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국내이슈] 카드수수료 없고 예금이자로 영화 보고…
인터넷전문은행 시대 열리다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이병철 economyinsight@hani.co.kr

인터넷전문은행의 스마트금융이 가져올 변화…
간편결제, 예금이자 다양성, 중금리 대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카카오은행과 K뱅크가 선정됐다. 이 은행들은 2016년 하반기 본격 영업에 나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몰고 올 새로운 금융 환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이들 은행이 점포 및 인력 운영비를 아껴 소비자에게 얼마나 되돌려줄지,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할지도 관심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시중은행들을 바짝 긴장시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다만 기업금융 비중을 확대하지 못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병철 <파이낸셜뉴스> 금융부 기자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금융 당국의 신규 은행 인가를 받은 곳이 탄생했다. 새로 등장한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은행’과 ‘K뱅크’다.
 
   
▲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시중은행이 자극을 받음으로써 소비자에 대한 금융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은행산업은 수십년 동안 재편돼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편집자)로 대표되는 국내 은행들은 전부 무너졌다. 그 자리를 현재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차지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은행들이 대형 은행들을 인수·합병해서 은행산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새로운 은행은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 당국이 인허가를 내준 곳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존 은행의 시스템과 전혀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2곳이 인허가를 받았다. 이 은행들은 이르면 2016년 상반기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한다.
 
새로운 은행에 대한 각계각층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금융 당국은 카카오은행과 KT가 주도하는 K뱅크가 은행산업의 ‘메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메기를 풀어 미꾸라지의 활력을 키우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기존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고 신시장 개척에 나서지 않았던 국내 은행들의 자극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보였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국내 은행들의 영업 형태에 자극을 주려면 인터넷전문은행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은행권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신용등급 5~8등급의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10% 선의 중금리 신용대출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그 시장이 있으면 이미 기존 은행들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공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시중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결국 소매금융, 가계 부문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기업금융을 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급결제 혁신, 중금리 대출 확대

그럼에도 벌써부터 인터넷전문은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핀테크(금융+정보기술) 기업들과 협업으로 지급결제, 생체정보 이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은행과 K뱅크의 등장은 소비생활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지급결제’의 간편성이다.

두 은행은 이 부분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카카오은행은 카드 수수료 없이 손님과 가게 주인이 곧바로 물건과 서비스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소비자-판매자 간 직접 결제’ 기능을 도입키로 했다. K뱅크 역시 ‘익스프레스 페이’와 ‘간편송금’ 서비스를 선보인다. 둘 다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없애 그 혜택을 소비자와 가맹점에 돌려줘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신용카드사와 중간에서 결제 업무를 처리하는 온라인(PG), 오프라인(VAN) 대행업체들이 수수료를 받고 있다.

카카오은행은 현재 가맹점(가게 주인)이 부담하는 4%대 수수료를 1%대로 낮추고 고객에게는 결제액의 1%를 적립금으로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고 ‘결제 주문’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주문이 카운터에 전달되고 내 계좌에서 가게 주인 계좌로 결제 금액이 바로 이체되는 구조다.
 
K뱅크는 익스프레스 페이 시스템을 도입해 가맹점주들이 단말기 없이 스마트폰으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맹점주가 스마트폰으로 K뱅크에 신청하면 10분 내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가맹점으로 등록해준다. K뱅크는 계좌번호 없이 휴대전화 번호나 전자우편만 알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한다. 이미 카카오은행은 카카오톡과 연동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관건은 얼마나 대중화되느냐다. 쓰는 사람이 많아야 어디서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결제 신기술이 나왔지만 여전히 신용카드로 긁는 방식이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예금이자 방식도 다양해진다. 카카오은행은 예금이자를 ‘카카오 포인트’로 지급해 소비자가 이 포인트로 게임, 음악 콘텐츠 구매에 쓸 수 있도록 한다. K뱅크는 예금이자로 KT 가입자의 통화 요금이나 데이터 사용 요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인터넷 TV 주문형 비디오 콘텐츠를 구매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중금리 대출이다. 지급결제 혁신은 시중은행들도 핀테크 업체와 협업해 금방 따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금리 대출은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다 경험해보지 않았다. 서민을 위한 중금리 대출은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분이다.

5~8등급 고객들은 현재 흔히 말하는 제1금융권(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다. 시중은행은 이들을 위한 신용평가 및 대출심사 시스템이 없다. 대부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갖다 쓰는데 대출금리가 20%에 육박한다. 대출모집인 수수료, 대손상각 비용, 조달금리 등을 고려할 때 10%대 대출금리가 산출될 수 없는 구조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이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은행은 예스24·국민은행·이베이 넷마블·SGI서울보증의 데이터를, K뱅크는 KT·우리은행·현대증권·다날의 데이터를 활용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교한 신용등급 산출과 그에 맞는 대출금리 산정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 전략인데 아직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은행, K은행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시장 공략 방법은 다르다. 컨소시엄 구성 기업들의 특성에 맞게 카카오은행은 모바일 시장을, KT가 주도하는 K뱅크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시장을 바탕으로 고객 기반을 늘릴 계획이다.

카카오은행은 전 국민 메신저로 발돋움한 카톡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바일 메신저로 계좌번호 입력 없이 간편하게 송금하고, 24시간 ‘금융봇’ 서비스를 통해 카톡으로 언제든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융봇은 단순한 상담자가 아닌 ‘금융 비서’에 가깝다. 오전에는 이날 꼭 내야 하는 공과금 납부 내역을 알려주고, 점심에는 위치 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커피숍·식당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손익분기점 도달에 4년 걸릴 것”

윤호영 카카오 모바일은행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은 “카톡 플랫폼은 이미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서비스 영역에서 성공적 확장을 경험했다”며 “모바일뱅크라면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은행 컨소시엄의 윤호영 카카오 모바일은행 TF 부사장(오른쪽)과 K뱅크 컨소시엄의 김인회 단장이 2015년 11월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사업계획을 설명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K뱅크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되 모바일 인증의 한계를 스마트 무인 점포로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전국 편의점과 우리은행 등 1만8천여개 ATM에다 7만여개의 공중전화 부스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인회 K뱅크 컨소시엄 단장은 “아직까지 국내 경제활동의 80%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며 “경제활동을 수반하는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안정적 신용평가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층 역시 상반된다. 카카오은행은 20~30대 중심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예금이자를 현금, 멜론, 예스24, 넷마블 상품권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K뱅크는 모바일에 친숙하지 않은 고령자와 소상공인, 은행 신용등급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학생·주부 등 저신용자가 공략층이다. 김인회 단장은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금융 결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 신용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1046만명의 대학생·주부를 포함해 소상공인에게 기존 중신용자 대출이자(21%)보다 낮은 10%대 대출금리를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존 은행들도 중금리 대출과 디지털뱅킹 플랫폼을 내놓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정면 대응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전문은행 ‘써니’를 출시했다. 비대면으로 중금리 대출과 해외 송금 등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ATM에서 비대면 실명 확인을 거쳐 창구 업무를 처리하는 신개념 점포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개념 점포는) 비대면으로 지점 창구의 100여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무인점포 개념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뒤지지 않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애초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보다는 스마트금융센터와 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통해 자체적인 디지털뱅크 구축을 택했다. 특히 12월 중 오픈할 스마트금융센터를 비대면 실명확인 계좌 개설이 가능한 사이버지점으로 활용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서 고배를 마신 ‘I뱅크’에 주주로 참여한 IBK기업은행은 앞서 모바일 통합 플랫폼 ‘i-ONE 뱅크’를 출시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설립 뒤 5년차에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며 “국내 은행은 손익분기점 도달에 4년, 누적 흑자 달성에 8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pride@fnnews.com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병철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