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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금융의 삼성’ 꿈꾸는 투자의 귀재
KDB대우증권 품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정인지 economyinsight@hani.co.kr

평사원서 시작해 자기자본 8조원 금융그룹 수장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이다. 평사원 증권맨에서 시작해 자기자본 8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금융그룹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창업한 그는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탄생시키며 간접투자의 새 장을 열었다. 미래에셋이 최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과도한 입찰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해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미래에셋 인수를 반대하는 대우증권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합병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인지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샐러리맨의 신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자본금이 8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증권사가 탄생할 예정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대우증권 인수는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잘 드러난 사례”라며 은행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초대형 증권사의 출범을 기대하고 있다.

   
▲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2015년 12월2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기자간담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합병 법인은 대우증권의 강점인 오프라인 브로커리지와 미래에셋증권이 두각을 보이는 자산관리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운용이나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 등 자기자본투자(PI) 부문도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이 국내 1위의 증권사를 거머쥐게 된 것은 창업 18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박 회장과 미래에셋이 순탄한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시중 자금을 크게 흡수했지만 출시 1년 만에 수익률이 반 토막이 난 인사이트펀드는 꼬리표처럼 박 회장을 따라다닌다. 일각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셋그룹은 금융투자업 발전의 첨병인 동시에 많은 투자자에게 손실과 투자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준 주역”이라며 “금융상품 수출, 대체투자(AI) 상품 개발 등의 영역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평한다.
 
증권맨 신화, 39살에 미래에셋 창업

박현주 회장의 신화는 여러 가지 숫자로 대표된다. 입사 45일 만에 대리 승진, 32살에 전국에서 최연소 지점장 발탁, 38살에 임원 승진, 이듬해 미래에셋 창업, 미래에셋 창업 10년 만에 59조원 운용 등.

이 기록적인 신화는 대학 시절 호기심에 시작한 주식투자에서 출발했다. 2007년에 펴낸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박 회장은 “대학 시절 자본시장의 발전 없이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증권시장에 대한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적고 있다.

어머님이 보내준 생활비로 주식투자를 하던 박 회장은 27살 대학원생 시절에 투자자문회사인 내외증권연구소를 설립했다가 이듬해인 1986년 한신증권(옛 동원증권, 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3저 현상’(저금리·저유가·저물가)에 힘입어 박 회장은 폭발적인 수익을 쌓아갔다. 그는 1988년부터 한신증권 계열사인 한신투자자문에서 운용과장과 증권사의 상품운용과장으로 일하며 3천억원가량의 회삿돈을 운용했다.

서울 을지로 중앙지점으로 발령받은 박 회장은 우연히 전임 지점장이 사직을 하면서 입사 약 4년 만에 지점장을 맡게 된다. 이때 박 회장에게 지점장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사람이 유성규 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당시 한신증권 상무)이다. 박 회장은 50명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패기 넘치는 젊은 직원들을 위주로 영업진을 꾸려 중앙지점을 1등 점포로 성공시킨다. 이때 우수 직원이었던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과도 인연을 맺게 된다.

박 회장은 1996년 38살에 이사급인 강남본부장으로 고속 승진했지만 월급쟁이 생활을 버리고 이듬해 6월 미래에셋창업투자를 설립했다. 6개월 뒤 외환위기가 닥치자 박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고금리 채권과 선물에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종합주가지수가 300포인트일 때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벤처캐피털 회사였던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후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2005년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설립해 미래에셋그룹은 투자 전문 그룹으로 도약한다.

미래에셋의 펀드는 ‘투자의 귀재 박현주’의 이름을 업고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 1998년 12월 출시된 ‘박현주 1호’는 2시간30분 만에 500억원 한도가 모두 팔려나갔다. 박현주 1호가 시판된 지 3개월 만에 현대증권도 바이코리아펀드를 공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면서 증권시장에 자금이 크게 유입됐고, 먼저 출시된 박현주 펀드는 유동성에 힘입어 수익률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2007년 창립 10주년을 기념으로 출시한 인사이트펀드는 미래에셋의 오명으로 남는다.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글로벌 주식혼합형 상품으로 글로벌 경제·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투자 자산을 교체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박 회장의 브랜드 파워와 해외 투자 붐에 힘입어 인사이트펀드는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펀드에 가입하려면 대기표를 받고 증권사 앞에서 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연간 3%가 넘는 높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인사이트펀드는 운용이 시작되기도 전에 1조원이 모집됐고, 이듬해인 2008년에는 4조8천억원의 공룡 펀드가 됐다.

흥행의 기쁨도 잠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인사이트펀드는 출시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2조원 이상이 허공에 날아간 것이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했다. 당시 많은 투자자산이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특히 인사이트펀드가 비판을 받았던 것은 중국 투자 비율이 높아 손실률도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알아서 자산을 배분해주겠다던 펀드가 알고 보니 ‘중국 몰빵 투자’였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인사이트펀드는 이후 미국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7년 만인 2015년에 원금을 회복하게 됐다. 다만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면서 실제 7년을 견디며 수익 회복을 기다린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해외투자 돌풍 인사이트의 그림자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1년 만에 자산이 절반으로 줄어든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투자에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인사이트펀드는 스타 한 명만 보고 투자하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준 너무나 비싼 수업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투자 업계가 미래에셋을 인정하고 이번 대우증권 인수를 환영하는 것은 박 회장이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서다. 미래에셋은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국내 최초의 인덱스펀드, 국내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펀드, 국내 최초의 사모투자펀드(PEF) 출범 등 개척자를 자처했다. 2003년에는 자산운용사로서는 처음으로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현재 중국·인도·영국·미국 등 전세계 11개국에 19개(운용 12개, 증권 7개) 법인이 진출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펀드 직접 운용 비율이 가장 높다. 대부분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수입해오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은 해외에 펀드를 판매하며 금융을 수출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12개 법인과 네트워크에서 판매하는 역외 펀드는 2015년 2조원 이상 증가하며 11조원을 웃돌고 있다.

   
▲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함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8600억원으로 늘어나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연합뉴스

대체투자(AI)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은 2013년 시드니 포시즌호텔(3800억원), 2015년에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2400억원)과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5300억원) 등 굵직한 딜을 성공시켜왔고 현재도 식기업체 코렐을 보유한 월드키친 인수를 추진 중이다. 홍콩에서 근무 중인 B증권사 임원은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국내 제조업체가 삼성이라면 홍콩 금융가에서는 미래에셋”이라며 “미래에셋이 한국의 금융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우증권 인수도 박 회장의 초대형 증권사로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 가격은 2조5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조원 초반대에서 인수가 결정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현재 자기자본 순위 4위 미래에셋증권과 2위 대우증권이 합병하면 자기자본은 7조8600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1위 NH투자증권(4조6044억원)과 3위 삼성증권(3조6285억원)을 크게 압도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은 한국 제일의 증권회사가 잘 상상이 안 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슴으로, 역사적인 일이었구나 느끼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서로 다른 두 기업의 문화, 의사결정, 임금체계, 수익구조 등의 통합과 소액주주들의 인수 합의 등을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모두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주체와 주가 향방에 따라 어느 한쪽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이 결정될 수 있다”며 “기존 대우증권의 영업가치를 보존하면서 합병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 시너지로서 신수익 창출 등의 과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jee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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