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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로봇에 밀려난 인간 ‘내일 뭐 먹지?’
‘로봇의 역습’ 노동시장의 위기
[71호] 2016년 03월 01일 (화) 콜야 루트치오 economyinsight@hani.co.kr

무인 자동화 설비 확산과 인터넷 일자리 연결 플랫폼 발달로 고전적인 ‘직장’ 개념 붕괴

인간은 기술혁명을 통해 편리함을 꾀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로봇은 이런 로망의 산물이다. 그런데 편리함을 안겨준 도구들이 인간을 일자리에서 내쫓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노동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근로계약서를 쓰고 회사에 나가 일하는 것은 옛말이다. 일감을 던져주는 회사와 이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를 그때그때 매개해주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단기고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직업이 사라질 위기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 장관은 로봇 노동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묘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콜야 루트치오 Kolja Rudzio <차이트> 기자
 
등번호 ‘43’이 찍힌 이 ‘부두 노동자’는 바퀴를 단 거대한 기계다. 얼핏 보면 버스 같기도 하다. 바퀴 크기와 몸체 길이가 버스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단 하나, 바로 기계를 움직이는 운전사가 없다는 것이다. 바퀴 위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텅 빈 평면일 뿐이다. 저 괴물 안에는 ‘사람’이 없다. 43번 노동자가 부두의 몇몇 지점을 향해 완전 자동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기중기는 컨테이너를 43번 노동자의 적재면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43번 노동자는 짐을 싣고 출발해 정해진 코스로 움직이며 자신과 같은 모양의 ‘동료’들 사이로 모습을 감춘다.

이는 독일 함부르크 항구의 알텐베르더 컨테이너 터미널(완전 무인 자동화된 컨테이너 부두 시스템은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독일 함부르크항에서만 운영 중 -편집자)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다른 날과 달리 이날(토요일) 오후가 다소 요란스러운 것은, 43번 노동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200m 거리를 두고 차량 대열이 늘어서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대형 버스 한 대와 경광등을 부착한 미국차 서버번(SUV의 일종 -편집자) 등이 정차해 있다. 토머스 페레즈 미국 노동부 장관은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손님으로 이곳에 왔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틀 전 현안 연설에서 언급한 과제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얻고자 함부르크를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날 과학기술은 모든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고, 모든 노동자 신분이 불안정해졌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정체돼 있고, 빈부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민에게 복지와 안전을 누릴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연설의 결론이었다.

‘로봇, 인공지능, 디지털화’ 현상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무조건 ‘선’이라고 믿어왔던 미국에 골칫거리가 됐다. 각국 정부는 이런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설령 소멸되지 않더라도, 현재 존재하는 버젓한 직업들은 하찮은 일자리로 파편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다.

로봇의 노동력 대체, 고사 위기의 ‘일자리’

   
▲ 독일 함부르크 항구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자동 화물 적재 기계가 대기 중인 화물트럭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함부르크 항구는 완전 무인 부두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REUTERS

페레즈 장관은 미래가 그렇게까지 암울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도 미래에 대한 긍정적 믿음을 확산시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가 내놓는 발언들은 단지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페레즈 장관은 함부르크항에서 차분히 설명을 듣고 있다. 컴퓨터로 조종되는 기중기가 43번 기계와 같은 자동 유도 차량들 위로 어떻게 짐을 적재하는지, 컴퓨터는 이 차량들의 동선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등 모든 영역이 컴퓨터로 관리된다는 내용이다. 항구와 같은 고전적인 경제 영역까지 컴퓨터로 운영될 만큼 디지털 기술은 경제 각 분야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 기계들이 실로 대단한 것은 맞지만 미국 하버드대학 출신 법률가인 올해 51살의 페레즈 장관이 이런 자동화 기술 때문에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다. 그는 “함부르크가 노동자와 경영진을 모두 살리는 새로운 문화를 정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다”며 함부르크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 문화가 “첨단 기술 발전을 실현하면서도 노사의 이익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그 문화의 가능성이다. 그는 “혁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혁신은 환영의 대상이고, 우리는 국민이 혁신으로부터 스스로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을 환영한다? 이는 미국에서 더 이상 통하는 말이 아니다. 미국은 액면상 일자리 사정이 좋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5%에 머물러 있다. 유럽에서 미국보다 실적이 좋은 나라는 독일(4.5%)뿐이다. 실업률은 낮지만 미국은 현재 호황이 아니다. 통계상으로 실업률이 떨어진 것은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후퇴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배우자의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사람들은 공식 통계에서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더군다나 2008년 이후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2년 전 나온 한 연구 보고서는 여론을 들끓게 한 적이 있다. 향후 10~20년 안에 현재 미국에 있는 일자리 중 47%를 기계와 컴퓨터가 전부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보고서에 담긴 ‘위험에 처한 일자리’에는 비단 단조로운 컨베이어 벨트 작업뿐만 아니라 은행과 관청, 병원 등 모든 분야가 망라돼 있다. 보고서는 인간에게 불리한 ‘기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페레즈 장관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과 독일의 몰락에 대한 예언이 과장된 것임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기술은 일자리를 파괴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힘 역시 갖고 있다.”

그는 이런 믿음이 함부르크항에서 확인됐다고 본다. 광범위하게 자동화된 함부르크의 컨테이너 터미널 사업은 번창 일로에 있다. 그가 만나본 이곳의 노조 대표와 조합원들 역시 자신의 현재 일에 만족감을 표했다. “어떤 일을 기계가 맡고 어떤 일을 사람이 맡을지는 컨테이너 터미널이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노사 합의가 이뤄졌고, 각자의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리돼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았다.” 한 조합원이 말했다.

함부르크항의 작업장에서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실 71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아주 먼 옛날의 고용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13년 전 새로 완공된 컨테이너 터미널은 자동화 시설로 지어진 곳이다. 함부르크항의 총 일자리 수는 최근 2~3년 전부터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거시적 통계로 보면 이 수치는 2008년 금로벌 금융위기 때 큰 폭으로 떨어진 뒤 아직까지 이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함부르크 항만관리위원회가 200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당시 일자리 수는 16만3천 명이었고, 2013년 현재 15만3300명으로 줄었다.

수십 년 전 함부르크항에서 돈을 벌었던 사람 중 다수는 그 사이 여러 다른 직업을 구했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능력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발달해간다면 앞으로 인간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변해가야 하는가? 우리 부모 세대보다 두 배, 세 배로? 아니면 열 배로?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된 노동시장

   
▲ 토머스 페레즈 미국 노동부 장관(오른쪽)이 2013년 3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임 장관 지명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문한 노동의 기계화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독일 함부르크 항구를 방문했다. REUTERS

디지털화는 단지 일자리를 없앨 위험만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형태도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수 있다. 요즘은 많은 일들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쉽게 배분된다. 여기에는 노동 계약서가 필요 없다. 잘 알려진 예가 바로 우버 서비스다. 운전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에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집을 부업 삼아 빌려주고 기존 호텔 등 숙박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는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 업워크(Upwork·미국의 일자리 연결 인터넷 플랫폼 -편집자), 클릭워커(Clickworker·고객이 프로젝트를 의뢰하면 자신들이 관리하는 프리랜서들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 -편집자), 아마존의 메커니컬터크(Mechanical Turk·온라인 인력시장 서비스 -편집자) 등이 바로 이런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들에는 불과 몇 센트를 받고 짧은 글을 써줄 사람, 슈퍼마켓에서 제품 사진을 찍어줄 사람, 소프트웨어를 체크해 문제점을 찾아줄 사람, 상품 포장을 설계해줄 사람을 찾는 주문 광고가 올라온다.

미국에선 이런 일들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업워크의 경우 등록된 자유계약직 직원 수가 1천만 명이 넘으며, 거래 규모가 연간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미국 노동자 중 3분의 1 이상이 자유계약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단기고용이 개인의 직업이 되는 이른바 ‘긱 경제’(Gig Economy·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 -편집자)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한 경영자는 이와 관련해 “10분 동안 고용한 뒤 바로 해고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인터넷이 나타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이런 방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우리가 과거 100년 동안 정비해놓은 사회보장제도는 고용자와 피고용자 간의 안정된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관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일자리라는 것이 오늘날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페레즈 장관은 함부르크를 방문하기 전 이틀 동안 프랑스 파리에 머물렀다. 2016년 1월 중순 파리에서는 세계에서 몰려든 기업가와 학자 300명, 수십 명의 각국 장관들이 OECD 본부에서 만나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기회와 위험이 다 있다” “의문 사항이 많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등 공허한 말들이 오갔다. “단기고용이 보편화되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거나 “우리는 오히려 이런 형태를 구축해가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라는 점인데, 그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페레즈 장관은 이 회의에서 새로운 몇 가지 플랫폼을 통해 기회를 발견했다고 공표하며 “디지털화는 사람들이 자기 자동차나 아파트를 새로운 수입원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이제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나 확실치 않은 사람은 ‘임금보험’을 들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오바마 케어’(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제도 -편집자)와 궤적을 같이하는 제도라고 페레즈 장관은 보고 있다. 오바마 케어는 그 적용 범위가 어느 특정한 직장에 한정되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직장을 조건으로 삼지 않는 사회보장제도는 미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페레즈 장관은 “아직 답보다는 의문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그는 새로운 노동시장의 시스템을 모색하는 지금 상황을 193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했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노동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확립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모델을 실험해보고 노사 양쪽이 힘겨루기를 하며 토론을 거친 뒤에야 마침내 양쪽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이런 뜻이다. “여러 가지를 시험해봐야 한다. 그때까지 우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파리 회의에서 페레즈 장관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신속한 답변을 낼 수 있다고 장담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독일 연방 노동장관인 안드레아 날레스였다. 그는 자기가 2015년 의회에 제출한 ‘그린북’(경제동향보고서 -편집자)을 언급하며 노동시장의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할 모든 문제들이 서술돼 있다고 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청중에게 그는 2016년 가을에는 ‘백서’(정부가 정치·경제·외교 등 각 분야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국민에게 알리려고 만드는 보고서 -편집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백서’에는 ‘그린북’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답이 실릴 것이라고 한다.

ⓒ Die Zeit 2016년 4호
Den Roboter umarme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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