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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국 시장 공략의 매력적 파트너
대만의 재발견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정다은 economyinsight@hani.co.kr
<꽃보다 할배>(tvN) 대만 편은 우리와 정서적으로 많이 닮은 대만을 재조명시켰다. 비행기로 2시간이면 닿는 대만은 우리와 역사적으로 가까운 나라다. 단지 중국의 등장으로 그 역사가 잊혀졌을 뿐이다. 1948년 공식 수교를 맺은 한국과 대만은 1992년 8월23일 한국이 단교를 선언하며 45년간 긴밀히 유지되던 외교적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1993년 7월에 이르러 경제·통상 분야의 민간 교류를 위해 비공식 기구인 대표부가 설치됐고, 항공 정기 노선은 2005년 3월에 개통됐다.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중국밖에 없지만,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 파트너로서 대만을 다시금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정다은 KOTRA 대만 타이베이무역관 과장

2015년 11월 어느 금요일, 한국의 무역학과 대학생 5명이 대만 타이베이무역관을 찾아왔다. 어색한 정장 차림에, 무역회사 인턴 명함을 내밀며 인사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들은 특정 아이템을 수출하는 과제를 맡고는, 해당 아이템과 관련한 글로벌 바이어 리스트를 뽑아 전자우편으로 연락하다보니 대만 바이어로부터 회신이 와 이곳까지 찾아왔다고 했다. 이미 바이어 미팅도 한 상태였다. 학생들은 다음날 토요일에 열리는 무역관 전시회에서 부스를 돌며 제품을 홍보해도 되는지 물었다.
 
어설프지만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대만을 타깃 시장으로 잡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시장조사를 하고 타이베이무역관에 바이어 및 시장의 특성을 물어보러 온 것이 참 고마웠다. 하지만 학생들이 한-대만 단교 상황 등 기본적인 역사적 배경조차 잘 몰라서 안타까웠다.

   
▲ 대만 타이베이 중정기념당에서 근위병들이 장제스 동상을 배경으로 교대식을 하고 있다. 중정기념당은 대만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꼭 둘러봐야 할 명소다. REUTERS

사실 이곳에서 만난 한국 중소기업들도 대만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를 할 때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양국의 역사적 배경을 알면 대만 바이어를 만날 때 어떤 특성이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대만 파트너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향후 대만과의 협력 관계를 희망하며 그날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준 몇가지 사항을 정리해본다.

한국 여행객에게 대만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면 가장 먼저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탄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대만 사람들 자체가 친절하고 외국인에게 호의적 태도를 보인다. 대만 사람들은 중국어를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일본어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말한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만 바이어들은 중국과 달리 글로벌 에티켓 수준이 높은 편이다.

해외 바이어와의 상담을 주선해주는 ‘무역사절단’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대표 사업이다. 지자체가 모집한 한국 업체들은 한번에 2~3개 국가의 코트라 무역관을 다니며 수출상담회에 참가한다. 한국 업체들은 타이베이무역관의 이런 마케팅 행사를 통해 하루에 50~60개사의 대만 바이어를 만날 수 있다. 대만 바이어들은 대부분 약속 시간 훨씬 전에 도착한다. 상담 약속을 어긴 적은 거의 없다. 이들은 타이베이무역관이 미리 우편으로 보내준 한국 업체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온다. 이 때문에 대만 바이어들은 상담이 진행되면 제품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내놓는다.

상담이 끝난 뒤 한국 업체의 만족도가 높았다면 절반 이상은 대만 바이어들의 성실한 태도와 관심에 감동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한국 업체들은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가다가 중간 경유지로 대만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타깃 시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만 시장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하고, 하루에 상담할 대만 바이어가 많다보니 개별적 검토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하지만 대만 바이어들을 조금만 더 챙긴다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명함이나 제품 브로슈어를 중문 번체자(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쓰는 방식의 한자 -편집자)로 제작해 온다거나, 샘플을 충분히 준비해 나눠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상담 뒤 지속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상담장에서 찍은 사진을 나중에 감사를 표하는 전자우편과 함께 보내는 것도 좋은 사후 마케팅 방법 중 하나다.

일상은 ‘친절’, 비즈니스는 ‘꼼꼼’

물론 하루 상담이 잘됐다고 당장 수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협의가 시작되면 대만 바이어들의 꼼꼼한 요구 사항과 가격 협상 등 한국 업체로서는 보기 드문 세심함을 맞닥뜨리게 된다. 대만은 내수시장이 작아서 초기 거래 물량을 소량 발주하는 경우가 많고, 물가가 안정돼 있어 가격경쟁력이 시장의 반응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화장품·의약품·의료기기 등 특정 품목은 현지 인허가를 받을 때 필요한 자료가 많아 한국 업체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만, 성격 급한 한국 업체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해 수출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많다.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사건은 대만 사람들에게 뿌리 깊은 서운함으로 남아 있는 반면, 우리는 대만에 미안한 감정보다 ‘한-중 수교’의 성과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중 수교는 우리가 활짝 열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면서 대만을 잊게 만든 시작점이 된 것 같다.
 
대만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은 복잡해 보인다. 단교의 서운함과 배신감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급성장해 대만을 추월한 것에 대한 경쟁의식, 삼성 같은 대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잘나가는 것에 대한 부러움, 한류로 인한 호감이 뒤섞여 있다.

대만은 항상 한국 경제를 의식한다. 한국처럼 대만도 무역 규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출입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매우 긴장하는데, 한국의 무역 성적을 언론에서 항상 같이 점검한다. 환율 조정 등 주요 이슈와 관련해 대만이 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한국의 움직임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을 때 대만 언론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대만은 한국의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은 오로지 중국의 움직임만 예의주시한다. 한국이 대만을 주목하는 이슈는 몇가지 없다. 중소기업 강국인 대만이 어떤 지원 정책을 갖고 있는지, 수출 주력 품목이 겹치는 대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도다.

2013년 <꽃보다 할배>(tvN) 대만 편이 방영돼 대만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한국 관광객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경제 분야의 관심과 산업 협력 움직임은 큰 변화가 없다.

대만은 일본에 매우 우호적이며, 양국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대만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경험했으나 네덜란드와 스페인에 의한 통치, 국민당의 중화민국정부 계엄령 시기가 워낙 고통스러웠던 탓에 일본 식민통치가 상대적으로 좋은 시절로 기억된다. 대만의 주요 유통업체가 미쓰코시(新光三越), 소고(SOGO) 등 일본계일 정도로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어 일본 제2의 내수시장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2012년 중국의 반일 감정이 거세진 뒤 중국 진출을 목적으로 한 일본 기업의 대만 투자는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일본이 중국 시장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대만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다. 대만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 통계를 보면 2015년 10월까지 대만 내 일본 기업의 투자는 380건으로, 투자 금액은 3억5천만달러(약 41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만 투자 규모는 86건에 3천만달러(약 350억원)에 불과하다.

대만 시장은 중국 진출에도 도움

한국과 대만 사이에도 이런 협력 모델이 나오길 희망하지만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한국 기업이 대만에 관심이 없고, 대만도 한국과 합작할 동기가 일본처럼 강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이 대만과의 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 중국발 글로벌 밸류체인(Value Chain·부가가치 생성 단계 -편집자)의 변화로 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 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까지 중국의 생산공급망 잠식이 거세지고 있다. 대만은 이를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의 위협’으로 인식하며 글로벌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최근 중국 난징에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만과 중국의 기업 간 교류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REUTERS

2015년 12월7일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편집자) 업체인 대만 TSMC는 중국 난징에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편집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만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진출을 금지해왔던 분야다. 반대로 2015년 10월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대만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미디어텍(Mediatek)에 인수를 제안했을 때 미디어텍은 환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반도체 설계 부문은 중국 자본의 투자를 금지한 분야였으나 이를 계기로 대만 정부도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인력 및 기술 유출을 최대한 막는 조건부 개방이지만 대만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려면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대만·일본·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감당해낼지 고민하는 지금이 우리가 대만의 협력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금 당장 협력 방안을 짠다고 무조건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진정성을 갖고 대만에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로부터 우호적 감정을 이끌어냄으로써 진정한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양국 관계가 지금과 달리 변화하는 계기를 찾았으면 한다.

sentier8@kotra.or.kr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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