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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Biz] 불법복제물의 경제학
불법복제물과 저작권자 수익의 상관관계
[71호] 2016년 03월 01일 (화) 김윤지 economyinsight@hani.co.kr

2014년 불법복제물 시장 규모는 4천억원에 육박한다. 또한 불법복제물 유포에 따른 합법저작물 시장의 매출 피해액은 무려 2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불법복제물이 콘텐츠 제작자의 권익을 침해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의 경우 불법복제물을 통한 구전효과가 발생하면 오히려 정품 콘텐츠 시장의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합법저작물과 불법복제물의 차별화 포인트가 클 경우 불법복제물에 대한 규제가 없을 때 오히려 저작권자의 수익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세간의 높은 관심을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19회가 방영되던 밤이었다. 서울 쌍문동 출신인 필자는 첫 회부터 방송 시간을 꼭 지켜 볼 만큼 그 드라마를 사랑했다. 특히 그날은 주인공 덕선이의 남편이 택이냐 정환이냐의 실마리가 풀릴 예정이었던 터라 꼭 제시간에 드라마를 챙겨 보고 싶었다. 그런데 급하게 약속이 잡혀 어쩔 수 없이 드라마 시간을 놓쳐버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TV를 켰으나, 드라마는 막 끝나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여러 선택지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알려준 드라마 공유 사이트, 많이들 이용하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도 있었다.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모두 무료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다운로드하다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꽤 큰 돈을 합의금으로 물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같이 떠올랐다. PC를 켜고, 사이트를 찾는 사소한 수고가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 2014년 불법복제물 유포에 따른 합법저작물 시장의 매출 피해액은 무려 2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자의 반 타의 반 ‘콘텐츠산업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콘텐츠의 대가를 무시하는 것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마다 나에게 행복한 추억을 안겨주던 이들에게 단돈 1500원을 못 쓰겠는가 하는 생각도 머릿속 한쪽을 차지했다. 결국 바로 TV의 VOD 화면을 클릭해 결제하고 2시간 늦은 드라마를 챙겨 보았다.

아마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필자와 같은 고민을 조금씩은 해보았을 게다. 분명히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쉽게 무료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어 제값을 치르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일이 어색한 것이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가 발간한 ‘2015 저작권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3~69살 인구의 10명 가운데 4명(40%)은 온라인에서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복제물 경험은 음악(24.7%) 분야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영화(22.6%), 방송(16.6%), 게임(7.8%), 출판(6.9%) 순이었다.

국민 10명 중 4명은 불법복제물 경험

최근 이 비율이 30%까지 낮아지는 추세였는데, 2014년 다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PC 불법복제물 경험률은 떨어져왔지만 최근 모바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불법 모바일 앱을 통한 유통 방식이 등장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 수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이기 때문에 PC나 모바일 기기를 잘 활용하는 층으로만 대상을 제한하면 불법복제물 경험 비율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불법복제물의 시장 규모는 3629억원이었고, 불법복제물 유포로 인한 합법저작물 시장의 매출 피해액은 2조2978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불법복제물의 시장 규모는 한 해 동안 불법복제물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총액으로, 불법복제물 유통량에 불법복제물의 단가를 곱해 산출한다.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에서 100원짜리 영화를 100편 유통시켰다면 1만원(100편×100원)이 되는 셈이다.

합법저작물 시장의 매출 피해액은 불법복제물 때문에 발생한 매출 손실액이다. 그런데 불법복제물의 유통량이 바로 합법저작물의 침해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법복제물을 이용하는 사람 가운데에는 합법저작물만 있었다면 아예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았을 사람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정을 통해 합법저작물에 대한 구매 의사가 있었으나 불법복제물 때문에 구매하지 않은 양만 구한 뒤 여기에 합법저작물의 단가를 곱해 매출 피해액을 계산한다.

각 콘텐츠별 시장의 잠재적 침해율로 보면 음악시장에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시장은 31.1%, 영화시장은 24.1%, 방송시장은 17.3%, 출판시장은 6.8%, 게임시장은 13.9%가 불법복제물로 인한 침해를 받고 있었다. 음악시장은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아 피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불법복제물 이용이 범죄라는 인식이 매우 떨어져 ‘어둠의 경제’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결과였다.

이와 같이 불법복제물이 존재하게 되면 콘텐츠 제작자의 권익을 해쳐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시장가격으로 거래돼야 할 저작물들이 공짜 혹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돼, 저작권자가 응당 받아야 할 대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저작권보호 연차보고서도 그런 인식에 기반해 시장 피해액을 추정했다.

그런데 콘텐츠의 특성을 반영한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불법복제물의 유통이 반드시 콘텐츠 저작권자의 수익에 피해를 준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이른바 ‘차별화 이론’에 따르면 가격 차별화가 가능한 시장에서 저가의 제품과 고가의 제품이 완전히 차별화될 수 있다면, 저가의 제품이 고가의 제품 수요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불법복제물을 저가 제품으로, 정품 콘텐츠를 고가 제품으로 보았을 때, 두 재화가 충분히 차별화된다면 불법복제물의 존재 여부가 정품 콘텐츠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법복제물은 필요악? 시장조성자?

   
▲ 서울 용산구 용산터미널 상가에서 열린 ‘저작권 지킴이’ 합동발대식에서 가수 허각(맨 오른쪽) 등이 저작권 캐릭터를 공개하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불법으로 드라마를 다운로드하는 데 많은 수고를 겪어야 했다면 이 역시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영상물은 화질이 매우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가졌을 때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크지 않다면 인위적으로 차별적 요인을 가하기도 하는데, 불법복제물 단속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불법복제물을 이용할 경우 단속에 걸려 엄청난 벌금을 낼 수 있다는 위험 가능성을 부여해,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두 재화에 대한 효용을 각각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콘텐츠가 가지는 ‘망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망외부성이란 소비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재화의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소프트웨어 등에서 이런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사용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많이 사용한다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야 파일 교환도 쉬워지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된다. 이럴 경우 망외부성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콘텐츠 역시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어 불법복제물이 무조건 필요악이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불법복제물을 통해 그 내용이 많이 언급되면 오히려 정품 콘텐츠 시장의 수익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느 정도 피해는 생기겠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한 구전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사실 디지털출판의 경우 시장이 크지 않아 오히려 불법복제물이 조금 더 늘어나는 것이 디지털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앞당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에 따라 불법복제물 규제와 단속이 콘텐츠 제작자들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일 수 있다. 불법복제물 단속이 시장 피해액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이와 함께 전체 시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한 연구팀이 어떤 상황에서 불법복제물 규제가 의미 있는지 분석을 시도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정품 콘텐츠와 불법복제 콘텐츠 간에 충분한 차별화가 어려운 경우 불법복제 규제가 제작자들의 수익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대로 정품 콘텐츠와 불법복제 콘텐츠 사이에 충분한 차별화가 가능한 경우에는 오히려 규제가 없을 때 저작권자의 수익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런 예가 적용될 수 있는 상반된 분야로 음악과 영화를 비교했다. 음악은 정품 콘텐츠와 불법복제 콘텐츠 사이에 차별화를 줄 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 이 경우에는 불법복제물의 존재가 저작권자의 수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음반 디지털화 등으로 음악시장 규모 자체가 매년 감소하는 상황이라 단속을 통해 줄어드는 시장을 막아내는 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영화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제공하는 정품 콘텐츠의 부가적 효용이 더 크기 때문에 불법복제물이 영화 저작권자의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화면의 크기, 콘텐츠 몰입도, 현장감 있는 음향 등 다양한 효용이 있기 때문에 불법복제물이 존재해도 사람들이 극장으로 가는 일을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비교를 VOD 등에서 제공하는 영화파일 시장과 했다면 조금 다른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영화시장의 주 수익원인 극장 영화를 정품 콘텐츠로 보았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국 불법복제물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얼마나 되는지가 저작권 보호의 핵심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차별화 포인트가 크다면 단속이 큰 의미가 없지만, 차별화 포인트가 크지 않다면 단속이 효율적인 시장 보완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음악시장에서와 같이 자구책으로 스트리밍 시장 등을 통해 정품 시장의 허들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악시장에서는 그런 영향으로 해마다 불법복제물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yzkim@koreaexim.go.kr
 

* 김윤지 연구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 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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