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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전자·섬유 ‘맑음’ 자동차·석유화학 ‘흐림’
한-중 FTA 공식 발효… 업종별 기상도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정환우 economyinsight@hani.co.kr

북한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도 성과…
우리 쪽 관세 철폐에 따른 피해 방지도 서둘러야

2004년 9월 한-중 통상장관회담 때 자유무역협정(FTA) 민간 공동연구에서 출발한 양국 FTA 여정이 2015년 12월20일 공식 발효되면서 11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한국은 대중 수출액 비중이 26%(2015년 10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무역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중 FTA 발효로 양국 무역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FTA는 ‘양날의 칼’과 같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상대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칼을 얼마나 유효적절하게 잘 활용하느냐에 한-중 FTA의 성과가 달려 있다.
 
정환우 KOTRA 중국조사담당관
 
13억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2015년 12월20일 공식 발효됐다. 한-중 FTA는 2012년 5월 협상 시작 이후 14차례 공식 협상을 거쳐 2014년 11월 실질 타결됐으며, 2015년 6월1일 서울에서 양쪽 간에 정식 서명됐다. 난관이 예상됐던 국회 비준 동의안은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1월30일 통과됐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상품은 품목 수 기준으로 한국은 92.2%, 중국은 90.7%에 대해 20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은 91.2%, 중국은 85%가 20년 내 관세가 없어진다.
 
한-중 FTA가 국내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면 관세 철폐 효과 외에 추가로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 특유의 비관세장벽과 활성화된 국제분업 등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중 FTA의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세 철폐 효과, 비관세장벽 완화 효과, 그리고 FTA 네트워크 활성화 효과 등 3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중 하나만 양호해도 좋은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대체로 여러 측면에서 동반해 효과가 클수록 해당 업종의 대중국 비즈니스 여건이 개선된다고 볼 수 있다.
 
   
▲ 한국의 김장수 주중대사(왼쪽)와 중국의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이 2015년 12월9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공식 확정하는 외교 공한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중 FTA의 득실은 얼마나 활용을 잘하느냐에 따라 계산이 달라질 것이다. 연합뉴스

모든 FTA와 마찬가지로 한-중 FTA에서도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은 가장 일차적인 기대 효과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발효 20년 뒤 중국 수입 품목의 92.2%(수입액 기준으로는 91.2%)를 철폐하기로 했다. 솔직히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감안하면 어떤 FTA보다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관세 철폐 최대 수혜는 소비재
 
관세 철폐 효과가 큰 업종은 뭐니뭐니 해도 소비재 분야다. 효과가 큰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소비재 분야의 기존 관세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종 제품, 그중에서도 소비 제품의 수입 관세율을 높게 매기는 개발도상국형 관세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웬만한 소비 제품의 관세율이 15%를 넘는다. 이번 한-중 FTA 협상에서 우리 협상단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소비재 관세 철폐를 대폭 얻어냈다. 일부 비내구소비재를 제외하고 상당수 내구소비재와 대부분의 반(半)내구소비재, 그리고 비내구소비재의 중국 관세율 철폐 기간은 10년으로 돼 있다. 한-중 FTA의 관세 철폐 기간 조건 중 상당히 단기간인 철폐로서, 2015년 12월20일 발효를 기준으로 할 때 2016년 1월1일부터는 2년차 관세 철폐 혜택을 누리게 되는 이점도 있다.
 
물론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소비재의 특성상 한국의 관세 철폐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다만 고려해야 할 점은 이미 대부분의 노동집약 분야 소비재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직접생산 형태로 중국 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는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국내 관련 산업의 공동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비한 사후 대책과 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FTA 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실제 다각적인 대응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
 
   
▲ 한-중 FTA의 업종별 기대효과

소비재만큼 화끈하지는 않지만 나름 기대를 해볼 만한 업종도 많다. 대중국 최대 수출 업종인 전기·전자 분야는 원래부터 무관세 품목이 많고, 대중국 가공무역 수출이 많아 직접적인 관세 철폐 효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전기·전자 분야는 대중국 수출에서 막대한 비중(2014년 기준 46.9%)을 차지하고 워낙 품목이 다양해 효과가 큰 품목이 적지 않다. 화장품·의약품과 도료·안료, 계면활성제 등 다양한 품목을 포괄하는 화학 업종,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 업종도 대체로 중국의 관세 철폐 수준이 높아 큰 효과가 기대된다. 철강, 비철금속, 기계 등의 업종도 세부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관세 철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견줘 직접적 관세 철폐 효과가 다소 미진한 업종도 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자동차 분야는 양쪽 모두 관세 철폐를 하지 않기로 했고,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경우 파라자일렌(paraxylene·향기가 나는 휘발성의 가연성 액체로 폴리에스테르계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쓰임 -편집자), 테레프탈산(terephthalic·무색의 고체로 알칼리에는 녹으나 물에는 녹지 않으며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로 쓰임 -편집자) 등 한국의 주력 대중 수출품이 개방에서 제외돼 다소 미진하기는 하나 일부 첨단소재 분야의 개방 약속을 얻어내 기대되는 업종도 있다.
 
비관세장벽 완화와 국제분업 개선
 
대중국 무역에서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돼온 비관세장벽(국가 간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 이외의 모든 조치를 가리키며 통관, 시험·인증·표준, 위생검역 등을 포괄함)의 완화 역시 한-중 FTA의 업종별 효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중 FTA에서는 통관부터 시험·인증, 표준, 심지어 제품 표시(라벨링)에 이르기까지 비관세장벽과 관련한 광범위한 부문에 대해 투명성과 일관성, 협력을 약속했다. 이런 약속 사항이 업종별로 실제 현장에서 영향을 끼친다면 한-중 FTA의 비관세장벽 완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비관세장벽 완화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은 역시 안전성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화장품·의약품·완구·생활용품 분야, 적시에 예측 가능한 통관이 중요한 소비재 분야, 위생검역이 관건인 농식품 분야이다. 이외에 국제전기기기인증(IECEE)의 상호 인정 약속을 명시한 전기·전자 업종, 후속 상호 인증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자동차부품 업종도 당장은 아니지만 발효 뒤 후속 협상과 협력을 통해 대중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한-중 경제 관계와 한-중 FTA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자 효과는 국제분업 개선과 밸류체인(Value Chain·부가가치 생성 단계 -편집자) 최적화다. 한국의 대중 수출 75%가 중간제품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대중 수출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보내진 뒤 그곳에서 가공돼 다시 한국으로 들여오거나 제3국으로 수출된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제품이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 모두 이익을 얻는 구조다. 이는 한-중 수교 이후 근 사반세기 동안 양국이 공동으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제분업 개선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한-중 FTA는 대체로 원산지 규정이 국제분업에 편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이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많은 품목(310개 품목)에 대해 북한 내 생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돼 있어 국제분업 활성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업종별로는 역시 국제분업이 활발하고 제품 특성상 다수 국가를 오가면서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업종의 국제분업 활성화 효과가 클 전망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 글로벌 밸류체인 활성화 업종인 전기·전자는 물론 섬유의류, 화학, 그리고 일부 농식품 분야에서 국제분업 활성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 한-중 FTA의 성과 중 하나는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 북한 내 생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한 품목 수가 다른 FTA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2013년 12월 북한 개성공단에 있는 남한 의류 공장에서 한 북한 여성 노동자가 재봉 작업을 하고 있다. REUTERS

한-중 FTA의 분야별 전망을 종합하면, 소비재를 필두로 전기·전자, 농식품, 섬유의류 업종을 가장 크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점에서 한-중 FTA는 역시 소비재 및 중소기업을 위한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석유화학·철강·기계·화학 등 우리의 주력 대중 수출 업종의 FTA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며 귀한 보석이 될 수 있는 품목이 도처에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된 지금 시점에서 우리 업체에 가장 중요한 일은 ‘활용’이다. 정확한 품목(HS코드) 판정에서 시작해, 품목별 관세 철폐 내용과 원산지 규정, 북한 내 생산 가능 여부(역외가공 인정 품목 여부) 등을 확인해 관세 철폐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한-중 FTA에서 약속한 비관세장벽 개선 내용을 잘 파악해 중국 시장 진출에 꼼꼼히 적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종적으로는 한-중 양국의 관세 철폐 계획은 물론 원산지 규정(역외가공 포함), 한-중 FTA 네트워크를 파악한 최적의 제품 개발과 생산, 공급 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한-중 FTA 효과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중 FTA는 한국 경제의 발전 전반에 근본적인 계기가 될 수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huanyu@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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