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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저먼윙스 추락 사건은 내 인생의 일부”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항공 최고경영자(CEO)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괴츠 하만 등 economyinsight@hani.co.kr

카르스텐 슈포어(49)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카를스루에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루프트한자에 입사했다. 당시 슈포어는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해 기장으로 근무하며 에어버스 A320을 조종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는 당시 루프트한자 CEO였던 위르겐 베버의 개인 비서로 일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 연합체인 ‘스타 얼라이언스’(Star Alliance)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슈포어는 2007년 화물운송 부문인 ‘루프트한자 카르고’ 사장, 2011년 여객사업 부문 사장을 거쳐 2014년 2월 그룹 CEO 자리에 올랐다. <차이트>는 신년 인터뷰로 슈포어를 만나 2015년 3월 발생한 저먼윙스 추락 사건(부조종사의 고의적 추락 운행으로 승무원과 승객 150명 전원 사망)부터 노조 파업, 항공료의 적정성, 축소된 노선, 다른 항공사와의 생존경쟁까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을 가감 없이 던졌다.

   
▲ 루프트한자 경영 현황

괴츠 하만
Götz Hamann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차이트> 기자

CEO의 일상에서 인간의 생사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신은 어떻게 저먼윙스 추락 사건을 처리했나.
저먼윙스 4U9525편의 추락 사건은 다른 모든 일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이 사건과 마주하면 다른 모든 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 사건은 독일 연방공화국 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참사다. 당시 나는 곧장 비행기가 추락한 장소로 가서 유가족들과 만나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했다. 이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할테른고등학교의 한 학급 전체 학생(16명 -편집자) 부모들 앞에 나서야 했던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다. 그와 비교하면 다른 모든 일상적인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이 사건이 영원히 당신을 따라다니게 될 것 같은가.
분명히 그럴 것이다. 나는 그 비극이 발생한 날 루프트한자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그 사건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의 고통에 비한다면 그게 뭐 대단한 것이겠는가.

지나간 일로 여기고 떨쳐버리고 싶은 충동은 없었나.
물론 나도 다른 모든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다. 하지만 떨쳐버린다고? 그것은 아니다. 사건 수습이 완벽하지는 못했어도, 루프트한자그룹이 이 슬픈 사고에 직면한 뒤 신속하면서도 적절하게 대처했고, 즉시 유가족들을 배려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점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한 개인(추락 운행을 한 부조종사 -편집자)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뒤 저먼윙스는 모든 루프트한자그룹의 지원을 받아 희생자 가족과 친지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최고경영자(CEO)는 기장부터 시작해 여러 부문장 사장을 거쳐 2014년 2월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어린 시절 부모가 가르쳐준 ‘수행’을 통해 배웠다고 한다. REUTERS

이 사건으로 비행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그렇지 않다. 내가 경영자로서 직원들 앞에 나서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 나는 줄곧 안전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안전은 루프트한자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제일 앞자리에 있다.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를 내재화했다.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생명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한 뒤 몇 시간 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 없었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당신은 사건 직후 어떤 생각을 했나.
그런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은 전문성과 정확한 정보를 기대한다. 나는 조종사 출신이고 예전에 A320 기종을 조종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시 나에게 주어진 사건에 관한 정보를 갖고 상황을 평가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런 마음가짐이 도움이 됐다.

사건 직후 당신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나.
사람들의 기대가 느껴졌다. 유가족과 직원, 고객의 기대 말이다. 우리 고객은 다음날 바로 다시 비행기를 이용하기 원했고, 사고에도 불구하고 항공 운항이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예약이 끊기지도 않았고, 고객은 우리를 불신하지도 않았다. 이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본질, 초점,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심리학자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적 강인함을 유지하는 현상을 ‘회복 탄력성’이라고 칭한다. 당신의 내적 강인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적 강인함은 리더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이는 가정 교육을 통해 형성된다.

부모가 당신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인가.
부모님은 나의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수행’의 중요성을 가르쳤고, 자신들의 삶에서 이를 보여줬다. 부모님은 또 개인적 이익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르침은 스포츠는 물론 학교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어떤 스포츠를 말하나.
청소년 시절에 조정 경기를 했다. 이 스포츠에서는 수행 능력이 부족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매끈한 말솜씨도 멋진 유니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때 많은 것을 배웠다. 8인승 경기를 하다보면 누가 얼마나 강하게 노를 젓는지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한 선수의 동작이 흐트러지면 전체 경기를 망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이는 책임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원칙으로 나쁘지 않다.

저먼윙스 추락 사건 발생 직후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가.
언론은 대부분 공정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 않았다고 느낀 매체는 딱 하나 기억난다.

<차이트>를 말하나.
(웃음) 맞다.

추락 사건이 발생한 주에 <차이트>는 ‘전설의 추락’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표지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에서 하강하는 학의 사진과 함께 루프트한자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이것을 알고 있었나.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앙심을 품지는 않았다. 만일 내가 정말 그 일을 마음속 깊이 불쾌하게 생각했다면 지금 이 인터뷰를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 나는 <차이트>에 굉장히 실망했다. 나는 대학생 시절부터 <차이트> 독자였다. <차이트>가 그런 성급한 보도를 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고의 추락’ 부조종사 사생활 보호

   
▲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CEO(오른쪽)와 토마스 빈켈만 저먼윙스 CEO가 2015년 4월1일 저먼윙스 추락 사고 현장인 프랑스 남부 센레잘프를 찾아 희생자 추모비에 헌화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REUTERS

저먼윙스 추락 사건은 <차이트>의 편집 마감일인 화요일에 발생했다. 그 시점까지만 해도 <차이트>에 이런 재난이 발생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전설의 추락’이라는 헤드라인이 만들어졌다. 편집 마감 뒤에야 부조종사가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차이트> 기자들 모두 다른 헤드라인을 썼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루프트한자는 지난 60년 동안 신뢰성, 기술력, 안전한 비행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저먼윙스 항공기의 재난에도 불구하고 루프트한자의 명성은 추락하지 않았다. 관건은 구체적인 사건의 정황이다. 그래서 사고 발생 뒤 <차이트>에서 언급한 ‘전설의 추락’을 막는 것도 내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부조종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사생활 보호는 귀중한 가치이며 당연히 대중의 알 권리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루프트한자는 일부 언론으로부터 취재 압박을 받던 부기장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왜 루프트한자에서 그에게 항공기를 조종하게 했는가?”를 묻고 있다. 부조종사의 심각한 우울 증세는 담당 의사도 이미 진단을 내린 상황이 아니었나.
독일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 조기에 발견된 우울증은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나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완벽한 치료 과정에는 치료를 받은 뒤 자신의 원래 직업을 다시 수행하는 것도 포함된다.

항공기 조종사 자격 취득이 불가능한 요건들이 있다. 여기에는 신체적 결함인 색맹도 있고, 음주 운전을 할 경우 면허가 즉시 취소되는 규정도 포함된다. 당신이 제대로 말했듯이 항공기 승객은 조종사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긴다. 그런데 왜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다른 직업을 제시하지 않았는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만약 본인의 질병이 외부에 밝혀지는 동시에 직업을 잃게 된다면 자신의 우울증을 밝히는 사람의 수는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직업을 잃을까봐 두려워하지 않고 도움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채 자신의 질병을 회사에 보고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루프트한자의 안전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조종사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하루에 조종사 한 명이 함부르크∼뮌헨 구간을 다섯 차례 비행하는 일은 그들로서는 과거에 생각했던 꿈의 직업과는 상당히 다른 현실이다.
항공기 조종사가 매우 힘든 직업이라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조종사는 여전히 꿈의 직업이다. 비행기를 조종하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에 큰 충족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유가 하락과 수요 관리로 2조원대 수익

   
▲ 2015년 3월26일 독일 쾰른 본 공항에 저먼윙스 항공기 미니어처가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와 양초 사이에 놓여 있다. 고의 추락을 일으킨 부기장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REUTERS

하늘을 날 때 충족감을 느낀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상공의 빛은 정말 아름답다. 대지와의 거리감 역시 압도적 느낌이다. 이보다 더 극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주 비행사들만 가능하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2015년 루프트한자가 19억5천만유로(약 2조5천억원)의 운영 수익을 기록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21개월 동안 파업이 14차례나 발생했는데 어떻게 이런 수익이 가능했나.
서비스 향상에 대한 투자가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무엇보다 유가 하락이 루프트한자 영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유가가 하락했는데 왜 항공료는 내리지 않았나.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구간의 항공료가 인하됐다. 항공료는 점점 더 내려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보면 고객도 유가 하락의 수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CEO로서 나는 이 기록적인 수익이 투자 비용을 겨우 상쇄할 정도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수년 동안 매년 항공기 구입과 관리에 25억유로(약 3조2천억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런 논리라면 고객은 미래에 더 편안하게 비행하기 위해 현재 더 높은 항공료를 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 고객은 이미 오래전부터 루프트한자의 서비스 개선 노력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루프트한자가 좋은 실적을 보이며 성장한 것은 우리의 서비스 개선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수요 창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항공기 가동률은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나는 항상 ‘독일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는 가격이 비싼 만큼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공식이 옳다는 것을 2013년 루프트한자에서 증명했다. 아울러 루프트한자는 엄격한 고객 수요 관리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 때문에 적자 구간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핵심 노선에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25대의 항공기를 덜 투입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루프트한자의 저가항공 계열사인 유로윙스 승무원들이 2015년 11월 쿠바 아바나로의 첫 장거리 노선 개항을 기념해 독일 쾰른 본 공항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국내외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REUTERS

우리는 2015년에도 루프트한자를 계속 이용할지 고민했던 적이 많다. 루프트한자 노조의 파업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공항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언급한 고객 수요 관리에 대해 많은 고객들은 ‘빈자리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루프트한자는 항공기 운항 횟수를 줄이고 승객을 더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태우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노조의 파업 기간 동안 고객에게 많은 피해를 끼친 것을 알고 있다. 그에 대해 나는 고객에게 매번 사과드렸고 지금도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고 싶다. 파업 문제를 제외한다면 2015년에 루프트한자는 최상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보여줬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운행을 취소하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공항에서 경험한 것은 그 반대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2015년 여름에 저먼윙스의 예비 항공기가 너무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은 운항에 몇 대의 비행기를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독일의 각 공항에 예비 비행기를 몇 대 세워둬야 하는지다. 현장에서는 즉시 해결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기술적 문제가 늘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증가했다. 특히 뒤셀도르프와 함부르크 공항에 예비 비행기가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016년에는 이 부분을 개선해 더 많은 예비 비행기를 배치할 생각이다.

각종 규제가 성장의 걸림돌

현재 루프트한자가 거둔 높은 수익을 생각하면 루프트한자의 직원, 특히 조종사들은 회사가 자신들의 연금을 보장해주려 임금을 아끼고 있는 거냐며 반문할 것이다.
루프트한자는 현재 성공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사업 분야인 운항 노선을 축소해야만 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전망을 기대할 수 없는 요소다.

루프트한자의 운항 구간이 축소된 곳은 어디인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루프트한자 에어 라인은 20여 개의 동남아시아 직항 노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보유 중인 직항 노선은 타이 방콕,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단 3개뿐이다. 그중 쿠알라룸푸르 직항 노선은 운항률이 우수함에도 얼마 전에 폐쇄하기로 결정해야만 했다. 폐쇄되는 노선은 중동의 걸프만 국가 항공사와의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노선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유럽 내부 노선 중에서도 저가항공사로 인해 가격 수준이 매우 낮아진 곳이 많다. 저가항공사들의 ‘독일 국내 노선 증편’ 발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루프트한자가 저가항공 부문의 두 번째 계열 브랜드로 ‘유로윙스’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현재 상황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에미리트항공 같은 경쟁사들에 대해 어떤 전략으로 맞서고 있나.
유럽에서 항공운송은 정치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국적 항공사들이 소유주인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직접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본을 조달해주거나 국적 항공사 전용으로 지어진 공항의 운영비 전체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조사에 따르면 총 410억달러(약 49조원)가 걸프만 국가의 국적 항공사에 직간접적으로 지원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항공사들은 24시간 개방된 공항 허브를 보유하고 있으며, 항공세도 내지 않는다. 그들은 유럽연합(EU) 소속 항공사들과 달리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또 걸프만 국가의 국적 항공사들은 우리 유럽 항공사와는 달리 직원들에 대한 실제적인 사회적 책임, 특히 노후 보장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최근 파업 기간에 걸프만 국가의 국적 항공사에서 1년 365일 언제나 믿을 수 있는 항공사라고 광고했을 때….

잠깐만,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리트항공사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그 광고를 보고 나는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도 민주주의도 없는 나라의 국적 항공사가 경쟁 항공사의 위기를 틈타 노동자의 권리가 중시되는 나라에 진출해 자리잡으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루프트한자가 제대로 나서려고 작정하면 우리는 민영 항공사와는 어떤 경쟁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국가의 국적 항공사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일 정부와 EU로부터 정치적 지원을 받고 있나.
베를린의 독일 정부는 물론 벨기에 브뤼셀의 EU 정부도 항공운송이 얼마나 중요한 산업인지 깨닫고 있다. 왜냐하면 독일은 수출 중심의 국가이고, 유럽의 경제블록은 국가 간 긴밀한 연결성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은 여전히 우리에게 불리하다.

보호무역적 조치를 요구하고 싶다는 말인가.
아니다. 맹목적인 보호무역주의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나는 무역의 개방과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이 잡히길 바란다. 경쟁이 불공정하게 이뤄질수록 각 경제주체들은 더 폐쇄적으로 변하는 습성을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하는지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WTO는 다른 산업 분야의 경우 공정한 무역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부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도록 권장한다. 항공운송 분야에선 국가 간에 체결된 항공운송 협약을 통해 이와 비슷한 내용을 규정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유럽 내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가 매일 최대 10%의 거리를 우회해 운항하도록 만드는 비효율적 항공운송 규제를 들 수 있다. 아울러 항공세와 배출권 거래제도 항공사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규제다.

빠르게 성장하는 ‘터키시에어라인’은 루프트한자의 경쟁사이자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터키시에어라인의 성장도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보나.
현재 터키 이스탄불에는 매우 저렴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완벽한 거대 공항 인프라가 건설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이 공항은 세계 최대가 될 것이다. 터키는 터키시에어라인을 자랑스러워한다. 터키 정부도 이 항공사의 성장을 장려한다. 우리도 터키의 방식 몇 가지를 따라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노조의 파업 금지 조치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공항 건설 부지 확보를 위한 농지 강제 수용을 말하는 것인가.
물론 그런 상황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독일과 유럽의 정치권이 이런 격차를 줄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터키시에어라인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노조원 연금은 줄고 임원 연봉은 늘고

터키시에어라인은 독일 내 14개 공항을 운항하고 터키 내에서는 일주일에 300회 이상 운항 스케줄을 제공한다. 이착륙권 제한을 요구하는 것인가.

이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불균형이 심각해지면 자연스럽게 아무런 제한 없이 이대로 계속돼도 좋은지 의문을 갖게 된다. 계속 더 많은 독일 항공사들이 철수하면 언젠가는 독일이 많은 경제블록 공항과 더 이상 직통으로 연결되지 않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루프트한자는 독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출국 독일도 루프트한자가 필요하다.

루프트한자의 노동자들은 지난 21개월 동안 14차례나 파업을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상황을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몇 달 동안 빈번하게 발생한 파업이 루프트한자의 사업모델과 브랜드의 핵심 요소인 신뢰성에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이다. 파업으로 인한 결항은 적을수록 좋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을 제한해 조절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우리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 루프트한자의 한 노조원이 파업 기간 중인 2015년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슈포어! 이제 그만!”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일부 노선의 운항이 여러 차례 취소됐다. REUTERS

2016년에는 파업이 일단락된 것인가.

좀처럼 합의하기 어려운 연금 이슈와 관련해 루프트한자는 지금 거의 역사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바로 회사가 완전히 연금을 보장해주던 것에서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것으로의 전환이다. 닥스(DAX·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30개 회사로 구성된 종합주가지수 -편집자)의 기업 대다수가 이미 이 제도를 실시했다.

이제 독일의 조종사와 승무원의 협상만 남아 있을 뿐이다. 루프트한자 지상 근무자들과의 협상은 이미 이뤄졌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은, 파업으로 인해 항공편을 놓친 승객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얼마 전 편지를 보내고 마일리지를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편지를 앞으로 다시 보내지 않는 것이 2016년 경영진들이 공언한 목표다.

당신은 인건비를 줄이면서 경영진 연봉은 올리려고 한다. 직원들이 이에 매우 분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나.
경영진 연봉 인상은 8년 만에 실시된 것이다. 그 인상 시점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급여 지급은 감독이사회의 소관 사항이다. 감독이사회는 매년 경영진 급여를 검토해왔고, 7차례에 걸쳐 급여 인상을 반대했다. 루프트한자 경영진의 급여는 닥스 상장 기업 중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감독이사회는 그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노조원들이 쉽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예전에 전 직원에 대해 ‘루프트한자 가족’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이 개념은 여전히 유효한가.
우리 회사의 단결력은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매우 낮은 이직률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루프트한자가 ‘희망 직장’ 순위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다른 닥스 상장 기업들보다 루프트한자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고, 루프트한자에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적다. 이런 상황은 나에게 기업이라기보다 가족을 연상시킨다.

그건 맞는데, 서로 다투는 가족이다.
어떤 가족이라도 힘든 시간을 겪게 마련이다. 2015년 루프트한자 가족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2016년은 부디 달라지기를 바란다. 루프트한자가 위축되는 것은 수많은 주주와 고객뿐만 아니라 조종사와 승무원들 역시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 Die Zeit 2015년 52호
Das gehösrt nun zu meinem Leben
번역 황수경 위원

슈포어 CEO가 <차이트>와 만난 이유

독일 루프트한자의 자회사인 저먼윙스(저가항공) 항공기 ‘4U9525’편이 2015년 3월24일 화요일 알프스산맥으로 추락했을 때 <차이트>는 ‘롤러코스터 자본주의’를 주제로 표지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원래 지면 계획은 폐기됐다. 단 하루 만에 새로운 표지 기사인 ‘전설의 추락’이 작성됐다. 마감이 촉박해 매우 빠르게 기사를 써야만 했다. 통상 화요일 저녁은 <차이트>의 편집 마감 데드라인이고 밤에도 윤전기가 돌아간다. 하지만 추락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목요일에야 밝혀졌다. 잘못한 것은 부조종사였다. <차이트>의 표지 기사는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간 것이었다. 이 때문에 <차이트>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CEO는 신년 인터뷰를 수락했다. 그는 단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차이트> 스스로 잘못된 표지 기사를 언급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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