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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온라인쇼핑 독점 위한 ‘치킨게임’
이마트 vs 쿠팡, 가격 인하 전면전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이재욱 economyinsight@hani.co.kr

이마트, 쿠팡에 온라인 시장 주도권 빼앗긴 뒤 ‘최저가 선언’ 반격…
배송 속도전도 불붙어


이마트와 쿠팡의 가격경쟁이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쿠팡이 기저귀 등 특정 상품을 대상으로 최저가와 빠른 배송을 무기로 시장을 선점하자,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위협을 느낀 이마트가 맞불 전략에 나선 것이다. ‘최저가 선언’ 이후 이마트의 관련 상품 매출은 급증했고, ‘최저가’라는 상징적 이미지도 되찾아왔다. 최저가 경쟁의 도미노 현상은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최후 승자는 결국 유통업계의 공룡인 이마트가 될 공산이 크다.


이재욱 <한겨레> 기자 

이마트발 ‘가격 전쟁’ 선전포고가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2016년 2월 이마트는 “온라인몰과 소셜커머스 업체를 정조준하고 가격경쟁의 포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가격 전쟁의 서막이었다. 가격 전쟁의 첫 번째 품목은 기저귀였다. 이마트는 “유통 경로를 불문하고 기저귀를 상시 최저가로 판매하겠다”며 당시 대형마트 경쟁사와 비교해 최대 35%,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보다 최대 15%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끝이 아니다. 매주 최저가 상품을 추가하겠다는 이마트는 그 뒤에도 분유, 여성 위생용품, 커피믹스 등으로 최저가 품목을 매주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 2016년 2월25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매장의 분유 진열대에 “가격고민, 가격비교 이제는 끝!”이라는 홍보 문구가 걸려 있다. 이마트와 쿠팡은 1원 단위로 최저가 경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일격을 당한 경쟁업체들은 전열을 정비해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우리는 늘 최저가를 지향해오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도, 수시로 기저귀 등의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위메프는 “기저귀, 분유를 시작으로 매주 새로운 최저가 상품을 확대해나간다”며 이마트와 같은 방식으로 맞불을 놨다. 티몬은 “대부분의 생필품을 대상으로 최저가를 유지한다”고 설명했고, 롯데마트는 “분유, 기저귀 등을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최저가 전쟁에 침묵해온 오픈마켓 지마켓도 2016년 3월 중순 “분유와 기저귀 등 생필품 최저가 전쟁에 뛰어든다”고 뒤늦게 선언했다. 오픈마켓은 업태 특성상 최저가 전쟁에 뛰어들기 어렵다.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는 업체에서 물건을 사들인 뒤 소비자에게 되파는 구조다. 반면 오픈마켓은 온라인에 판매자와 소비자가 거래할 공간을 마련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낸다. 수많은 판매자가 등록해 물건을 파는 상황에서 이들의 판매가격을 오픈마켓이 일괄적으로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마켓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지만 가격 전쟁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어 일부 경쟁력 있는 판매자들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최저가 판매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태를 불문하고 최저가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셈이다.
 
‘난장’이 된 온라인쇼핑 시장

이마트가 갑자기 ‘최저가 경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마트는 최저가 판매 선언을 하며 공개적으로는 “일부 업체가 한정된 수량을 최저가로 내세우며 소비자를 현혹해 가격 질서를 흔드는 관행을 깨뜨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시장 질서 확립’이란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마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기반 업체들의 빠른 성장에 대한 위기의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3조8887억원이다. 2010년 25조2029억원에서 5년 만에 거래액이 두 배로 늘었다. 특히 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 영업에 나선 소셜커머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싼 가격’ ‘빠른 배송’이라는 강점을 내세운 소셜커머스는 기존 유통업계 공룡인 대형마트를 위협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자료를 보면, 2011년 1조원이던 소셜커머스의 시장 규모는 해마다 2배 가까이 커져 2015년에는 8조3600억원에 이르렀다.

이 기간 대형마트 판매액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통계청은 아웃렛과 면세점 등의 판매액을 대형마트 판매액과 합쳐 발표하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의 판매액을 따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소매업태별 판매액지수’를 통해 대형 할인점의 판매액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 대형 할인점의 판매액지수는 2010년 판매액을 기준(100)으로 2012년 112.6까지 늘었지만, 2013년 111.9로 상승세가 꺾이더니 해마다 역성장을 거듭하다 2015년 108.3까지 떨어졌다.

이마트는 이런 배경에서 가격 전쟁의 첫 품목으로 기저귀와 분유를 선택했다. 기저귀와 분유는 외출하기 어려운 아기엄마들이 주로 구매하는데, 부피가 크고 무거워 문 앞 배송에 강점을 지닌 소셜커머스의 주력 품목이다. 이마트는 이들을 최저가 품목으로 지목함으로써 가격 전쟁이 소셜커머스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천명한 셈이다. 기저귀와 분유 업체의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온라인 기저귀 시장 규모는 2014년 4344억원에서 2015년 5070억원으로 16.7%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오프라인 시장은 1968억원에서 1470억원으로 25.3% 줄었다. 국내 온라인 분유 시장 규모도 2014년 2712억원에서 2015년 3179억원으로 17.2% 늘었지만, 오프라인 시장은 2567억원에서 1471억원으로 42.7% 감소했다.

사실 유통업체 간 경쟁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2010년 이마트가 핵심 생필품을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상시 할인 정책’을 내세우며 육류, 과일 등 식료품을 최대 30% 넘게 할인해 판매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에 대응해 당시 대형마트들이 삼겹살과 라면 등의 가격을 경쟁적으로 10원씩 내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최저가 업체가 바뀌는 장면이 연출됐다. 과열 양상으로 번진 삼겹살은 2주 만에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소셜커머스의 성장으로 경쟁 양상은 동종업계에서 이종업계로 확장됐다. 그 시초는 쿠팡의 ‘로켓 배송’으로 촉발된 ‘배송 전쟁’이다. 2014년 3월 쿠팡은 ‘쿠팡맨’이라는 자체 배송 인력을 채용해 9800원 이상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게 24시간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로켓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들은 쿠팡맨의 친절하고 빠른 배송에 대한 후기를 공유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커졌다. 쿠팡의 매출은 2013년 478억원, 2014년 3485억원, 지난해 1조5천억원(추정치)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이에 티몬과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와 대형마트들도 나란히 배송 속도 경쟁에 뛰어들어 당일 배송에서 3시간 배송, 최근에는 2시간 배송까지 온·오프라인 업체 간 배송 속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한 대형마트 홍보 담당자는 “거대한 유통망과 구매력을 지닌 대형마트가 당초 소셜커머스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다가, 2년 전부터 오프라인 시장의 매출을 가져가면서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자 업계를 넘나드는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로켓 배송 등으로 최근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쿠팡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서울 성동구 이마트 직원이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고객들에게 배송할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마트와 쿠팡의 최저가 경쟁은 이제 빠른 배송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체들의 경쟁 범위가 넓어지니 가격경쟁도 과거 ‘10원 단위’에서 ‘1원 단위’로 세밀해졌다. 구매 상품 물량과 한도, 배송료 유무 등 업체들의 구매 조건조차 천차만별이다. 최저가 마케팅에 유인된 소비자가 미끼 상품을 사러 왔다가 다른 상품도 함께 구매하기 때문에 최저가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홍보 담당자는 “이마트가 최저가 마케팅을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소비자에게 되레 비싼 업체로 인식될 수 있어 다른 업체들도 같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이 ‘최저가 선언’을 남발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검증하기란 불가능하다. 최저가 선언의 진실성이 퇴색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유통업체들이 사실 여부를 책임지지 않는 ‘최저가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취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물량 공세로 재미 ‘톡톡’

이마트의 최저가 마케팅 전략은 매출 확대로 이어지며 현재까지는 성공한 듯 보인다. 최저가 해당 품목 가운데, 기저귀(2016년 2월18일~3월16일)는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4배(295.1%) 올랐고, 분유(2016년 2월23일~3월16일)와 여성용품(2016년 3월3~16일)은 각각 176.9%, 220.6%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소셜커머스로부터 ‘최저가’라는 이미지를 되찾아왔다는 것이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이 이어지면서 이마트가 매주 최저가 상품을 선정하면 다른 업체들은 따라가는 모양새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다. 실제 최저가로 상품을 팔고 있는지를 떠나 이마트가 최저가 전쟁의 판세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이익률 하락이 예상되지만 시장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최저가 마케팅을)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품목으로도 최저가 경쟁이 옮아가며 당분간 온·오프라인에서 가격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근종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저가 경쟁은 소셜커머스에 빼앗긴 시장을 찾아오는 한편, 온라인 시장을 확장하려는 대형마트의 전략으로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품의 부피, 무게, 사용 빈도,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생수, 화장지, 세제 등이 앞으로 최저가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싸움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전문가들은 이마트의 승리를 점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최고 직매입 능력과 독보적인 유통 인프라 등을 갖춘 이마트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며 물건을 싸게 팔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계속 이런 상황을 유지하기는 어려운데다 구매력과 자본력을 갖춘 이마트를 이기기는 사실상 난망하다”고 밝혔다.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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