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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IBM-인텔, 255조원 규모 ‘서버 전쟁’
중국 서버 시장의 최후 승자는?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IBM, 개방 전략 내세워 인텔 x86 서버에 도전장…
중국 정부 서버 시장 개방 유도


중국의 PC 시장에서 IBM과 인텔의 서버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IBM은 개방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인텔이 주도하는 x86 서버 시장을 정조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IBM의 서버인 파워 프로세서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한 오픈파워재단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재 IBM은 은행과 통신 등 데이터 처리량이 많은 핵심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인텔은 2015년 하반기부터 신규 서버용 프로세서를 홍보하는 로드쇼를 진행하며 x86 서버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국산 프로세서를 개발하지 못해 2014년 반도체칩 수입액이 2100억달러로 석유 수입 금액보다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IBM과 인텔의 공방전을 통해 서버 시장의 개방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장얼츠 張而弛 <차이신주간> 기자

   
▲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왼쪽)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015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하고 있다. IBM과 인텔의 공방전을 지켜본 중국 정부는 서버 분야에서 개방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국내 서버 산업 지원을 강화했다. REUTERS

‘개방으로 개방을 공략한다’는 IBM의 전략이 2년 만에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개방을 구호로 내걸었던 인텔은 격퇴한 것으로 생각했던 적수가 건재할 뿐 아니라 반격에 나서고, 협력사들이 ‘양다리’를 걸친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됐다.

2015년 8월부터 전국 로드쇼를 시작한 인텔은 10월30일 선전 지역 로드쇼를 마쳤다. 새롭게 출시한 서버용 프로세스 홍보가 주요 목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상업이 발달한 6개 지역을 순회했다. 각 지역마다 협력사를 초청하고 사용자를 직접 등장시켜 인텔이 개발한 프로세서인 x86 생태계의 장점을 홍보했고 경쟁사 IBM의 단점을 비판했다. 10월15일에는 인텔의 베이징 지역 로드쇼와 IBM의 과학기술협력포럼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열려 정보기술(IT) 담당 기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IBM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고객 행사를 열었고 트위터와 날씨정보 제공 업체, 중소형 기업 ERP 분야 협력사 대표들이 무대에 올랐다. IBM은 자사의 데이터 처리 플랫폼이 트위터의 소셜 데이터 및 날씨정보 제공 업체의 날씨 데이터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IBM의 글로벌 데이터 사업 책임자는 중국에서도 소셜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소셜 플랫폼 분야의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텅쉰이 협력사 후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인텔은 자사의 개방 플랫폼을 내세워 IBM의 폐쇄성을 비판했고 수많은 협력사의 지원을 얻어냈다. 시장연구기관 가트너(Gartner)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분기에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x86 서버가 판매량 기준 99.2%, 매출액 기준 81.2%를 점유해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x86 서버 시장의 지배자인 인텔은 자신의 역할이 ‘개방의 적’으로 바뀐 사실을 발견했다. 2013년 8월 IBM은 인텔이 자주 사용하던 ‘멘트’를 가져가 ‘개방’을 선언했다. 구글과 엔비디아(NVIDIA), 멜라녹스(Mellanox), 타이안(Tyan) 등 4개 기업과 함께 ‘오픈파워재단’(OpenPOWER Foundation)을 설립하고 협력사에 IBM 서버에 사용되는 파워(POWER)8 프로세서의 핵심 기술을 개방했다. 외부 업체들은 IBM으로부터 파워8 프로세서 설계 기술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면 소스코드와 설계 툴, 명령어 집합, 설계 방법과 이에 상응하는 교육까지 받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파워 아키텍처 기반의 반도체칩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IBM의 하드웨어 제품은 오픈소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채택해 더욱 많은 개발자들이 개방적 생태계에 합류하길 기대했다.

   
▲ 중국의 PC 시장에서 IBM과 인텔이 서버 분야를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IBM이 개방 전략을 앞세워 ‘인텔 타도’에 나서자 인텔은 서둘러 신제품을 내놓고 이에 맞서고 있다. REUTERS

재단 설립 초기만 해도 IBM의 진정성을 확신하지 못한 기업들은 대부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IBM은 자사가 인텔보다 더 개방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중국 정부의 핵심 기술을 ‘독자 제어’하겠다는 뜻에 부응해야 했다. 2015년 10월15일 스티브 밀스 IBM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사업부 총괄 겸 수석부사장은 공업정보화부와 제3의 기업 모두 IBM의 모든 코드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독자 제어’란 정보 보안 분야에서 중국이 제품의 핵심 기술을 완벽하게 장악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정보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생산과 유지·보수의 모든 과정을 제어하겠다는 뜻이다.

2015년 6월 베이징에서 열린 ‘오픈파워 중국포럼’에서 오픈파워재단은 20여 개 중국 기업을 포함한 전세계 130여 개 회원사가 재단에 가입했고 삼성과 엔비디아처럼 인텔과 경쟁 관계인 반도체 제조업체와 인스퍼(浪潮·Inspur), ZTE처럼 인텔과 오랜 기간 협력해온 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IBM의 한 관계자는 2015년 10월22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이 더욱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중국 쪽과 협력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말했다. IBM 내부에서는 이 말을 “IBM, 너는 더 개방해야 해”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인텔 x86 서버 약진에 배수진 친 IBM

서버 시장이 유닉스를 버리고 x86로 옮겨가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IBM이 개방 쪽으로 태도를 바꾸진 않았을 것이다. 주로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x86 서버는 개방적 생태계로 유명했다. 이 서버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리눅스가 중심이고 표준 부품을 사용해 조립할 수 있어 오랜 세월 화웨이·인스퍼·HP·MS·SAP·VM웨어 등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생태계에 합류했고 x86 진영이 상업용 서버 시장을 확보하도록 힘을 보탰다.

x86 서버와 달리 IBM이 주도하는 유닉스 서버 시장은 오랜 세월 은행과 통신 등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핵심 업종을 장악했다. IBM은 프로세서부터 운영체제, 가상화 기술까지 폐쇄적 시스템을 장악했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다.

2005년부터 각 업종마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하자 연산과 저장 능력을 제품으로 개발해 유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탄생했다. 빅데이터 기술이 등장하자 기업들은 대용량 하드웨어 디바이스를 구매하기보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 클라우드 서비스를 임대하길 원했다.

   
▲ 중국의 PC 시장에서 IBM과 인텔이 서버 분야를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IBM이 개방 전략을 앞세워 ‘인텔 타도’에 나서자 인텔은 서둘러 신제품을 내놓고 이에 맞서고 있다. REUTERS

2015년 10월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인텔 로드쇼에서 치우룽 화웨이 IT 제품라인 서버 사업 담당 총경리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고객이 4천만 명인 은행이 과거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직접 업무를 처리했을 때 1초당 동시 처리 업무량이 10건이었다면, 모바일뱅킹이 보급된 뒤 창구에서 처리하는 고객 수는 감소했지만 1초당 동시 처리 업무량은 1200건으로 늘었고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업무가 발생한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세뱃돈 서비스와 알리페이 등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하면서 업무량은 더 늘어났다. 춘절이나 11월11일 ‘광군제’에는 시간대별로 데이터가 폭주했다. 기존 IT 아키텍처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또한 전통 기업이 전자상거래로 전환하자 막대한 고객 데이터가 누적됐다. 과거에는 회사 내부 문서를 저장·처리만 했기 때문에 완벽한 형태의 IT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자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한 뒤 이를 기반으로 재고 물량과 생산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기술의 진보는 x86 서버에 날개를 달아줬다. 인텔 프로세서 기술이 개선됨에 따라 최근 x86 서버의 안정성이 핵심 업무에서 요구하는 기준인 1년 중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시간이 99.999%로 개선됐다. 유닉스 서버의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위안인 것에 비해, x86 서버는 수만∼수십만위안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러자 IBM의 오랜 고객사인 금융기관도 비핵심 업무에 x86 서버를 도입해 유닉스 서버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장셩 중국농업은행 과학기술제품관리국 처장은 “이렇게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IBM은 달갑지 않았다. 물론 x86 서버 출하량이 95%라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해도 매출액은 글로벌 서버 시장의 60%에 불과해 다른 서버의 이익률이 더 높았다. 그리고 인텔이 시장을 거의 독점한 상태라 협력사들은 불만이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표출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가 접촉한 x86 서버 공급사들은 오픈파워의 등장을 반겼다. 적어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두 진영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왕양 IBM 중국개발센터 총경리는 “인텔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손쉽게 협력사의 이익을 결정할 수 있다. 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앞으로 인텔 서버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2014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이 서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반도체칩 가격을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제품의 평균가격은 보통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제조 공법이 개선되면서 낮아지는데,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Mercury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분기부터 2014년 같은 기간까지 인텔 서버용 반도체칩의 평균 판매가격이 429달러에서 629달러까지 올라 47% 인상됐다. 같은 기간 인텔 모바일칩의 평균 판매가격은 33%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인텔은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니라 성능이 좋고 가격이 높은 고사양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라고 대응했다. 고사양 제품에 대한 고객사의 수요가 늘어나 평균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인텔의 제품 이익률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생겨도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x86 서버 분야에서 인텔의 오랜 숙적인 AMD는 2006년부터 시장점유율이 25% 이상 떨어져 현재 3% 미만으로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다. 이 때문에 IBM이 반격을 결정하자 업체들이 과거 인텔 진영에 합류했을 때처럼 한쪽 다리를 IBM 진영에 걸쳐놓았다.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서버 시장

   
▲ IBM 제품 매니저가 2015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정보통신박람회 세빗(CeBIT)에서 IBM의 신제품 서버 앞에 서 있다. REUTERS

스티브 밀스 IBM 수석부사장은 숙적 인텔을 겨냥한 경쟁 전략을 묻자 “오픈파워는 ARM이 모바일 분야에서 인텔을 격퇴했던 모델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 지적재산권(IP) 분야 기업으로 실질적인 반도체칩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협력사에 관련 지적재산권만 제공한다. 퀄컴과 애플, 미디어텍도 주요 고객사다.

밀스 수석부사장은 ARM이 모바일 시장에서 절대다수의 제조업체를 ‘포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익을 양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는 ARM에 한 번만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면 된다.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버 분야에서는 IBM의 오픈파워가 ARM과 같은 전략을 채택해 더 많은 이익을 협력 파트너 손에 넘겼다. 인텔의 기술을 사용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IBM의 시장점유율을 인텔에 잠식당하느니 이익을 줄이는 편이 낫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적어도 인텔의 아픈 곳을 찌를 수 있으니 말이다.

인텔의 2015년 3분기 실적보고서를 보면 PC와 모바일 사업이 포함된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매출은 7% 하락한 반면, 서버 사업이 포함된 데이터센터그룹의 매출은 12% 증가해 전체 실적에서 몇 안 되는 긍정적 실적을 거뒀다. 인텔과 IBM의 경쟁에서 업계 내 기업들은 대부분 자유롭기 힘들다. IBM이 ‘ARM식’으로 공략하려면 많은 협력사를 같은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시장에선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다.

2015년 6월1일 인텔은 167억달러(약 20조400억원)를 투자해 FPGA 반도체 업체 알테라(Altera)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인수·합병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FPGA란 ‘현장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로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반도체의 일종이다. 알테라의 FPGA 칩을 자사의 프로세서로 통합하면 인텔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칩을 제조할 수 있도록 돕고 프로세서 성능도 개선할 수 있다. 알테라는 2013년부터 인텔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인텔 14나노미터 제조 공법을 사용해 칩을 생산해왔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알테라의 최대 경쟁사인 자일링스(Xilinx)가 IBM의 오픈파워 진영에 합류했다. 2014년 1월에는 레노버가 23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투자해 IBM의 서버사업부를 인수했다. 레노버가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뒤 두 번째 인수·합병이다. 2004년 PC사업부를 인수한 뒤에도 레노버는 IBM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5년 동안 사용권을 확보해 PC 제품에 IBM 상표를 사용했고 IBM은 내부적으로 레노버 PC를 구매하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양쪽 관계는 크게 달라졌다.

2014년 7월 IBM은 한때 PC 시장에서 앙숙이었던 애플과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애플 컴퓨터를 대량 구입해 사내에서 사용하던 레노버 컴퓨터를 대체했다. 같은 해 9월 말 레노버는 IBM x86 서버사업부 인수를 마쳤고 서버 시장에서 철저하게 인텔 편으로 돌아섰다.

“반도체칩은 매우 복잡하고 끊임없이 개선하고 혁신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할 수 없다.” 왕양 IBM 중국개발센터 총경리는 “반도체칩은 생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반도체칩 제조사는 얼마나 많은 서버가 이 칩을 사용할 것인지가 궁금하고, 서버 제조업체는 얼마나 많은 운영체제가 이 서버에서 운영될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운영체제 개발사는 얼마나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이 운영체제에서 가동될 것인지 묻게 된다. 끊임없는 생태 순환의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인텔과 IBM 두 생태계에 양쪽 다리를 걸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처음부터 인텔 시스템에 속해 있던 HP와 화웨이, 인스퍼도 마찬가지다. 서버 시장에서 추격자인 IBM은 이 결과를 반기고 있다. 2014년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 SAP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 시스템 ‘HANA’를 출시했다. HANA는 거의 동시에 파워 아키텍처와 x86 아키텍처에 대한 조율을 마쳤다.

IBM의 개방은 아직까지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인텔이 반도체칩만 생산하는 것과 달리 파워 기술은 IBM이 반도체칩과 프로세서, 운영체제, 가상화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등 완벽한 IT 기술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BM이 개방을 위해 자사가 보유한 다른 제품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오픈파워재단에 대한 인텔 진영의 반격은 가상화 기술 업체 VM웨어가 시작했다. VM웨어는 주로 x86 서버에 가상화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에 독립적인 가상화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자는 동일한 서버에서 동시에 다수의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다.

x86 아키텍처에서 인텔은 반도체칩에 주력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워 아키텍처 안에서는 IBM이 다른 업체가 진입해 자신의 파워VM 기술과 경쟁하길 원한다고 해도 VM웨어 입장에서 보면 ‘원정 경기’를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2015년 9월 중순 인텔이 지난시에서 진행한 로드쇼에서 린스웨이 VM웨어 대중화권 차세대 핵심 업무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개발담당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개방을 말한다. 하지만 개방의 중요한 정의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닉스 서버 위주의 AIX 시스템에서 사용자는 HP 시스템에서 IBM 시스템으로 직접 전환할 수 없지만 인텔 리눅스 플랫폼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다.

IBM은 반도체칩 기술의 개방으로 만족하지 않고 차세대 프로세서 파워8에 기반한 서버에 폐쇄적인 AIX 시스템 외에 리눅스 시스템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서버 분야에서 리눅스 시스템은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시스템과 비슷한 오픈소스 시스템이어서 더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선호한다. 리눅스를 채택했다는 것은 IBM이 더욱 다양한 오픈소스 기술에 참여해 신규 소프트웨어 업체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2014년 반도체칩 수입 규모 255조원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왼쪽)와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이 2015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인텔과 IBM의 생태계 공방전을 지켜본 중국 정부는 서버 분야에서 개방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국내 산업의 지원을 강화했다. 스티브 밀스 수석부사장도 중국 기업들이 오직 상업적 이유 때문에 IBM과 연합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의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IBM은 코드를 개방하고 반도체칩 개발 기술을 제공해 중국 정부의 의지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다. 지난 6개월 동안 IBM이 중국에서 개최한 행사마다 공업정보화부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15년 6월 열린 ‘오픈파워 중국포럼’에도 IBM은 공업정보화부와 인터넷 보안 및 정보화 영도소조 판공실, 은행감독위원회, 베이징과 장쑤성 정부 관계자를 초청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정부는 IBM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적어도 인텔의 로드맵 행사에는 고위직 정부 관계자가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지방정부 담당부서 대표의 발표가 있었지만 최종 고객사 자격이었고 참석자들은 대부분 협력사 관계자였다”고 말했다.

상당한 세월이 지났어도 국산 반도체칩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가슴 아픈 부분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프리즘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한 뒤 국가 정보 보안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첨단 제조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결심이 담겨 있기도 하다. 천리밍 IBM 대중화권 회장은 반도체칩을 석유에 비유했다. 그는 2014년 중국의 반도체칩 수입 금액은 2100억달러(약 255조원)로 석유 수입액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칩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국무원은 2014년 6월 ‘국가 집적회로산업 발전추진 요강’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집적회로산업과 국제 선진기술 수준의 격차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 시각에서 보면 중국 기업이 IBM의 반도체칩 제조 기술을 도입해 소화·흡수한 뒤 재창조할 수 있다면 중국이 고속철도 기술의 국산화 성공 경험을 재현할 수 있었다. 공화이진 장쑤성 경제정보화위원회 부주임은 오픈파워에 대해 “중국 정보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야 하고 개방과 협력을 통해 완성해야 한다. 어쨌든 거인의 어깨에 앉아 있으면 유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오픈파워재단에 ‘등장’한 것은 IBM과 인텔 두 생태계를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2~3년 전부터 중국 정부는 ‘IOE(IBM·오라클·EMC) 축출’을 추진했고 국산 x86 서버로 IBM 유닉스 서버를 대체하도록 지원했다.

장셩 중국농업은행 과학기술제품관리국 처장은 “그동안 은행업계 정보기술 제품은 외국 대기업에 의존했는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 수가 줄고 집중되면서 결국 한두 개 업체가 독점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은행의 공급망 리스크가 상승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은행·통신·전력 분야 기업들은 비핵심 업무에 x86 서버를 도입해 IBM 리눅스 서버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레노버·인스퍼·화웨이 등 중국 기업도 이들 기업의 제품 구매 대상에 이름이 올라갔다.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HP차이나는 2015년 5월 서버와 스토리지, 기술 서비스 업무를 HP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 HBC(華三通信網絡公司)로 이전했고 HBC는 다시 칭화대가 최대주주인 유니스(UNIS)에 지분 51%를 매각했다.

중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파워 반도체칩을 출시한 기업인 파워코어(Power core·中晟宏芯)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2013년 말 설립된 이 회사는 쑤저우에 자리잡고 처음부터 파워 시스템을 겨냥해 설립됐으며 설립 초기부터 공업정보화부와 장쑤성, 쑤저우시 정부와 국가산업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자오잉 총경리는 “IBM이 개방한 파워 CPU 기술을 도입해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CPU 칩을 설계하는 것이 회사를 설립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IBM-인텔 공방전에 선택의 폭 늘어나

IBM 입장에서도 파워코어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이 중국 회사는 아직까지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위탁생산 공장의 관리와 최종 서버 테스트 단계에서 IBM의 서비스가 필요해 ‘젖을 끊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실력이 탄탄한 업체가 참여해도 회사마다 유닉스 서버 시스템의 호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IBM 파워 진영이 최후의 강자로 남을 것이고, HP나 오라클 등 다른 유닉스 서버 제조업체들은 이익을 얻기 힘들다.

2015년 10월15일 IBM은 베이징 중관촌소프트웨어산업단지에서 과학기술협력포럼을 개최하고 ‘파트너’로 불리는 협력사 관계자 수백 명을 초청했다. 같은 날 인텔의 전국 순회 로드쇼가 여섯 번째 장소인 베이징 금융가에서 시작됐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협력사와 언론사에 진퇴양난의 국면이었다.

글렌 퀴로 인텔 플랫폼 마케팅 및 판매지원 부사장은 샤먼과 상하이, 항저우, 지난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IBM 유닉스 서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인텔 x86 서버의 강점을 강조하며 사용자들을 설득했다.

“지금 보는 자료는 인텔의 4코어 제온 E7 v3 플랫폼과 4코어 IBM 파워8 시스템을 비교한 결과다. 우리의 예측에 따르면 제온 E7 v3 플랫폼의 가성비가 IBM 시스템의 4배에 달한다.” 글렌 퀴로 부사장은 ‘가성비’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두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코어 수가 달라서 일정한 연산 능력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닉스 서버가 형편없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많은 장점이 있다.” 장셩 중국농업은행 처장은 메인프레임이 지원하는 집중식 아키텍처는 고유의 강점이 있어 데이터의 일치성과 시스템 운영의 안정성에 대한 요건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세계 각국 금융시스템의 약 70%는 집중식 아키텍처를 채택해 각종 데이터를 처리한다.

인텔과 IBM 두 생태계의 ‘접합점’인 중국의 주요 서버 업체 인스퍼의 역할이 미묘해졌다. 장진 인스퍼 서버제품부 담당자는 인스퍼가 오픈파워재단에 가입했지만 아직까지 업무가 인텔 아키텍처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오픈파워재단은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향후 성장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텔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우리도 예상하기 힘들다.”

언제까지 기다릴 계획인지 묻자 그는 오픈파워의 최종적인 개방 수준이 명확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폐쇄적이라고 말하는 기업은 없다. 애플도 스스로를 개방적이라고 말한다. 인스퍼는 1983년부터 인텔과 협력했고 인텔의 개방 정도는 이미 시장의 검증을 받았다. 다른 시스템의 개방 수준도 주목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고객사에 더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텔 생태계에 소속된 화웨이의 치우룽 IT 제품라인 서버사업 담당 총경리는 오픈파워재단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지만 업계 처지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내에 IBM과 인텔의 승부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개방형 플랫폼이 폐쇄형 플랫폼을 대체한 지 벌써 2~3년이 지났지만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또 소형 서버에 비해 대형 서버는 더욱 교체하기 힘들다면서 중국 은행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대형 서버는 판매가격이 수억위안을 호가하는데 대부분 IBM 제품이라고 전했다.

치우룽 총경리는 “제품마다 어울리는 응용 시나리오가 있다. 엄밀하게 말하며 대체 불가능한 시스템은 없다. 다만 그로 인한 대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가 x86 서버 750대를 도입해 유닉스 서버를 대체했지만 유닉스 서버 50대는 그대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유닉스 서버에서 운영되는 시스템을 옮기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 財新週刊 2015년 45호
IBM英特爾對戰服務器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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