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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함정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성공했는가?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윤석천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이 9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 실질금리가 낮으면 저축보다는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 시중은행을 압박해도 은행은 꿈쩍 않는다. 마이너스 금리가 심해질수록 은행은 현금을 대출하기보다 쌓아두려 한다.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우려 때문이다. 현실은 중앙은행의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ECB 본부. REUTERS

마이너스 금리가 유행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만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는 게 아니다. 덴마크·스위스·스웨덴의 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이다. 물론 이 은행들은 ECB와는 다른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고 있다. ECB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지만 나머지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유로의 약세로 투자자들은 유로를 팔고 크로네(덴마크 화폐단위), 스위스프랑, 크로나(스웨덴 화폐단위)를 사들였다. 필연적으로 이들 통화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으로서는 가만있을 수 없게 됐다. 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스위스가 했던 방식으로 프린팅을 통해 자국 통화를 매도하고 유로를 매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하나가 바로 마이너스 금리 채택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외부 자본이 자국 통화를 보유하는 걸 막아 결국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자국 통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들 중앙은행은 ECB보다 금리를 더 낮춰야 했다. 덴마크, 스위스의 예치금리는 -0.75%이다. 스웨덴은 -1.1%에 달한다. 마침내 유럽의 열풍에 캐나다 중앙은행까지 가세했다. 캐나다 기준금리는 현재 0.5%로 플러스 금리다. 한데도 마이너스 금리를 선제적으로 말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는 각국의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통화가치가 높아지는 건 디플레이션 상황이란 얘기다. 이는 유럽만이 아니다. 미국, 영국 등을 제외한 선진 각국의 디플레이션 위협은 생각보다 크다. 디플레이션은 글로벌한 현상이 돼가고 있다.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시 중앙은행은 왜 금리를 내리는 걸까.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명목금리 하한(Zero Lower Bound)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명목금리 하한 상황에서 기대투자와 기대저축이 같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축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마이너스 금리에도 늘지 않는 소비와 투자 
 
이 경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되어야 저축이 투자로 연결된다. 그러려면 명목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극히 낮거나 디플레이션 상황일 경우 투자는 마이너스 금리 상태가 되어야 발생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리가 제로라도 현금을 갖고 있으면 그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니 투자는 일어나지 않는다. 금리는 제로 상황이지만 경기주체가 느끼는 체감 금리는 플러스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춰 현금 보유(저축)로 인한 이득을 없앨 필요가 있다.
 
일본과 유로존이 고민하는 게 바로 이 문제다. 명목금리는 제로에 있지만 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처럼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실질금리를 플러스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자를 받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보유한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데 그것을 오늘 쓸 사람은 거의 없다.
 
이때부터 중앙은행의 고민은 시작된다. 마이너스 금리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추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고 경제학 이론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지난해 6월부터 ECB를 비롯한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과감하게 이 이론에 근거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민간은행의 예치금에 보관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은행이 보관 비용을 두려워해 예치금을 인출해 과감하게 실물경제에 대출해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한데, 과연 이런 중앙은행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결론은 ‘아니다’이다.
 
   
▲ 일본의 명목금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지만 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처럼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한 남성이 ‘최대 70% 세일’이란 문구가 적힌 도쿄의 한 백화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REUTERS

중앙은행의 시도는 실패했다. 이론은 민간은행이 예치금에 부과되는 비용을 두려워해 그것을 현금으로 인출해 대출에 나선다는 것이지만 이는 틀렸다. 되레 그렇게 하는 게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중앙은행은 간과했다. 은행은 매일 은행 간 거래를 정산해야 한다. 이를 현금으로 한다고 가정해보자. 지폐를 세고 보관했다가 이동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분실이나 도난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야 한다. 이 비용은 중앙은행이 예치금에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보다 훨씬 클 것이 분명하다. 중앙은행을 통한 전자거래가 실물거래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물론 예치금을 그냥 놔두는 비용이 그것을 인출했을 때 드는 돈보다 더 커질 때는 상황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사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 시중은행을 압박해도 은행으로서는 바쁠 게 없다. 은행은 그 비용을 기업고객에 떠넘겨 손해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다량의 현금을 이동하거나 보관하는 비용이 예금을 유지하는 것보다 되레 비싸다. 대안은 예금 대신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채권을 사는 것이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양적완화로 국채 등 우량 채권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예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은행이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을 내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은행은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손해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일반 고객에게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예금은 상대적으로 소액이라 얼마든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금고에 보관하거나 다른 통화나 자산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한 소형 은행이 2016년 1월부터 개인 계좌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했으나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다.

마이너스 금리 체제는 사회 시스템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영향 중 다수는 부정적인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심해질수록 이론과 달리 은행은 현금을 대출하기보다 쌓아두려 할 것이다.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우려로 대출을 꺼리고 현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손해는 대출이자나 각종 수수료 등을 올려 상쇄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가 실현되면 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차입자가 대출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출이자를 상회하는 투자수익률이 보장될 때다. 하지만 경기침체인 상황에서 대출이자를 능가하는 투자 수익을 거두는 건 쉽지 않다. 설사 대출이자가 마이너스라 해도 그렇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출 수익이 급해도 아무 데나 대출해줄 수는 없다.
 
마이너스 금리로 경제 안전성 훼손 우려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이 되면 예금자는 어떻게 하든 자기 돈을 지키려 할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 고객에게는 세금과 같다. 세금이 과도하다 생각할 때는 굳이 은행에 현금을 보관할 필요가 없다. 자국의 다른 은행이나 이도 여의치 않을 경우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은행에 보관하면 된다. 그것도 불편하다면 타국의 통화를 사거나 귀금속 등으로 바꾸면 된다. 다른 자산을 살 수도 있다. 물리적 화폐가 존재하는 한 일반 고객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건 여의치 않다. 돈을 빼내 보관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통화가치는 격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폭등할 수도, 폭락할 수도 있다.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면 통화가치는 물론 자산 가격도 폭락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일반 대중이 자국 내의 다른 자산으로 옮겨 타면 자산시장이 폭등할 여지도 있다. 문제는 변동성 폭발은 결코 경제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사회의 결제 행태를 일시에 바꿀 수도 있다. 기업들은 지급할 돈은 가능하면 빨리 내려 할 것이다. 반대로, 받는 쪽에서는 이를 최대한 늦게 받으려 할 것이다. 물건도 먼저 팔수록 손해가 나니 가능하면 늦게 팔려고 할 것이다. 창고에 여유가 있다면, 그리고 보관 비용이 마이너스 금리보다 덜 들어간다면 원재료도 되도록 먼저 사서 보관하려 할 것이다.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거래 행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마이너스 금리는 단순한 통화정책일 수 없다. 그것은 플러스 금리에 길들여진 체제를 일순간에 바꾸는 혁명일 수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혹은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문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중앙은행의 성급하면서도 과도한 마이너스 금리 시도는 자칫 경제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과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뒤 자신감을 얻어가는 듯 보인다. 한술 더 떠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리를 더 낮추자고 제안한다. 현금을 아예 없애 뱅크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체제는 이들의 주장과 반대로 실패다. 현실은 중앙은행의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민간은행은 자신들의 예치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투자가 살아날 리 없다. 동시에 민간은행은 일반 고객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말을 채찍질해서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다. 중앙은행은 민간은행을 독려할 수는 있으나 대출을 강제할 수는 없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본격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너무 많다.

maporiver@gmail.com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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