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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유가 하락의 불편한 진실
구조적 변화에 직면한 오일시장
[71호] 2016년 03월 01일 (화) 윤석천 economyinsight@hani.co.kr

오일시장이 거대한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 우선 셰일오일 혁명이 전통적 오일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속화했다. 지속적으로 유가가 하락해 오일 채굴 장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셰일오일 때문에 절대 생산량은 줄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오일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과잉 부채도 오일시장의 구조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부채 과잉 기업이 유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돈을 마련하는 길은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이자를 상환하고 더 가혹해지는 신용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결국 이런 구조적 요인 탓에 산유국들이 곧 감산에 합의하더라도 유가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해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2016년 2월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3.23달러(12.3%) 올라 배럴당 2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7년 만에 나온 1일 최대 상승률로, 6거래일 연속 하락장을 끝내고 이번주 나흘 동안의 낙폭도 대부분 만회했다.”(<연합뉴스> 2016년 2월13일)

   
▲ 셰일오일 혁명은 전통적 오일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속화하면서 유가 하락을 주도했다. 미국 텍사스의 셰일오일 채굴 현장. REUTERS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건 2014년 여름부터다. 얼추 2년이 되어간다. 오일시장은 극도의 피로감에 휩싸여 있다. 문제는 이것이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는 오일 가격 폭락으로 1930년 이래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위협에 신음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오일 가격이 곧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심심치 않다. 아마 극도의 두려움이 낙관적 전망을 양산하는 상황일 게다. 긍정론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앞 기사처럼 산유국들이 곧 감산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고, 두 번째는 오일 채굴 장치(오일 리그)가 줄고 있다는 사실을 든다. 얼핏 합리적 추론인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긍정론에는 함정이 있다. 오일시장의 구조적 변화 혹은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일시장은 거대한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오일 가격은 반등할 수 있으나 그 폭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게 옳다. 몇 년 전처럼 배럴당 100달러 이상 가는 일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것이다. 구조적 변화는 다름 아닌 전통적 오일에 대항하는 셰일오일 혁명이다. 현재처럼 가격이 폭락해 오일 채굴 장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절대 생산량은 크게 줄고 있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가격이 반등하면 가동을 중단한 오일 채굴 장치들이 다시 가동하게 될 것은 뻔하다. 셰일오일은 오일 가격 상승의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오일시장의 구조적 문제

오일 가격이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오일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단기적으론 이것이 오일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오일 가격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공급과잉이다. 이는 오일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오일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과잉 부채가 과잉 공급을 낳고 있다. 오일 기업들이 투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했는지 이해하는 게 오일 가격의 하락 추세를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다.


지난 수년 동안 오일 가격이 하락한 것은 공급 변화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물론이고 브라질이나 러시아와 같은 신흥 오일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공급을 늘려왔다. 여기에 미국의 셰일산업계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이들이 이처럼 공급을 늘린 이유가 있다. 바로 과도한 레버리지(부채)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이어진 고유가로 오일 기업과 셰일산업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는다.

이들은 오일 가격이 계속 고공행진을 할 거라 믿었고 이는 생산량 증가를 위한 막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한데, 그 투자금 대부분은 자기자본이 아닌 빚이었다. 브라질과 같은 신흥 오일 국가에서 매장량이 속속 확인되고 고유가로 이들의 수익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꺼이 돈을 빌려준다. 오일 기업의 부채는 당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었지만 빚을 내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오일 기업들은 은행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빌렸다. 결국 오일을 비롯한 기타 에너지 기업들의 부채 발행액은 다른 산업 부문에 비해 과도한 상태가 된다.

최근 발표된 국제결제은행(IBS)의 보고서를 보면 오일과 가스 기업들의 채권은 2006년 4550억달러에서 2014년 1조4천억달러로 급등했다. 연성장률이 15%에 달한다. 또한 에너지 기업들은 은행에서도 많은 돈을 빌렸다. 2014년 오일과 가스 기업들이 받은 신디케이트론은 1조6천억달러로 추정된다. 2006년에는 6천억달러에 불과했으니 연 13%씩 늘어난 셈이다. 신디케이트론이란 최소 2개 이상의 은행이 연합해 차관단(신디케이션·Syndication)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주에게 융자하는 일종의 집단 대출을 말한다. 은행들이 연합해 대출해야 할 정도로 에너지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막대했다는 것이다.

   
▲ 브라질의 세계적 오일 기업 페트로브라스는 부채 탕감을 위해 천연가스 부문 자회사 가스페트로를 일본 미쓰이에 매각했다. 브라질리아의 페트로브라스 원유 저장 창고. REUTERS

부채가 공급량을 늘린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나,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부채 과잉 기업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려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돈을 마련하는 길은 산출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최근 이들 기업은 부채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한데 오일 가격은 과잉생산으로 폭락하고 있다. 이때 이들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한정돼 있다. 우선, 과잉 부채 기업들은 산출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려고 한다. 오일 가격이 떨어져도 이자를 상환하고 더 가혹해지는 신용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두 번째로 높은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더욱 변동성이 강한 상품에 집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 시장에서 선물을 팔고 풋옵션을 매수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 이는 오일 가격 하락에 대비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어떻게든 안정화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 현물 가격은 더 추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헤지 전략이 가격 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이유다. 누가 뭐라 해도 오일 가격의 폭락 이면에는 과잉 공급이 있다. 일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오일 가격은 더 내릴 수가 있다. 이는 오일 생산자들의 과잉 부채 때문이다. 오일 기업들은 1조6천억달러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이는 8년 전과 비교하면 세 배나 증가한 것이다. 기업들은 이익이 나지 않아도 오일과 가스를 계속 퍼내야 한다. 부채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부채가 공급량을 늘리는 이유

사우디아라비아가 키를 쥐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스윙 프로듀서, 즉 시장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감산을 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낮은 오일 가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나,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이 기회에 주요 경쟁 상대를 꺾어버리기 위해서다. 어쨌든 이 전략은 작동하고 있다. 셸이나 BP와 같은 주요 오일 기업들의 수익은 50% 이상 줄었다. 에너지 분야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향후 10년 내에 북해의 오일 플랫폼 150개 정도는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영국 방송 <BBC>는 보도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들을 보면 미국의 주간 원유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한 7개 주요 셰일오일 생산 지역의 2016년 3월 생산량도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유 생산 정보 서비스 회사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채굴 장비 수가 8주 연속 감소했다.

오일시장의 신흥 강자인 브라질도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브라질 오일 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천연가스 부문 자회사 가스페트로(Gaspetro)의 지분 49%를 일본 미쓰이에 매각하는 등 유전을 포함한 자산 매각을 통해 빚을 갚으려 하고 있다. 제값을 받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폭락한 유가와 과중한 부채 부담으로 헐값에 자산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청난 초기투자 비용을 들여 건설한 금쪽같은 유전을 누군가에게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넘겨야 하는 지경이 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오일 패권을 둘러싼 치킨게임에서 사우디가 완전히 승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우디가 치킨게임에서 이기려면 경쟁자들이 완전히 손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다. 경쟁자들에겐 아직 팔 수 있는 것(오일과 가스)이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무기가 있어서다.

오일 기업들은 오일 가격 폭락과 그로 인한 부채 상환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할 거라 대부분은 생각한다. 우선 투자와 생산량을 조정할 것이다. 투자액의 대부분을 부채에 의존한 기업이라면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어 자본 지출이 급속히 줄어들게 되고 이는 결국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와 같이 자산을 파는 것이다. 그것이 특정 권리가 됐든 플랜트나 장비가 됐든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생산량은 줄어들고 공급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하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전망이다. 높은 부채를 안고 있는 생산자는 오일 가격 하락에도 산출량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밖에 없다.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혹해진 금융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은 싼 가격에라도 오일을 팔아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수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높은 부채를 안고 있는 오일 생산자는 낮은 가격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 감축이란 유혹을 받지만 현실에선 부채 상환을 위해 생산량을 유지하는 쪽과 손을 잡는다. 그것이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오일시장은 과잉 부채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maporiver@hani.co.kr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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