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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안철수표 ‘중도혁신’은 성공할까
안철수의 탈당과 중도정당의 미래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윤희웅 economyinsight@hani.co.kr

안철수 의원이 장고 끝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짐을 쌌다. 그는 합리적·개혁적 보수와 손을 잡겠다고 했다. ‘안철수 신당’은 이른바 중도를 표방할 개연성이 크다. 중도정당은 양당 구도를 깰 주목할 만한 시도다. 하지만 넉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국면은 중도정당이 자리잡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대선과 달리 총선은 중도층의 관심이 떨어진다. 당장 공천에 목맨 여야 의원들이 검증되지 않은 중도정당에 모험을 걸 리도 없다.

   
▲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야권발 정계 개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안 의원이 2015년 11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준다. 일본은 선거 수개월 전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별로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정치 지형이 안정적이거나 역동성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다르다. 불과 한달 뒤 어떻게 흘러갈지 알기 어렵다. 석달이면 ‘정치적 세상’이 몇번이나 뒤집어진다. 몇해 전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브랜드 슬로건을 ‘다이내믹 코리아’로 정해 사용했는데 한국의 그 어느 분야도 정치만큼 다이내믹하진 않은 것 같다. 한국 정치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20대 총선을 불과 넉달 앞둔 지금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안 의원은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2016년 4월에 실시되는 총선에서 현재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대결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동반 탈당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세를 규합해 의미 있는 중도정당의 입지를 총선 과정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도 성향의 명망가들을 접촉한다는 소문도 돈다. 기존 보수와 진보로 구분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분 구도’를 보수·중도·진보의 3개 정당 체제로 전환해 한국 정치의 구조를 새로 짜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양당 구조의 폐해가 오랫동안 한국 정치를 잠식해온 상황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사안별로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면서 정국을 주도하고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도신당은 합리적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으며, 정국의 상시적 교착을 푸는 역량도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안 의원의 중도신당 출현은 다당제로 가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이 경우 각 정당 간 대화와 협상이 더욱 원활하게 나타나고 유권자를 위해 좋은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게 돼 결국 주권자인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제대로 된 중도정당이 자리잡으면 기존 양당이 더욱 긴장하고 대중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일종의 자극제가 된다. 미꾸라지 어항에 메기 한마리가 들어가면 미꾸라지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피해다니느라 생기를 얻게 된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총선 앞두고 중도신당 성공은 낙관 어려워
 
문제는 중도신당의 성공 가능성이다. 당위론으로는 중도정당을 우호적이고 낙관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현실론에서는 선뜻 중도정당의 미래가 밝다고 단언하기 일러 보인다.
현재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높고 이념에 치우친 두 정당의 극단적 행태에 거부감이 많은 탓에 유권자들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고, 이는 안 의원의 중도신당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때 유력 주자로, 여전히 대중성이 있는 안 의원이 간판으로 나오면 주목도가 높아져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안정적 위상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총선을 앞둔 상황이다. 대선에서는 중도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는 까닭에 중도 성향의 후보가 선거 마지막까지 관심을 받는다. 투표율이 70%가 넘는 대선에서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중도층이 많이 참여한다. 대선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대선은 출마 후보가 많지 않아 정치무관심층도 선거 상황을 쉽게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유권자 개인의 정보 습득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총선 투표율은 50% 초·중반대에 그친다. 정치무관심층의 투표 참여율은 떨어진다. 각 정당의 기존 지지층 결집은 한층 높아진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아 정치 관여도가 높은 유권자들이 투표 참여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총선에서 중도정당이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중도정당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각 정당이 지지층과의 유대 관계가 모두 허약해져 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상당히 부실해져 있기 때문에 한쪽 조건은 충족된다. 그러나 다른 한쪽인 새누리당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지지층의 충성도가 견고하다. 아직까지 어떤 균열 조짐도 발견되지 않는다. 온전한 중도정당으로 설 수 있는 공간이 좁은 것이다. 중도정당이 안정적으로 두발을 딛고 서 있지 못하고 한쪽 발만으로 서 있는 불안한 모습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수도권의 중도 성향 현역 의원들이 초반부터 동참해줘야 동력을 얻는다. 참여 인물들의 면면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삼고 있으면 아무리 중도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대중이 수긍하지 않는다. 중도층 비율이 높은 수도권에서 위력을 보여줘야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두는 모습을 보일수록 중도정당의 이미지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탈당 취지에 공감하고 중도정당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수도권의 중도 성향 의원들이 대거 안 의원을 따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는 4년마다 돌아오는 ‘반복 게임’이지만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당장 이번 선거가 ‘최후의 게임’이자 ‘일회성 게임’이다. 매 선거가 마지막 선거로 받아들여진다. 낙선되면 다시 게임의 장으로 복귀하기 너무 어려운 탓이다.
 
마지막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의리나 신뢰는 중요하지 않다. 게임이 반복돼야 평판과 의리를 지킴으로써 신뢰를 쌓아 상대의 협조를 이끌어내려 할 수 있지만, 마지막 게임이라는 인식 아래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탈당은 곧 낙선을 의미한다.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지지층 간 결합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비전을 들고나와 선전한다고 한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뛰어넘기 힘들다. 야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어느 현역 의원이 쉽게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낮추는 선택을 하겠는가. 이런 특성 역시 중도신당의 성공을 가로막는 현실적 제약 요인이다.
 
안 의원은 이런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새정치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시 날아오를까. 중도신당은 보수와 진보의 양당 구조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 안착할 수 있을까.
 
waymaker@opinionlive.co.kr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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