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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iz] 베스트셀러와 광고효과
어느 책을 광고할 것인가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김윤지 economyinsight@hani.co.kr

출판시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하루에 수십권의 새 책이 쏟아져나온다. 독자는 어느 책을 골라 읽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일부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위주로 고르고 일부는 출판사에서 내놓은 광고를 보고 선택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출판사들의 마케팅 방식에도 고민이 커졌다. 출판사들은 대체로 유명 작가의 책을 집중적으로 홍보하지만 실제 광고효과를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러 연구 결과를 분석해보니 신진 작가의 책일수록 광고효과가 높았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시기에 맞춰 좋은 책을 잘 들여놔주는 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같이 도서관에 다니면서 이 책 저 책 골라 읽히는 게 제일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일하는 엄마라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을 구입할 때가 되면 ‘광클릭’을 통해 소문난 책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옛날보다 책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랜 연식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어린 시절 내 인생의 책은 계몽사 컬러학습대백과였다. 그 시절 내 눈으로 보아도 한 10년은 더 된 것 같은 오래된 사진과 그림으로 가득 찬 그 백과사전을 보고 또 보며 거의 외우다시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좋은 책들을 한두 번 보고 던져놓는 아이가 참으로 무정하게 느껴진다.

   
▲ 최근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출판사들의 마케팅 방식에도 고민이 커졌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책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 읽곤 하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전략적 후기, 품평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이게 진짜 독자 후기인지 출판사의 기획 글인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나마 아이 책들은 후기에 오른 그림과 글, 후기에 대한 진정성 등을 추측하면서 찾다보면 대략 70~80%는 느낌이 오는데, 내가 읽을 책의 경우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 책 제목이 주는 느낌과 출판사에서 정리해놓은 소개 글, 작가 프로필, 다른 사람들의 후기, 판매 순위 등을 종합해보면서 절반은 속을 각오를 하고 고르곤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도서들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법에 대한 논란이 불거져 판매 순위를 믿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란은 한 유명 작가의 산문집이 발간되기도 전에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하면서 촉발됐다. 오프라인 서점에선 볼 수도 없는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자 순위 조작 논란이 일었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 방식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은 더 의문에 빠지게 되었다.
 
신뢰성 낮은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

우리나라에서 집계되는 유일한 도서 베스트셀러 차트는 한국출판인회의가 매주 집계하는 1~20위 순위다. 논란이 일었을 당시 한국출판인회의는 서울의 교보문고·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와 부산 영광도서, 대전 계룡문고, 온라인 YES24·알라딘 등 8개 서점에서 제공받은 ‘서점별 순위’를 종합해 순위를 집계했다. 각 서점별로 1위 20점, 2위 19점, 20위 1점 식으로 1~20위에 배점한 뒤, 모든 서점들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다시 매긴 것이다. 이때 서점의 규모와 지역적 특성, 온·오프라인 공동 운영 여부 등을 감안해 교보문고·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의 점수에는 1.7배의 가중치를 줘 합산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다. 일단 책의 실제 판매량을 기준으로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순위에 대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즉 3개 대형 서점에 가중치가 있기는 하지만, 한두 서점에서라도 높은 순위에 오르게 되면 높은 총점에 근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문이 손쉬운 온라인 서점에서 사재기를 통해 순위를 올려놓을 경우, 전체 총점을 더 쉽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 가중치도 3개 서점에 대해서만 1.7을 주고 있어 시장점유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동일한 1.7배 가중치를 받는 서점 가운데에서도 교보문고와 반디앤루니스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꽤 난다.

무엇보다 8개 서점에서 제공하는 서점별 순위가 절대적인 도서 판매량 기준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각 서점들의 실제 판매량을 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서점별 순위를 합산하는데, 해당 서점마다 순위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어느 기간 동안 판매한 도서를 집계하는지도 다르고,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판매에 시간차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문제가 되었던 책도 8개 서점 중 온라인 서점 3개를 포함한 4개 서점에서만 순위에 올랐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예약 판매량을 순위에 집계해 오프라인에서는 책이 배포되지도 않았는데 높은 총점을 얻었다. 특히 가중치를 부여하는 반디앤루니스에서 높은 순위를 얻으면서 총점을 크게 높여 전체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게 된 것이었다.

결국 논란이 일자 한국출판인회의는 서점별 전년 매출액 규모로 가중치를 적용하고, 집계 서점도 지방 서점들을 대거 포함한 18개로 늘리는 형태로 베스트셀러 집계 기준을 바꿨다. 이전보다 시장 분위기를 더 잘 반영할 수는 있으나, 여전히 실제 판매량을 집계하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과 같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순위 집계 의혹은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정을 접하고 나니, 베스트셀러로 오른 책이라 해도 딱히 믿기 어려워졌다. 사실 많이 팔린 책이라고 꼭 내 취향의 책일 리도 없다. 결국 내 자신이 직접 좋은 책을 선별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니 더 머릿속이 복잡하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판별해야 하나. 이런 독자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출판사도 마케팅에 임하는 자세가 더 결연해져야 할 것 같다.

다른 방식도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출판시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책 소개 방식은 광고다. 하지만 많은 출판사들의 현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한정된 광고비를 어떤 책에 집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많은 경우, 편집자들의 감과 경험에 의해 판매에 집중할 책을 골라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살짝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보통 출판사의 입장에서 광고를 집행할 책을 선정하는 것은 마케팅에 집중할 책을 고르는 것과 같다. 대개는 가장 판매가 많이 될 만한 책을 고르게 된다. 이전에 유명 베스트셀러를 냈던 작가의 신작이라든가, 유명한 필자가 쓰는 책이 그에 해당한다. 그런 경우 가장 판매가 잘될 만한 책을 골라 광고하는 것이 과연 광고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것일까?

신진 작가 책일수록 광고효과 높아 

가장 판매가 잘될 만한 책이라면 광고 없이도 어느 정도 판매고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광고를 집행하면 판매고가 더 오르겠지만 그것을 100% 광고효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책은 광고 없이도 판매고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순수한 광고효과로 계산하면 다른 책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경제학에서는 이런 경우 ‘선택효과’에 의해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과외에 의한 학습 향상 효과를 비교한다고 해보자. 이때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과외를 실시하고, 다른 그룹에는 과외를 실시하지 않은 뒤 시험 성적을 비교해볼 수 있다. 두 그룹을 나눌 때 과외 그룹에는 학습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 많았고, 비과외 그룹에는 반대의 경우였다면 그 효과를 순수한 과외 효과로 보기 어렵다. 그룹 분류 때 이미 선택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책 광고효과 역시 비슷하다. 유명 작가의 책에 광고를 집행했을 때 10만권이 판매되고, 비유명 작가의 책에 똑같은 광고비를 집행했을 때 5만권이 판매될 수 있다. 이 경우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을 때 유명 작가의 책 판매량이 8만권이고, 비유명 작가의 책이 2만권이었다면 더 높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비유명 작가의 책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증감효과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어 안전하게 유명 작가의 책에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출판 강국 독일의 한 연구팀이 소설책의 광고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이 연구의 가장 큰 목적은 광고할 책을 고를 때 나타나는 ‘선택효과’를 제거했을 때 순수한 광고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 방식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광고되지 않은 책들 가운데 광고된 책과 성향이 유사한 책들을 골라 비교함으로써 광고된 책들의 순수한 광고효과를 추정하는 형태다. 저자의 유명도, 출판 시기 등 책의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광고된 책과 거의 비슷하지만 딱 광고만 집행되지 않은 책을 똑같은 수로 골라낸 뒤 판매량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 출판사들은 유명 작가의 책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지만 신진 작가의 책일수록 광고효과가 높다. 서울의 한 대형 서점 ‘화제의 도서’ 코너에 놓여 있는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 연합뉴스

2003~2005년 독일어로 발간된 소설책 가운데 1500권 이상 팔린 책 598권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광고를 집행한 책들은 작가의 유명도, 출판 시기 등의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책들에 비해 판매가 더 유력한 책들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 책들에 광고를 집행했을 때 판매고 가운데 41%는 그런 선택효과 덕분이었음이 나타났다. 즉, 광고한 책이 광고하지 않은 책에 비해 평균 100권 더 팔렸을 경우 41권 정도는 광고 없이도 더 판매가 될 양이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출판사가 집행한 광고비의 효과는 엄밀하게 보면 100권이 아니라 59권이라는 의미니, 광고효과가 부풀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광고를 유명 작가들의 책이 아닌 신진 작가들의 책에 집행했다면 어땠을까? 분석 결과 유명 작가의 소설이 성공했을 때 그 성공은 광고 여부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진 작가의 소설 판매량은 광고 여부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유명 작가의 책은 광고를 하든 안 하든 팔릴 책은 팔리지만, 신진 작가의 책은 광고를 집행할 경우 훨씬 판매량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출판사 관계자들의 머릿속도 굉장히 복잡해질 것 같다.

yzkim@koreaexim.go.kr
 
* 김윤지 연구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 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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