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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석유로 뜨던 시대 종말, 사우디 선택은?
경제구조 전환에 사활 건 사우디
[71호] 2016년 03월 01일 (화) 왕샤오빙 economyinsight@hani.co.kr

저유가에 원유만으로 국가경제 의존 탈피…
4개 산업단지 조성 외국인 투자 집중 유치


‘석유 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의미 있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원유에 의존하던 경제 체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저유가 시대를 맞아 더 이상 기름만으론 국가 경제를 떠받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4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가 경제구조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새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 중인 중국은 주요 투자 대상이다. 실제 중국의 거대 기업들이 잇따라 사우디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왕샤오빙 王曉炳 <차이신주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첫날 중국 방문단의 모든 여성 참석자는 검은색 장옷과 스카프를 받았다. 사우디 전통 의상 ‘아바야’(abaya)다. 길고 넓은 장옷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늘어져 바닥에 끌렸고 스카프도 머리를 두 번은 돌려 감을 수 있을 만큼 길었다. 사우디 여성은 남성의 재산으로 간주되고 성년 남성 친족이 동행해야 외출할 수 있다. 외출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추고 두 눈만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아바야에 둘러싸인 사우디도 변하고 있었다. 지금의 사우디는 개혁·개방을 시작했던 중국의 1980년대와 비슷하다. 2015년 관광비자를 개방해 전세계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참배나 사업 목적이 아니면 사우디에 들어갈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된 사우디는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전국적으로 4개 산업단지를 조성해 전세계 기업을 불러들이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 중인 중국도 주요 대상이다. 사우디 최대 기업이자 사우디왕국 경제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사우디아람코(Saudi Arabian Oil Company)도 구조 전환에 앞장서고 있었다.
 
원유 고갈 위기에 경제구조 전환  

   
▲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원유에 의존하던 경제 체질에서 벗어나 대형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경제구조 전환에 나섰다. 이슬람 최대 성지인 사우디 메카의 건설 현장. REUTERS

사우디아람코는 주로 원유를 수출했지만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 정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금까지 7개 정유공장이 완공됐고 생산능력은 1억2천만t에 이른다. 앞으로 정제유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천연가스도 개발해 화력발전에 석유 대신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우디아람코는 몇 년 전부터 태양에너지에 열광해 2032년까지 410GW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출 계획이었으나 2015년부터 유가가 하락하자 태양에너지 관련 계획이 잠시 주춤해졌다.

2015년 9월 취임한 아민 알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아람코의 성장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과거 사우디 왕국의 주요 소득원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촉진제 역할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또 에너지 생산에 집중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외 혁신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2611억 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한 사우디아람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매장량의 40%가 넘는 원유를 채굴했다. 앞으로 수십 년, 또는 100년이 지나 원유가 고갈되면 사우디 경제는 무엇에 의지하게 될까? 그때가 오기 전에 경제구조를 전환해야 했다. 이웃에 있는 두바이가 이미 앞서나갔지만 중동 지역에서 가장 국토가 넓은 사우디는 두바이가 걸어간 길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사우디의 미래를 지탱해줄 다채롭고 규모가 큰 기반이 필요했다. 이런 위기의식 가운데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규율이 엄격한 국가가 스스로 개방과 전환의 길을 선택했다.

아민 알나세르 CEO는 중국 대표단을 환영하는 인사말에서 “석유 무역과 협력 외에도 사우디 왕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중국은 서로 투자와 협력을 원한다. 그 속에는 무한한 상업적 기회가 숨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에 진출할 꿈을 가진 중국 기업들은 먼저 화를 가라앉히는 훈련부터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두 과거 한때 빈곤을 겪었지만 30여 년 힘들게 노력해서 고성장을 이룬 중국인과 풍부한 석유 매장량 덕분에 수십 년 동안 안락한 생활을 누린 사우디 사람들은 주파수가 다르다. 앞으로 협력 과정에서도 그로 인한 문화적 충돌을 극복해야 한다.

중국 기업에 유독 까다로운 사우디 

   
▲ 새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 중인 중국은 사우디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014년 3월 베이징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서두르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사우디아람코 협력사인 중국석유화공그룹(中國石油化工集團·SINOPEC)이나 사우디에 합자공장을 건설한 뉴웨이밸브(紐威閥門·Neway Valve), 이곳에서 공장을 건설하는 판위주강스틸파이프(番禹珠江鋼管有限公司)까지 현지에 진출한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뉴웨이밸브는 10년 전부터 사우디에 진출했다.

처음에는 사무소를 만들었고 나중에 합자공장을 세워 일부 제품을 사우디아람코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는 상상한 것보다 훨씬 느렸다.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수백 가지가 되는데 사우디아람코에 납품하는 품목은 매우 적다. 본사 차원에서 변함없이 지원해주고 있지만 구체적인 업무 부서의 허가 절차가 너무 느려 1건을 처리하는 데 몇 년이 소요된다.” 루빈 뉴웨이밸브 CEO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충분한 마음의 준비와 역지사지가 필요했다. 리시훙 중국석유화공그룹 주사우디 수석대표는 “사우디아람코는 원래 미국계 회사여서 관리가 엄격하고 업무 처리 절차를 강조한다. 속도를 앞당기려고 절차를 생략하는 법이 없다. 이것은 우리가 배우고 또 고쳐야 할 부분이다. 오랫동안 최적화와 통합을 거쳐 마련한 절차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안전이나 품질을 보증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에 대해 천자오녠 부회장은 “중국인은 효율을 추구하는 데 익숙해 다른 사람이 일하는 걸 보면 항상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한다. 사실 남들이 느린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조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독 중국 협력사에 대한 심사 절차가 오래 걸리는 데는 관습의 영향도 있었다. 사우디 대기업은 유럽이나 미국 기업의 제품에 익숙해서인지 중국 협력사에 대해서는 유난히 까다롭다.

“사우디 사람들은 돈이 많고 월 최저임금 기준이 6천리얄(SAR)이다. 위안화로 환산하면 1만위안(약 184만원) 정도다. 중·고급 제품의 수요가 많은데 중국인이 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한 중국인은 사우디에 진출해 사업하고 싶으면 판위주강스틸파이프처럼 현지에서 믿을 수 있는 협력사를 찾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아랍인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번 친구라고 여기면 기꺼이 도와주는 성격이라고 한다.

사우디 정부도 합자를 장려한다. 세율이 낮아서 현지인과 합자 기업을 세우면 현지 기업의 혜택을 받아 세금을 2.5%만 납부하면 된다.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진출할 경우 20~2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낮은 세율은 외국인 투자를 위한 유인책이다. 노동정책도 개방적인 편이어서 새로 설립한 기업의 현지화 비율이 최저 15%만 넘으면 된다. 직원 100명 중 15명만 현지인을 채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지인 직원 비율 기준이 올라가는데 업종에 따라 이것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년 전부터 투자한 중국석유화공그룹은 현지화 비율이 75% 정도다. 중국석유화공그룹은 사우디아람코와 합자로 건설한 정유공장에 직원 18명만 파견했다. 이들은 주로 공장 내 주요 부서에서 근무한다.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중국 기업에 ‘사람’은 가장 골치 아픈 문제다. 언어와 기술, 관리 능력까지 출중한 직원을 선발해 외국에서 안심하고 근무하도록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은 보통 자국 내 근무보다 1.5배 정도 많은 급여를 받는다. 항공권과 급식비 등 복지 혜택을 포함하면 대략 2배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근무하려는 직원은 갈수록 찾기 힘들다. 특히 아프리카나 중동처럼 정치 갈등이 심각한 지역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술직과 관리직 직원들은 급여 차별도 감내해야 한다. 중국석유화공그룹의 현지 정유공장을 예로 들면 정말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그리고 인도에서 온 직원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지만 미국인 직원이 가장 많은 급여를 받고 그다음에 유럽과 일본인 직원,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직원 순이다. 한 중국인 직원은 미국 합자 기업에서 기술 관리 업무를 맡았는데 서류 복사를 전담하는 현지 직원과 같은 급여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석유화공그룹은 현재 강제파견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해외 파견 문제를 해결한다. 해외 파견 명령이 떨어지면 해당 직원은 바로 짐을 싸서 출발해야 한다.

해외 파견 직원들이 온갖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성취감이다. 85억달러를 투자해 완공한 정유공장이 2015년 4월부터 테스트 과정을 거친 뒤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시간당 2천만t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중국석유화공그룹이 지분 37.5%를 가졌다. 2015년 11월24일 합자공장 이사회는 첫해부터 이익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발표가 있기 전 해당 정유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중국을 향해 출발했다. 중국 직원들은 흥분과 자부심을 느꼈다. 공정과 설계를 책임지는 자오샹둥 부총경리는 아직까지 공장 내부 시설과 생산과정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공장 운영을 더욱 이상적인 상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석유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중국에 무엇을 줄 수 있고, 중국은 또 사우디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원유 수입국을 러시아로 전환하자 사우디는 위기감을 느꼈고 최근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중국이라는 장기적 협력 동반자가 필요하다. 반면 중국은 공장 건설과 철강·원유 채취율 개선 연구 등 석유 관련 산업 외에도 원유 탐사와 채굴 등 업스트림(upstream) 분야의 협력을 기대할 것이다.

ⓒ 財新週刊 2015년 48호
阿芭雅下的沙特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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