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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고분양가·공급과잉 덫에 걸린 부동산
고분양가의 역습- ② 미분양의 그림자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권순형 economyinsight@hani.co.kr

강남권 아파트 3.3m²당 4천만원대 분양가 행진…
공급 조절 실패시 무더기 미분양 우려


부동산 시장은 공급 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이 벌어진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방안에 따라 2015년은 ‘호황기’였다.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흥에 겨워 공급을 늘렸고, 저금리로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며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솟았다. 과거 사이클을 보면 ‘공급과잉→고분양가→미분양’의 순환 구조가 발생할 경우 가격 조정을 통해 공급 물량이 소화될 때까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지금이 바로 비슷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 우려와 높은 가계부채 부담, 실물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적정 공급량을 초과해 발생한 주택 공급과잉은 수요 위축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권순형 한성대 부동산연구소 연구실장
 
2015년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0년 이후 최고의 호황 국면이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평균 5.6% 상승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거래량도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주택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에 따라 공급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5년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11월 현재 66만7천 가구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2015년 주택 공급 물량은 2014년 51만5천 가구는 물론 공급과잉의 우려가 제기됐던 2012년 58만6천 가구, 2011년 54만9천 가구를 훨씬 초과했다. 이런 공급 물량은 국토교통부가 추정한 적정 공급 물량인 연 39만 가구의 ‘±5만 가구’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공급 물량 확대는 2015년 10월 이후 미분양 물량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주택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은 4만9724가구로 전월 대비 54.3% 증가했다.

   
▲ 2015년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신반포자이’ 단지 모형을 방문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가 높아지면 주변 아파트 가격도 함께 오른다. 연합뉴스

국내 주택시장에서 미분양주택은 주택시장의 향배를 알아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주택 경기가 상승 국면을 기록하면 건설업자들이 앞다퉈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공급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 조정된 가격으로 공급 물량이 소화될 때까지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어졌다. 2009년 초반 전국적으로 20만 가구 이상 적체됐던 미분양주택은 2007년 주택 경기 호황의 결과물이었다. 2013년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던 정부는 2011년 이후 증가된 공급 물량을 주택시장의 침체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사상 최고의 공급 물량을 보였던 2015년 주택 공급과잉이 미분양주택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에 또다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는 원인

2015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미분양주택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정도로 초과 공급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시장에서 주택이 소화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주택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주택 수요는 거주할 집이 필요한 실수요와 주택 매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로 구분된다. 실수요는 가구 수 증가 때문에 2020년 중반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 수요는 가격 변동에 따라 움직인다. 주택가격 상승 초기에 시장에 진입했다가 가격 상승이 정점에 도달하면 서서히 줄어든다. 2015년 하반기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의 공급 물량 상황에서 금리 인상 및 대출 규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투자 수요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가격이 높은 것도 공급 물량이 소화되지 않는 원인이다. 고분양가 논란은 주택가격 상승기에 매번 반복되는 문제다. 국내 주택 공급은 주택이 완공되기 이전에 분양되는 선분양제에 기초하고 있다. 선분양제는 주택 공급의 절대량이 부족했던 시기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건축업자에게 주어졌던 특혜로 출발했다. 주택건설업자는 착공과 동시에 분양을 함으로써 건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택을 완공하기 전에 건축비를 조달할 수 있는 특혜의 대가는 분양가를 통제받는 것이었다. 선분양제와 분양가상한제는 권리와 의무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사의 분양가상한제 폐지 요구가 커졌고 2015년 4월 사실상 폐지됐다. 민간 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는 어떤 규제도 없이 사업시행자가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따라 민간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경쟁적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잠원동 신반포자이의 분양가는 3.3m²당 4250만~4300만원 수준에서 책정됐다. 재건축을 통해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가 치솟으면 순차적으로 주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후 새로운 주택의 공급가가 상승하는 순환이 이어진다.

문제는 분양가가 무한정으로 계속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들의 경우 초기 청약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미계약이 발생해 현재까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다. 시행사와 건설사는 시장에서 모두 소화할 수만 있다면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이들의 욕구를 제어하는 최소한의 규제가 사라지면서 분양가는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할 정도로 상승했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가 게시한 매매·전세 시세표. 공급과잉 우려로 매매가는 소폭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세가 상승과 월세 전환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시계추를 3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정부는 2013년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시장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전세가 상승과 매매가 하락의 원인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거주하는 데에서 찾았다.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의 기대감을 높이려고 주택 공급을 축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보금자리주택 및 신규 택지개발 사업 중단과 함께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던 공공임대주택 물량도 축소했다. 또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 2014년, 2015년을 지나며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전세 수요에서 매매 수요로 이전될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 부동산 대책 발표 뒤 2년 동안 주택가격과 전세가도 동반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2014년 4.36%, 2015년 6.11% 올라 같은 기간 매매가 상승률을 초과했다. 월세 계약도 크게 증가했다. 주택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율은 2013년 31%에서 2015년 41%로 증가했다. 적당한 전세를 찾지 못한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가격에 분양되는 주택을 불안감을 갖고 매수하고 있다. ‘4·1 부동산 대책’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주택 경기 호황이 부른 공급과잉 위기

미분양주택 문제는 2015년 12월 발표된 미분양 통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주택가격 상승에 편승해 적정 공급량을 2배 이상 초과해 공급되면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다. 또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따라 시장에서 더 이상 주택 수요가 형성되지 못할 정도로 가격이 올라 문제가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 지표상 나타나는 미분양 물량은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2015년 11월 현재 미분양주택은 4만9천 가구로 2009년 21만 가구에 비해 적은 수치다. 다만 주택 공급이 사업계획 승인 이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분양으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2016년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주택시장에는 가격 하락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라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있으며, 주택 거래량도 2015년 11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일반 주택시장의 선행지수로 인식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가가 하락하고 있다.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2016년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규 공급된 주택의 입주가 시작되는 2017년을 기점으로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조정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2016년 주택시장이 급속한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주택시장은 인구의 노령화, 베이비붐 세대 퇴직, 높은 가계부채 부담 탓에 장기적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가구 수 분화에 따른 수요 증가, 최저 금리 등의 요인에 의해 영향받고 있다. 2010년 인구센서스를 기반으로 추정되는 장래인구 추계에서 국내 가구 수는 2020년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저 금리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경감해주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장기적 주택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수요 증가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주택시장은 불안정한 균형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과잉 우려에 따라 매매가는 소폭 조정 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세가 상승과 월세 전환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주택시장의 이런 불안정한 균형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하는 구조에 기초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장만한 가계들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인생을 저당 잡히고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다. 기초 자산이 없어 월세로 거주해야 하는 청춘들은 자신의 소득 40% 이상을 주거비로 부담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삶을 강요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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