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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소총 스캔들’ 망신당한 독일 병정
독일연방군 돌격소총 교체 사업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하우케 프리데리히스 economyinsight@hani.co.kr

20년간 주력으로 사용한 소총에 치명적 결함 뒤늦게 발견…
대체 소총 물색 나서

독일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이어 이른바 ‘녹아내리는 소총’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독일은 199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주력 소총으로 써오던 G3 소총을 G36 모델로 교체했다. 20년 동안 독일 군인이 자신을 지켜줄 수호신으로 믿고 몸에 지니고 다녔던 G36이 최근 ‘허당’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평소에는 이상이 없지만 특정 장소나 조건에서 열에 약한 현상이 나타나 조준 사격을 해도 엉뚱한 곳으로 총알이 날아간다는 것이다. 독일 국방부는 G36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제식 소총을 찾고 있다. 현재 공개 입찰에 모두 9개 업체가 참여해 독일 국방부가 검토 중이다. G36을 납품하는 등 독일 국방부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헤클러&코흐도 입찰에 나섰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입찰 결과는 2016년 3월 윤곽이 드러난다.

하우케 프리데리히스 Hauke Friederichs <차이트> 기자

지난 20년 동안 독일연방군은 ‘돌격소총’(탄의 위력이 약해 자동사격이 용이하며 권총탄을 사용하는 기관단총보다 강력한 화력을 제공하는 소총 -편집자) G36을 제식 소총으로 사용해왔다. 훈련병은 이 소총으로 사격을 배웠고 보병은 이 소총을 휴대했다. 심지어 군대 은어로 ‘병사들의 신부’라고 칭했다. 하지만 2015년 독일연방군은 이 소총의 정밀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열되거나 연속 사격할 때 총기의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중은 ‘병사들의 신부’라는 애칭을 바꿔 ‘녹아내리는 소총’이라고 조롱했다. 결국 2015년 4월, 독일연방 국방장관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현재 설계된 구조의 G36은 독일연방군에서 미래가 없다”고 발표했다.

   
▲ 독일연방군이 20년 동안 사용해온 ‘돌격소총 G36’이 사막 등 기온이 높은 환경에서 적중도가 떨어지는 치명적 약점이 발견됐다. 아프가니스탄 작전에서 한 독일군이 G36 돌격소총을 쏘고 있다. REUTERS

이제 독일연방군은 유럽 전역에서 차기 주력 소총으로 쓸 만한 제품을 찾고 있다. 독일연방 국방부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는 6300만유로(약 83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최대 16만 정의 소총을 구입하는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이다. 지금까지 이런 입찰은 주로 G36 제조사인 헤클러&코흐(Heckler & Koch)에서 따냈다. 아주 오랜만에 외국의 관련 기업과 소형 독일 총기 제작사에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1차 시장조사 뒤 9개 기업이 물망에 올랐다. 그중에는 헤클러&코흐도 포함된다. 다른 8개 경쟁 기업은 G36에 대한 대중의 비판이 자사에 유리하게 작용해 이번에야말로 헤클러&코흐와 독일연방 국방부의 밀착 관계가 끊어지기를 희망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오버른도르프에 위치한 헤클러&코흐는 독일연방군의 전속 납품 업체나 마찬가지였다. 독일연방군은 창군 이래 거의 모든 소형 무기를 이 회사에서 구입했다. 헤클러&코흐는 연방군이 G36을 도입하기 이전에 사용한 돌격소총 G3뿐만 아니라 기관단총 MP5와 MP7, 기관총 MG4와 MG5, 자동유탄발사기를 비롯한 다른 군사장비도 납품했다.

헤클러&코흐는 독일 국방부의 주요 수주 계약을 ‘정기 예약’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제 연방의회의 군사 분야 전문 정치인들 중 다수가 이 관례를 엄격하게 감시하려 한다. “이번에는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계약을 맺는 공개 입찰이 되길 기대한다.” 이는 독일연방 의회 녹색당 예산 담당 대변인 토비아스 린드너의 요구다. 사회민주당의 국방 담당 대변인 라이너 아르놀트 역시 ”지난 몇 달 동안 헤클러&코흐와 관련돼 발생했던 각종 문제를 생각하면 다른 제조사의 총기도 철저하게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내부의 핵심 담당자들이 말하는 ‘대형 제식 소총 사업’의 입찰을 따낸 회사는 몇 년 동안 안정적인 주문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독일 국방부는 9종의 소총을 검토했다. 헤클러&코흐 제품 외에 독일의 지크자우어(Sig Sauer)와 C.G.회넬(C.G.Haenel), 캐나다의 콜트 제품도 포함돼 있다. 벨기에의 FN 헤르스탈(FN Herstal)과 오스트리아의 슈테이어 만리허(Steyr Mannlicher) 역시 물망에 올랐다.
 
기존 소총 납품 업체 헤클러&코흐 ‘부도 위기’

헤클러&코흐는 독일 국방부와의 관계가 악화된 상태임에도 입찰 경쟁에 참여했다. 헤클러&코흐는 코블렌츠 지방법원 법정에서 G36에 정밀성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방어하고 있다. “목표는 법정에서 현재 주장되는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판결을 통해 확인받는 것이다.” 헤클러&코흐 쪽 설명이다. 헤클러&코흐는 돌격소총 G36이 기술적으로 납품 조건을 충족한다고 단언한다. 헤클러&코흐 쪽은 “앞으로도 독일 병사들이 사용하는 제식 소총 생산 허가를 받기 위해 우리는 신규 입찰 경쟁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찰은 거액의 부채를 지고 있는 헤클러&코흐에 매우 중요하다. 2억9500만유로(약 39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이 중견 기업은 2013년 한 해에만 이자로 2800만유로(약 370억원)를 내야 했다. 최근 헤클러&코흐는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CCC 등급을 받았다. 이는 일명 ‘정크’(쓸모없어 폐기됨 -편집자) 상태로, 대출 및 투자금의 변제 불능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한다. 헤클러&코흐에서 과거에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2013년 2억2100만유로(약 2900억원)의 매출과 2740만유로(약 36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2014년에는 적자가 예상된다. 이후의 재무 상태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연방군의 대형 총기 사업 수주 경쟁에서 헤클러&코흐는 외국 기업과 독일 북부 기업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민당의 아르놀트 의원은 “독일에서는 헤클러&코흐와 지크자우어만이 대규모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소형 무기 제작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크자우어는 스위스, 미국, 독일의 에케른푀르데에 자회사를 두고 무기를 생산하는 지주회사다. 지크자우어는 입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독일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 역시 문제가 있다. 고객 주문이 부족해서 파트타임근무제를 도입해야 했고, 에케른푀르데 본사에서는 많은 직원이 운송회사로 이동 배치됐다. 지크자우어 대변인은 “이는 단순한 업무 구조조정일 뿐 지크자우어는 재무적으로 매우 건강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2014년에는 매출액이 2억7650만유로(약 3640억원), 세전 영업이익이 약 3200만유로(약 420억원)였다.

   
 
물론 독일 내에서 대형 주문을 수주하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해외 수출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독일연방 경제수출관리사무소(BAFA)는 지크자우어의 수출 부문과 관련해 정밀 감사를 했다. 그 이유를 독일연방 정부는 “이 회사가 불법적인 수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조치가 있을 때까지 지크자우어의 수출 허가를 위한 통지는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쉽게 말하면, 지크자우어는 감사가 끝날 때까지 무기를 해외로 수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경제수출관리사무소는 현재 지크자우어에 대한 킬(Kiel·독일 북부 항구도시 -편집자) 연방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킬 연방 검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 시점은 아직 예상할 수 없다.

헤클러&코흐 역시 불법 수출과 국내외 뇌물 증여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독일 슈투트가르트 검찰은 멕시코 수출과 관련 법 위반 혐의로 헤클러&코흐를 기소했다. 물론 이런 검찰 조사는 공식적으로 헤클러&코흐의 연방군 무기 매입 계획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하지만 헤클러&코흐의 명성은 이미 크게 상처를 입었다.

어떤 돌격소총 모델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지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독일연방군 수석 감찰관에 따르면 2016년 3월 1차 선택이 이뤄지고, 이후 정치권에서 최종적으로 차기 제식 소총 모델을 결정할 것이다. “국방부 장관 폰데어라이엔은 차기 제식 소총 사업에서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녹색당 국방 부문 대변인 아그니스츠카 브루거는 말했다.

하지만 G36 논란 이후에도 독일연방군이 발주한 대량 주문은 이미 과거와 마찬가지로 헤클러&코흐가 수주했다. 헤클러&코흐는 차기 돌격소총 모델이 확정될 때까지 임시로 제품을 납품하게 될 것이다. G36 대신 헤클러&코흐의 신제품 G27이 해외에 파병된 장병들에게 지급된다.

연방군은 이 제품을 600정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G36의 정밀성 문제는 헤클러&코흐에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아니었다면 제식 소총이 이렇게 빠르게 교체될 리 없기 때문이다.

ⓒ Die Zeit 2015년 49호
Großkalibrige Geschäft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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