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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결정, 진득한 기다림
[투자 가이드]
[5호] 2010년 09월 01일 (수) 하상주 economyinsight@hani.co.kr

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지난 두 차례 글에서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하나는 질적인 지표로 찾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영업보고서에서 나오는 재무적 지표로 찾아내는 방법이었다. 그 기준에 따라 좋은 회사를 찾아냈다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잠정적으로 알아내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기업 가치가 얼마나 될지 알아낸다는 말인가? 그렇게 찾아낸 가치가 실제 시장의 주가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우선 기업은 가치를 갖는다는 분명한 사실에서부터 출발하자. 어떤 회사가 1년에 1조원의 순이익을 낸다고 하자. 만약 어떤 사람이 이런 회사를 공짜로 준다고 하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럼 이 가치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아주 간단하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 있는 상가를 하나 산다고 가정해보자. 그 상가의 장부를 살펴보았더니 1년에 약 1억원의 순이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럼 이 상가를 얼마에 사면 적당한 가격이 될까? 내가 이 상가에 투자해서 1년에 얼마의 수익을 얻을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약 10%의 투자 수익을 얻을 것으로 가정하자. 그러면 1억원을 10%의 투자수익률로 나누면 그 상가의 가격은 약 10억원이 된다. 즉, 내가 그 상가를 10억원에 사면 1년에 1억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기업의 가치를 계산하면 된다. 기업이 앞으로 만들어낼 순이익을 예상하고, 그 순이익을 나의 적당한 투자수익률로 할인하면 기업의 적정한 가치가 계산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기업의 적정한 가치는 달라진다. 다시 말해 앞으로 그 기업의 순이익을 얼마로 예상하는지, 그리고 기대투자수익률을 어느 정도로 할지에 따라 가치는 달라지는 것이다.
 
기대수익률 높으면 기회 놓쳐
이 방법을 사용해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를 계산해보자. 삼성전자는 2009년 약 6조원의 순이익을 만들어냈다. 2010년에는 최소 약 10조원의 순이익은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삼성전자에 투자해서 나올 기대투자수익률을 약 10%로 정하자. 이 경우 삼성전자의 적정 가치는 100조원(10조원÷0.1)이 된다.
물론 여기서 기대투자수익률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익률은 지나치게 높이 올라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언제나 시장의 평균 수익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너무 높은 투자수익률을 적용하면, 나에게는 그 회사를 살 기회가 거의 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기대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미리 사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적정한 가치를 계산한 뒤에 이것을 바로 매수 가격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 가격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상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상의 착오로 인한 손실을 줄이려면 적정 가치를 다시 적당히 할인해주어야 한다. 이를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를 약 20% 할인한다면 적정한 매수 가격은 80조원(100조원×(1-0.2))이 된다. 물론 이 할인율은 회사에 따라, 그리고 예측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순이익의 예측도가 정확할수록 할인율은 낮아질 것이다. 예측도가 아주 불확실하면 그 할인율은 더 높아져야 한다.
   
 

 
순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중요
기업의 수익을 계산할 때 이보다 조금 쉬운 방법도 있다. 이는 마치 고스톱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고스톱을 칠 때 플레이어들은 1점에 얼마를 할 것인지 정한다. 처음에는 1점에 1천원으로 정했다가도 열을 받으면 1만원으로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정하면 모두 이 규칙을 따라야 한다.
주식시장도 이와 비슷하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1원의 순이익에 주가를 얼마로 매길 것인지 정하면 된다. 만약 1원의 순이익에 주가로 10원을 매기면 주가이익배수(10÷1)는 10배가 된다. 기업 이익의 몇 배로 주가를 매길지의 문제인 것이다.
주식시장이 고스톱과 다른 점은 기업 이익 1원에 대해 정해진 주가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투자가들마다 1원의 이익에 부여하는 주가 배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단위 이익의 주가 배수가 달라지는 것은 회사마다 이익의 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이익의 질이 중요하다. 순이익의 질이 높다는 것은 순이익이 안정적이고, 많이 늘어나고, 현금성이라는 말이다.
순이익이 현금성이어야 한다는 말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간단하다. 손익계산서는 매출액에서 시작해 각종 비용을 제하고 맨 나중에 순이익이 계산돼 나온다. 그러나 실제 매출액은 모두 현금성 수익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실제 현금이 지출되지 않은 비용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가상각비이고, 원재료를 외상으로 구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각종 자산과 부채를 연말에 평가할 때 나오는 평가손익도 현금을 동반하지 않는다. 순이익에는 현금이 동반되지 않은 많은 비현금성 이익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금흐름표에 나오는 실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이용해 순이익을 현금성 이익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회사는 흑자인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라면 순이익의 질이 매우 나쁜 것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이익의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많으면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가치 평가를 정확한 값으로 계산하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예상 주당순이익은 1250원인데 여기에 적당한 배수 11배를 적용해 1만3750원이 적정 가격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기업의 가치 평가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사람이다. 또 올해 말의 시장 지수는 1750~2050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역시 이들도 주식시장의 기본 생리를 모르는 것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은 절대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수많은 불확실한 요소가 있고 인간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가치 평가란 목욕탕 물의 온도를 손가락 끝으로 짐작하는 정도다. 지나가는 사람의 몸무게를 눈짐작으로 알아맞추는 정도다. 정확하게 온도계를 갖다 대거나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는 것이 아니다.
 
가치 투자를 하려면 겁쟁이여야
투자 대상은 예상 이익을 지난해 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해도 좋고, 기대 투자수익률을 10% 정도 낮은 수준으로 주어도 좋을 만한 기업으로 한정해야 한다. 이익 변동이 너무 심해서 낮은 기대 투자수익률로 만족하지 못할 회사는 처음부터 제외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가치 투자란 아주 겁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다. 위험 요소는 미리 피해가는 것이다. 나중에 나타날지 모르는 위험 요소마저 피해가려는 것이다. 이토록 많은 위험 요소를 제거한 뒤에도 선택된 회사가 있다면, 이 회사는 아주 소중한 회사다. 이런 회사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자신의 예상이 실현될 때까지 오래 견딜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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