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비즈니스
     
[Business] PC의 반격에 떨고 있는 모바일
‘부활의 노래’ 부르는 PC 산업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왕신츠 등 economyinsight@hani.co.kr

스마트 하드웨어 포화상태 틈타 PC 부활 움직임…
샤오미의 PC 시장 진출도 주목

중국 정보기술(IT) 시장에서 PC 업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하드웨어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전통 PC 제조사들이 PC 시장의 부활을 꾀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인텔이 결합한 ‘윈텔’(Wintel)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레노버·휼렛패커드·델컴퓨터 등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안면 인식과 음성 제어 등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능을 PC에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PC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샤오미의 등장이 중국 PC 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왕신츠 王歆慈 장얼츠 張而弛 <차이신주간> 기자

   
▲ 최근 중국에서는 모바일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하드웨어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PC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중국 난징의 에이서컴퓨터 대리점. REUTERS

2015년 중국 베이징에 겨울이 일찍 찾아왔다. 11월9일 올림픽경기장 근처에 위치한 국제컨벤션센터 주변은 추위로 썰렁했지만 실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레노버(Lenovo)가 초대한 관객 2천 명이 태블릿PC와 노트북 신제품발표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양위안칭 레노버그룹 회장의 발표와 유명 영화배우 황샤오밍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한때 반짝했던 전세계 PC 업계는 지금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

양위안칭 회장은 행사 뒤 언론 인터뷰에서 “아마 지금이 가장 힘든 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PC 산업의 봄날이 머지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불황의 추위 속에서 경쟁자들은 서로를 감싸안았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레노버, 휼렛패커드, 델컴퓨터는 중국의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할인 행사가 낀 10월19일부터 11월30일까지 중국과 미국에서 7천만달러(약 850억원)를 투입한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주제는 ‘PC가 무엇을 한다고?’(PC Does What?)였다.

장이판 인텔 중국 지역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인텔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1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이판 CMO는 이번 공동 프로모션의 중국 지역 책임자다. 그는 “5개 기업이 참여한 공동 프로모션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2016년에는 아수스(ASUS)와 에이서(Acer) 등 더 많은 PC 제조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PC 시장이 침체되고 제조 업체의 수익률이 저조한 이때 거액을 투자한 공동 프로모션을 감행한 것은 차세대 PC의 혁신을 부각시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 집중된 소비자의 관심을 PC로 옮겨오려는 취지였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긴밀하게 결합된 사업모델인 ‘윈텔’(Wintel) 진영에 속한 제조사들은 PC 수요가 아직 살아 있고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은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고 서로를 격려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샤오미 같은 업계의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거나 세력을 키우기 전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어울리는 신제품을 개발해 PC 시장을 차지해야 했다.

구형 PC 5500만 대가 보장하는 기회

2015년 10월 중국에서 드라마 <랑야방>이 인기를 끌자 공동 프로모션에 참여한 PC 제조사들은 해당 드라마의 주인공을 소재로 한 광고를 제작했다. 해당 광고에선 반도체 칩 분야에서 인텔을 누른 퀄컴이 “PC는 아직 괜찮나?”라고 묻자 인텔은 “2천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산업이야! 지금이야말로 PC를 사야 할 최적의 기회지!”라고 대답한다.

장이판 CMO는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구형 PC가 5억 대 이상이고 중국 지역에서 구입한 지 5년 넘은 개인용 노트북이 3천만 대, 기업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톱PC는 2500만 대가 넘는다”며 “업계는 이 둘을 합한 5500만 대가 가져올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장의 판단은 과거와 달랐다. PC 제조사들은 한때 유통과 가격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했고 지방 소도시와 농촌을 잠재시장으로 설정했다. 이 시장은 제품 디자인에 대한 요구는 까다롭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했다.

그러나 PC 제조 업체가 판로 개척에 주력하고 있을 때 중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갈아타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응용 시나리오나 가격에서 모두 샤오미폰 같은 가격이 1천위안 남짓한 중저가 스마트폰과 경쟁할 수 없었다.

   
▲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이 2015년 12월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월드인터넷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양 회장은 “PC 산업의 봄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REUTERS

“농촌이나 지방 중소도시만 공략해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겠나? 그동안 제품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인텔차이나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제조자개발생산(ODM) 협력사의 시장 전략을 언급하면서 “다행히 현실을 파악해 이번에 출시한 PC는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장이판 CMO는 “미국에서 5개 기업의 CMO들이 매주 한 번씩 만나 회의를 열고 각 사의 혁신과 아이디어를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대도시의 엘리베이터 광고판을 90% 이상 사들였다고 한다.

미국 기술업계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는 각 사가 출시한 신제품에 대해 “PC 성능과 멀티태스킹 기능, 태블릿PC의 두께, 하루 동안 끄떡없는 배터리 수명, 분리형 키보드를 연결하면 노트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가격까지 저렴해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PC”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훌륭한 제품 외에 성숙한 시장의 판단 능력도 필요하다. 무어헤드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까지 소비자는 PC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사용 기간이 3년을 초과한 PC가 대략 4억∼6억 대인데 소비자들이 PC가 낡았다는 자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다.”

5개 기업이 공동 프로모션에 참여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PC 시장에 대한 재교육이 큰 목표였다. PC가 탄생한 뒤 35년이 지났지만 윈텔과 뜻을 같이한 제조 업체들의 영업 전략은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사양과 기능을 강조했는데 이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운영체제(OS)에 따라 결정됐고 ODM 업체들의 디자인과 제조 공법은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레노버·휼렛패커드·델컴퓨터가 출시한 신제품은 약속한 것처럼 디자인과 심미성을 강조했다. 휼렛패커드 제품은 화면을 360도 회전할 수 있고 델컴퓨터 제품은 베젤이 얇아 사진으로 찍으면 모니터와 배경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레노버의 초박형 PC는 호텔 객실 문틈으로 밀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얇다.

출하량은 이제 ODM 제조사가 추구하는 핵심 목표가 아니다. 왕촨둥 레노버그룹 부사장 겸 중화 지역 CMO는 “고객이 PC를 통해 전혀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최근 출시된 PC의 혁신과 변화를 인지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이것이 이번 공동 프로모션의 취지이자 핵심 목표다. 결과적으로 PC를 몇 대 팔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휼렛패커드에서 이번 공동 프로모션을 담당한 저우신훙 개인정보제품사업부 총경리 역시 “잠재소비자에게 차세대 PC의 진정한 변화를 알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샤오산러 델컴퓨터 중화 지역 CMO는 이번에 5개 제조사가 모인 것은 “여럿이 한목소리로 외쳐야 홍보 효과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PC의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마케팅도 상업적 리스크는 있다. 샤오산러 CMO는 IBM이 추진했던 스마트시티 마케팅을 예로 들었다. IBM이 어렵사리 시장을 교육하자 경쟁사들이 앞다퉈 비슷한 개념을 들고나와 숟가락을 얹었다. 그는 “새로운 개념을 알리는 일은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 자체는 위대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2011년은 PC 업계의 분수령이었다. 전세계 PC 출하량이 3억65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해서 감소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판매량이 급증했고 2012년 팀 쿡 애플 CEO는 “PC는 더 이상 디지털 생활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2013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0억 대를 넘어섰다.

최근 통계는 더욱 절망적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8% 하락했고 상위 5위에 포진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업계에서 잘나간다는 애플의 판매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결과도 비관적이어서 2015년 3분기에만 7.7% 하락했다. 그나마 델컴퓨터와 애플의 PC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 1.5% 상승했다.

14개월서 24개월로 늘어난 PC 교체 주기

“14개월이었던 PC 교체 주기가 24개월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졌는데 아마 새로운 스마트 디바이스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샤오산러 CMO는 이렇게 말했다. 사용자 수요가 변하면서 전체 PC 시장의 시장주기가 어긋났다.

윈텔이 가장 잘나가던 때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CPU의 세대교체와 운영체제 업데이트 주기를 맞춰 소비자의 제품 교체 수요를 자극했다. 하지만 CPU와 운영체제의 출시 시기가 엇갈린 다음부터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각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PC 분야로 흩어졌고 저마다 ‘모바일 우선’을 구호로 외치자 PC의 입지가 모호해졌다.

“구형 스마트폰을 최신 운영체제로 업데이트하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저하돼 최신 기종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애플의 방법은 사실 윈텔이 원조였다. 다만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갈라선 뒤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게 됐다.” 이번 공동 프로모션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장이판 CMO 앞에서도 거침없이 말했다.

   
▲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인텔이 결합된 사업모델인 ‘윈텔’(Wintel) 진영의 제조사들은 PC 수요가 아직 살아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워싱턴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마이크로소프트는 OEM 업체들이 PC의 위상을 재정립하도록 도왔다. 2012년 운영체제 윈도8을 출시했고 태블릿PC와 PC가 결합된 신제품인 ‘서피스’(Surface)를 발표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패드에 외장형 키보드를 연결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부 ODM 업체가 키보드 분리형 태블릿PC에 맞게 설계된 윈도8을 받아들였고 이렇게 개발된 제품은 1세대 키보드 분리형 태블릿PC, 즉 ‘투인원(2 in 1) PC’로 정의됐다. 톰 메이넬리 IDC 디바이스 및 디스플레이 사업부 부사장은 2015년 3분기 보고서에서 “1세대 분리형 제품은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사이에서 타협과 절충을 거쳐 탄생한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나 기업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메이넬리 부사장의 말은 1세대 분리형 제품의 핵심 문제를 보여준다. 제품이나 마케팅은 과거 방식을 답습했고 새로운 시스템과 디자인을 자사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쯤으로 생각했을 뿐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제품군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결국 윈도8은 시장점유율 2.67%로 마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전 제품인 윈도7의 시장점유율은 44.55%였다. ODM 업체들이 출시한 신제품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했다.

PC의 제품주기를 흔들어놓은 모바일 단말기 시장도 2014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됐고 PC ODM 제조사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태블릿PC의 성장률도 하락해 2014년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갔고 2016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성장률 역시 크게 하락해 과거 40~50%에서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샤오산러 델컴퓨터 CMO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포함한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금 여유가 생기면 PC 시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장에서 조금씩 온기가 느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희망을 갖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윈텔과 갈라져 각자의 길을 걸어갔던 PC 제조사들이 다시 손잡을 기회도 찾아왔다. 2015년 7월29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0 무료 업데이트를 실시했고, 8월5일에는 인텔이 6세대 코어프로세서 ‘스카이레이크’(Skylake)를 출시한 것이다. 장이판 CMO는 이번 공동 프로모션을 2015년 5월부터 기획했고 프로모션 기간을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5개 기업은 반복적인 회의와 논의를 통해 윈도10 출시 시점과 인텔의 새로운 프로세서 출시 시기, OEM 제품이 대량으로 출시되는 시기를 기준으로 기간을 설정했다.

델컴퓨터는 다른 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신제품 출시 시기를 연장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 출시에 발맞춰 시스템 사용 비용을 내려 OEM 업체의 원가 절감에 기여했다.

장이판 CMO는 “이번에 다시 불붙은 PC 전쟁에서 붙잡아야 할 목표 고객층은 전문적인 게이머와 대학생”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만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PC게임을 즐기는데, 전문 게이머들은 주변 사람들이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게임을 하려면 최고 수준의 디바이스 성능이 필요하고 게이머는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어 사람들은 PC를 구매할 때 그들의 의견을 경청한다. 이번 공동 프로모션에서 기획한 TV 광고 4건 가운데 1건은 전문 게이머의 체험을 주제로 제작했다.

대학생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미래에 창출될 구매력을 대표한다. 또한 중국의 2600만 대학생은 부모와 강력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다. 그 때문에 이번 공동 프로모션은 전국 300개 대학 캠퍼스를 공략했다.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PC가 대세

장이판 CMO는 “최신 PC는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인텔의 6세대 코어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10이 동시에 출시됨으로써 안면 인식과 음성 제어 등 기존 모바일에서만 가능했던 인공지능 기능을 PC에서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프로모션에 참여한 기업들은 대체로 PC는 개인 컴퓨팅 능력의 핵심 디바이스이며 대체될 수 없다고 믿는다. 저우신훙 중국휼렛패커드 총경리는 세분화된 시장에서 PC 능력은 대체되기 힘들다면서 “소비자는 스마트폰에서 4K(UHD급) 콘텐츠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데 4K 콘텐츠는 워크스테이션이 있어야 제작할 수 있다. 시중에 나온 일부 스마트폰은 컴퓨팅 능력이 이전 세대의 PC를 능가하지만, PC는 확장성 덕분에 처리 효율이 모바일보다 몇 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또한 모바일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PC 성능과 디자인 개선을 촉진했고 PC의 새로운 역할이 추가됐다. “PC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왕촨둥 레노버그룹 부사장은 “모바일에서는 사무를 해결하기 힘들지만, PC는 전자제품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물론 생산도구로 사무실에서 응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태블릿PC의 생존 공간이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PC와 모바일을 절충한 제품은 효과와 이익을 최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왕촨둥 레노버그룹 부사장은 PC가 중요한 이유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합하는 단말기 역할을 손꼽았다. 앞으로 여러 디바이스가 병존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을 텐데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합하려면 PC의 운영체제와 CPU 성능이 중요하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PC는 도킹 스테이션에 가깝다. 사용자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주변기기를 확장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PC는 높은 성능과 사용자 우호적인 조작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동기화와 처리, 저장을 실행하는 플랫폼이다.

모바일과의 연결은 차세대 PC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결이란 데이터의 저장과 전송은 물론 조작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PC에 소비자에게 이미 익숙해진 터치스크린을 추가해야 사용 빈도를 높일 수 있다.

왕촨둥 부사장은 소비자 습관의 변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조작하기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효율이 곧 선호도로 이어지진 않는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사용자의 연령층이 어린이와 노인으로 확장되는 현실이 이 점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화로 인해 PC는 더욱 친근한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터치스크린이나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PC가 마침내 경량화·감성화를 향해 발전하기 시작했고 PC 제조사가 앞서가는 소비자의 수요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개인의 수요는 기업고객을 겨냥한 응용서비스를 견인하기도 한다. 왕촨둥 부사장이 “기업에 필요한 응용서비스는 안정성과 성능이 중요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직장인은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원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터치스크린과 안면 인식, 스마트화 등의 모바일 특성과 고성능, 다양한 디바이스 접속 등의 PC 특성을 겸비한 디바이스가 투인원 PC 형태로 2년 전부터 출시됐다. 아직까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판단한다.

IDC는 보고서를 통해 키보드 분리형 투인원 디바이스가 전체 태블릿P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 18개월 안에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선호도가 키보드 분리형 제품으로 옮겨가자 새로운 도전을 가져왔다. 전통 PC OEM 제조사들은 키보드 분리형 제품의 조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OEM 제조사로부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미 저가 제품 생산에 익숙해진 상태다.

IDC 보고서는 OEM 업체를 두 진영으로 나눴다. 레노버와 델컴퓨터, 휼렛패커드 등 전통 대기업과 모바일 DNA를 간직한 신규 진입자들이다. 과거 짝퉁 휴대전화를 만들다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으로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중국 선전 지역의 짝퉁 제조사와 소문이 무성한 샤오미 노트북이 주요 대상이다.

2015년 9월 샤오미가 PC를 만들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대만의 전자기기 제조사 인벤텍(Inventec)의 리스친 회장은 경제일간지 <디지타임스>(Digitimes)와의 인터뷰에서 샤오미와 함께 노트북을 개발해 2016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샤오미가 스마트폰에서 구사했던 전략을 노트북에도 가져다쓸 것인지 확답할 순 없지만 “샤오미가 노트북 분야에 진출하면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벤텍은 해당 인터뷰 기사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첫 샤오미 노트북 OEM 생산 예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샤오미의 진출과 ‘짝퉁’의 위협

   
▲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의 델컴퓨터 대리점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델컴퓨터·레노버·휼렛패커드 등 전통 PC 제조사들은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REUTERS

신제품을 발표하기 전까지 보안을 유지하기로 유명한 샤오미는 PC 시장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은 같은 질문에 대해 “샤오미가 PC를 만든다는 소식을 모를 수도 있나?”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비용이 저렴한 온라인 유통을 통해 가성비 높은 제품을 보급하는 샤오미의 유통 전략은 스마트폰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한 대형 보험사 투자부서 책임자는 “샤오미가 정말 PC를 만들고 가성비 높은 투인원 PC를 출시한다면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소식은 다른 PC 제조사들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적극적으로 경쟁 관계를 조정하고 혁신을 추진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행동의 동기가 됐을 것이다. 사실 전통 PC 제조사들은 선전에 있는 수백 개의 ODM과 OEM 업체들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강력한 보조금과 지원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MP4 제조사에서 전환한 이들은 태블릿PC 가격을 1천위안(약 18만원) 수준으로 끌어내렸고 투인원 PC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들이 원가를 통제하는 능력만큼은 전통 PC 제조사를 능가한다.

전통 PC 제조사들이 투인원 PC에 접근하는 기본적 논리는 ‘키보드를 분리하면 태블릿PC이지만 그 전에 제대로 된 PC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고 제품 가격의 조정 폭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들은 또 비슷한 가격, 비슷한 컴퓨팅 능력을 갖췄다면 최대 경쟁 상대는 여전히 애플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애플은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소비자가전 제품을 확장했다. 인텔의 조사 결과 중국에 있는 애플 맥북 사용자 400만 명 중 3분의 1은 맥OS와 윈도를 동시에 설치했고, 사용자 중 51%는 맥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했다.

샤오산러 델컴퓨터 CMO 역시 맥북의 강점을 인정했다.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대표적 기준이 된 제품은 그 존재 이유가 분명하다. 그래야 치열하게 경쟁할 동력도 생긴다.” 다만 아이폰6에서 아이폰6s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외관 디자인은 변화가 없었다며 이렇게 경쟁 대상이 없는 시장 구도가 형성되면 어느 정도 소비자의 이익에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윈텔 진영에 속한 ODM 제조사들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졌다. 스스로 혁신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해 한층 수위가 높아진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진영을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단순한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하드웨어 생산을 시작했고 ODM 제조사들과의 관계가 미묘해졌다.

2015년 10월 중순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마이크로소프트 플래그십스토어에는 이번 공동 프로모션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고 최신 노트북인 서피스북(Surface Book)과 키보드 분리형 태블릿PC ‘서피스 프로4’(Surface Pro 4)가 매장 가장 앞자리에 진열돼 있었다.

2015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 조직을 조정했고 2013년부터 독립했던 하드웨어 시스템이 시스템사업부로 복귀했다. 4개월 뒤 서피스 프로4와 서피스북의 플래그십 제품을 출시했다. 그 전에 출시했던 ‘서피스RT’가 재고로 쌓인 것과 달리 신제품은 북미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했던 하드웨어는 ODM과 OEM 제조사에 제공하는 ‘기준설계’(레퍼런스 디자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번 조직구조 개편으로 인해 외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이 직접 만든 PC를 판매하려고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랠프 홉터 중국 지역 대표이사 겸 CEO는 서면 답변서를 통해 “OEM 협력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가 PC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할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태블릿PC 제조사들이 더욱 훌륭한 투인원 디바이스를 설계하도록 돕는 것이 서피스 태블릿PC를 출시한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고 답변했다.

2015년 11월9일 열린 발표회에서 양위안칭 레노버그룹 회장은 레노버의 차세대 제품 ‘요가’(YOGA)를 소개하면서 서피스북을 요가의 ‘사촌동생’이라고 표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제품을 모방해 시장 경쟁을 악화시켰음을 지적했다.

앞으로 PC 업계의 경쟁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톰 메이넬리 IDC 부사장은 보고서에서 ‘업계에 대형 제조업체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앞으로 몇 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위안칭 회장도 업계의 과점화를 예상했다. “PC 산업은 더욱 통합될 것이다. 규모가 작고 혁신 능력이 없는 제조사는 도태되고 남은 기업들은 더 강하고 혁신 정신이 확고해질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은 겨울을 잘 견디면서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것이다.”

ⓒ 財新週刊 2015년 46호
再戰PC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왕신츠 등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