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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ISA 노림수 ‘중산층의 위험자산 투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톺아보기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권순우 economyinsight@hani.co.kr

고수익 추구하는 가입자에게 유리한 세제 혜택 방식…
시중은행, 수수료 수익에 잔뜩 기대

이름도 낯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첫선을 보이며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정부는 ISA가 개인 재산을 불려줄 요술 방망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1년에 1천만원을 넣을 경우 의무 가입 기간 5년이 지나도 일반예금 통장과 견줘 고작 연간 6만원의 혜택이 있을 뿐이다. ISA의 타깃은 중산층의 예금을 통한 재산 증식이 아니다. 이들이 예금이란 ‘장롱’에 넣어둔 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가져가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물론 고수익이란 달콤한 미끼에는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함정이 숨어 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만능통장’이라고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 Account)가 2016년 3월14일 출시됐다. ISA를 둘러싸고는 정부가 표현한 것처럼 ‘국민 재산 증식’이란 기대감과 함께 ‘깡통 ISA’ ‘불완전 판매’라는 시장의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출시 전부터 정부는 만능통장, 국민통장이라며 ISA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ISA에는 연간 2610억원, 5년간 총 1조3050억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개혁 성과를 보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에 맞춰 시중은행들은 자동차, 금괴, 해외여행 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며 고객 유치에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ISA의 상품 구성은커녕 제도 정비도 미비한 상태에서 시중은행들은 사전 예약을 받으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ISA는 서민 지원을 위한 기존 세제 상품과 달리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목돈 마련을 위해서는 충분한 납입 금액을 넣고,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충분한 세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연 1천만원을 불입하기도 쉽지 않다. ISA의 의무 가입 기간인 5년 동안 연 1천만원을 2% 일반예금에 가입할 경우 최종적으로 받는 돈은 세금 47만원을 제외한 5259만원이다. ISA를 통해 예금을 들면 세금 9900원을 제외한 5290만원이다. 실질적인 이익은 30만5천원, 연 6만원 수준이다. 연 6만원의 세제 혜택이 있다고 재산이 증식되진 않을 것이다.

ISA의 본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2016년 3월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ISA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나온다. 연합뉴스

ISA는 안정적 자산 증식을 돕는 상품이 아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더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ISA 투자 한도는 재형저축(연 1200만원), 소득공제장기펀드(연 600만원)보다 훨씬 높은 연 2천만원이다.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명시적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금융 당국이 ISA를 만든 이유는 보수적인 중산층이 위험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투자 문화를 바꿔 중산층이 서민층으로 전락하는 일이 방지되길 기대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고착화되는 가운데 ISA를 도입한 금융 당국의 판단은 필연적인 것이다. 안정적인 예금만으로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ISA는 중산층이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으로 동기부여를 한다.

2014년 출시된 일본의 ISA인 ‘NISA’(Nippon Individual Saving Account)는 2년 만에 총인구의 6.5%가 가입하며 6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했다. 증권형 상품만 편입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 투자가 주를 이뤘고, 평균수익률은 무려 11%나 됐다. NISA를 통해 처음으로 투자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NISA는 ‘예금 공화국’ 일본의 DNA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묶여 있던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NISA 개시 이후 니케이 지수는 20% 이상 상승했다.

표영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이 기간 일본 주가의 상승은 NISA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ISA는 중·고위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ISA의 ‘손익통산’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가장 억울한 점은 손실을 볼 때는 위로조차 없었던 정부가 수익이 나면 세금을 받아간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펀드 2개를 들었는데 A펀드에서 300만원 수익이 나고 B펀드에서 90만원 손실이 발생하면 내 손에 쥐어진 수익은 210만원이다. 정부는 90만원 손실은 감안하지 않고 300만원 수익에 과세를 한다. 심지어 300만원 손실이 나고 90만원 수익이 나서 210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9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ISA는 수익(300만원)과 손실(90만원)을 합산한 21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200만원까지는 비과세가 되고 10만원에 대해서만 분리과세 9.9%가 적용돼 9900원의 세금만 낸다. 일반 계좌로 300만원의 수익을 올렸을 때보다 45만2100원의 절세 효과가 있다. 고수익 상품은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에 ‘손익통산’은 매력적인 장치다.

또 수익이 많을수록 세제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많은 자금을 불입하고 고수익을 낸 사람에게 유리하다. ISA에 적은 금액을 불입해 5년간 200만원의 수익이 난다면 3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많은 금액을 납입하고 높은 수익이 나서 2500만원의 이익이 났다면 최대 290만원의 절세 효과가 있다.
 
시중은행 ‘실적 경쟁’ 혈안… 관치금융 ‘눈살’

   
▲ ISA 출시를 하루 앞둔 2016년 3월13일 한 시민이 서울의 KB국민은행 영업점 앞에 걸린 ISA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가입자 유치 경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연합뉴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금융회사 입장에서 ISA는 반가운 정책이다. 전통적인 은행의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로 인한 마진)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우 적어졌다. 수수료는 국민적 반감이 커서 올리기 힘들다. ISA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중·고위험 상품을 편입해 추가적인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와 함께 ISA를 빌미로 은행은 수수료가 비싼 ‘투자일임업(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투자 결정을 위임받고 자산을 운용해주는 업무 -편집자) 인가’라는 선물을 받았다. 영업망이 부족한 증권사는 일임형 상품을 온라인으로 팔 수 있게 됐다.

금융개혁의 성과를 내기 위한 금융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금융회사의 이해관계가 만나면서 ‘만능통장’이라는 거창한 구호와 금융회사의 각종 프로모션이 이뤄졌다. 2016년 3월14일 금융회사들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인 금융상품을 ISA 전용으로 선보였다. KEB하나은행은 자사 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2.5%의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파생결합상품(ELB)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와 손잡고 최대 2.2%의 이자를 주는 20여 개 저축은행 예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키움증권은 7%의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로 했고, 대우증권·현대증권 등도 5%의 확정금리 RP를 내놨다. 팔면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품이다.

반면 구태스러운 영업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ISA가 출시되기 전부터 마구잡이로 손님을 끌어들였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직원 1인당 ISA 100좌를 할당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한 직원의 남편은 “온 가족을 동원해 ISA 고객을 유치하고 명의라도 빌려주면 계좌당 1만원씩 입금시켜줄 계획인데 할당량을 채우려면 100만원이 들어간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ISA 가입 현황을 보면 정부의 과장 홍보와 금융회사의 밀어내기식 경쟁의 결과가 드러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3월14일 현재 ISA에 가입한 사람은 32만3천 명에 달했다. 그런데 1인당 가입 금액은 34만원에 불과했다. 연간 한도 2천만원이 무색하다. 은행 비중이 97%에 달했고 증권은 3%에 그쳤다. 은행 신탁형 ISA는 1만원만 넣어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은행은 마구잡이로 손님을 끌어들였다. 은행 ISA의 평균 가입 금액은 고작 25만원이었다. 뭉칫돈을 넣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깡통 ISA’ 계좌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NH농협은행은 신한, 우리, 국민 등 다른 경쟁 은행들이 2만~5만 명을 유치할 때 무려 16만 명을 유치했다. 전체 32만 좌의 절반에 달한다. ELS, 혼합형 펀드 등 다소 복잡한 금융상품에 가입하려면 최소 20~30분가량 설명을 들어야 한다. 은행 직원이 아무리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해도 하루에 10명을 처리하기 힘들다. NH농협은행은 보수적인 농어민들을 대상으로 ISA를 판매하기 위해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상품은 아예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예금만 팔았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임직원 8만여 명이 ISA에 가입했고, 전체 자금의 98%는 예금이라 설명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매 행태는 중·고위험 상품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세제 혜택을 더해 재산을 증식하는 ISA의 성격과 거리가 멀다. 하루 만에 32만 좌라는 수치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 성과로 포장될지는 모르지만, ISA를 도입한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ISA는 만능통장이 아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많은 금융상품을 편입할 수 있지만 실제 ISA의 효과를 보려면 충분한 자금을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금융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과 적합한 상품인지 판단해야 한다.

2년 뒤 전세 만기가 되면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지, 어떤 금융상품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일부 손실이 나더라도 경제적·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ISA의 도입 취지와 사용법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ISA는 매우 맛있는 점심이기는 하지만 공짜 점심은 아니다.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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