요도는 높지만 예산 부족으로 구독할 수 없었던 학술지를 포함해 광범위한 학술지 카탈로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출판사는 수년에 걸쳐 일정액 이상의 매출액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문제는 구독료가 매년 6%에서 7%씩 오르는 데 반해, 도서관들은 더 이상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고 덧붙였다. “도서관들은 특정 학술지를 구독하려면 카탈로그 전체를 구독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는 학술지의 구독을 해지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따라서 카탈로그 전체를 구독하든지 계약 자체를 포기하든지 단 두 가지의 선택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슈프링거를 비롯해 와일리블랙웰, 테일러앤드프랜시스 등 대형 출판사들은 1990년대 말부터 중소 출판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고 학회들을 위한 출판 활동을 확대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왼쪽)가 슈프링거 잡지를 들고 서 있다. REUTERS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학계에서 출판사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보유한 대학 중 하나인 미국 하버드대학은 2013년 대형 출판사들의 구독료 인상이 현 상태로 유지돼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구독료 인상률이 지금과 같다면 6년 만에 구독료가 145%나 인상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같은 해에 시작됐고 현재 1만5천 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서명한 ‘지식의 비용’(The Cost of Knowledge)이라는 청원운동은 연구자들에게 엘스비어 소유의 학술지에는 기고도, 집필도, 동료평가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식의 비용’ 청원운동의 제창자들은 특히 대학들이 집필과 동료평가 비용을 부담한 논문들도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강조했다.

더욱이 최근에 과학도서관들도 때로는 구독을 해지해버리거나 해지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출판사와의 역학관계에서 어느 정도 균형의 추를 맞추는 데 기여했다. 한 예로, 프랑스의 쿠페랭 컨소시엄은 엘스비어와 협상 끝에 예전의 147개에서 거의 500개가 늘어난 642개 연구소 및 도서관들이 전보다 할인된 가격에 엘스비어의 거의 모든 전자책 학술지를 구독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구독료 인상률도 연 3% 미만으로 제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인상률을 적용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쳤다. 대신 이 합의는 5년 동안 유지돼야 하고, 구독료 총액은 세금을 제외한 1억8900만유로(약 2500억원)다.

네덜란드 대학들은 2015년 말 엘스비어와 지루한 공방전 끝에 새로운 유형의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몇몇 엘스비어 학술지에 한해 네덜란드 대학 소속 연구원들이 해당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종의 ‘오픈 액세스’(open access)와 비슷하다. 오픈 액세스란 전세계 누구라도 학술 문헌을 무료로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2012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 원칙을 받아들여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수행된 연구 관련 출판물에 한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모두가 해당 출판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회원국들에 권고했다. EU 집행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공식적으로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과 별도로 해당 논문의 최종본을 공공 문헌정보시스템에 공개해야 한다. 오늘날 오픈 액세스 운동은 학계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출판사들의 디지털 법안 비판

프랑스 의회는 2016년 1월 말 EU 집행위원회 권고사항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디지털 관련 법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상드린 말로토 협상대표도 지적했듯이 “법안의 내용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이 법안은 인터넷을 통한 학술논문 무상 공개를 연구자의 의무사항이 아닌 권리로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논문을 무상 공개해야 하는지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상드린 말로토 협상대표는 말했다. “연구자들은 단순히 개인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논문을 공개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전자는 영속성이 담보되지 않고 후자는 해당 SNS가 출판사에 인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이나 연구소 같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영속적인 온라인 정보 저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디지털 법안은 연구자의 온라인 논문 공개를 최초 출판일 이후 6개월(인문·사회 과학은 12개월)부터 가능하다고 명시하는데 이는 늦어도 6개월 이내에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EU 집행위원회 권고사항과 다르다. 법안 발의자들은 프랑스 민간 출판사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6개월의 엠바고(embargo·일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를 뜻하는 미디어 용어 -편집자) 기간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출판사들은 엠바고 기간이 너무 짧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2016년 1월18일 전국 출판노조(SNE)와 전국전문미디어연맹(FNPS)은 디지털 법안을 발의한 정무차관이 “무료의 환상에 빠져” 프랑스 과학학술지 시장을 붕괴 위험에 빠트렸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프랑스어권 인문·사회 과학 분야 376종의 학술지 전자책을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 ‘카이른닷앵포’(Cairn.info)는 2015년 말 출판 1년 미만 논문의 비중은 개별 구매의 40%, 정기구독의 38%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카이른닷앵포가 디지털 법안대로 출판 1년이 넘은 논문을 무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전환한다면 이 사이트는 매출액의 약 60%를 상실하게 된다. 이미 인문·사회 과학 분야의 손실액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실제 카이른닷앵포에 가입한 학술지들의 매출액은 종이책 매출이 감소하면서 2010년과 2014년 사이 15.6%나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한 가지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다. 전통적 수익모델의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등장한 여러 대안들은 편집 및 배포 비용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면서도 대중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 가능한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영미권 국가에선 이른바 ‘저자 비용 부담(APC·Article Processing Charges, 논문 처리 비용)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저자 비용 부담 모델’이란 말 그대로 오픈 액세스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연구자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 비용 부담자는 연구자가 아니라 연구자의 소속 기관이나 해당 연구를 지원한 기관이다.

디지털 시대의 불가피한 변화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두 번째)가 2014년 7월 베를린에서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들고 서 있다. REUTERS

이 모델은 대형 국제 학술지 출판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논문당 가격을 2천유로(약 265만원)에서 3천유로 정도로 평가할 경우, 이 모델의 수익성이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 비용 부담 모델은 논문 공개 여부를 재원 마련 여부와 연동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모델이다. 더구나 인문·사회 과학 분야에서 연구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이다.

카이른닷앵포는 “디지털 시대의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인정”하고 ‘플래티넘(Platinum) 모델’을 제시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사이트가 보유한 모든 학술논문을 지체하지 않고 무상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플래티넘 모델의 비용은 논문당 600유로(약 80만원)에서 650유로, 총 770만유로(약 102억원)로 예상되는데, 카이른닷앵포는 종이책 출판을 중단하면 필요 비용의 절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종이책 버전을 없애면 그만큼 출판사와 도서관 양쪽의 비용 부담도 감소할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부담할 순비용은 400만유로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CNRS 산하 포털인 르뷔닷오르그(revues.org)는 몇 년 전부터 ‘프리미엄(Freemium)’이라는 일종의 유·무상 혼합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선 논문을 하이퍼텍스트(HTML) 버전으로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프리’(free) 버전 논문이다. 프리 버전 논문의 재원은 연 수천유로를 내고 논문을 일괄 구독하는, 즉 ‘프리미엄’(premium) 버전을 구독하는 연구기관들의 학생과 임직원만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통해 마련된다.

이 서비스에는 PDF나 이퍼브(ePub· Electronic Publication의 약자로 국제 디지털 출판포럼에서 제정한 전자출판 표준 -편집자) 문서로 편집된 논문, 주석 찾기, 방문 통계, 여러 교육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르뷔 사이트를 개발한 공개전자출판연구소(Cleo)의 마랭 다코 소장은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은 과학출판이 서비스 경제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오늘날 카이른닷앵포나 르뷔닷오르그 같은 사이트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사이트가 제공하는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를 구조화하고 편집하고 배포하며 가치를 향상시키는 모든 작업”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마랭 다코 소장은 “디지털 법안에 규정된 공공정보 저장 시스템이 이 사이트들의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왜냐하면 “두 시스템은 전혀 다른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 액세스 지지자들도 연구 개념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술논문 독자는 특히 인문·사회 과학의 경우, 교수나 연구자 같은 학계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 관심을 가진 모든 대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과학출판의 대안적인 수익모델 개발은 ‘지식은 누구에게 속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과 다름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2월호(제354호)
L’édition scientifique àla recherche
d’un nouveau modélé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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